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지 못한…
이탈리아 나폴리의 해변에서 지난 19일 피서객들이 집시 소녀 2명의 시신을 옆에 두고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유럽에서의 유태인에 대한 학살, 차별, 억압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집시에 대한 차별과 억압, 학살은 깊디 깊은 역사적 뿌리에도 불구하고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집시'라는 단어를 들을 때 '낭만적 유랑 생활'을 떠올리곤 했지만 그만큼 고단했던 그들의 삶은 알지 못했죠. 오늘(31일) 경향신문 주말섹션에 집시에 대한 기사가 실렸더군요. 두 집시 소녀의 죽음과 유럽에서의 집시에 대한 짧은 글입니다. 과거의 차별에 대해선 들은 얘기가 있었지만 그들이 지금까지도 사회적 멸시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었는 지는 몰랐습니다. 흑인, 무슬림, 여성, 동성애자, 집시 …. 개인의 혈통, 생물학적 특징, ..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야 하루이틀 얘기는 아니죠. 물론 정말로 체포하느냐는 문제는 그때그때 다른 문제긴 하죠. 2MB로선 똥줄이 타긴 할겁니다. 사실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 민주노총으로선 '총파업'을 선언한다고 해서 결코 90년대 후반같은 힘을 낼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고 장마비와 경찰의 강경타압에 사그라들것 같으면서도 이어지는 촛불을 보면서 그는 아마 더 초조해지고 있긴 할 겁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교육감 선거에서도, 그 결과는 막상 뚜껑을 열어봐야 하겠지만 생각보다 더 2MB와 보수세력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약하더라도 민주노총의 파업에 불이 붙으면 상황은 어디로 치다를지 알 수 없을 수도 있을 겁니다. ..
2008년은 이스라엘이 건국한 지 60년이 되는 해입니다. 수 천년을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평화롭게 살던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죽지 못해 사는 삶을 산지 60년이 되는 해죠. 시온주의자들이 자신들을 정당화시키는 두 가지 신화가 있죠. 첫 번째는 홀로코스트입니다. 물론 많은 유태인들이 나치 독일에 의해서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어야만 했고 살아남은 사람들조차 고통 속에 독일의 패망을 기다려야만 했죠. 분명 그들의 희생을 우린 기억해야만 하고 다시는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홀로코스트의 희생자라고 해서 홀로코스트의 가해자가 되는 것이 용서받을 순 없습니다. 더구나 아랍인들이 유태인에 대한 차별과 억압의 주역이었던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
권여선의 단편 모음집 '분홍 리본의 시절'을 읽었습니다. 뭐라 표현하기 힘든 먹먹함과 쓸쓸함에 다 읽은 뒤에도 쉽게 책을 놓지 못하고 책장을 뒤적이고 있습니다. 우선은 기억에 남던 문장 몇몇 만 남겨봅니다. 분홍 리본의 시절 권여선 소설집|창비 '가을이 오면' 여름 한낮의 시장 거리는 처연하도록 아름다웠다. 그녀가 길바닥에 쓰러져 너울거리는 공기 너머로 본 것은 뜨거움과 조잡함이 우윳빛으로 뒤엉긴, 이를테면 순댓국 같은 풍경이었다. 발목이 녹아내리는 듯한 고통 속에서도 그녀의 오감은 극도로 민감해졌다. 타는 햇볕과 눅눅한 습기, 지글거리는 화인(火印)이 가려운 부위에 선명히 찍히는 듯한 고통과 희열, 매운 고추 향과 찌르르한 매미 소리, 집요한 열정과 짜증스러운 절망, 정지한 바람과 짙은 녹음, 자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