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지 못한…

[1968 40주년] 신좌파의 상상력 : 세계적 차원에서 본 1968|조지 카치아피카스 본문

[1968 40주년] 신좌파의 상상력 : 세계적 차원에서 본 1968|조지 카치아피카스

때때로 2008. 8. 26. 12:14

<2008년 4월 20일 작성> 새로운 혁명적 전위는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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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억압에 반대하는 여성 활동가들의 행진. 1968 뉴욕.

오늘 소개할 책은 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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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좌파의 상상력 : 세계적 차원에서 본 1968
조지 카치아피카스 지음|이재원ㆍ이종태 옮김|이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주요한 반란 세력들에겐 항상 딜레마가 있습니다. 그것은 '자율성'과 '의식성'의 문제입니다.

'의식성'을 중요하게 보는 정치에선 사회의 객관적 조건과 운동을 지도하기 위해 사전에 조직된 혁명적 지도부의 존재를 강조하죠. '자율성'을 강조하는 정치와 실천에선 객관적 조건보다는 혁명 주체들의 '의지'와 대중의 자유로운 운동을 중요하게 봅니다. 쉽게 보자면 마르크스주의와 아나키즘의 차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그리 간단치만은 않은게 마르크스주의 내에도 이런 갈등은 항상 내재돼 있었다는 점이죠. 대표적으로는 대중들의 운동과 파업을 강조했던 로자 룩셈부르크와 조직을 강조했던 레닌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1968의 사건들은 무엇보다도 이 딜레마의 해결이 좌파들에게 시급함을 보여줬죠.

2차대전 후의 세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제국주의와 소련을 중심으로 한 동방 제국주의의 대립 속에서 사회운동은 시들어가고 있던 상황입니다. 노동자는 노동조합을 통해서 공식 좌파(사회민주주의 정당 혹은 소련을 추종하던 공산주의자들)에 메어있었죠. 사민주의와 공산주의는 당시 세계 질서의 어느 한 쪽을 지지함으로서 결국은 당시의 세계질서를 유지하는데 이해관계가 있었죠. 이들이 1968년 세계 곳곳에서 터져나온 반란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데 가장 앞장서게 된 이유입니다.

급격히 확장된 대학교육과 전후 호황으로 인한 새로운 반숙련, 여성 노동자들의 확대는 이들 기존 좌파에 독립적인 새로운 세력을 만들게 됩니다. 이들은 기존의 권위(그것이 미국이든 소련이든)를 거부하고 제3세계 민중(특히 베트남)과 자신들을 동일 시 합니다. 체게바라가 1968의 상징으로 떠오르게 된 것은 이런 상황에서 비롯합니다. 체게바라의 포코(foco)이론은 반란의 조건을 기다리라는 기존 좌파들의 가르침과 달리 반란을 창출해낼 것을 요구했죠.

그러나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없었다면 이들 학생 반란은 '일상적인 봄 축제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학생들로부터 시작된 운동은 하층 노동계급을 거쳐 조직 노동자들 속으로 확산됩니다. 그러나 기존 좌파의 권위에 대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뛰어넘진 못했죠.

"학생 봉기와 파리에서의 투쟁이 일어난 지 2주가 지나서야, 노동자 계급은 행동하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은 학생들의 제안-새로운 사회 변혁-을 수행할 수 있는 사회적 위치에 있었다. 불행히도, 모든 것이 말해지고 행해졌을 때, 노동자 계급은 대다수 사람들이 노동자 계급의 역사적 임무라고 여겼던 것을 끝까지 수행할 능력이 없음을 보여줬다."
250p.

"학생들은 스스로를 자율적으로 조직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줬지만, 투쟁이 전개되면서 지도력이 결여된 행동이 명백히 드러났다."
271p.

곧 이들 새롭게 급진화된 학생들은 잊혀졌던 과거의 역사와 이론 속에서 자신들의 길을 찾으려 합니다. 하지만 빠른 급진화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 충분히 훈련되지 못했던 이들은 기존의 실천과 이론을 비판적으로 재구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들의 장점-모든 권위로부터의 자율성-을 버리고 빠르게 하나의 군사적 조직으로 스스로를 바꾸어갑니다. 그 결과는 미국의 웨더언더그라운드, 독일ㆍ일본의 적군파, 이탈리아 붉은 여단의 테러라는 비극을 배태합니다.

물론 이 모든 잘못에도 불구하고 1968년의 반란은 2차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끊어졌던 좌파의 맥을 다시 살려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게 했죠. 또한 발전된 자본주의 국가에서 반란과 혁명의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지배자들은 이전의 억압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조직 방식을 그들의 정치와 학교, 사업장에서 흉내내야만 했습니다.

카치아피카스는 '의식성'보다는 '자율성'에 기울어 있습니다만 3부에서 1968의 유산을 살펴보면서 새로운 혁명적 전위를 제안합니다.

"대중운동의 자발적 행동, 혹은 상승 곡선을 그리는 파업과 연좌 농성 및 봉기 위원회의 자율적인 등장은 특정한 음모나 의지의 행위에 의해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투쟁 형태는 그것이 출현하기 이전에는 결코 예측할 수 없는 것으로서, 이는 정치적 경험의 축적과 시시각각 변화하는 역사적 조건의 배치에 따라 구성되는 수백만 대중의 욕구에 달려 있다. 특히 1968년에 발생한 세계적-역사적 사건들의 여파 속에서, 계급 투쟁의 무기인 에로스 효과가 지녔던 예측할 수 없는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다. …
하지만 이와 동시에, 대중적 의지를 표출해 주고 계몽을 통해 저항을 강화시켜줄 수 있는 조직화된 정치적 전위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런 위기는 반동적인 방향으로 나아갈지도 모른다. 억압의 다차원적인 측면들을 위협하는 전망을 갖춘 지도부-또한, 이런 측면들을 초월할 수 있는 수단들-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계몽과 사회 혁명보다는 카리스마적인 전제주의나 반동이 변화의 향방을 규정할 수도 있는 것이다. 역사적 변화는 무엇보다도, 에로스 효과가 출현하는 순간이 올 경우에는 타나토스의 세력이 자신의 패배를 준비할 시간조차 가지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증명해 주고 있다."
452p.

보다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평등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시고 그 실천에 몸담고 계신 분이라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 이 네 번째 책에 대한 소개를 준비하는 중에 1968년 40주년을 기념하는 타리크 알리의 새 책이 나왔습니다. '1960년대의 자서전'입니다. 한국에선 40주년 기념으로 번역됐지만 원래는 1987년에 나왔던 책으로 제가 전에 소개했던 타리크 알리의 책보다도 10년 전에 나왔던 책이죠. 과연 올해가 끝나기 전에 1968년에 대한 책들을 다 정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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