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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대환 '민주노동당의 분당 사태와 좌파의 진로'

때때로 2008. 9. 3. 10:00

어제(9월 2일) 작성한 '뉴라이트와 손잡은 '뉴레프트' 주대환?'에서 쓴 것과 달리 레디앙에 실려있는 주대환의 글을 읽어 봤습니다.

주대환 '민주노동당의 분당 사태와 좌파의 진로'(레디앙)

그의 글은 생각보다 더 실망스러웠습니다. NL과 PD(지금도 그렇게 불러야 한다고 생각지 않지만)에 대한 빈약한 근거의 비난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지난 10여년 간 NL과 PD의 후신들이 여전히 변치 않은 부분이 있음에도 많은 부분에서 변화의 노력을 기울여 왔고 '사회민주주의'를 자신의 현실적 대안으로 고민하고 적용해 왔음이 그의 눈엔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 같네요. 그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으로 대표되는 NL과 PD의 후신이 여전히 20세기 초반 코민테른식 전략과 전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정작 그에 대한 비판의 근거 또한 19세기 페이비언주의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문제는 그의 비판 태도가 우파의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겠죠. 그는 민주노당당과 진보신당 '실패'의 원인을 그들의 '속'이 여전히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바로 그 '속'이 무엇인지, 그것이 어떻게 현실의 표면에 영향을 끼쳐 실패를 불러왔는지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진 않습니다.

그는 항상 현실을 강조해왔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그런 그가 지금 현실적 대안으로 삼는 건 열린우리당-민주당으로 이어지는 정치세력 내 좌파와의 연대, 미국식 민주당의 건설입니다. 미국식 민주당이 '현실'에서 노동자와 서민들의 더 나은 삶과 한반도ㆍ세계의 평화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 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이 대안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신자유주의의 각종 폐해를 제어하거나 없애기 위해서라도 사회민주주의적 대안이 필수적이라고 얘기하지만 그가 지향점으로 삼는 유럽의 사회민주당, 대표적으론 영국의 노동당 정부가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추진에 가장 크게 기여해왔다는 것에는 침묵하더군요.

마지막으로 그는 원래 이 글을 좌파매체에 동시 게재를 조건으로 '시대정신'에 실었지만 좌파매체의 발간이 늦어지며 여러 사정상 '시대정신'에 먼저 실렸다고 변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건 변명할 꺼리가 못되죠. 아마도 제가 지난 글에서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그가 연대의 대상으로 생각한 자유주의 좌파 계열의 이론지의 부재 때문에 '시대정신'에 기고했겠죠. 구색 맞추기 식으로 '좌파매체에 동시 게재'를 조건으로 내세운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아요. 왜냐면 아무리 좋게 봐주더라도 그의 글은 자유주의 좌파, 결국엔 우파에 대한 짝사랑 고백 편지 이상이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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