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잡담 (8)
자유롭지 못한…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이 한창이다. 한국에서도 이 기간에 미국으로부터 직접 구매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딱히 벌이가 많지도 않은 동생도 미국 GAP에서 후드티를 구입했다고 한다. 이 GAP은 한국인 구입자들이 많자 한국에서의 접속을 차단하기까지 했다고 한다(내 동생은 그 직전에 구입했다). 이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을 우리가 마냥 즐길 수 있을까. 우선 이 세일은 '추수감사절'을 즈음한 행사다. 영국 청교도가 '신대륙'에서의 첫 수확을 감사드린 날에서 비롯한 날.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낯선 대륙에서의 경작법을 알려준 인디언들을 초청해 칠면조 고기를 대접했다고도 한다. 이 추수감사절을 즈음한 세일이 '블랙프라이데이'란 이름을 얻은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이 세일 기간에 판매가 많이 이루어져 그 전까지 ..
시내의 모 대형 서점에 자주 갑니다. 책을 몇 권 사니 연필을 주더군요. 사실 며칠전에도 책을 사면서 받았었습니다. 그때 받은 연필은 집 책상에 고이 모셔져 있죠. 전 회사에서 연필을 씁니다. 업무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부터 연필로 써오던 버릇을 쉽게 버리지 못합니다. 전 칼로 연필을 깎아서 사용해요. 연필을 사용하면서 연필깎이를 사용하는 이유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마음을 닦듯 나무를 깎아나가면 살며시 드러나는 검은 속살이 연필의 매력이죠. 연필깎이로는 이 매력을 느낄 수 없죠. 회사에선 노란색의 중국산 스테들러 연필을 씁니다. 다른 한 쪽엔 지우개가 달려있죠. 제가 스테들러 사장이라면 중국 공장은 당장에 정리해버리겠습니다. 이 중국산 연필은 스테들러의 명성을 깎아내릴 뿐이죠. 약간 비싸..
매년 어김없이 다가오는 9월 11일이면 무엇을 생각하십니까? 전 칠레, 아옌데, 피노체트를 생각합니다. 살바도르 아옌데(1908.7.26~1973.9.11)는 1970년 대통령 선거에서 파블로 네루다(시인)와 공산당의 양보에 힘을 얻어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최초로 선거를 통해 사회주의자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죠. 당선 후 아옌데는 자본가들과 외국, 특히 미국의 반격에 직면합니다. 자본가들은 자본을 해외로 빼돌리거나 자신들 공장의 생산시설을 파괴하고, 생산된 상품을 숨기고, 미국은 칠레의 최대 수출품인 구리의 국제시장 교란을 위해 미국에서 생산된 구리를 국제시장에 덤핑가에 내놓습니다. 보수적인 칠레 군부에 대한 군사적 지원은 말할 것도 없죠. 미국과 자본가들의 공격에 맞서 칠레 민중들과 아옌데 정부는 영웅..
얼마전 개봉해서 흥행하고 있는 영화 '다크 나이트'의 가장 인상적인 대사입니다. 히스 레저가 분한 조커는 시종일관 'why so serious?'라고 묻죠. 하지만 제가 보기에 이 영화에서 가장 'serious'한 사람은 조커입니다. 고담 시티의 어두운 반쪽을 지배하고 있는 갱들의 돈을 찾아준 조커는 자기 몫의 반을 불태우며 가장 순수한, 그래서 가장 잔혹할 수 밖에 없는 '폭력'에의 열망을 아낌없이 표출합니다. 순수하고 이상적인 사람은 serious-진지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시종일관 현실적 욕망에 타협하고 굴복하는 이들의 존재를 견뎌내지 못합니다. 오늘 제가 영화 '다크 나이트'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정치적 이상에 눈을 뜨고 레닌을 사랑하게 된 순간부터 몇 년간 항상 칼날과 같은 정치적..
토마스 휩커|남산 한겨레 창간 20돌을 맞아 7월 4일부터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매그넘 코리아' 사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매그넘 사진가 20명이 지난 1년간 한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을 전시하고 있는 거죠. 브레송과 카파의 뒤를 잇는 사진가들이 찍은 한국은 어떨까? 이런 궁금증에 지난 토요일(12일)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습니다.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었죠. 전시는 작가전과 주제전으로 나뉘어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데이비드 앨런 하비|제주도 우도 역광과 유리의 반사를 이용한 아뤼 그뤼에르, 무채색의 유화적 느낌이 강했던 게오르기 핀카소프의 사진들은 분명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안겨줬습니다. 멀리 보이는 남산을 콘크리트 구조물의 프레임으로 감싼 토마스 휩커의 사진도 남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