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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블랙프라이데이, 마냥 즐길 수 있을까

때때로 2012. 11. 24. 01:48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이 한창이다. 한국에서도 이 기간에 미국으로부터 직접 구매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딱히 벌이가 많지도 않은 동생도 미국 GAP에서 후드티를 구입했다고 한다. 이 GAP은 한국인 구입자들이 많자 한국에서의 접속을 차단하기까지 했다고 한다(내 동생은 그 직전에 구입했다).

이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을 우리가 마냥 즐길 수 있을까.

우선 이 세일은 '추수감사절'을 즈음한 행사다. 영국 청교도가 '신대륙'에서의 첫 수확을 감사드린 날에서 비롯한 날.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낯선 대륙에서의 경작법을 알려준 인디언들을 초청해 칠면조 고기를 대접했다고도 한다. 이 추수감사절을 즈음한 세일이 '블랙프라이데이'란 이름을 얻은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이 세일 기간에 판매가 많이 이루어져 그 전까지 적자를 면치 못하던 곳도 흑자로 돌아선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우리가 익히 아는 바와 같이 그 후 인디언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학살을 당한다. 바로 그들이 경작법을 알려준 유럽 대륙의 백인들에 의해서 말이다. 그곳은 '신대륙'이었는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기 오래전부터 그곳에 많은 사람이 살았 듯이 '신대륙'에도 많은 사람들이 살았다. 그들은 지금 어떻게 됐는가?

자본가들에 의해 고혈을 빨리고 있는 노동자들, 특히 악명 높은 노동착취 사업장인 월마트 노동자들이 블랙프라이데이에 맞춰 사보타쥬를 벌인 것은 그들이 의도했든 안했든 과거의 비극적 학살의 역사를 돌이켜보게 한다. 상품을 만드는 공장에서의 저임금 노동과 유통하는 시장에서의 가혹한 서비스 노동이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의 저렴한 상품을 가능케 한다. 게다가 '신대륙'에서 발견한 금과 은은 유럽 대륙의 자본주의적 교역을 확대시켰고, '신대륙'에서 확산된 가혹한 노예노동은 유럽의 '기계제 공장제도'에 유용한 경험을 전해줬다.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은 이미 한국의 많은 사람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좌파라면 과거의 역사를 돌아보며 우리의 현재를 반성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블랙프라이데이'는 "지나간 시대의 어둠"(뮤지컬 '레 미제라블' 중 'Red and Black'에서)으로 묻어야 할 현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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