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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당신들은 정말 최고의 전사였습니다

때때로 2008. 8. 1. 12:19

[7월 31일 작성]

하루종일 뭔가 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뭔가 얘기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럴 때 제 대신 얘기해줄 사람이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입니다.

오늘 제 얘기를 대신 해준 분은 진중권씨입니다.

이 싸움을 이끌어온 주경복 후보께 위로를, 그리고 그를 도운 선거운동원과 자원봉사자들께 격려를, 투표 마감까지 문자와 전화를 거느라 분주했던 진보신당과 아고라의 그 수많은 손가락들에게 감사를, 그리고 애초에 가망이 없었던 이 선거를 박빙의 승부까지 밀고 간 우리 모두의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여러분, 정말 훌륭하게 싸웠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전사들에게 최고의 명예를....  여러분, 당신들은 정말 최고의 전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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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복 후보를 첨 보고 그에 대해 들은 건 아마 6월 초였을 겁니다. 민노당 대선 후보 경선 때 노회찬 후보의 비서로 활동하던 선배를 시청 광장에서 봤습니다. 그때만 해도 전 서울시교육감을 서울 시민의 '직선'을 통해 뽑는다는 걸 알지 못했죠. 주경복 후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죠. 제가 알고 있던건 그가 민교협 상임대표 지냈으며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의 부록으로 '신자유주의를 말한다'를 썼다는 것 정도였죠.

사실 이런 '듣보잡' 선거에서 우리 측 후보가 이토록 선전할 것이라곤 당시로선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날 제 선배도 매우 자신없는 모습으로 제게 "많이 도와줘"라며 후보의 명함을 나눠줬을 때도(아마 예비후보로 활동중이었을 겁니다) 그저 의례적으로 "네"라고 답했을 뿐입니다.

모든 것은 촛불의 힘이었습니다. 촛불이 없었다면 주경복 후보가 과연 이인규 후보만큼의 표는 얻었을까 싶습니다. 물론 지난 60여년간 한국을 지배해온 사람들의 단결력, 계급의식은 역시 탄탄했습니다. 아직 우리의 힘이 그만큼에 다다르지 못했다는 걸 보여줬죠. 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기엔 지난 3달간 우리의 땀이 너무 아깝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난 3달간 걸어온 길은 지난 20년의 길을 훌쩍 뛰어넘고 있었습니다. 민주주의에 새로운 활력을과 가능성을 우린 옅봤습니다.

오늘 하루만 이리저리 불평을 늘어놓겠습니다. 살짝 좌절도 해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촛불을 들며 만났던 환한 얼굴을 기억하며 내일부턴 다시 환한 빛을 밝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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