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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 40주년] 1968 희망의 시절, 분노의 나날|타리크 알리ㆍ수잔 왓킨스 본문

[1968 40주년] 1968 희망의 시절, 분노의 나날|타리크 알리ㆍ수잔 왓킨스

때때로 2008. 8. 26. 11:02

<2008년 3월 9일 작성> 가련한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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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5월의 파리

록음악과 LSD, 베트남 전쟁, 히피, 비틀스, 바리케이트, 파업, 마오, 체 게바라, 폭동 진압 경찰.... 1968에 대한 수 많은 단어들. 이 모든 것들이 벌써 40년이나 지난 얘기네요.

다음달 4일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살해당한지 40년이 되는 날이죠. 그 뜻을 기려보고자 세 권의 책을 정해 한권씩 소개하려 맘 먹고 진지하게 글을 써보려고 했습니다만... 역시나 부족한 필력에 그저 간단히 소개하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첫 번째 책은 바로 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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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 희망의 시절, 분노의 나날   타리크 알리ㆍ수잔 왓킨스 지음|삼인


"1968년은 그해를 살았던 사람들에겐 그들의 정치적 지향이 어떠했든 간에 결코 잊지 못할 한 해였다. 1968년은 전세계의 모든 세대에게 흔적을 남긴 해였다. '세계화'(globalization)라는 말이 자유 시장 체제의 정치 문화에서 애용되는 단어가 되기 오래 전에 1968년의 사건들은 인간 조건을 변화시키려는 투쟁의 한 부분인 정치적 급진주의를 세계화한 바 있다. 1968년은 희망의 해였다. 그때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인정했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유산을 박탈당했다고 느낀 사람들이었다. 지구상의 가련한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이 그들의 유산을 되찾기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은 1968년 한 해동안의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1968로 대표되는 사건은 짧게는 70년대 중반까지, 길게는 90년대 초반까지 세계적 상황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죠. 그 운동의 물결과 함께 성장한 사람들은 이미 자신들이 저항했던 사람들의 위치에 올라있기도 하죠. 대표적인 인물이 룰라 이전의 브라질 대통령으로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로의 체질 변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했던 까르도수는 1968년 당시에는 <뉴 레프트 리뷰>지에 종속이론을 발표했던 사람이었죠. 지금은 미국의 대통령에 도전하고 있는 힐러리는 당시 학생회 회장으로 운동의 중심에 있기도 했죠.

이 책은 단순히 '객관적 사실'의 서술에만 머물고자 하지만은 않습니다. 저자 스스로가 당시 급진화된 학생 운동의 중요 지도자적 위치에 있었고 당시의 이상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가 이 책을 쓰던 1998년은 30년전 이상주의적 급진주의는 지상에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 듯 했기에 그의 급진주의적 언사는 대체로 조심스럽게 이뤄지곤 있습니다. 물론 그가 이 책을 쓰고 1년 후, 사라진 듯 보였던 정치적 급진주의는 제국의 심장부 미국 시애틀에서 극적으로 부활합니다.

이 책은 1968년 1월 베트남에서 민족해방전선(NLF)의 구정공세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2월, 3월로 이어지는 사건들은 미국과 프랑스, 독일의 선진 산업국가들은 물론 파키스탄, 브라질, 일본, 중국, 포르투갈 등을 거쳐 반란의 목소리를 전세계로 확산시킵니다. 월별로 구성된 책은 무엇보다 당시 실제로 있었던 사건들에 집중합니다. 당시 'Black Dwarf'라는 좌파 신문을 발행했었던 저자 타리크 알리는 40여년 전(이 책이 쓰여졌던 때로부턴 30여년 전)의 이야기를 마치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전합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실제 사건들을 통해 일관된 하나의 의견을 전하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은 사건 자체의 파편성 때문에 그리 효과적으로 이뤄지지는 않은 듯도 싶습니다. 신화의 경지에 다다른 역사를 하나의 일관된 체계와 개념으로 설명하고자 할 때 흔히 할 수 있는 또다른 전설 만들기의 실수는 피했다고 보여지지만 그 이전과 이후의 사건과의 연관성 속에서 1968년의 사건들을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1968년의 사건들 자체에 기초가 없는 분들에게 이 만한 책도 없을 듯 합니다. 물론 정치적 급진주의가 불편하신 분들에겐 여전히 이 책은 과거의 불안했던 기억들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할겁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이 책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소개를 마칠까 합니다.

"우리가 우리의 집단적 자아(collective self)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전망에 쏟아부을 수 있었을 때 우리는 행복했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세계의 억압받는 사람들, 다시 말해 모든 사람을 위해 그럴 수 있었을 때말이다. 우리는 그러한 희망을 통해 무엇을 먼저 해야 할 것인지를 결정했다. 우리의 행복은 달콤한 행복이나 황홀경(어느 곳에나 있는 황홀경, 그리고 많은 장소들이 마리화나의 향기가 가득 찬 상태에 있는 황홀경)이 아니라 인간의 대의를 향상시킬 수 있다면 위험을 무릅쓰거나 자기 자신의 삶도 희생할 수 있는 행복이다. 이러한 느낌은 영국에서는 거의 표출되지 않았지만, 유럽 대부분의 나라와 사악한 제국의 중심 권력인 미국에서는 강렬했다."


※ 이 책의 원제는 '1968: Marching in the Street'입니다. 번역한 제목이 더 좋은 몇 안되는 책으로 이 책을 꼽습니다.

영화 'Across The Universe' 중 'Come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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