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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지 못한…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2권이 최근 출판됐다. 출판사는 책을 소개하면서 옮긴이가 "『자본』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비의 계산 오류를 바로잡기도 했으며, 적재적소에 주석을 달아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1권을 읽으며 도움을 많이 받은 나로서도 역서가 얼른 나오길 바라왔다. 그렇게 펼쳐 든 책의 앞 부분에서 두 가지 오류를 발견해 여기에 적어놓는다. 우선 간단한 오역이다. "한때 화폐를 저렴하게 구매하여 비싸게 판매하던 상인은 이제 잉여가치의 생산과 실현에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덕분에, 그들에게 제공되는 잉여가치 부분만을 손에 넣을 수 있다." - 하비 2권 강신준 옮김 56쪽 자본주의에서 상인이 얻는 수익의 근원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상인이 '..
2014년 11월 15일 작성, 일부 수정 자크 비데와 제라르 뒤메닐이 쓴 새 책이 나왔다. 제목은 '대안마르크스주의'. 이 책의 서론에는 다음과 같은 잘 알려진 이야기가 앞 부분에 나온다. 마르크스가 '마르크스주의'의 기초를 제공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사상적 스승을 찾고 있던 러시아의 [근대] 초기 혁명가들에게 "어떤 경우라도 나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다"라고 응답한 것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 17쪽. 그래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문장을 독자들은 마치 이 이야기가 플레하노프와 자술리치 같은 러시아 초기 마르크스주의자들에 대해, 혹은 더 직접적으로 레닌과 그의 동료들에 대해 한 얘기인 것처럼 이해하기 쉽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이와 관련해선 우선 프랑스 노동당 건설을 위해 쥘 게드와..
협동조합 '가장자리'의 격월간지 '말과활'이 창간됐다. 가장 눈에 띈 것 중 하나는 홍세화 선생이 머리말에서 '민중'이란 말 대신 '인민'을 사용한 것이다. 이는 의도된 것으로 보인다. 인민이란 말이 우리 언어 생활에 그리 익숙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홍세화 선생은 왜 인민이란 말을 썼을까? 인민은 "국가를 구성하고 사회를 조직하고 있는 사람"을 뜻한다. 보통은 이와 함께 지배자에 대한 피지배자를 말할 때 사용된다. 비슷한 단어로 '민중'이 있다. 둘 다 특정한 정치적 함의를 지니지만 원래 그랬던 것은 아니다. 1970~80년대 민주화 운동 세력은 민중에 보다 적극적인 정치적ㆍ사회적 집단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한다. 이는 인민이란 단어가 남북 분단 상황에서 금기시 된 때문이다. "늘 친하게 어울리거나 함께..
1990년대 초 현실 사회주의 국가의 붕괴는 좌파에게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특히 대안 사회의 미래를 그리려는 시도를 꺼리게끔 했죠. 공산주의 혹은 사회주의는 마르크스의 말을 빌려 현실의 모순을 지양하는 운동쯤으로만 취급됐습니다. 이런 상황은 2000년대 들어와 조금씩 바뀌기 시작합니다. 자본주의 경제는 단속적으로 파탄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이에 저항하는 목소리는 높아져갔죠. 특히 세계사회포럼의 성장과 베네수엘라에서의 격변은 좌파들에게 큰 영감을 줬습니다. 새롭게 성장한 젊은 세대는 현실 사회주의를 경험하지 않았고 그 만큼 사회주의에 대한 레드콤플렉스도 적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좌파가 정치적 대안으로 성장하기 위해 보다 분명한 미래사회에 대한 청사진을 제기할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지역사회 차원에서의 ..
"화폐소유자는 자본가로서 앞장서 걸어가고, 노동력의 소유자는 그의 노동자로서 그 뒤를 따라간다. 전자는 거만하게 미소를 띠고 사업에 착수할 열의에 차 바삐 걸어가고, 후자는 자기 자신의 가죽을 시장에서 팔아버렸으므로 이제는 무두질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겁에 질려 주춤주춤 걸어가고 있다."(자본론 1권, 김수행 옮김, 231쪽) 사람의 가죽으로 만든 옛 물건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신문에 가끔 실리곤 합니다(링크). 기사의 출처와 물건의 진위가 의심스럽긴 하죠. 의료기술의 발달로 신체의 일부(간ㆍ신장ㆍ혈액ㆍ안구 등)를 타인에게 기증하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우리의 윤리의식과 법에서는 허용되지 않지만 '거래'도 일부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그런데 왜 마르크스는 18세기 이..
오늘(5월 5일)은 마르크스가 태어난 날입니다. 어쩌다보니 오늘 한 독서모임에서 류동민 교수가 쓴 '마르크스가 내게 아프냐고 물었다'를 읽고 얘기를 나눴습니다. 기왕 얘기가 나온 김에 마르크스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제가 아는 한에서 간단하게 끄적거려 봅니다. 1882년 병으로 머리카락과 수염을 자르기 전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 알제리에서 머리카락을 모두 자른 마르크스는 1882년 4월 28일 엥겔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썼다. "내 예언자의 턱수염과 왕관처럼 머리를 덮었던 영광을 없애버렸네." 마르크스는 1818년 5월 5일 독일의 트리어 지방에서 태어납니다. 마르크스는 개종한 유대인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유대인임을 밝힌 바는 없습니다. 이사야 벌린의 '칼..
경제와 정치, 사회가 위기를 겪을 때 마르크스는 재빨리 다시 호출되곤 합니다. 위기가 워낙 자주 찾아와서인지 마르크스가 호출되는 빈도도 더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마르크스의 이론에 공감하며 그의 사상을 현실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이들이 실제로 더 늘어난다는 것과는 좀 다른 얘기입니다. 주류 언론에서조차 마르크스를 언급하고, 출판 시장에서 마르크스에 관한 책이 더 많이 나온다는 얘기죠. 지난해 나온 책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치다 타츠루와 이시카와 야스히로가 쓴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갈라파고스ㆍ링크)'와 다니엘 벤사이드의 '마르크스 사용설명서(에코리브르ㆍ링크)'가 있습니다. 그리고 며칠전 국내 저자가 쓴 또하나의 책이 나왔습니다. 류동민의 '마르크스가 내게 아프냐고 물었다'입니다. 마르크스가 내..
- 칼 마르크스 / 김수행 만약 독일의 독자가 누구든지 영국의 공업ㆍ농업 노동자들의 형편에 대해 위선적으로 눈살을 찌푸리든가, 독일에서는 사태가 결코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낙관적으로 자기를 위안하려 한다면, 나는 그에게 "이것은 너를 두고 하는 말이다!"라고 외칠 것이다. - 서문, 5쪽 지금도 많은 사람은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대해 "실제는 그렇지 않아" "그건 100년도 더 전의 영국에서의 이야기일 뿐이지"라고 말하고 있지.
- 칼 마르크스 / 강유원 노동은 상품을 생산하는 것만이 아니다. 노동은 자기 자신과 노동자를 하나의 상품으로서 생산하며, 물론 노동이 일반적으로 상품을 생산하는 것과 같은 관계 속으로 생산한다. 이 사실은 다음과 같은 것을 표현할 따름이다: 노동이 생산하는 대상, 노동의 생산물은 노동에게 하나의 낯선 존재로서, 생산자에게서 독립된 힘으로서 노동에 대립한다는 것. 노동의 생산물은 하나의 대상 속에 고정된, 사물화한 노동이거니와, 이는 노동의 대상화이다. 노동의 실현은 노동의 대상화이다. 노동의 이러한 실현이 국민경제학적 상태에서는 노동자의 현실성 박탈로 나타나고, 대상화는 대상의 상실과 대상에 대한 예속으로, 획득은 소외로, 외화로 나타난다. 노동의 실현은 아주 심하게 현실성을 박탈하는 것으로 나타나 노..
독일 이데올로기Ⅰ 칼 마르크스ㆍ프리드리히 엥겔스 지음|박재희 옮김|청년사 [1845년 봄] 우리는 독일 철학의 이데올로기적 견해에 대립하는 우리의 견해를 공동으로 완성하고 우리의 과거 철학적 의식을 사실상 청산하기로 결의했다. 이 결심은 헤겔 이후의 철학을 비판하는 형태로 실행되었다. 두꺼운 8절판 책 2권에 달하는 수고는 여건의 변화로 출판이 불가능해졌다는 소식을 우리가 들었을 때에는 이미 베스트팔렌에 있는 출판사에 도착했었다. 우리는 자기이해라는 우리의 주목적을 달성한 이상 기꺼이 이 수고를 쥐들이 갉아먹도록 내버려 두었다. -'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하여' 서문, 8쪽(도서출판 靑史) 마르크스가 '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하여' 서문에서 말한 저작 '독일 이데올로기'는 1932년에 모스크바에서 처음 완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