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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이 함께하는 피켓팅, 과거와 현재 [CTU 페이스북]

9월 10일 시카고 시내에는 붉은 티셔츠를 입은 교사들의 물결로 가득 찼습니다. 학생 성적과 연동한 교원평가제 도입, 고용안정 후퇴, 수업일수 연장 등 교육에 기업원리를 도입하려는 개혁에 반대해 2만5000명의 교사들이 파업에 들어간 것입니다. 25년 만의 일이죠. 시카고교원노조 CTU(the Chicago Teachers Union)의 이번 파업은 현지시간으로 12일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교원평가제를 둘러싼 협상에 진척이 없어 파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합니다.

이번 파업은 미국의 대선에 미묘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교원노조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왔기 때문이죠. 하지만 현재 CTU가 반대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바로 미국 민주당입니다. 교원평가제 도입과 교육의 기업화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은 '오바마의 남자'로 불리는 사람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냈죠. 바로 그가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세력의 이해에 반하는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 민주당의 이런 교육정책을 공화당이 굳이 반대할리 없을 것입니다. 노무현 정권 시절 한나라당이 한미FTA 추진을 칭찬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실제로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교원노조가 학생들을 볼모로 자신의 이익을 주장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ABC뉴스는 롬니의 런닝메이트인 폴 라이언이 "이매뉴얼 … 시장의 오늘 입장은 옳았다"며 "교육개혁은 초당파적 이슈"라고 이매뉴얼 시장을 지지하는 뜻을 밝혔다고 10일 보도했습니다.

단지 시카고 만의 문제가 아닌 것은 같은 교육정책이 전국적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 시카고 교육감인 아른 던컨은 오바마 정권의 교육부 장관으로 현재 시카고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과 같은 정책을 미국 전역에서 실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워싱톤포스트'는 "교원평가제는 2009년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해온 일련의 교육개혁 프로그램 중 하나로 보스톤ㆍ클리블랜드ㆍ로스앤젤레스 등 다른 대도시 지역에서도 교사들의 반발이 크다"고 지적했죠.

민주당과 공화당, 주요 언론들이 교사들의 파업을 비난하고 나설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이런 점에서는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네요. 같은 미국 언론을 받아써서일까요 중앙일보는 물론이고 한겨레에서도 "이날 파업으로 거의 40만 명에 이르는 초ㆍ중ㆍ고 학생들이 학교를 갈 수 없게 되자 맞벌이 부부들은 곤욕을 치렀다"고 보도했습니다.

물론 파업이 시작되면 누군가 불편을 겪겠죠.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단지 교사들 '만'의 파업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좋은 교육은 아이들을 시험하고, 교사를 모욕하고, 학교를 닫는 전략으로 만들지 못한다" CTU를 지지하는 부모들 [OWS 홈페이지]

'오큐파이 시카고 트리뷴'에 의하면 이번 파업은 교육 민영화에 반대해온 지난 몇 년간의 지역 공동체 활동의 일부입니다. 공식적인 노조지도부로부터 독립적인 평교사 모임 CORE(Cacus of Rank-and File Educators)가 2010년 노조 내 선거에서 CTU의 지도적 위치를 차지하는 데는 지역 학부모와 학생들의 지지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디에트 고등학교 학생들은 다른 16개 주 학생들을 따라 학교 내 인종차별적 대우에 대해 조사해달라는 청원을 교육부에 제출했고, 오는 20일에는 워싱톤을 향해 '프리돔 라이더(1960년대 미국 남부의 인종차별적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진행된 운동.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는 버스를 타고 남부로 모여들었고 이들을 '프리돔 라이더'라고 불렀습니다.)' 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합니다. '사회정의 고등학교(2001년 지역 빈민공동체의 파업과 투쟁으로 2005년 론데일의 리틀 빌리지에 개교한 학교)' 학생들은 학교의 해체(아마 '폐교'를 뜻하는 듯)를 막기 위한 연좌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즉 CORE와 CTU는 "더 나은 공교육을 위해 투쟁하는 지역 공동체 그룹의 일원"일 뿐입니다.

쟁점이 되는 교원평가제를 시카고의 사회적 상황에 놓고 보면 이러한 정책이 의미하는 바가 뚜렷해집니다. 시카고 학생 40만 명 중 80%가 빈곤층입니다. 가난 때문에 시카고 고등학생 중 60% 만이 학업을 마칠 수 있습니다. 미국 평균 졸업률은 75%이죠. 부모의 실업과 가난, 공교육에 대한 지원의 축소와 같은 것은 개선할 생각 없이 학생의 성적에 연동해 교사를 평가하겠다는 것은 공교육을 더욱 축소시키고 교사의 수를 줄이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앞에서 얘기한 사회정의 고등학교 해체와 같은 공공교육의 축소와 이어지는 일이죠.

가디언은 보수 양당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교원노조의 위태로운 모습을 "알카에다와 바이러스 사이 중간에 위치한 혐오스러운 대상"이라고 묘사했죠. 그는 이렇게 묻습니다.

"공립학교가 형편없어진 원인이 불공평한 재산세제나 무책임한 학교 이사진, 빈곤과 실업, 마약경제, 가정 불안 등이 될 수 없는 것인가?"

다른 모든 원인을 제쳐두고 교사들 만 탓하는 게 한국과 그리 다르지 않은 미국의 현실입니다. 결국 가디언의 칼럼은 이런 상황을 변화시킬 것은 오바마나 민주당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10일 시작한 파업이 12일까지 사흘 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꽤 긴 기간 미국 민주당에 정치적으로 메여 있던 노동조합이 행동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보입니다. 물론 지난해 위스콘신에서의 투쟁이 있었지만 위스콘신 주정부는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었죠. 달라진 상황이 노동조합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오큐파이 시카고 트리뷴'이 말하 듯 이번 투쟁은 이미 꽤 오래전부터 사실상 예고된 것으로 봐야 합니다. 지역 공동체와의 연대, 공동활동이 파업에 나설 용기를 줬다고 할 수 있겠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종종 한국 교육을 칭찬해 왔습니다. 보통은 한국의 '교육열'을 칭찬했던 것으로 이해됐죠.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놓고 보면 그가 부러웠던 것은 기업원리 도입에 적극적인 한국의 교육정책이었던가 봅니다. 교원평가제는 한국이 앞서 도입한 정책이죠. 한국의 자립형학교 정책은 미국의 차터스쿨로부터 배워온 것이죠. 교육에 기업원리의 도입하는 정책을 서로 배우며 고무하는 한국과 미국이기에 시카고 교사 노동자들의 파업이 남의 일로만 느껴지진 않습니다.

곧 있으면 '오큐파이 월스트리트' 운동이 시작된지 1년이 됩니다. 시카고 교사 노동자들의 파업은 오큐파이 운동의 가장 성대한 기념식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참고한 기사
[참세상] 미국 교사 3만 명 파업 … 보수 양당 체제에 물음표
[프레시안] 시카고 교사 25년만의 총파업, 그 '불편한 진실'
[한겨레] 시카고 교사 25년만에 파업 … 오바마 재선 발목 잡나
[Occupied Chicago Tribune] Seeing Red: Chicago Teachers Elevate Anti-Privatization Fight to National Level
[WBEZ91.5] Veteran teachers out at Social Justice High School

Posted by 때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