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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지 못한…
2차 세계대전 패전의 결과 동독과 서독으로 나뉘었던 독일. 1989년 베를린 시내를 가르던 장벽의 붕괴는 공산권 국가 해체의 가장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나치 독일이 저질렀던 유대인 학살은 인류사에서 최악의 사건으로 꼽힙니다(저는 인디언 학살과 유럽의 남미 점령이 더 잔혹한 학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건으로 시온주의 운동은 국제적 정당성을 획득하고 결국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 국가 이스라엘을 세웁니다. 시온주의 단체가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협력하기까지 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그 학살을 시온주의 국가 건설의 정당한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참 씁쓸한 일입니다(랄프 쇤만 '잔인한 이스라엘'ㆍ링크). 학살 피해자들의 후예가 세웠다는 이스라엘은 1989년 이후 지구상에서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겨졌던 장..
※ 2006년 7월 26일 작성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갈수록 도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보도에 의하면 피난민 행렬에 대한 공격은 물론이고 국제 적십자사의 구호 차량도 안전하지 못하더군요. 이스라엘 문제를 얘기할 때 어려운 것중 하나가 그들이 나치즘의 희생자로서 갖게 되는 도덕적 우월성의 문제입니다.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 또는 아랍 민중들의 행동은 반 유태주의로 몰아붙여지곤 하죠. 하지만 시오니즘과 시오니스트에 의해 건국된 이스라엘이 자신들을 나치즘의 희생자라고 대변하며 지금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을까요? 여기, 이에 대한 답변을 시도하는 책 한 권이 있습니다. 잔인한 이스라엘|랄프 쇤만 지음|이광조 옮김|미세기 원제 "The hidden history of Zionism"의 "잔인한 ..
2010년 췌장암으로 이른 죽음을 맞은 콘 사토시의 '해귀선'이 미우에서 나왔습니다. 1990년 '영매거진'에 연재된 장편입니다. 해귀선은 일본에 전래되는 인어에 관한 전설을 다루고 있습니다. 낙후된 한 어촌에서 개발의 파고를 맞아 빚어지는 갈등을 인어 전설과 연결해 다룹니다. 마을에서 전통적으로 신관을 맡아온 집안 3대의 이야기죠. ※ 아래는 '해귀선'의 내용과 결론이 상당한 정도 포함돼 있습니다. 해귀선|콘 사토시 지음|김동욱 옮김|미우 개발에 대한 욕망과 전래되는 전통, 자연의 가치와의 갈등은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주제입니다. 그가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줬던 꿈과 현실의 기묘한 중첩과 뒤틀림이라는 주제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해일에서 절정을 맞는 사건의 긴박감을 연출하는 방식은 그가 바로..
워크 WORK: 열심히 일하면 어디까지 올라갈까 CrimethInc. 지음|박준호 옮김|마티 자본주의적 혁신은 어제까지 최신이었던 기술을 오늘 낡은 과거의 기술로 만들어버립니다.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에서 격찬했던 부르주아지의 혁명적 역할은 오늘날까지도 그 기세가 약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더 빨라졌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생산과 생활에 필요한 각종 기술의 개발과 보급은 우리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인도할 것이라고 여겨지곤 합니다. 그러나 실제 우리의 삶은 어떨까요. 예를 들어 세탁기ㆍ청소기ㆍ전자레인지ㆍ식기세척기 등 주방의 혁명적 변화를 이끈 전자제품들은 여성을 가사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라고 기대됐습니다. 현실은 그 기대와 다릅니다. 새롭게 쏟아지는 주방기기를 작동시켜야..
홉스봄, 역사와 정치|그레고리 엘리어트 지음|신기섭 옮김|그린비 '홉스봄, 역사와 정치'는 보통의 전기는 아닙니다. 그의 출생과 성장, 그가 부딛혔던 현실의 문제들이 언급되긴 하지만 그리 자세히 설명되진 않습니다. 저자인 그레고리 엘리어트는 제목 그대로 그의 역사 서술과 정치적 실천의 비판적 설명에 집중합니다.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 '극단의 시대'의 시대 4부작이 홉스봄과 함께 비판의 도마에 오릅니다. 홉스봄은 매우 복잡하고 때론 앞뒤가 맞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렇기에 그를 한마디로 설명하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옮긴이는 그러한 홉스봄을 설명할 딱 한 단어를 꼽자면 '계몽주의'가 아닐까 싶다고 말합니다. 진보하는 역사와 이성의 힘을 믿는 그런 계몽주의 말입니다. 이는 어쩌..
1 정치가 우선한다; 지금 복지국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또 다른 사회는 가능하다; 마우스랜드; 비그포르스, 복지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 부동산시장이 맥을 못추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정책적으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시도했지만 부동산시장은 요지부동입니다.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 한국 사회는 높은 성장률을 기반으로 한 임금 상승 덕에 '복지'에 대한 대중적 요구가 미미했죠. 1997년 위기 이후에는 자산가격 상승을 기반으로 한 개인 재산의 상승이 복지 요구를 대체했습니다. 대출 받아 산 아파트, 주식의 가격 크게 오르니 이자 부담도 없고, 개인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재산을 모아 자신과 가족의 단란한 삶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됐죠. 이명박 시대는 이 모든..
- 데이비드 하비 / 최병두 1979년 이후 대처와 레이건에 의한 신자유주의적 혁명은 민주적 수단을 통해 이뤄져야만 했다. 이처럼 중대한 이행이 가능하려면, 선거에서 이길 정도로 충분히 큰 범위에 걸친 정치적 동의가 사전에 구축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람시가 ('공동으로 보유되는 지각'으로 정의되는) '상식'이라고 한 것이 전형적으로 동의의 기반을 이룬다. - 59 신자유주의적 전환이 1970년대 초반 칠레ㆍ아르헨티나와 같이 폭력에 의한 강제로 이뤄진 것만은 아닙니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모두 선거에 의한 정권 교체가 결정적 계기가 됐죠. 이러한 '민주주의'적 전환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거대한 규모의 정치적 동의가 구축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람시가 상식이라고 한 것이 바로 동의의 기반입니다. 상식..
- 데이비드 하비 / 최병두 뉴욕에서의 일상생활은 "녹초가 되었고, 도시의 분위기는 비참해졌다.". 도시 정부, 지역 노동운동, 그리고 뉴욕의 노동계급은 "지난 30년 동안 쌓아올렸던 권력의 많은 부분"을 결국 박탈당했다. 탈도덕화된 뉴욕의 노동계급은 마지못해 새로운 현실을 인정했다. …… 기업복지가 사람 복지를 대체했다. 도시의 엘리트 기관들은 ('I♡NY'라는 유명한 로고를 고안하면서) 문화센터이며 관광지로서 뉴욕의 이미지를 팔기 위해 동원되었다. 지배 엘리트는 종종 까다롭게 다양한 범세계적 경향들의 모든 방식들이 도입될 수 있도록 문화적 장의 개방을 지원했다. 자아, 성, 정체성으로의 자기중심적 천착이 부르주아적 도시문화의 주요 동기가 되었다. 도시의 강력한 문화기관들에 의해 촉진된 예술적 자유와 ..
- 데이비드 하비 / 최병두 데이비드 하비는 1장을 마무리하기 전에 폴라니의 견해를 인용하며 자유의 전망을 살핍니다. 그는 자유에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의 두 종류가 있다고 서술한다. 후자의 사례로 "동료를 착취하는 자유, 공동체에 급부로 제공하는 서비스 없이 비정상적 이득을 취하는 자유, 기술적 고안들을 공공 이익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 자유, 사적 이익을 위해 은밀하게 획책된 공적 재난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자유" 등을 열거했다. 그러나 폴라니는 계속해서 "이러한 자유들이 번창하는 시장경제는 우리가 높게 평가하는 자유도 만들어냈으며 이는 양심의 자유, 언론의 자유, 집회 및 결사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라고 서술했다. - 제1장/55~56 폴라니는 '나쁜 자유'를 만들어낸 시장이 또한 '착한 자유'도 ..
- 데이비드 하비 / 최병두 신자유주의화는 계급 권력의 회복과 관련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일한 인물에 대한 경제적 권력의 회복을 필연적으로 의미하지는 않는다. - 제1장/50 '계급 권력'이 '회복'됐다면, 그로부터 혜택을 받는 '계급'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계급'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보통은 전통적인 계층(양반, 귀족)과 결탁해왔죠. 그런데 때로는 "신자유주의화가 상위 계급의 구성을 재편하는데 동반 되었"습니다. 하비에 의하면 영국에서 그랬습니다. 게다가 계급의 현실은 장소(나라)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죠. 그럼에도 하비는 신자유주의화에서 확인할 수 있는 몇 가지 일반적인 특징이 있다고 말합니다. 첫 번째는 자본주의적 기업의 소유와 관리의 특권들-전통적으로 분리되어 있었던-을 CEO들(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