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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저축은행 문제는 여러모로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를 닮았습니다. 그것이 부동산 경기 위축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점, 정부ㆍ정치권의 부동산 부양책의 후유증이라는 점, 관련 저축은행과 기업ㆍ대주주의 '모럴 해저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점, '첨단' 금융기법의 발달로 부실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조선일보 송희영 논설주간은 최근 두 칼럼에서 연이어 이 점을 지적합니다.

[4월 21일]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도 역대 금융감독원장들 중 누구도 책임지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모두가 혀를 교묘하게 굴리며 빠져나갔다. 신용금고에 '은행'이라는 고상한 간판을 달아주었던 사람들이나 저축은행도 은행이니 부동산에 펑펑 대출해주라고 물길을 터줬던 사람들이나 그때는 "저축은행은 믿을 만한 곳"이라는 메시지를 전했었다. 이제 와서는 입을 맞춘 듯 "부동산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예상 밖의 사태'란 방패 뒤에 몸을 숨긴다.
- 금융감독원장들의 '미끈한 혀', 송희영, 조선일보 2011년 4월 23일 26면(링크)

저축은행이 무더기 도산한 출발점은 부동산 경기 침체다. 부동산 불황(不況)이 길어져 거대 개발 사업에 대출해준 저축은행들이 큰돈을 물리고 말았다. … (중략) …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이 죄인이라고 해서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권력자와 정치인을 믿고 따라갔다고 말한다. 노무현 정권은 기업도시·혁신도시로 바람을 잡았고, 이명박 정권 들어서는 뉴타운·보금자리 주택·4대강 개발로 부동산을 띄웠다. 시장·군수들은 너도나도 재개발 공약을 내놨다. … (중략) … 저축은행 사태가 찜찜한 이유는 더 있다. 그 안에 숨겨진 '폭발물'을 다 잡아낼 수 없다. 이번에 여러 군데서 이중장부가 나왔다. 특수목적회사(SPC)를 120개나 몰래 경영하면서 예금자 돈을 빼돌린 사례도 적발됐다. … (중략) … 감독 당국의 감시카메라를 피해 음지(陰地)에서 큰돈을 굴리는 경쟁이 국내 금융권에서 성행하고 있다. 서울 증권시장은 파생금융상품 거래에서 2년 연속 세계 최고 기록을 세웠다. 파생상품의 본가(本家)라는 시카고·뉴욕 시장까지 누르고 작년에 37억여건 거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한국 금융이 부쩍 성장했다고 뿌듯해 할 만한 징표는 결코 되지 못한다.
- 저축은행에서 나온 폭발물, 송희영, 조선일보 2011년 5월 7일 30면(링크)

저축은행 부실 문제는 부산저축은행의 부당 인출 사건으로 커다란 분노를 사고 있습니다. 이는 당장 금융감독 기능의 개혁 문제를 제기하는 듯 합니다. 금융감독 기구 쇄신을 위한 '금융감독 혁신 태스크포스(TF)'가 9일 출범했습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은 신경전을 벌이고 있죠. 하지만 금융감독 기구를 개혁(그것이 규제의 '강화'든, '효율'화이든)하면 이 모든 사태가 깔끔히 정리될까요?

조선일보의 송희영은 그렇게 보이지 않나봅니다. 그는 "말끔히 청소가 끝날 쯤이면 또 다른 탐욕과 무능, 천재성이 선량한 국민을 속이기 시작할 것이다. 어느 나라나 속이는 쪽과 속는 쪽은 정해져 있다"고 말합니다. 금융 시스템에 종사하는 '천재'들의 혁신은 그야말로 눈이 휘둥그레 돌아갈 정도의 속도로 각종 '첨단' 금융기법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그들 스스로 자신이 하는 일 전체를 '이해하고' 하는지 의심갈 정도입니다. 이러한 금융의 '혁신'을 사건의 발생 후 추적해가야 하는 '금융감독 기구'가 따라갈 수 있을까요?

스티글리츠는 2008년 위기 이후 금융감독의 강화를 핵심적 과제로 지적하면서 경제 전체에서 금융 부문의 비대한 성장을 함께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즉 현재의 금융 시스템을 그대로 둔체 감독기능만 강화한다고 2008년 위기를 불러온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 것이죠. 송희영과 스티글리츠가 달라지는 건 이 부분일 것입니다. 송희영은 두 칼럼에서 저축은행으로 대표되는 한국 금융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그것을 경제 전체에서 금융이 차지하는 위치에 대한 문제제기로 잇지는 않고 있습니다.

금융 시스템 내에서의 부정ㆍ부패, 도덕적 해이 만이 현재 저축은행 사태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축은행 부실이 부동산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 때문에 다른 경제 부문으로 부실이 확산될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 저축은행 사태에서 부분적으로 드러난 '지뢰'들은 그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한국의 파생금융상품 거래가 세계 최고 기록을 세웠다는 송희영의 지적이 서늘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그는 "경제 흐름에 나쁜 신호등 여러개가 동시에 깜박거린다""저축은행 사태가 저축은행 울타리 안에서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다"라고 글을 마무리합니다. 그 바람에는 저도 기꺼이 함께합니다. 언제나 위기는 노동자와 하층민들에게 더 큰 어려움과 고통을 부과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현재의 정부가, 현재 한국사회의 지배적 분파가 이 위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아마도 더 어려운 시기가 올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일까요. 송희영은 그의 두 칼럼에서 연이어 정치권ㆍ금융권ㆍ정부관료 모두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죄가 있기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그러한 결말이 저들이 원하는 최선이겠죠. 하지만 지금의 비판이 그 자신과 현 정부ㆍ정치권의 면죄부가 돼서는 안될 것입니다.

Posted by 때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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