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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지 못한…
푸르른 틈새 권여선 장편소설|문학동네 몇일 전 모 카페에 가입했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서로간의 친목을 도모하는 온라인 카페죠. 이 카페엔 '자기소개'란이 있습니다. 참 오랜만에 '자기소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있는 듯 없는 듯 지냈던 생활이 지겨웠던 전 대학에 입학 하자마자 남들 앞에 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가장 첫 관문이었던 '자기소개'. 과, 동아리, MT, 미팅 … 수십 번의 경험에도 끝내 익숙해지기는 어렵더군요. 그건 아마 '자기소개'의 본질이 "소극적인 자들이 도태되고 적극적이고 용감한 자들만이 살아남는 세계로의 입사식"이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푸르른 틈새|23p. '자기소개'는 인생의 새로운 단계,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을 암시했다. 다들 자연스럽게 나..
권여선의 단편 모음집 '분홍 리본의 시절'을 읽었습니다. 뭐라 표현하기 힘든 먹먹함과 쓸쓸함에 다 읽은 뒤에도 쉽게 책을 놓지 못하고 책장을 뒤적이고 있습니다. 우선은 기억에 남던 문장 몇몇 만 남겨봅니다. 분홍 리본의 시절 권여선 소설집|창비 '가을이 오면' 여름 한낮의 시장 거리는 처연하도록 아름다웠다. 그녀가 길바닥에 쓰러져 너울거리는 공기 너머로 본 것은 뜨거움과 조잡함이 우윳빛으로 뒤엉긴, 이를테면 순댓국 같은 풍경이었다. 발목이 녹아내리는 듯한 고통 속에서도 그녀의 오감은 극도로 민감해졌다. 타는 햇볕과 눅눅한 습기, 지글거리는 화인(火印)이 가려운 부위에 선명히 찍히는 듯한 고통과 희열, 매운 고추 향과 찌르르한 매미 소리, 집요한 열정과 짜증스러운 절망, 정지한 바람과 짙은 녹음, 자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