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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정규직화 vs 비정규직 노동기본권 확대

때때로 2012. 1. 25. 12:22

"비정규직을 구해낼 때 오로지 용단만 필요한 건 아니다. 누군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임금을 올려줘야 하고, 4대 보험도 들어줘야 한다. 유급휴가, 휴양 시설 사용 같은 복지 혜택도 똑같이 제공해야 한다. (중략)
이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생존 경쟁에 뛰어들면서 '회사의 이익이 바로 사원의 이익'으로 통하던 시대와는 결별했다. 어느 회사나 수시로 인건비 총액을 삭감한다. 회사와 종업원이 힘을 모아 회사를 키우고 사원 스스로도 커가면서 열매를 나눠 먹던 밀월 관계는 끝나가고, 회사와 사원이 한 지붕 아래 다른 방을 쓰는 사이가 됐다."
- 회사의 이익, 社員의 이익, '조선일보' 송희영 칼럼(링크)

조선일보 송희영은 정규직 전환, 확대는 비용이 든다고 말합니다. 그는 변화한 세계경제에서 더이상 회사의 이익과 사원의 이익은 일치하지 않는다고 옳게 지적합니다. 따라서 송희영은 정규직 전환 정책보다 비정규직에게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기업에게는 비정규직 채용의 권한을 늘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실 그에게 방점은 후자, 기업의 비정규직 채용 권한 확대에게 있을 것입니다. 비정규직 노동기본권 보장은 그에 뒤따르는 명분용일 뿐이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일방적으로 자신의 계급에게만 유리한 정책을 밀어부치지 못하는 상황을 반영한 주장이긴 합니다.

송희영이 미쳐 고려하지 못하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기본권의 보장이 비정규직 부문에서 갈등 분출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죠. 전태일이 사문화됐었던 근로기준법 이정표로 삼았던 것처럼, 2010년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25일간 파업
(2010년 11월 15일~12월 9일)이 대법원의 판결에 기초했던 것처럼, 법적 제도적 권리의 확대는 노동자 투쟁에 큰 자심감을 부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그가 원하는 변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에 대한 강력한 탄압이 기본 전제로 필요합니다. 대처 시절 영국과 레이건 시절 미국에서처럼 말이죠.

송희영과 한국의 지배계급에게는 안타깝게도 그러한 강력한 국가 탄압을 실행하기 위한 조건은 부족하기 그지 없습니다. 특히 여권이 분열해 있고, 대중적 지지를 잃고 있는 상황에서 강력한 국가 탄압은 정권 자체를 날려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대처와 레이건 만큼 사랑받지 못하고 있는게 문제인 것이죠.

다음 정권을 잡을 것이 확실해 보이는 민주통합당의 경우, 한국노총이 한 축을 이루는데서 보이 듯, 노동계급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인 위치를 지니고 있지 못합니다. 한국노총이 우파 노조이긴 해도 이들 노동조합 세력의 (부분적인) 지지 없이는 완전한 정권 탈환을 기대할 수 없는게 민주통합당의 현실이죠.

결국 송희영(한국 지배계급)의 바람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즉 개선된 착취 체제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어느 정당이 집권을 하든 '정규직 중심'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길들이기가 필수적일 겁니다. 이러한 길들이기가 (한국노총은 가능하다 할지라도) 가능할지는 의심스럽습니다. 설사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이는 공식 노동조합이 노동운동에서 지도적 역할을 잃게 할 가능성이 크죠. 사태가 이렇게 발전한다면 1930년대 미국에서 노동기본권이 확대되는 와중에 CIO(산업별노동조합회의)가 AFL(미국노동자협회)로부터 분리해 만들어졌던 것과 같이 제3노총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1935년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와그너법은 단결권ㆍ단체교섭권을 인정하고 최저임금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전국적 노동조합의 건설 없이 기업별 노동조합의 각개약진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고요.

너무 먼 미래까지 나간 듯 합니다.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이든 민주통합당이든 한국 자본주의의 '개선'을 과제로 삼는 한, 공식 노동조합에 대한 유화책과 함께 급진적 노동운동에 대한 강력한 탄압을 유지ㆍ강화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라는 거죠. 이 와중에 정규직/비정규직에 대한 분리지배 전략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겁니다. '비정규직 노동기본권' 보장과 함께 정규직에 대한 도덕적 공격을 기초로 일반적인 노동기본권 축소가 시도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조선일보의 지배계급 내 위상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송희영과 조선일보의 구상이 얼마나 현실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파 언론인 중 가장 명민한 송희영의 주장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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