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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지 못한…
얼마전 개봉해서 흥행하고 있는 영화 '다크 나이트'의 가장 인상적인 대사입니다. 히스 레저가 분한 조커는 시종일관 'why so serious?'라고 묻죠. 하지만 제가 보기에 이 영화에서 가장 'serious'한 사람은 조커입니다. 고담 시티의 어두운 반쪽을 지배하고 있는 갱들의 돈을 찾아준 조커는 자기 몫의 반을 불태우며 가장 순수한, 그래서 가장 잔혹할 수 밖에 없는 '폭력'에의 열망을 아낌없이 표출합니다. 순수하고 이상적인 사람은 serious-진지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시종일관 현실적 욕망에 타협하고 굴복하는 이들의 존재를 견뎌내지 못합니다. 오늘 제가 영화 '다크 나이트'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정치적 이상에 눈을 뜨고 레닌을 사랑하게 된 순간부터 몇 년간 항상 칼날과 같은 정치적..
경향신문에서 5월 2일부터 7월 5일까지 65일간의 촛불시위의 기록을 담은 책을 내놨습니다. 촛불 그 65일의 기록 경향닷컴 촛불팀|경향신문사 물론 촛불시위는 그 후 8월 15일까지 100일 간 타올랐죠. 16일에도 여전히 촛불을 드신 분들도 계시고 강남에서는 어제도 여전히 촛불이 밝혀졌습니다. 이 책의 첫 번째 한계는 7월 5일 이후의 상황을 담지 못했다는 겁니다. 물론 책의 제작을 위한 시간이 필요했기에 어쩔 수 없기도 했을 겁니다. 촛불이 다 꺼지길 기다려야 한다면 2MB가 물러날 때까지 미뤄야 했을지도 모르죠. 두 번째 한계는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들로만 책을 만들었다는 점이죠. 물론 아고라의 몇몇 글들도 인용되긴 했지만 큰 분량은 아닙니다. 즉 이 책은 촛불이 타오르는 와중에 신문 지면을 벗어나서..
8월 15일은 일본이 미국에 항복함으로써 한반도가 일제의 식민 통치로부터 해방된 날이죠. 네 '광복절'입니다. 당시 이승만 정부는 바로 이 36년간의 식민지로부터의 해방일을 기리기 위해서 48년 8월 15일을 정부 수립일로 정합니다. 8월 15일은 '광복절'이기도 하지만 정부가 수립된 '건국일'이기도 한거죠. 문제는 역시 2MB와 뉴라이트 집단의 '건국절' 생쑈. 어찌 생각하면 한국의 우파로서 지난 60여년간 지닐 수 밖에 없었던 딜레마를 일거에 해결한 거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지배 세력에게 가장 큰 약점은 아마도 역사적 정통성이 없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조선 혹은 대한제국을 잇지 않은 대한민국에게 있어서 역사적 전통성의 가장 중요한 근거는 '항일 독립운동'이죠. 이승만이 독립운동을 한 것은 사실..
푸르른 틈새 권여선 장편소설|문학동네 몇일 전 모 카페에 가입했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서로간의 친목을 도모하는 온라인 카페죠. 이 카페엔 '자기소개'란이 있습니다. 참 오랜만에 '자기소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있는 듯 없는 듯 지냈던 생활이 지겨웠던 전 대학에 입학 하자마자 남들 앞에 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가장 첫 관문이었던 '자기소개'. 과, 동아리, MT, 미팅 … 수십 번의 경험에도 끝내 익숙해지기는 어렵더군요. 그건 아마 '자기소개'의 본질이 "소극적인 자들이 도태되고 적극적이고 용감한 자들만이 살아남는 세계로의 입사식"이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푸르른 틈새|23p. '자기소개'는 인생의 새로운 단계,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을 암시했다. 다들 자연스럽게 나..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 농촌 인구가 극단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인구의 50%를 넘던 농촌 인구는 현재 한국의 경우 20%를 밑돌고 있습니다. 농업에 있어서 산업적 생산의 발전과 국제적 농산물 무역으로 농업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수는 앞으로 더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이 농업이 아닐지라도 시골에서 자연에 기대 삶을 살아오던 생활 양식의 변화는 길게 봐도 400여 년이고 한국과 같은 후발 자본주의 국가의 경우엔 몇 십년에 불과하죠. 그래서 그럴까요. 40대 이하의 대부분이 도시에서 낳아 자랐음에도 시골 생활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죠. 그건 아마도 도시 생활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한 '판타지'일 듯도 싶습니다.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마을에 부는 산..
녹턴 세실 바즈브로 소설|홍은주 옮김|문학동네 동해안에서 바라본 바다는, 그 망망함으로 인해 '끝'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곤 합니다. 남해안에서 본 바다는, 점점이 떠있는 섬들 사이로 이어지는 뱃길들, 하지만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로 때론 강제로 고립시키는 어떤 '운명'의 시작을 생각케 하더군요. 이틀에 걸쳐 해남에 다녀오면서 본 바다는 마침 때맞춰 읽은(하지만 의도하진 않았던) 세실 바즈브로의 소설집 '녹턴'의 바다를 떠올리게 합니다. '페리의 밤' '등댓불' '바다로 보낸 병' '혼자라면' 4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입니다. 모두 바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죠. 이곳의 바다는 사람을 혹은 어떤 사건을 만나게 하고 떠나게 하고 다시 그 사람을 '이해하게' 합니다. 헤어짐으로 이어주는 바다랄까요. 자세한 서평..
지난 3달간의 촛불시위를 보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참가자들의 유머였죠. 대한민국의 유머 수준이 몇 단계 업그레이드 됐달까. 2MB가 잘한게 있다면 딱 그거겠죠. 여기에 빠질 수 없는 우리 국방부께서 '불온서적'이란 카드를 들고 나왔더군요. 물론 그동안에도 '금서' 목록이 있긴 있었지만 기무사가 아닌 국방부에서 나서서 '불온서적'을 선정해주셨더군요. 농담삼아 저 출판사들이 이걸 홍보 소스로 사용하면 어떨까 했어요. 띠지에 '2008 국방부 선정 불온서적'이라고 크게 넣어서요. 그냥 농담이었죠. 근데 알라딘에서 그걸 정말로 했네요. 링크는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인터넷 서점의 정치적 편향을 말하는 게 쉽진 않지만 알라딘이 다른 서점에 비해 인문ㆍ사회과학 쪽 책이 많이 팔린다는 기사가 나온적은 있습니다. 어쨌..
[7월 31일 작성] 하루종일 뭔가 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뭔가 얘기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럴 때 제 대신 얘기해줄 사람이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입니다. 오늘 제 얘기를 대신 해준 분은 진중권씨입니다. 이 싸움을 이끌어온 주경복 후보께 위로를, 그리고 그를 도운 선거운동원과 자원봉사자들께 격려를, 투표 마감까지 문자와 전화를 거느라 분주했던 진보신당과 아고라의 그 수많은 손가락들에게 감사를, 그리고 애초에 가망이 없었던 이 선거를 박빙의 승부까지 밀고 간 우리 모두의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여러분, 정말 훌륭하게 싸웠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전사들에게 최고의 명예를.... 여러분, 당신들은 정말 최고의 전사였습니다. 블로그 ..
이탈리아 나폴리의 해변에서 지난 19일 피서객들이 집시 소녀 2명의 시신을 옆에 두고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유럽에서의 유태인에 대한 학살, 차별, 억압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집시에 대한 차별과 억압, 학살은 깊디 깊은 역사적 뿌리에도 불구하고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집시'라는 단어를 들을 때 '낭만적 유랑 생활'을 떠올리곤 했지만 그만큼 고단했던 그들의 삶은 알지 못했죠. 오늘(31일) 경향신문 주말섹션에 집시에 대한 기사가 실렸더군요. 두 집시 소녀의 죽음과 유럽에서의 집시에 대한 짧은 글입니다. 과거의 차별에 대해선 들은 얘기가 있었지만 그들이 지금까지도 사회적 멸시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었는 지는 몰랐습니다. 흑인, 무슬림, 여성, 동성애자, 집시 …. 개인의 혈통, 생물학적 특징, ..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야 하루이틀 얘기는 아니죠. 물론 정말로 체포하느냐는 문제는 그때그때 다른 문제긴 하죠. 2MB로선 똥줄이 타긴 할겁니다. 사실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 민주노총으로선 '총파업'을 선언한다고 해서 결코 90년대 후반같은 힘을 낼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고 장마비와 경찰의 강경타압에 사그라들것 같으면서도 이어지는 촛불을 보면서 그는 아마 더 초조해지고 있긴 할 겁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교육감 선거에서도, 그 결과는 막상 뚜껑을 열어봐야 하겠지만 생각보다 더 2MB와 보수세력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약하더라도 민주노총의 파업에 불이 붙으면 상황은 어디로 치다를지 알 수 없을 수도 있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