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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에 대한 지배자들의 대응 '계급전쟁'

때때로 2011. 12. 7. 14:14

국토해양부는 오늘(12월 7일) '주택시장 정상화 및 서민주거안정 지원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정부의 이번 부동산대책 핵심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 '강남 3구'의 투기과열지구 지정 해제입니다.

● [연합뉴스] 양도세 중과 폐지ㆍ강남 투기과열지구 해제(링크)

두 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주택을 거래할 때 양도차익의 60%까지 과세를 하는 양도세 중과는 2005년부터 시행되었습니다. 하지만 주택시장 침체를 이유로 2009년부터 유예되고 있습니다. 이 유예조치는 내년 말 끝날 예정이었죠. 정부는 형식만 남은 양도세 중과를 이번에 아예 폐지한 것입니다. 다주택 보유자의 주택거래를 활성화시켜 부동산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보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미 유예되고 있던 처지라 이번 조치로 지금 당장 부동산 시장에 의미있는 변화가 생길 것 같진 않습니다.

이보다 주목되는 것은 강남 3구에 대한 투기과열지구 지정 해제입니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재건축 아파트 조합설립인가 후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없습니다. 이번 투기과열지구 해제로 강남 3구에서도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이 조합원 지위를 양도(거래)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와 함께 전매제한 기간도 축소됩니다. 연합뉴스에 의하면 대략 26개 단지 1만9000여 명이 그 대상이라고 합니다.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부과도 2년간 중지됩니다.

이 대책이 명시적으로 목적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습니다. 하지만 그 이름과 반대로 "서민주거안정"을 해치고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 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번 대책의 이름은 "서민주거안정 지원방안"이지만 실제로는 다주택 보유자들의 임대수익을 노린 거래를 활성화 하는 것을 최대 목표로 하는 듯 합니다. 자금의 유통에 숨통을 틔워주기 때문이죠. 실제로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강남, 서초, 송파 등 3구가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가 되면 분양권 전매기간이 줄어들고 대출 부담이 줄어든다"며 "청약 경쟁률이 높아지는 등 거래 활성화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는 곧 서민주거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양지영 팀장은 "임대수익을 노리고 시장에 뛰어드는 다주택자의 경우 소형 주택을 사들인다는 점에서 소형 주택 가격만 상승하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며 "이는 결국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아시아경제 '주택거래 활성화 환영, 효과는 미지수'ㆍ링크).

12.7 부동산대책에서 주목할 것은 또 있습니다. 부실 PFㆍ건설사에 대한 지원도 포함돼 있습니다. 최저가 낙찰제 확대(현행 300억원 이상에서 100억원 이상 공사로) 시행이 2014년으로 유예됐습니다. 신용이 약한 건설사에 대한 자금조달 지원 방안도 있죠. 내년에는 2차 PF 정상화 뱅크를 만들어 부실 PF 사업장을 인수한다는 계획입니다.

부동산경기의 침체로 핵심적 지지기반으로부터도 외면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든 부동산경기를 살려보려고 애쓰는 모습입니다. 결국 부자를 위한 부자의 정부인 이명박 정부는 임기의 거의 마지막 부동산대책에서까지도 그 근본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부동산 거품 살리기 노력이 현재의 세계경제 상황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낼 것처럼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죠. 게다가 이러한 대책은 가난한 이들의 주거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부동산 거품이 급격히 꺼질 때 가장 피해를 보는 이들이 가난한 노동자, 중소 상인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연착륙을 유도해야 할 때 경착륙 가능성을 높일 거품 살리기에 올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해 보입니다.

● [중앙일보] 839만명 소득세 '0원'(링크)

정부 부동산 대책 뉴스와 함께 곱씹어볼 것은 12월 6일자 중앙일보 경제 1면의 '839만명 소득세 0원'이라는 기사입니다. 중앙일보는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도 부유층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정치권 일각에서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기획재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최근의 '부유세' 공론화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물론 소득세를 내지 않는 839만명 중에는 세금을 탈루한 고소득자도 포함돼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수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실제로 소득세 면제선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고, 중소 자영업자의 다수가 생계 유지에만도 빠듯한 소득을 얻고 있는 현실에서 이를 뭉뚱그려 비판하는 것은 결코 옳은 일이 아닙니다. 대개는 고소득자의 세금 탈루에 초점을 맞췄을 팩트이지만 '부유세'를 공격하기 위해 일부로 소득세 면제자 내부의 차이를 사장시킨 것이죠.

두 뉴스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것은 부자를 위한 대책
(세금 감면, 금융 지원 등)은 확대하고 서민을 위한 혜택은 축소하자는 이 나라 부자들과 기업, 권력자들의 일관된 태도입니다. 99%의 부를 1%에게로 거꾸로 이전하는 것이죠. 아마도 이것이 예상되는 경제위기에 대한 이 나라 지배자들의 유일한 대책인 듯 싶습니다. 이것은 말 그대로 '계급전쟁'입니다. 다행히 내년 경제상황이 지금보다 나아진다면 그 효과는 상대적으로 완화돼 용납할 수 있는 수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비는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준비해야 마땅합니다. 그리스와 유럽의 재정위기를 다룬 '레디앙'의 필자 신희영은 악화될 경제상황을 예상해 노동조합에게 투쟁의 장기화를 대비한 파업기금의 준비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조금 길지만 신희영의 글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유럽발 재정 위기의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적극적인 금융 시장 감독 정책, 조세 정책 및 노동 시장 정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파국의 초기 단계에 벌어질 외환 및 역내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가장 유력한 방법은 지금까지 거의 아무런 규제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정책 노선을 근본적으로 전환하여 일시적인 자본 통제 조치와 금융 거래에 대한 조세 부과 조치를 취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와 더불어 대기업이 아닌 중소 제조업과 서비스 업종 기업들을 위한 별도의 신용 대부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들의 투자 감축과 이에 따른 대량 해고가 야기할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도 적극적인 조세 정책과 노동 시장 정책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해고 회피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들에 대해서 세금 감면 혜택을 주거나 보조금을 지급해 주고, 기업 파산이나 이에 준하는 긴급 상황이 발생할 때 해당 기업 노동자들이 기업을 인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해주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사태가 오래 지속될 경우 1990년대 말 동아시아 외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말레이시아 정부와 한국의 정부가 부분적으로 취했던 대규모 공공 근로 사업이나 노사정과 시민사회 단체 공동의 '실업 극복 국민 운동'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현 정부가 지금까지 취해왔던 주요 경제 정책 노선과 핵심 정책 결정자들의 행태를 고려할 때 이 모든 조치들은 불가피하게 시민 사회 운동 및 노동 운동 세력의 '아래로부터의 압력'을 통하지 않고서는 실현될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 주요 노동조합 상급 단체들은 긴급 사태에 대비하여 실업 및 파업 기금을 적립하고 단위 사업장에서 벌어지게 될지도 모르는 대량 해고와 파업 등을 재정적인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 [레디앙] '할일 많은 한국 정부 딴 일만', 신희영(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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