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지 못한…

카이스트, 경쟁, 자살 … 이정우 칼럼과 알피 콘의 책 본문

카이스트, 경쟁, 자살 … 이정우 칼럼과 알피 콘의 책

때때로 2011. 4. 11. 22:43

자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잘 사는 나라, 살아가는 데 별 근심이 없는 나라인 북유럽에서 자살이 높다고 배웠었죠. 우리는 잘 살게 된걸까요? 별로 그래보이지 않습니다. 가난의 밑바닥에서 몸부림치는 사람부터, 미래의 엘리트로 최고 수준의 대우와 교육을 받는 이들까지. 자살은 마치 전염병처럼 우리를 좀먹고 있습니다.

메멘토 모리. 이 죽음은 우리에게 무엇을 경고하는 것일까요. 특히 최근 잇따른 카이스트 학생의 죽음은 명확하게 하나의 현상에 우리의 이목을 집중시킵니다. 경쟁. 우리는 경쟁에서 승자의 영광만을 봅니다. 그 그늘에 패자의 비참함이 따른다는 것은 떠올리려 하지 않죠. '나는 가수다'가 충격을 준 것은 패자의 비참함, 그 비굴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줬기 때문일 듯 합니다. 더구나 성공한 가수의 추락은 그 충격의 깊이를 더해줬죠. 카이스트 학생의 자살이 충격을 주는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한국사회의 경쟁에서 가장 성공한 길을 가는 듯 보였던 그들의 추락은, 승자의 영광과 패자의 비참함이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을 입증해줍니다. 고작 0.01점 차이로 징벌적 등록금을 부과하는 카이스트의 제도는 그 상징이죠.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 카이스트의 비극(링크)
성적 3.0을 경계선으로 정해놓으면 3.0을 훨씬 넘는 학생들조차 불안해진다. 1980년 전두환 정부 초기에 졸업정원제가 도입됐다. 대학 졸업 정원의 30% 만큼 더 뽑아놓고 4년간 경쟁시킨 뒤 졸업 때 30%를 탈락시키는 제도라서 학생들은 끊임없는 심리적 압박에 시달렸다. 급기야 필자가 근무하는 경북대에서 한 여학생이 성적 스트레스로 자살을 했다. 이 학생은 성적이 상위권이었는데도 항상 탈락의 불안에 시달렸던 모양이다. 당시는 전두환 독재정권이라 대규모 시위는 감히 꿈꾸지 못할 시절이었는데도 이 사건 직후 경북대 전교생이 데모에 나섰다. 결국 정부는 두 손을 들었고 이 악명 높은 제도는 폐지됐다. 카이스트의 경우에도 학점 위주의 지독한 성과주의가 대다수 학생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었을 것이다.(…중략…)
스탠퍼드 대학의 저명한 경영학자 제프리 페퍼 교수의 연구는 회사에서 택하는 성과주의는 단기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오히려 마이너스임을 보여준다. 그는 개인별 보상에 반대하고 집단적 보상을 권고한다. 심리학자 알피 콘은 “설탕이 치아를 해치듯 경쟁은 인간의 자존심을 해친다”고 말한다. 그는 성과주의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극도로 단순한 작업에만 효과가 있다”고 결론내린다. 콘은 학교에서 개인별 학습보다 집단적 협동 학습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꼭 카이스트만의 문제는 아니죠. 탈락자에 대한 관용과 안전장치가 전무한 한국사회에서 탈락에 대한 두려움은 죽음의 두려움을 넘어섭니다. 여기서 경쟁은 생존의 문제로 전환합니다. 이정우 교수의 글에는 우리가 선택 가능한 다른 대안의 단초가 담겨있습니다. 집단자살로 몰려가는 한국사회가 언제까지 이 죽음의 행렬을 개인적 심성의 나약함으로 치부할지 의문입니다.

이정우 교수가 인용한 알피 콘의 책 '경쟁에 반대한다'는 2009년 이영노의 번역으로 산눈 출판사에서 나왔습니다. 카이스트 학생의 잇단 죽음이 던진 여러 의문 중 하나, 경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려는 분께 이 책을 권합니다.



경쟁에 반대한다 알피 콘 지음|이영노 옮김|산눈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