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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11 아랍혁명

2011 아랍 봉기에 대한 월러스틴의 논평

때때로 2011. 2. 2. 17:08


"무바라크 타도"라고 적힌 푯말을 들고있는 이집트 소녀. [AP=연합뉴스]


튀니지에 이어 이집트를 뒤흔드는 아랍 봉기에 대해 월러스틴이 논평을 내놨습니다. 그는 이번 시위와 파업을 1916년 오스만트루크 제국에 저항한 샤리프 후세인 빈 알리의 봉기를 잇는 2차 아랍 봉기라고 부릅니다.

월러스틴의 글은 한 청년의 분신으로부터 시작된 이번 시위가 어떻게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튀니지 대통령을 쫓아낼 수 있었느지에 대한 분석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현재 상황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두 가지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내놓습니다. 첫 번째는 이집트 국내에서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이고 두번째는 이번 봉기가 세계 체제의 권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국내 상황은 복잡합니다. 그것은 지금 상황에서 권력을 잡을 의지와 열정을 지닌 조직된 정치 세력의 부재로부터 비롯합니다. 우선 무바라크로부터 권력을 이양받을 유력한 후보를 보유한 부르주아 자유주의자들은 그들의 의지와 달리 탄탄한 기반을 갖지 못했습니다. 1917년 볼셰비키가 그랬던 것과 같은 세석주의적이고 급진적인 세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권력을 잡고자 하는 의지와 대중적 기반을 지닌 세력은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입니다. 이집트에선 '무슬림 형제단'이 바로 그들이죠. 일부 사람들은 이들 무슬림 형제단을 탈레반과 동일시 하는 잘못을 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월러스틴이 지적했 듯이 샤리아 율법을 시행하고자 하는 극단적인 이슬람과 어느정도 세속적인 터키에서의 이슬람과 같은 세력의 중간에 위치해 있습니다.

월러스틴의 두 번째 분석은 국제적인 세력관계에 대한 것으로 이어집니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것 처럼 이번 봉기의 가장 큰 패배자는 미국일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은 이전과 달리 상황을 전혀 주도하고 있지 못합니다. 그들은 이집트와 아랍 지역 내의 상황에 수동적으로 끌려다니고 있습니다. 월러스틴은 지적하지 않지만 쇠락하는 제국일지라도 그들의 개입능력을 우습게 봐선 안 될 것입니다. 이미 미국은 이집트 군부와의 채널을 가동시키고 있는 듯 합니다.

19세기 이후 외세에 자신의 운명을 맡겨와야만 했던 아랍 민중들이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기 위한 위대한 여정에 나섰습니다. 이 운동은 그리 쉽게 패배하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안적 정치세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승리도 그리 만만한 것만은 아닙니다. 결국은 그들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선 급진적 대안을 건설하는게 무엇보다 필요할 것입니다. 아래에 월러스틴 논평의 일부를 첨부합니다.


[월러스틴 논평] "제2차 아랍 봉기, 최대 피해자는 미국"

그렇다면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가? 튀니지와 이집트 아니 아랍권 전체에서 누가 권력을 잡게 될지 우리는 앞으로 최소 6개월간 혹은 그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알 수 없을 것이다. 자연발생적인 봉기는 1917년 러시아와 같은 상황을 만들고 있다. "권력은 길거리에 있다"는 레닌의 말과 같은 상황을 만들고 있다. 볼셰비키가 그랬듯 조직되고 결연한 의지를 가진 세력만이 권력을 잡을 수 있다.

아랍 국가들의 정치 상황은 각각 다르다. 볼셰비키처럼 강력한 조직을 가지고 있고 세속적이며(이슬람교 신정체제를 추구하지 않음 : 옮긴이) 급진적인 정당을 가지고 있어서 권력을 잡을 준비가 되어 있는 세력은 현재 아랍 국가 어디에도 없다. 주역이 되고 싶지만 탄탄한 기반은 거의 없는 부르주아적 자유주의 운동만이 다양하게 있을 뿐이다.

가장 조직화된 운동은 이슬람주의자들의 운동이다. 그러나 이슬람주의 운동도 하나의 색깔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들이 추구하는 이슬람주의 국가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터키처럼 다른 세력들에게도 비교적 열려 있는 형태에서부터 (탈레반 정권 시절의 아프가니스탄처럼) 샤리아 율법의 엄격히 적용하는 가혹한 형태까지 다양하다.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은 그 중간 정도에 있다. 어떤 체제가 될 것인지는 불확실하고 시시때때로 바뀌기 때문에 국내적인 차원에서 누가 승자가 될지는 너무나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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