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11

« 2019/11 »

  •  
  •  
  •  
  •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2009.03.17 13:23

경제학 책 두 권 2009.03.17 13:23

최근 경제학 책 두 권을 읽었습니다. 300쪽이 조금 넘는 얇은 책입니다. 한 권 읽는데 일주일씩 걸렸네요. 사실 사흘 정도면 충분히 읽을 분량인데 문제는 항상 술자리입니다. 술자리를 하루 가지면 당일에 책을 못읽는 것 뿐만 아니라 다음날도 그 여파로 책에 집중하기 어렵죠.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며 미루다 보면 결국 일주일이나 걸려서 겨우 한 권을 읽는 수준인 것 같네요.

일주일에 한 권씩 읽어도 일년에 50여권 남짓밖에 못 읽는 것 생각하면 좀더 분발해야 하지만 실상 좀 두꺼운 책을 집어들다 보면 결국 50권 읽기도 벅찹니다. 그래도 작년부턴 대체적으로 일주일에 한 권은 읽고 있다는 데 만족하고 있습니다.

첫번째 책은 로버트 하일브로너와 레스터 서로가 쓴 '경제학은 무엇을 말할 수 있고 무엇을 말할 수 없는가'입니다. 이 책을 구입하고 게시판에 쓴 글에서 이 제목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았었죠. 읽은 후엔 그 편집자에 대한 제 불평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이 제목은 이 책의 핵심을 거의 정확히 짚어내고 있습니다.

최근에 '경제학 제국주의'라는 말이 있더군요. 경제학, 정확하게는 주류 경제학적 판단이 인접 인문사회학적 판단을 압도 하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죠. 대학 시절 경제학원론을 딱 한 번 들어본 적 있습니다. 비전공자를 위한 교양과목 성격이 짙은 강의여서 고등학교 수준하고 그리 차이가 많진 않아 어렵진 않더군요. 나름 학점을 얻어보려고 신청한 과목이라 충분히 만족했고 예상처럼 중간고사 성적도 잘 나왔었죠. 그런데 결국 중간고사 후 교수하고 대판 싸우고 수업을 안들어가서 결국 F가 나와버리고 말았습니다. 교수와 싸운 내용은 모두 잊었지만 지금에 와서 '경제학 제국주의'라 불리는 문제와 비슷한 것이 핵심이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경제학이 인간 사회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제가 받아들이기에) 터무니없는 자신감은 정말 참아줄 수가 없더군요. 더구나 인간의 가치 판단을 배제할 수 있는 데서 경제학의 과학성을 입증하고자 하는 그의 주장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그 후 경제학(주류 경제학) 공부는 완전히 포기해버렸죠.

하일브로너의 책을 제가 좀더 읽찍 읽었더라면 경제학을 좀더 좋아하게 됐을 것 같습니다. 대개의 경제학 교과서가 그렇듯 이 책도 경제학사부터 시작해서 거시경제-미시경제의 순을 거쳐 경제학을 설명합니다. 이번에 나온 책이 특별한 것은 최근의 경제, 시장 근본주의의 확산과 디지털 혁명의 영향을 설명하려 시도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책은 그 앞부분만으로도 훌륭합니다. 동구권의 현실 사회주의 국가들이 몰락한 후 주류 경제학 교과서에서 마르크스에 대한 설명(비판)이 빠져버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여전히 경제학사의 핵심 학자로 스미스ㆍ케인즈와 더불어 마르크스를 들고 있습니다. 거시경제와 미시경제쪽에 들어가면 이 책의 장점은 더욱 빛납니다. 입문서에 필요없는 그래프와 수식을 빼버렸다는 사소한(하지만 중요한) 장점은 물론이고 가난과 실업, 시장의 실패와 국가의 개입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인간사회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각은 차갑게만 느껴졌던 경제학 전반에서 유독 돋보이는 장점일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가 무조건적인 국가개입 찬성론자는 아닙니다. 주류 내에서 비주류이긴 하지만 그도 결국 시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건 부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경제학자들이 시장이 실패할지라도 그 실패 자체의 치유도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방임'에 손을 들어줬다면 그는 시장의 실패에 때론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는 점(물론 방법적 고민은 더 필요하지만)을 강조합니다. 왜냐면 인간 사회는 경제적 동물들의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죠. GDP 수치에는 계층(또는 계급)으로 나뉘어 있는 구체적 인간사회의 고통이 표시돼지 않습니다. FTA를 체결하면 나라 전체로는 GDP가 올라갈 수 있지만 특정 계층(한국적 상황에서 특히 농민)의 삶은 더 피폐해지죠. 결국 누군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FTA를 체결할지 말아야 할지는 '과학적'인 경제학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판단의 문제가 되는 것이죠.

전 이 책의 제목을 '경제학 할 말 못할 말'이라고 줄여서 부르고 있습니다. 전 경제학자들이 할 수 있는 말과 할 수 없는 말을 구분하는 걸 먼저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그 시작으로, 이미 경제학에 대한 훌륭한 지식을 지녔겠지만 대학의 여러 경제학 교수님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습니다.

두번째 책은 류동민의 '프로메테우스의 경제학'입니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 대한 책이죠. 입문서로선 드물게도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 법칙(이윤율저하경향의 법칙 : TRPF)에 대한 논쟁, 전형(가치의 가격으로의 전형) 논쟁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경험적 사실들에 기반한 설명으로 어려운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줍니다. 특히 개인적 경험이 많이 담겨 있어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 대한 수필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는 이 책의 단점이기도 합니다. 제게는 이러한 서술 방식이 오히려 혼란스럽게 느껴지더군요. 이것은 입문서에 있어서 '교과서'적 서술 방식을 선호하는 제 개인적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읽는 내내 입안이 깔끄러웠던 것은 외래어 표기의 문제입니다. 중국어와 몇몇 예외를 제외하곤 된소리로 표기하는 건 말이 안된다는 입장입니다. 게다가 찾아보기가 빠진 것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오탈자 정도가 아니라 후주 하나가 탈락한 건 더 큰 문제죠.(13장의 본문엔 11번 주석이 표기돼 있지만 후주에선 11번이 없습니다.) 물론 이건 출판사 편집자의 문제죠. 구입하면서 많이 기대했었는 데 약간 실망스런 책이 됐네요.

Posted by 때때로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