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지 못한…

혁명, 모든 시대를 관통하는 이상 본문

혁명, 모든 시대를 관통하는 이상

때때로 2009. 1. 30. 10:02

프레시안북에서 나온 Revolutions 시리즈입니다. 우선 책들을 보시죠.(책 사진은 알라딘에서 슬쩍 했습니다^^)

Revolutions 01 마오쩌둥 : 실천론ㆍ모순론


Revolutions 02 로베스피에르 : 덕치와 공포정치


Revolutions 03 호치민 : 식민주의를 타도하라


Revolutions 04 예수 : 가스펠


Revolutions 05 트로츠키 : 테러리즘과 공포정치


신영복 교수는 발간의 글에서 "혁명이란 무엇이었으며 오늘의 혁명은 무엇이야 하는가에 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혁명은 모든 시대를 관통하는 이상"이기 때문이죠. 프레시안북은 역사적인 혁명가들과 현대의 실천적 지식인(슬라보예 지젝을 실천적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의 대화(?)를 통해 이를 시도하고자 하는 듯 합니다.

이 시리즈의 첫번째 분량 다섯 권은 마오쩌둥, 로베스피에르, 호치민, 예수, 트로츠키의 저서에 지젝, 월든 벨로, 테리 이글턴 등이 쓴 장문의 서문을 덧붙여 내놓았습니다.

이중 두번 째 '로베스피에르 : 덕치와 공포정치' 다섯번 째 '트로츠키 : 테러리즘과 공산주의'를 구입했죠. 이 두 책은 혁명의 내전기에 혁명정부를 지키기 위한 공포정치에 대한 적극적인 방어를 위해 쓰여진 글들입니다. 지난해 촛불시위를 거치며 시위대의 무장에 대한 이러저러한 논란이 있었죠. 최근 경찰의 강경 진압에 투석전으로 대응하기도 했고 이는 여전히 시위대 내부의 가장 큰 논쟁거리 중 하나입니다. 사카이 다카시의 '폭력의 철학'과 함께 이 책은 저항 운동에서 폭력에 대해 깊이 고민할 기회를 제공해줄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로베스피에르의 책은 가뜩이나 프랑스 혁명사 관련 책이 부족한 한국의 상황에서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 같습니다. 특히 로베스피에르가 직접 쓴 글을 읽을 수 있다니. 사실 기대도 못했던 상황입니다.

구입 여부를 두고 괴롭게 고민하고 있는건 시리즈의 네번 째 책인 '예수 : 가스펠'입니다. 테리 이글턴이 쓴 서문 때문에라도 구입하고 싶지만 대충 보니 대한성서공회가 발간한 성경을 그대로 옮겼더라고요. 마태, 마가, 누가, 요한복음을요. 근데 사실 이게 웃긴게 저자를 '예수'라고 해놨다는 겁니다. 신약의 저자는 예수의 제자들이죠. 그래서 그 제자들의 이름까지 붙은 건데 이걸 저자가 예수라고 했다니. 물론 일반적으로 구할 수 있는 성경보다야 글자 크기도 크고 여러모로 읽기가 편하게 만들어지긴 했지만 똑같은 성서를 테리 이글턴의 서문이 달렸단 이유로 사야된다는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어요.

아이슬란드 정부의 붕괴, 그리스와 불가리아의 청년 반란, 프랑스의 총파업, 그리고 한국의 촛불. 다양한 징후는 지금의 시기가 다시 한 번 격변을 앞두고 있다고 말하는 듯 합니다. 물론 그 '격변'이 '혁명'일 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제가 바라는 더 좋은 세계가 그저 자동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진실만 되새길 뿐입니다. 신영복 선생이 쓴 발간사의 마지막 부분을 옮기며 오늘의 책 소개는 마치겠습니다.

오늘날처럼 '포스트'와 해체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도도한 흐름 속에서 혁명을 호출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하물며 그것을 오늘 우리의 삶과 정서 속에 생환하기란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명이 근본에 있어서 탈주의 욕망이며 우리들 스스로가 세상으로 다가가는 참여의 지점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더구나 우리의 삶은 그릇에 담긴 물이 아니라 흐르는 강물이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굴절하는 사건 그 자체이다. 따라서 혁명에 대한 올바른 독법은 거대담론의 극적 도식을 해체하고 그 속에 묻혀 있는 인간의 진정성에 접속하는 일이다. 그것은 현실의 건너편을 사고하는 일이며 공고한 현실의 벽과 어둠을 넘어 별을 바라보는 성찰이기도 하다. 그리고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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