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책 (80)
자유롭지 못한…
- 데이비드 하비 / 최병두 여러 논평가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신자유주의의] 이러한 이론적 틀은 전혀 일관성을 갖지 않는다. 신고전경제학의 과학적 엄정성은 개인적 자유의 사상에 대한 정치적 집착과 병존하기 쉽지 않으며, 이들이 가정하는 모든 국가권력에 대한 불신은 사유재산권이나 개인 및 기업의 자유를 방어하기 위한 강력하고 강제적인 국가의 필요와도 맞지 않는다. 기업을 '법 앞의 개인'으로 규정하는 법적 기만은 그 자신의 편견을 드러내며, 아이러니하게도 록펠러가 모든 것에 앞선 '개인이라는 최상 가치'라는 개인적 신조를 뉴욕 시 록펠러 센터의 초석에 새길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앞으로 볼 것처럼 신자유주의적 위상에는 많은 모순들이 있으며, 신자유주의적 교리의 가정된 순수성과 연관지어보면 이해할 수 없..
- 데이비드 하비 / 최병두 이러한 형태의 정치-경제적 조직은 오늘날 보통 '착근된 자유주의(embedded liberalism)'로 불리고 있다. 이는 시장 과정과 기업 활동들이 경제ㆍ산업 전략의 방법을 유도하는 사회적ㆍ정치적 제약들과 규제 환경의 그물에 의해 어떻게 둘러싸여 있는지 알려준다. 국가 주도적 계획이나 어떤 경우 기간 부문의 국가 소유가 드문 경우는 아니었다. 신자유주의적 프로젝트는 이러한 제약들로부터 자본을 탈착근시키는 것이다. - 제1장/28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전쟁 전과 판이한 모습을 띠게 됩니다. 어디서든 국가의 시장 개입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는 국제적으로 미국의 군사적 보호와 달러 중심의 고정환율 체제(이 둘은 불가분의 관계죠)에 의해, 국내적으로는 노동조합과..
- 데이비드 하비 / 최병두 신자유주의 사상의 창시적 인물들은 인간의 존엄성과 개인의 자유에 관한 정치적 이상을 근본적인 것, 즉 '문명의 핵심 가치들'로 설정했다. 이 가치들은 감동적이고 매력적인 이상이기에 그들의 선택은 현명했다. 그들은 이렇나 가치들이 파시즘, 독재정권, 공산주의뿐만 아니라 선택의 자유를 가지는 개인의 판단을 집단적 판단으로 대체하려는 국가 개입의 모든 형태들에 의해 위협받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 제1장/21 '자유주의는 진보적일 수 있는가'의 필자들은 진보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신자유주의)는 다른 것이라고 단호히 말합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의 주창자들도 진보적 자유주의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존엄성'과 '개인의 자유'를 정치적 이상으로 제시하고 있죠. 미국 전통에 오랜 뿌리..
- 데이비드 하비 / 최병두 미래의 역사가들은 아마 세계의 사회경제적 역사에서 1978~1980년을 혁명적 전환점으로 간주할 것이다. - 머리말/14 1978년 중국에서 덩샤오핑은 시장주의적 개혁의 첫걸음 내디뎠습니다. 태평양 건너편 미국에서는 1979년 연방준비은행의 수장이 된 볼커가 통화정책을 극적으로 변화시켰죠. 연준을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선봉장으로 말입니다. 1979년 영국 총리에 오른 대처와 1980년 미국 대통령이 된 레이건은 각각 탄광노동자 파업과 항공 관제사 파업에 대한 단호한 대처로 더이상 노동조합의 도전을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습니다. 레이건은 볼커의 든든한 지원자가 돼 시장에서의 규제 완화와 금융 자유화를 세계적 차원에서 이끌었습니다. 볼커, 레이건, 대처, 그리고 덩샤오핑 ..
정치가 우선한다 : 사회민주주의와 20세기 유럽의 형성 셰리 버먼 지음|김유진 옮김|후마니타스 이 책의 저자는 사회민주주의를 자유주의와 마르크스주의 양자의 극복이라고 주장합니다. 마르크스주의의 '유물론'과 '계급투쟁'을 반대하고, 자유주의가 조성한 사회 구성원의 원자화ㆍ파편화를 극복한 이데올로기라는 것이죠. 경제를 우선시하는 유물론과 달리 정치적 우선성을, 계급투쟁과 같은 갈등의 전략 대신 계급교차(계급간 연대) 전략을, 개인들의 파편화를 극복하기 위해 공동체주의를 앞세운 것이 사회민주주의의 주요 특징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사회민주주의의 특징은 가장 안정되고 성공한 체제인 스웨덴을 만들어냈고, 비록 '사회민주주의'를 내세운 정당들은 실패의 길을 걸었음에도 유럽 전역에서 사회민주주의적 의제가 받아들여져..
"스물여섯 살에 해고된 뒤 동료 곁에 돌아오겠다는 꿈 하나를 붙잡고 27년을 견뎌온 여성 노동자가 그 동료를 지키겠다며 다시 이 크레인에 매달려 세상을 향해 간절히 흔드는손을 저들 중 몇 명이나 보고 있을까요." - '사람을 보라' 中 2010년 12월 17일. 튀니지 중부의 소도시 시디 부지드의 한 청년은 스스로의 몸에 불을 붙였습니다. 26살의 대학 졸업자인 모하메드 부아지지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과일 노점으로 생계를 이어갔었죠. 그러던 중 경찰의 단속으로 팔던 과일을 모두 빼앗기자 그는 절망과 분노의 불길에 몸을 던진 것입니다. 새해의 네번째 날, 모하메드 부아지지는 결국 세상을 떠납니다. 하지만 그의 분신은 전 세계적 저항의 봉화로, 세계를 흔드는 2011년 투쟁의 도화선이 됩니다.('한 '청년..
2011년 11월 마지막 주,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재처리된 핵폐기물을 독일 고어레벤으로 옮기는 기차를 저지하기 위해 수천여 명의 반핵 시위대가 모여들었다. 독일 정부는 2만여 명의 폭동진압경찰을 동원해 이 시위대를 강제 해산했다. 얼굴에 핵폐기물을 상징하는 그림을 그려넣은 반핵 시위대. 11월 24일 독일 뤼초브. [Johannes Eisele/ AFP/ Getty Images] 올해 최악의 과학ㆍ기술 분야 뉴스를 꼽자면 무엇보다 동일본 대지진 후 발생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빼놓을 수 없겠죠.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진도 9.0의 대지진과 해일이 가장 선진화된 과학과 기술력을 자랑한 국가의 원전을 골치덩어리 방사능 폐기물 덩어리로 만들었습니다. 연이은 폭발과 지속되는 방사능 유출로 사고 ..
눈먼 자들의 경제 : 시대의 지성 13인이 탐욕의 시대를 고발한다 경제위기가 시작된지 2년이 넘었지만 그 여파는 아직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경제위기 관련 책도 꾸준히 나오는 편이죠. 오늘 소개하는 '눈먼 자들의 경제'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면에서 월가의 인간 군상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재미가 있습니다. 부제목으로 '시대의 지성 13인이 탐욕의 시대를 고발한다'고 되어 있고,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두 편의 글을 실었지만 이 책은 2008년 경제위기에 대한 경제'학'적인 분석을 담고 있진 않습니다. 그보다는 월가 사람들의 탐욕스러운 행동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죠. 2008년 금융위기의 절정을 장식했던 버나드 메이도프의 사기 행각에 관한 글이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는 점은 이 책이..
지금은 없는 이야기 최규석|사계절 최규석 작가의 신작 '지금은 없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신작'이라고만 표현한 것은 '만화'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죠. 에피소드마다 다르지만 어떤 것은 그림보다는 '글'이 더 많습니다. 만화와 같은 칸 구분이 있는 것도 아니죠. 여기에 실린 작품들은 최규석이 만들어낸 새로운 '우화'입니다. 미래의 기둥 어린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 '사랑과 용기'를 전하는 우화. 그 어떤 작가가 꿈꾸지 아니할 수 있겠습니까? 어라? 그런데 책을 펼쳐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이런 걸 아이들한테 보여줘도 되는거야?" 이런 물음이 절로 듭니다. 이를 테면 이렇습니다. 불행한 한 소년이 있습니다. 친구들의 괴롭힘에 몽둥이를 들고 복수를 계획하는 소년에게 흰 날개를 단 작은 천..
기억하라, 우리가 이곳에 있음을 : 칠레, 또 다른 9ㆍ11 살바도르 아옌데ㆍ파블로 네루다 외 지음|정인환 옮김|서해문집 동지 여러분께 조용히, 지극히 평온한 마음으로 말씀드립니다. 저는 사도도 메시아도 아닙니다. 저는 순교자가 될 생각도 없습니다. 그저 인민이 부여한 과업을 완수하고 싶은 한 명의 투사에 불과합니다. 역사의 시계를 되돌리려는 자들, 인민 절대다수의 뜻을 무시하는 자들이 분명히 깨닫도록 합시다. 비록 순교자가 될 생각은 없지만, 저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인민이 부여한 과업을 완수한 뒤에야 라 모네다 대통령궁에서 물러날 것임을 그들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 인민의 정부를 방어해내겠습니다. 그게 바로 인민들이 제게 부여해준 과업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선택이란 있을 수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