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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 1권 5장 자본의 일반공식의 모순 발췌ㆍ요약 본문

마르크스/엥겔스/자본론 요약

자본론 1권 5장 자본의 일반공식의 모순 발췌ㆍ요약

때때로 2012. 7. 20. 23:09

4장에서는 단순상품유통이 자본으로서의 화폐 유통으로 전환한 모습을 살핌으로서 자본의 일반공식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화폐로 상품을 구매해 다시 판매함으로써 화폐를 얻은 자본가가 아닌 다른 상품 판매자 내지 상품 구매자 입장에서는 판매와 구매 순서의 뒤바뀜은 나타나지 않는다. 언제나 판매는 판매, 구매는 구매일 뿐이다. 즉 "우리가 순서를 거꾸로 한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단순상품유통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203쪽). 중요한 것은 등가교환에 의한 단순상품유통이 '화폐-상품-화폐' 유통에서의 더 큰 가치(잉여가치)를 허용하느냐는 것이다.

우선 단순상품유통을 사용가치의 측면에서 고찰해보자. 밀과 포도주를 교환한 당사자는 자기에게 쓸모없는 사용가치를 내놓고 필요한 사용가치를 얻는다는 측면에서 양자 모두 이익이다. 질적으로 나타나는 이익은 양적인 이익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밀 생산자가 밀과 포도주를 모두 생산하는 것보다 오직 밀만 생산하고 남는 밀을 포도주와 교환함으로써 동일한 교환가치로 더 많은 더 많은 포도주를 획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교환가치의 측면에서는 사태가 다르게 나타난다. 밀 생산자가 오직 밀만 생산함으로써 더 많은 밀을 만들어낸다고 해도 그가 생산한 상품의 교환가치(상품의 교환비율)는 변화하지 않는다. "상품의 가치는 상품이 유통에 들어가기 전에 그 가격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따라서 상품의 가치는 유통의 전제이지 그 결과가 아니"(204~205쪽)기 때문이다.

"동일한 가치[즉, 동일한 양의 대상화된 사회적 노동]가 동일한 상품소유자의 수중에서 처음에는 상품의 모습으로, 다음에는 [이 상품이 전환된] 화폐의 모습으로, 마지막에는 [이 화폐가 재전환된] 상품의 모습으로 존재한다. 이러한 형태변화는 가치량의 어떤 변화도 포함하지 않는다. …… 그리하여 상품의 유통이 상품가치의 형태변환만을 일으키는 한, 그것은 [만약 현상이 순수한 형태로 진행된다면] 등가물(等價物: equivalent)끼리의 교환임에 틀림없다."(205쪽)

이로부터 우리는 "상품교환은 그 순수한 형태에서는 등가물끼리의 교환이고, 따라서 가치증식의 수단으로 될 수 없다"(206쪽)는 것을 알게 된다. 구매자의 효용(사용가치의 획득과 소비) 증대를 이유로 유통이 더 많은 가치를 낳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혼동하는 것에서 비롯한다. 효용은 구매자(소비자)에게만 유효한 것이며 그것은 유통을 마친 이후에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은 구매자가 상품에 대해 한 번은 사용가치로, 다른 한 번은 가치로서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유통과정이 그 순수한 과정에서 오직 등가물끼리의 교환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러함에도 등가로 교환되지 않는 경우를 고려해보자. 우선 판매자가 자신의 상품을 그 가치보다 더 큰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러한 경우 판매자는 판매를 통해 상품의 가치보다 더 큰 가치(잉여가치)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판매자들의 특권은 상품들의 가치관계를 변화시키지 못한다. 이는 화폐단위 1000전을 100원으로 변환함으로써 가격이 변화하지만 상품들 사이의 관계는 변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구매자가 상품을 그 가치 이하로 구매할 수 있는 특권을 지녔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상품가격의 이와 같은 일반적인 명목적 인상(名目的 引上)은 상품가치가 에컨대 금 대신 은으로 평가되는 경우와 마찬가지다. 상품들의 화폐명칭, 즉 가격(價格)은 인상되겠지만 상품들의 가치관계(價値關係)는 여전히 변하지 않을 것이다."(209쪽)

여기서 더 생각해야 할 것은 판매자와 구매자는 일반적인 상품생산사회에서 모두 생산자라는 것이다. 판매자가 생산자라는 것은 보통 당연해 보인다. 구매자 또한 화폐로 실현된 상품의 생산자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판매자가 그 상품을 자신이 직접 생산했거나 그 상품의 생산자를 대표하고 있듯이, 구매자 역시 [그의 화폐로 실현된] 상품을 자신이 직접 생산했거나 그 상품의 생산자를 대표하고 있다. 따라서 여기에서 서로 대립하는 것은 생산자와 생산자인데, 그들을 구별하는 것은, 한 쪽은 구매하고 다른 쪽은 판매한다는 것이다. 상품소유자는, 생산자[판매자]라는 이름에서 상품을 그 가치보다 비싼 값으로 판매하고, 소비자[구매자]라는 이름에서는 상품에 그 가치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한다고 말해 보았자 우리는 한 걸음도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210쪽)

즉 순수히 소비만 하는 구매자가 존재하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이상 가격을 그 가치 이상으로 받는다고 해서 잉여가치를 획득할 수는 없다. 왜냐면 결국 생산자로서 판매자는 자신이 구매자의 위치에 섰을 때 그 가치보다 더 높은 가격을 상품에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상품의 판매자와 구매자를 경제적 운동의 인격화된 범주로만 다뤄서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생한 개인, 즉 교활한 판매자를 고려하면 어떻게 될까? 교활한 연필 판매자가 100원짜리 연필을 200원에 판매했다고 가정해보자. 연필 판매자는 100원의 잉여가치를 얻었지만 연필 구매자는 100원 손해를 봤다. 결국 한 쪽에서의 이익은 다른 한 쪽에서의 손해다(제로섬 게임). 사회 전체로서는 그 어떤 잉여가치도 확인할 수 없다. 이것은 강탈의 경우와 마찬가지다. 도둑질은 사회적으로 그 어떤 잉여가치도 만들지 않는다. 오직 도둑에게만 이득을 줄 뿐이다(이는 다른 편에서의 손실을 뜻한다).

"[결국] 등가물끼리 서로 교환된다면 아무런 잉여가치도 발생하지 않으며, 또 비등가물끼리 서로 교환된다고 하더라도 잉여가치는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유통(流通), 즉 상품교환은 아무런 가치도 창조하지 않는다."(213쪽)

우리가 자본의 고전적 형태인 상인자본과 고리대자본을 자본형태의 분석에서 고려치 않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마르크스에게 자본의 이 두 형태는 파생적인 형태로 다뤄진다(이에 대한 분석은 3권에서 계속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 우리는 잉여가치가 유통에서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유통의 밖에서 상품소유자에게 상품은 자신의 일정 노동량을 포함하고 있을 뿐이다. 거기에 어떤 더 큰 가치는 없다. "상품소유자는 자기의 노동으로 가치를 창조할 수 있지만 자기증식하는 가치를 창조할 수는 없다"(215쪽). 상품소유자는 가치를 증식시키기 위해 다른 상품소유자와 접촉해야만 한다.

즉, 등가물의 교환으로부터 출발한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가치의 자기증식 운동은 유통영역에서 일어나야 하면서도 유통영역에서 일어날 수 없다. 우리가 4장에서 발견한 자본의 일반공식이 잉여가치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화폐의 자본으로의 전환은 마땅히 상품교환을 규정하는 법칙의 토대 위에서 전개되어야 할 것이며, 따라서 등가물끼리의 교환이 당연히 출발점으로 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는 애벌레 형태의 자본가에 불과한] 화폐소유자는 상품을 그 가치대로 구매해 그 가치대로 판매해야 하는데, 그러면서도 과정의 끝에 가서는 자기가 처음 유통에 투입한 것보다 더 많은 가치를 유통으로부터 끌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의 나비로의 성장[즉, 완전한 자본가로의 발전]은 반드시 유통영역에서 일어나야 하며, 또 그러면서도 유통영역에서 일어나서는 안 된다. 이것이 바로 문제의 조건이다. 여기가 로두스 섬이다. 자, 여기서 뛰어보라!"(216~2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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