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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조계사에서 만난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왼쪽)과 최연혜 코레일 사장. [한겨레]

"기관사는 오히려 파업인원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 계속 탄압하려 하면
더 강도 높은 투쟁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으며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백성곤 철도노조 홍보팀장, 경향신문 12월 26일 6면

28일 시위에 대한 호응이 확산되면서 우파는 조금씩 분열되고 있다. 지만원이 박근혜를 버렸다는 주장이야 웃고 넘어갈 수 있지만 조선일보의 불만은 허투로 다룰 것은 아니다. 정부가 한사코 "민영화는 아니다"고 거짓부렁을 늘어놓자 조선일보는 "민영화는 안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다 보니 정부가 뭔가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려다가 물러선 게 아닌가 하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며 정부의 태도에 불만을 드러냈다. "정부가 노조 기세에 밀려 '민영화는 아니다'고 변명하는 사이 앞으로 공기업 민영화는 입도 뻥긋 못하게 돼 버렸다"는 것이다(조선일보 12월 24일 A35).

그렇다고 박근혜 정부가 탄압의 고삐를 놓지는 않을 것 같다. 해프닝으로 끝나버렸지만 전교조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은 그 단초를 보여준다. 22일 진압작전의 무능력을 확인하고도 경찰은 당당하다. 정부와 경찰은 21일이 아닌 22일 일요일 진압작전을 실시함으로써 정부의 권위와 힘을 월요일 아침 언론을 통해서 스펙타클하게 보여주고자 했다. 이러한 시도, 즉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는 노력은 28일에도 다시 한 번 재개될 듯싶다. 왜냐면 경제의 회생이 아득한 상황에서 부르주아들이 양보할 여유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부 정책의 후퇴 혹은 임금인상, 노동조건의 개선 그 어떤 것에도 저들의 양보는 치명적 후퇴가 될 뿐이다. 조계사를 찾아 박태만 수석부위원장을 만난 최연혜 코레일 사장의 마뜩찮은 표정에서 양보는 전혀 없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최연혜 사장이 수석부위원장과 만난 지 30여 분 만에 현오석 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는 "정부는 투쟁에 밀려서 국민 혈세를 낭비시키는 협상은 결코 하지 않겠다"며 "타협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한겨레). 강경책은 우파가 잡은 유일한, 하지만 썪었을 가능성이 높은 동아줄이다.

그럼 이런 정부와의 대치를 철도노조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대중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철도노조와 박근혜 정부의 대리전 양상은 계속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경찰의 강공에 총파업을 선언했지만 이것이 실질적인 총파업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의문이다. 철도노조의 상황도 어렵다.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에도 불구하고 산개투쟁을 펼치고 있기에 노조 지도부는 조합원과 분리돼 고립돼 있다. 산개투쟁은 조합원이 투쟁의 자신감을 지도부에 전달하는 걸 쉽지 않게 만든다. 한편 이러한 거리는 조합원이 지도부를 투쟁의 대열 속에 통제하는 걸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투쟁하는 평조합원과 분리된 노조 지도부는 조합원의 단결된 힘보다는 정치권ㆍ시민단체ㆍ종교계 등의 '중재'에 더 매력을 느끼기 쉽다. 수석부위원장이 조계사에 들어가 얼굴을 드러내고 26일 전격적으로 최연혜 사장과 만나게 된 것은 정부와의 대리전에 대한 부담감의 표현일 수 있다. 22일 경찰이 민주노총을 침탈한 후 사라졌던 김명환 위원장이 26일 저녁 다시 민주노총 사무실에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도 이런 불안감을 크게 한다. 한 번 침탈한 사무실을 다시 또 침탈하지 않을까. 결국 시민ㆍ사회 단체 또는 종교계가 어떤 '중재안'을 내놓았고 이 때문에 흔들리는 것은 아닐까? 물론 아직까지는 정부의 강경한 입장 때문에 중재안이 쉽게 제시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연합뉴스). 노조 지도부도 아직까지는 파업을 계속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명환 위원장은 26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파업은 멈추지 않는다. 우리 요구는 변함이 없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시도된 민영화에 반대하며 우리에겐 일종의 신념이 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엔 시민들도 지지하고, 예전처럼 돌만 던지진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한겨레). 김 위원장은 27일 오전 어떤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겨레나 경향은 모종의 타협이 가능한 것처럼 말한다. 그런데 이 경우 타협은 패배일 뿐이다. 2004년 철도파업 당시 공사화는 정부와 노조가 한발씩 양보한 것처럼 비췄지만 결국 민영화를 위한 정부의 일보 전진이었고 우리에겐 일보 후퇴였다. 현재 철도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수서발 KTX운영법인 설립 결정 철회 ▲수서발 KTX 운영법인 면허 발급 중단 ▲국회 교통위 산하에 철도발전을 위한 소위 구성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 ▲고소고발과 직위해제 등 노조탄압 중단 다섯 항에서 앞의 두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뒤의 세 요구가 100% 이뤄진다고 해도 우리에겐 명백한 후퇴가 될 것이다.

결국 적당한 타협은 우파에게 진열을 재정비할 여유를 주고 우리의 기세는 꺾는 악수가 될 수 있다. 투쟁ㆍ파업이라는 것은 노조 지도부가 원할 때면 언제나 불을 지필 수 있는 라이터가 아니다. 백성곤 철도노조 홍보팀장의 말대로 "더 강도 높은 투쟁으로 전환"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박근혜에게 배워야 한다.

"적당히 타협하면 미래 없다."

※2013년 12월 27일 오전 9시30분 수정

철도 노사는 26일 오후 4시30분부터 27일 오전 8시까지 실무교섭을 진행했다. 노조는 위에 제시한 다섯 개 요구 중 첫째 요구를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철도노조의 실무교섭 보고에 의하면 노조 측 요구안은 이렇다.

①철도노사는 국민의 철도민영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한다는 것에 인식을 같이한다.
②이를 위해 수서고속철도 면허 발급을 중단하고, 철도산업의 공공적 발전방안 마련을 위하여 노사민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한다.
③철도산업의 공공적 발전방안 마련을 위하여 국회 국토교통위 산하에 소위원회 설치를 촉구한다.
④금번 파업과 관련하여 고소고발 등을 취하한다.
[12/26 보고] 노사 실무교섭 보고, 정책실

요구 ①은 의미 없는 수사에 불과하다. 핵심은 ②와 ③이다. 여기에 수서발KTX 운영법인 설립 결정 취소 요구는 빠져있다. ②의 요구는 현재의 상태, 면허 발급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를 유지한 채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해 합의안을 도출하자는 것이다.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도 27일 오전 "정부가 수서발KTX 법인 면허 발급을 중단하고 철도 발전방안에 대해 사회적 논의에 나서겠다면 우리도 파업을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연합뉴스). 이것은 현 상태의 유지를 요구하는 것 뿐이다. 파업이 19일 째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요구안은 명백한 후퇴다. 정부와 코레일이 마음먹는다면 이런 정도는 일단 받아들일 수도 있다. 눈치 보다가 잠잠해질 때 법인 설립 면허를 발급할 수 있다. 이른바 사회적 논의기구가 반발할 수 있지만 일단 설립돼 운영이 시작되면 투쟁의 동력을 현재 만큼 끌어내기는 쉽지 않다. 즉 정부가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요령이 있다면 욕 한 번 먹고 얼마든지 자신의 뜻을 강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측은 여전히 강경하다. 정확히는 정부의 뜻일 게다. 코레일 측 안은 이미 이사회에서 설립 결정돼 면허 발급을 앞두고 있는 수서발KTX 자회사를 기정 사실로 전제하고 있다. "수서고속철도주식회사의 공공성 확보방안과 철도산업발전방안은 노사민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 기구를 구성한다"는 것은 수사에 불과하다. 경쟁 체제 도입은 불가피한 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할 뿐 아니라 사적 기업의 원리를 공기업에 강제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성 확보'를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꼼수일 뿐이다.

Posted by 때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