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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을 보고 듣다… 영월 청령포 관음송과 단양 도담삼봉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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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을 보고 듣다… 영월 청령포 관음송과 단양 도담삼봉

때때로 2013. 5. 21. 21:42

여름 휴가가 아직 멀은 5월. 부처님오신날 연휴에 집에만 앉아있기엔 엉덩이가 쑤신다. 결국 거리로 나섰지만 나 같은 이들이 어디 한둘이던가. 게다가 그러한 이들 다수가 수도권에 모여사는 사정을 고려한다면 교외로 나가는 고통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겠거니 하게 된다. 결국 집에 있는 것보다 엉덩이가 더 쑤실 수밖에. 엉덩이면 다행이지만 차안에 몇 시간을 갖혀 있자니 허리, 무릎, 어깨 등 안아픈 곳이 없다. 그렇게 길거리에서 시간을 허비하며 기어간 곳. 아침해를 보며 출발했건 만 어느새 해가 누엿누엿 지려 하고 있다. 동강과 서강이 휘감아 도는 영월 구석구석을 돌아보려는 계획이 물거품이 된지는 오래였고 청령포에 들어가기 위해 발걸음을 서둘러야 했다.

영월 청령포는 세조에게 왕위를 뺐긴 단종이 유배생활을 했던 곳이다. 남한강 지류인 서강이 삼면을 빠르게 휘돌고 있고 뒤로는 높은 절벽에 가로막힌 곳. 내륙에 이보다 더 완벽한 유배지가 있을까 싶다. 이러한 지형은 우리 땅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모양이다. 같은 영월의 선암마을 '한반도 지형'이 이곳 다음에 들른 단양도 삼면이 강으로 둘러쌓여 있다. 폐위된 단종의 상심이야 어쨌을지 모르지만 이곳의 풍경에는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 넓지 않은 강을 사이에 두고 기암과 노송이 자리잡은 절벽이 꿋꿋한 기개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단종의 처소 주변에 가득한 소나무 숲은 지는 해를 더 아름답게 담는다.




안내하는 분의 이야기로는 이 소나무숲의 나무들은 모두 단종의 처소를 향해 굽어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런 듯도 싶다.






바로 위 사진 두 장은 '관음송(觀音松)'의 모습이다. 이 나무는 지상 1m가 조금 넘은 부분에서 두 개의 줄기로 갈라져 자랐다. 단종이 그 갈라진 틈에 앉아 쉬었다는 얘기가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서 대략 600년 된 것 같다. 단종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觀) 오열을 들었다(音)는 소나무. 아마 이 소나무는 600년동안 한반도 인민의 고달픈 삶을 지켜보며 버텨왔을 것이다.




청령포를 둘러싼 강줄기는 그리 넓지 않고 깊이도 얕아보인다. 하지만 절벽을 끼고 도는 도도한 흐름 만은 큰 강 못지 않다.




결국 영월에선 청령포만 둘러보고 저녁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단양으로 향해야 했다. 숙소를 단양에 잡았기 때문이다. 가는 길에 도담삼봉이 있었지만 밤에 그곳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진 못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시야에 들어온 조명받은 도담삼봉의 모습은 압도적 모습으로 유혹했다. 결국 숙소에 간단히 짐을 풀고 다시 도담삼봉으로 왔지만 이미 조명은 꺼진 후였다. 도담삼봉 주차장은 유료로 운영되고 있지만 오후 7시 이후에는 무료다. 오후 10시까지는 조명으로 도담삼봉을 환히 밝히니 그 사이에 들르면 관광지의 번잡함 없이 도담삼봉을 즐길 수 있다. 조명에 밝혀진 도담삼봉의 모습은 다음날에야 담을 수 있었다.










다음날 먼저 찾은 곳은 사인암이다. 청련암이라는 작은 절이 자리 잡은 중간 규모의 절벽인 사인암은 꽤 오래전부터 명승지였던 듯 싶다. 위 사진에 담진 않았지만 과거 인물들의 서명과 싯구가 가득하다. 관광지마다 가득한 낙서에 눈쌀을 찌푸리곤 했는 데 사인암을 보니 이러한 습속이 현대에 와서 생긴 것만은 아닌 듯 싶다. 그래도 정성들여 새긴 글자들은 세월의 힘인지 별 위화감 없이 자연과 어울리고 있다.






사인암을 떠나 오른 곳은 단양시내 맞은편에 자리한 양방산 활공장이다. 차 한 대가 간신히 통과할 좁은 길을 10여 분 올라가면 단양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단 운전이 능숙하지 않은 사람은 직접 운전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겠다. 미리 예약하면 패러글라이딩도 즐길 수 있다. 혼자 타는 것은 아니고 숙련된 사람과 함께 활공한다.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들의 상처엔 눈길이 간다. 이곳은 대표적인 석회암 지대로 굉장히 많은 씨멘트 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도시에서의 생활을 위해 필수적인 것을 마련하기 위해 자연을 얼마나 훼손하는지 한눈에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다시 찾은 도담삼봉이다. 사실 도담삼봉 건너편으로 해가 뜨는 모습을 담고 싶었으나 전날 밤부터 구름이 끼기 시작해 포기하고 아예 밤에 찾았다.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더 가깝게 더 크게 다가온다. 이곳을 관람하기엔 유람선과 모터보트가 쉼 없이 돌아다니는 낮보다는 밤이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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