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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가? 방가!' … 금의환향을 꿈꿨으나

때때로 2010. 10. 3. 22:06

영화 '방가? 방가!'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한 적한 농촌과 산골의 간이역은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킵니다. 그 간이역이 많이 사라졌죠. 기차가 멈추지 않은 건 오래됐고요. 그 간이역은 금의환향의 꿈을 안고 서울로 향했던 수많은 젊은이들의 꿈이 첫걸음을 떼던 곳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꿈은 결코 이뤄지지 않았죠.

작은 가게라도 하나 마련해보겠다고, 사장님 소리 한 번 들어보겠다고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도 아득바득 돈을 모아보지만 쉽지 않습니다. 간신히 가게 하나 차려봤자 하루에 하나씩, 골목길을 꺾을 때마다 새로 생기는 노래방, 치킨집, 대여점, 세탁소, 구멍가게들. 가난한 이들 사이의 피튀기는 경쟁에 마을의 정겨운 '이웃사촌'은 옛말이 되가는거죠.

그래서 더이상 우리는 '금의환향'의 꿈을 꾸지 않습니다. 작지만 큰 꿈을 품고 고향을 떠났던 우리의 부모님, 삼촌, 이모들은 그 꿈을 잃은채 어떻게든 서울에 메달려보려고 애씁니다. 그리 오래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 제 금의환향의 꿈은 한국인의 것이 아닙니다. 베트남, 필리핀, 중국 등 이름의 나라서부터 어디 붙어있는지 모를 무슨무슨스탄이라는 이름의 나라까지. 다양한 나라에서 '코리안 드림'에 자신 가족의 삶을 걸고 도전합니다. 이들의 모습은 불과 얼마전까지 우리와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게다가 실업과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에 고통받는 젊은이들. 이들의 고통은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과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영화 '방가? 방가!'는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사실 우리 모두가 같은 사람들 아니냐는 거죠. 영화는 욕심이 많습니다.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려고 하고 그것을 다시 이주노동자와 연결시키려 합니다. 앙상블을 꿈꾸지만 불협화음을 들려주는 이 영화의 패착은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 실 이 영화 주인공의 고향은 제 고향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그 부분이 더 신경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략 30대 전후반으로 그려지는 듯한 주인공과 그 친구는 끊임없이 금의환향의 꿈에 대해 말합니다. 공장에서, 노래방에서 함께 어울렸던 이주노동자들과 파국을 맞게 되는 계기도 사실은 그 꿈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그 꿈은 이미 지난 과거의 버려진 꿈입니다.

그 렇기에 김인권이 열심히 연기한 주인공 방가에 대해 잘 설명되지 않습니다. 분명히 구체적인 장소(금산이라는 고향, 안산이라는 도시, 그곳에 위치한 거성실업이라는 공장)와 시간을 배경으로 함에도 그의 정체는 모호합니다. 이른바 지잡대로 불리는 지방대학을 나와 취업전선에서 패배한 20대 청년인지, 가난한 농촌 생활을 벗어나고자 무작정 상경했던 과거 우리의 부모님의 모습인지.

오 히려 이 영화의 가장 장점은 조연인 이주노동자들의 묘사에 있습니다. 단속에 대한 공포, 공장에서의 비인간적인 대우는 기본이겠죠. 얼굴도 못본채 한국에서 국제전화를 통해 결혼한 노동자, 메카가 어느 방향에 있는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종교에 게으르지 않은 무슬림, 한국에서 나았지만 한국인으로 대우받지 못하는 그 자식들. 게다가 메인 소재인 외국인 노래자랑.

사 실 이 메인 소재는 좀 부끄럽기까지 한 거죠. 며칠전 추석 연휴 외국인들을 초대한 토크쇼에서 설문조사를 한 것이 있습니다. 한국의 명절에 TV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그 답은 외국인 장기자랑(노래자랑?)입니다. 전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한복을 입고 나와서 한국의 가요를 부르는 외국인을 보며 즐기는 한국인들이라니. 그래놓고 다문화 사회를 얘기합니다. 여기에서 이 영화의 가장 빛나는 순간이 시작됩니다. 노래자랑을 준비하며 처음 연습한 곡은 '장미'입니다. 실제로 외국인 노래자랑에 많이 불려지는 노래죠. 그 다음 바뀐 노래는 '찬찬찬'입니다. 하지만 결국 노래자랑에서 부른 곡은 알리의 고향, 방글라데시의 노래(엔딩 크레딧에서는 이 영화를 위해 한국인 작곡가가 만든 것으로 나옵니다. 다시 확인해보고 싶네요)입니다. 정말 다문화 사회라면 한국의 문화를 저들에게 가르치려는 태도를 버리고 우리 스스로 배워야 하는 것 아닐까요.

한 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 한국 노래만 불러야 하는 법도 없는데 한국 노래만 불리우는 외국인 노래자랑, 읽고 쓰기 어렵다고 투덜거리지만 그에 만만치 않게 어려운 한국인의 이름(역경룡?)... 이 영화는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다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으로 곳곳에서 빛납니다. 그렇기에 그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금의환향의 꿈이 불가능해진 지금, 바로 여기서 우리의 고향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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