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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백업 - 공무원연금 개악 관련

때때로 2015. 1. 7. 21:29

2014년 11월 5일

"어쨌든 개혁이 필요한 것 아닌가"라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탕으로 박근혜는 공무원노동자를 공격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생각을 좌파의 일부도 공유한다. JTBC에 나가 "어쨌든 공무원 연금은 개혁해야 한다"고 말한 유시민과 이런 좌파들의 생각은 얼마나 다른가.

그런 얘기를 하려면 우선 공무원 연금의 재정 부족에 정부의 불법, 탈법적 행위도 큰 책임이 있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 세상에 연금공단 운영 비용을 연금에서 충당하고, 명예퇴직자들을 위한 퇴직금을 연금으로 주는 게 어딨나.

몇 번이나 했던 얘길 또 하자면, 공무원은 퇴직금이 없다. 퇴직수당이라는 게 있는데 이는 일반 노동자의 퇴직금에 턱없이 모자르는 금액이다. 다시 예를 들자면 내가 4년 근무하고 퇴직금 1000만원 좀 넘게 받았는데 나와 비슷한 기본급을 받는 교사 노동자는 10년째 근무하고 있지만 퇴직수당이 1000만원정도다.

국민연금과 비교해도 공무원은 훨씬 많은 금액을 스스로 부담하고 있다. 일반 노동자가 급여의 4.5%를 연금으로 내지만 공무원은 7%다. 도대체 "적게 내고 많이 받는다"는 생각은 어디서 비롯한 것인가.

공무원 연금 개혁이 문제가 아니라 용돈밖에 안되는 국민연금 개혁이 필요하다. 하향 평준화가 아니라 상향 평준화가 개혁의 방향이 돼야 한다. 일반 노동자들의 고용, 소득 불안정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공무원이 '안정적'이란 '질시'의 감정이 커지고 있다. 좌파가 이런 '질시'의 감정에 타협하면서 '상향 평준화'를 이뤄낼 수 있는가. 이런 얘기 않고 "어쨌든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손을 들어주는 것일 수밖에 없다.

추가
"어쨌든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위험성 중 하나. 노무현에 친밀감을 느끼는 이들이 다수인 30~50대 남성 사무직 노동자 중심의 한 커뮤니티는 JTBC 유시민 발언 전까지만 해도 정부의 공무원 연금 개혁보다 국민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더 많았고 목소리도 높았다. 지지도 많았다. 그런데 유시민 발언 이후 이런 입장은 위축되고 후퇴했다. 비록 특수한 경우이긴 하지만 이는 저 주장을 좌파가 받아들일 때 이 싸움에서 박근혜에 맞서 우리가 이길 수 없음을 미리 알려주는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2014년 11월 5일

11월 1일 여의도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악 반대 집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문구는 '2007, 2009 참회 반성'이었다. 이 문구는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전공노보다 온건한 노조)의 몸벽보다. 2007년 국민연금 개악과 2009년 공무원연금 개악을 강건너 불보듯 방기했던 걸 반성한다는 뜻이다. 이들은 9월 집회에서 "지난 2007년 국민연금 개정으로 국민연금이 용돈 수준으로 전락했을 때 강 건너 불구경했으며, 공무원연금법 개정을 논의할 때 후배들을 방패막이로 삼아 선배들의 연금을 지켰다는 비난과 비판을 인정한다"며 삭발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는 공무원연금과 연관된 거의 모든 공무원 단체가 다 참여했다. 이들은 이날을 계기로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해 공적연금 전반에 대해 함께 다루기로 결의했다('공적연금'이란 공무원연금을 뜻하는 게 아니라 국민연금 등 공적 성격을 지닌 모든 연금을 말한다).

즉 '어쨌든 개혁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이들이 상상하는 것과 다르게 이미 공무원 노동자들은 이 투쟁을 공적연금 전반의 개혁 문제로 이끌어가려 하고 있다.

물론 좌우파를 총망라한 대오를 분열시키기 위한 떡고물을 정부가 던져줄 수 있고 이는 투쟁에 큰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어쨌든 그런 것에 앞서 공무원노동자들 스스로 '사회적 연대'를 조직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다. 좌파라면 이러한 움직임을 고무하고 더 급진적으로 발전하게끔 함께해야 할 것이다.

제발 공무원 연금의 현실이 어떤지, 지금 공무원 노동자들이 무엇을 주장하며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살펴나 보고 말했으면 좋겠다.


2014년 11월 7일

1. 공무원 노동자인 지인과 오랜만에 통화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데 그가 속한 지부(구청)에서만 500명 넘게 1일 집회에 참여했었다고 한다. 파업과 같은 더 급진적 행동에 대해서도 긍정적 분위기가 많다고 한다. 오히려 기존 활동가들이 더 자신없어할 정도로 말이다. 교사 노동자인 지인의 이야기도 그리 다르지 않다. 딱히 열성 조합원도 아닌 분이 '파업' 얘기를 하더란다. 그래서일까 공무원 '집단 행동'을 자제해달라는 정홍원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는 상당히 수세적으로 들린다. 그것이 수세적이든 공격적이든 총리의 자제 발언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노동자들은 오늘 광주에서 열린 정부의 '공무원 연금개혁 국민포럼' 개최를 흔들림 없이 저지했다.

2. 이는 매우 중요하다. 이제 곧 집권 3년차에 들어갈 박근혜는 노동계급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각종 세금을 올리는 것을 비롯해 노동계급의 생활수준을 악화시키려는 시도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정부의 이런 시도를 저지해 공적연금 전반의 '개선'까지는 아니더라도, 공무원연금의 '개악'을 막아낼 수만 있더라도 이는 노동계급 대중 전반에 크나큰 자신감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 이후 전국적 쟁점에서 집권 우파의 공격을 막아낸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입버릇처럼 쏟아지는 "떠날 수 있다면 이민 가겠다"는 말은 그런 자신감 없음의 반증이다. 따라서 개악을 저지하고 현상황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승리일 수 있다.

3. 떠올려보면 노동계급의 투쟁은 일부의 시기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생존 조건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었다. 특히 1950년대와 60년대 자본주의 황금기 이후는 더 그렇다. 한국에서도 1987년부터 91년까지 사이의 시기를 제외하곤 거의 그랬던 듯싶다. 이걸 노동계급 투쟁의 본질적 특징이라고까지 말할자신은 없지만 최소한 경제 후퇴기 노동계급 투쟁의 일반적 특징이 아닐까 싶다. 즉 지금은 '지키는 것 자체'가 쟁점이고 우리의 요구가 될 수 있으며 승리다. 그리고 노동계급은 이런 투쟁을 통해서 이전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자본주의 사회의 이데올로기를 깨뜨리며 새로운 전망에 눈을 뜨곤 한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의 '참회 반성'이라는 구호가 이를 잘 보여준다.

4. 우파 공무원 노동조합이 2007년 국민연금 개악을 도외시 했던데 대해 '참회 반성'을 말한다. 이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정부가 공무원연금의 기금고갈과 재정적자를 문제시 삼는데 이는 사실 동일하게 국민연금을 공격하는 논리기도 하다. 고령화 사회 진입 운운하며 기금 고갈을 얘기하며 국민연금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거부한 게 최근이다. 이러한 개악을 공무원 노동자들에게도 받아들이라고 하는 게 과연 '사회적 연대'를 구축하기 위한 길일까. 더 나은 '사례'가 있을 때 보다 더 나은 대안을 구축하기 위한 투쟁도 힘을 받는법 아닐까 싶다. 그리고 맘에 안들지라도 공무원 연금은 그러한 '더 나은 사례' 중 하나로 남아있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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