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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지 못한…
먼저 소개할 책은 '나는 가끔 속물일 때가 있다 : 두 남자의 고백'입니다. 독일의 저널리스트 두 명의 대담을 엮은 책입니다. 50년대 중반 태생인 이들은 전쟁과 대규모 이민을 겪은 세대의 자녀로 어린시절을 보냈죠. 한 명은 독일군으로 전쟁에 참여해 한쪽 눈을 잃은 무뚝뚝한 아버지 아래 자라면서 행복하고 단란한 가정의 꿈을 꾸며 성장했습니다. 다른 한 명은 이탈리아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후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함께 낯선 독일 땅에서 이방인으로 어린시절을 보냈습니다. 이 둘의 이야기는 정치, 시위, 어린시절, 가족, 가치, 영웅 등 다양하게 펼쳐집니다. 주제별로 장이 나뉘어 있긴 하지만 특별히 주제에 집착해 이야기를 진행하진 않습니다. 가볍고 쉽게 읽을 수 있죠. 이 책을 읽는 데..
2010년 10월 14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선 프랑스 고등학생. 정부의 긴축정책에 항의하는 젊은이들의 물결이 스페인을 뒤덮고 있습니다. 노동조합과 젊은이들은 광장에 캠프를 만들어 반란을 이어가고 있죠. 아랍의 불꽃이 이베리아 반도로 옮겨붙은 듯 합니다. 지난해 10월 프랑스에서도 거대한 반란의 물결이 일었었죠.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노동조합과 청년들의 반란으로 프랑스는 거의 한 달간 마비됐었습니다. 같은달 34쪽의 얇은 책이 나왔습니다. 프랑스에서만 200만부가 팔린 이책은 다른 나라들에서도 연이어 번역 출간되면서 올해의 반란을 예고한 듯 합니다. 93세의 노(老) 레지스탕스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가 그 책입니다. 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지음|임희근 옮김|돌베개 그는 젊은날 ..
가난한 휴머니즘 : 존엄한 가난에 부치는 아홉 통의 편지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지음, 이두부 옮김, 이후 1492년 콜롬버스가 도착한 땅입니다.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노예들이 일한 사탕수수 농장은 18세기 프랑스 교역에서 가장 큰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식민지 중 가장 부유한 곳이었죠. 식민지의 부는 인간이 아닌 노예에게는 그 어떤 혜택도 주지 않았습니다. 1789년 프랑스에서 혁명이 시작됩니다. 프랑스의 혁명가들은 모든 인간의 평등을 외치며 노예의 해방을 인정합니다. 프랑스 혁명의 영향을 받은 일군의 노예들이 그 반란에 동참합니다. 1791년의 일이죠. 투생 루베르튀르와 동료들은 13년 간 이어진 저항으로 1804년 결국 해방과 독립을 얻어냅니다. 유일하게 성공한 노예 해방 혁명의 역사는 이후 200년..
자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잘 사는 나라, 살아가는 데 별 근심이 없는 나라인 북유럽에서 자살이 높다고 배웠었죠. 우리는 잘 살게 된걸까요? 별로 그래보이지 않습니다. 가난의 밑바닥에서 몸부림치는 사람부터, 미래의 엘리트로 최고 수준의 대우와 교육을 받는 이들까지. 자살은 마치 전염병처럼 우리를 좀먹고 있습니다. 메멘토 모리. 이 죽음은 우리에게 무엇을 경고하는 것일까요. 특히 최근 잇따른 카이스트 학생의 죽음은 명확하게 하나의 현상에 우리의 이목을 집중시킵니다. 경쟁. 우리는 경쟁에서 승자의 영광만을 봅니다. 그 그늘에 패자의 비참함이 따른다는 것은 떠올리려 하지 않죠. '나는 가수다'가 충격을 준 것은 패자의 비참함, 그 비굴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줬기 때문일 듯 합..
지난 주말 프랑스ㆍ영국ㆍ미국이 결국 리비아에 대한 폭격을 시작했습니다. 튀니지에서 시작돼 이집트를 뒤흔들고 다시 동서 양 방향으로 전진하던 중동 인민의 항쟁이 리비아와 바레인에서 강력한 저항에 부딛쳤죠. 바레인 지배자들은 유화책을 펴는 듯 싶었지만 사우디 아라비아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서방 세계의 묵인 하에 인민들에 대한 폭력적 진압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카다피 또한 마지막 남은 자신의 지지세력과 외국 용병들을 이용해 저항하는 인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있습니다. 혁명의 규모에 비해 적은 희생으로 전진하는 듯 싶었던 이번 항쟁도 결국 리비아와 바레인 두 곳에서 피의 강을 만나고 말았습니다. 이에 유엔은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의 내용을 포함한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프랑스와 영국ㆍ미국은 번개 같은 기습작전을 펼..
'파시즘'으로 교보문고에서 검색하면 국내도서에 47권의 책이 나옵니다. 그리 쉽지 않음에도 꽤 많은 책이 이 주제로 나와있습니다. 하지만 그 책들 중 '파시즘'에 대한 명료한 이해에 도움이 되는 것이 얼마나 될지는 의심 스럽습니다. 더구나 우리는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 세력의 독재정권을 '파시즘'이라고 불러왔던 경험이 있습니다. 때론 미국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의 수식어로 '파시즘(파쇼)'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민주화된 이후 우리는 '우리 안의 파 시즘' '일상 속의 파시즘'이라는 개념에 익숙해 왔습니다. '디워' '황우석' 등을 둘러싼 논란에서도 우리는 대 중의 집단적 쏠림 현상에 대해서도 '파시즘'적 징후라 이름 붙이곤 했죠. 어찌 보면 우리를 둘러싼 사회의 거의 모든 것이 '파시즘'이란 이름을 붙일 ..
최근 정치학 분야 출판에서 눈에 띄는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후마니타스 출판사의 박상훈 대표가 새 책을 내놨습니다. '정치의 발견 : 정치에서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학 강의'가 그 책입니다. 정치의 발견 : 정치에서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학 강의 박상훈 지음|폴리테이아 이 책은 박상훈 대표가 지난해 진행한 한 강의를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심상정씨가 원장으로 있는 '정치바로 아카데미'에서 마련한 강의입니다. 강의의 대상이 됐던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주로 '진보'라고 불리는 진영에 속한 사람들입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도 일차적인 대상이 '진보파'임을 밝히고 서술을 시작합니다. 그렇기에 진보를 자처하는 이들에게 더 뼈아픈 비판이 곳곳에 자리합니다. 저자는 작정하고 진보파에 ..
중ㆍ고등학교 시절 두 번째로 좋아하던 교과서가 사회과부도 였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지리ㆍ역사ㆍ문화를 지도에 종합해놓은 부도를 보는건 먼 나라로 떠나는 모험 여행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요즘도 종종 중고생 사회과부도를 하나 사볼까 생각하기도 해요. 그런참에 딱 맞는 책이 나왔더군요. 책과함께에서 낸 '아틀라스' 시리즈입니다. '아틀라스 세계는 지금' '변화하는 세계의 아틀라스' '아틀라스 20세기 세계 전쟁사' '위기와 분쟁의 아틀라스' 4권이 나와 있습니다. 이번에 읽은 것은 '위기와 분쟁의 아틀라스'입니다. 위기와 분쟁의 아틀라스 파스칼 보니파스, 위베르 베드린 지음|남윤지 옮김|책과함께 유럽ㆍ아메리카ㆍ아프리카ㆍ중동ㆍ아시아ㆍ러시아 주변국 등 세계의 분쟁 지역을 거의 다 포함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한..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입니다. 그래봤자 다음주 월요일도 여느 한 주의 시작과 다르지 않게 출근하고 또 일을 하겠죠. 그래도 한해를 정리하는 일은 나이 먹을 수록 약해져가는 기억력을 보충하기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 최근까지 독서모임 두곳에 참여했습니다. "책은 혼자 읽는거야"라는 선배의 말에 동감하지만, 제 개인을 강제하기 위해 독서모임을 택했죠. 두 가지 목적이 있었습니다. 우선은 책을 그냥 '보기만' 하지 말고 '읽고' '정리하고' '기억하자'는 게 첫 번째고 두 번째 목적은 책을 좀더 많이 읽자는 것이었죠. 하지만 이 두가지 다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따져보니 올해 읽은 책의 양도 여느해와 크게 다르지 않더군요. 읽은 책을 정리하는 것은 더더욱 진척이 없고요. 이 두 목표는 내년에도 여전히 제 독서생활..
오랜만에 물리학 책을 펼쳤습니다. 물리학이라고는 하지만 일반 독자를 위한 교양서죠. 하지만 이번에 펼친 책은 분량이 만만치 않습니다. 로저 펜로즈가 쓴 '실체에 이르는 길 : 우주의 법칙으로 인도하는 완벽한 안내서'가 그 책입니다. 두 권을 합쳐 1600쪽 가량 됩니다. 기존의 물리학 교양서와 달리 이 책은 수학을 피해가지 않습니다. 물론 전공서처럼 수식으로 도배한 것은 아니지만 필요한 최소한도 내에서 수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단지 수식의 활용에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4장(1, 2권 전체 34장)을 읽고 있는데 지금껏 나온 얘기는 자연수ㆍ정수ㆍ실수ㆍ복소수를 정의하고 연산법칙이 각 수의 집합에서 성립하는 것을 증명하는 것, 정사각형을 정의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 피타고라스 정리의 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