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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지 못한…
조선의 천주교는 그 시작이 다른 나라와 많이 다르다. 외국인 신부에 의한 포교가 아닌 자생적인 학습을 통해 신자가 확대됐다. 물론 일단 천주교가 퍼지기 시작한 후에는 신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조선인으로는 최초로 김대건이 사제 서품을 받은 후 최양업과 정규하가 사제 서품을 받았다. 이곳 강원도 횡성의 풍수원성당은 정규하 신부가 지은 성당이다. 이곳 성당은 1801년 신유박해로부터 유래한다. 박해를 피해 살 곳을 찾던 용인의 신자 40여 명이 이 마을에 터전을 잡은 것이다. 이후 정규하 신부가 이곳에 오면서 마을 신자들의 힘으로 성당이 지어진다. 조선에 지어진 네 번째 성당(서울 중림동 약현성당, 전북 완주 되재성당, 서울 명동성당)이자 조선인 신부가 만든 첫 번째 성당이다. 풍수원성당을 중심으로 십자..
여름 휴가가 아직 멀은 5월. 부처님오신날 연휴에 집에만 앉아있기엔 엉덩이가 쑤신다. 결국 거리로 나섰지만 나 같은 이들이 어디 한둘이던가. 게다가 그러한 이들 다수가 수도권에 모여사는 사정을 고려한다면 교외로 나가는 고통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겠거니 하게 된다. 결국 집에 있는 것보다 엉덩이가 더 쑤실 수밖에. 엉덩이면 다행이지만 차안에 몇 시간을 갖혀 있자니 허리, 무릎, 어깨 등 안아픈 곳이 없다. 그렇게 길거리에서 시간을 허비하며 기어간 곳. 아침해를 보며 출발했건 만 어느새 해가 누엿누엿 지려 하고 있다. 동강과 서강이 휘감아 도는 영월 구석구석을 돌아보려는 계획이 물거품이 된지는 오래였고 청령포에 들어가기 위해 발걸음을 서둘러야 했다. 영월 청령포는 세조에게 왕위를 뺐긴 단종이 유배생활을 했던..
대관령 아흔아홉 구비 옛길 대신 쭉 뻗은 고속도로가 깔리고, 미시령 터널이 뚫리면서 태백산맥 넘어 강원도 영동지방에 가는 게 많이 편해졌다. 도로 정체만 없다면 여유 있게 가도 세 시간이면 강릉이나 속초에 다다를 수 있다. 그렇게 쭉 뻗은 길로 내달려 달려간 동해는 예전 만한 감흥을 전해주지 않는다. 중앙선 열차를 타고 영주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태백을 거쳐 12시간 가까이 걸려 도착한 강릉이 진짜 강릉 같고, 한계령 구비구비를 아찔하게 지나쳐 발아래로 쫙 펼쳐진 동해를 보지 않으면 속초에 가도 속초에 간 것 같지 않다. 전날 강원도 산간 지방에 폭설이 내려 통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굳이 한계령으로 올라간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마침 능숙한 운전자도 있어 큰 위험 없이 오를 수도 있었다. 올라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