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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휩커|남산

한겨레 창간 20돌을 맞아 7월 4일부터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매그넘 코리아' 사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매그넘 사진가 20명이 지난 1년간 한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을 전시하고 있는 거죠.

브레송과 카파의 뒤를 잇는 사진가들이 찍은 한국은 어떨까? 이런 궁금증에 지난 토요일(12일)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습니다.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었죠. 전시는 작가전과 주제전으로 나뉘어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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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앨런 하비|제주도 우도

역광과 유리의 반사를 이용한 아뤼 그뤼에르, 무채색의 유화적 느낌이 강했던 게오르기 핀카소프의 사진들은 분명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안겨줬습니다. 멀리 보이는 남산을 콘크리트 구조물의 프레임으로 감싼 토마스 휩커의 사진도 남산을 새롭게 바라보게 해줬죠. 그 느낌은 아마도 서울을 하늘에서 바라본 느낌이었을 겁니다. 잿빛 콘크리트 덩이들에 둘러쌓인 작은 섬의 처량함 그것을 날카롭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임신한 한 여성이 바다와 등대를 배경으로 관광 표지판 옆에 서있는 데이비드 앨런 하비의 사진은 깊이 있는 유머를 머금고 있었습니다. 그 관광 표지판에 그려진(또는 찍혀있는) 잠수정의 둥근 창을 통해 바다를 바라보며 즐거워하는 아이의 모습은 마치 그녀의 뱃속에서 자라고 있을 태아를 연상케 했죠. 불교에 대한 조예가 깊은 스티브 매커리가 찍은 스님의 모습은 선을 향한 정진의 길에 대한 남다른 울림을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특히 알렉스 웹이 삼성생명 본관 앞에서 찍은 사진은 이번 전시회 전체에서 가장 한국에 대한 이해가 깊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삼성생명 앞에서 인도와 삼성 사유지의 경계를 나누고 있는 철제 구조물 사이로 세 남성이 서로 엇갈려서 다른 방향을 향해 움직이거나 응시하고 있습니다. 그 세 남자를 건물에 걸린 거대한 간판에 그려진 '눈'이 바라보고 있죠. 점점 더 빅브러더의 모습이 되가고 있는 삼성의 모습을 이보다 더 잘 잡아내진 못하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만날 그 앞을 지나다니면서 어떻게 하면 삼성의 본질을 담아낼 수 있을까 고민하지만 이런 사진이 가능하리라곤 생각지 못했었습니다. 제가 이번 전시회에서 거둔 가장 큰 수확이죠.

하지만 딱 거기까지. 아쉽게도 전시장 벽을 가득 채운 사진들 속에 한국은 관광객이 찍은 사진 이상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거장들답게 그들 특유의 시선과 노하우로 잡아낸 한국의 곳곳은 흥미롭긴 했습니다. 하지만 몇몇 사진클럽 아마츄어 사진가들의 잘 찍은 사진 이상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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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매커리|충남 보령

특히 리즈 사르파티가 한국의 골목들을 배경으로 찍은 여인들의 사진은 그가 과연 한국이라는 배경과 한국 여인이라는 대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찍었는가 의문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정도의 사진이라면 당장 인터넷만 봐도 무수히 많이 찾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스티브 매커리가 보령에서 촬영한 여성의 포트레이트는 사람을 더 불편하게 만듭니다. 아마도 그것은 유색인종, 원주민에 대한 내셔널지오그래픽적, 백인적 시각 때문인 것 같네요. 마틴 파의 사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인 관광객들의 '특이한 모습'만 담았을 뿐 그로부터 한국적인 것에 대한 어떤 '통찰'을 발견하긴 어려웠습니다.

아마도 그들이 한국을 이해하기엔 한국에서 보낸 시간이 너무 짧았던 듯 싶습니다. 거장이라 불리긴 하지만 겨우 몇 일에서 몇 주일을 한국에서 머물렀던 이들에게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은 무리일 듯도 싶습니다.

하지만 더 아쉽게 했던 건 전시의 구성과 사진의 위치, 조명의 밝기와 위치 때문입니다. 작가전의 경우엔 그런대로 봐줄만 했습니다. 물론 강한 조명으로 인해 사진이 들어있는 유리 액자에 빛이 반사대곤 해서 거슬리긴 했지만요. 특히 주제전으로 가면서는 (부족한 공간 탓도 있겠지만) 적게는 수 장에서 많게는 수 십장의 작은 사진들을 여백도 없이 붙여놔 사진을 파악하기 힘들게 전시해놓았습니다. 또 맨 위에 전시된 사진은 조명을 바로 받아 거의 어떤 사진인지 파악하기 힘들었고, 아래쪽은 사진을 너무 낮게까지 걸어놔서 주저앉지 않고서는 제대로 보기 힘들었습니다. 주제의 구성도 그렇습니다. 특히 '사랑과 결혼'이란 주제들로 묶인 사진들은 절반 정도가 드레스 카페에 놀러온 여성들의 사진들로 채워졌더군요. 그들이 레즈비언 커플이었다면 제가 잘못 판단한 것일 수 있겠지만, 그 사진들이 결코 '사랑'에 관한 사진들로는 안보이더군요. '우정'도 '사랑'에 포함된다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요. 도대체 큐레이터는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전시를 해놨는지 모르겠네요.

이래저래 아쉬운 점이 많은 사진전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분명 매그넘의 사진가들이 한국을 담을 일이 그리 자주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이해는 아직 그 수준이 많이 낮죠. 거장들로부터 시작해서 한국을 그 안에서 바라볼 기회를, 그리고 우리에겐 타인의 시선으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를 줬다는 점에서 한겨레의 이번 사진전은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겁니다. 전시는 8월 24일까지 열립니다. 불평을 많이 늘어놓긴 했어도 충분히 좋은 사진전이니 많은 분들이 가서 직접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때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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