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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분노의 날' 예멘의 수도 사나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한 남성이 1일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향신문, 사나=AP연합뉴스]


2006년 여름 쌍용자동차 파업 이후 자살한 이가 14명이 됐습니다. 신차를 발표하며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는 쌍용자동차. 하지만 해고자와 무급휴직자에겐 고통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쌍용자동차만의 문제는 아니죠. 지난해 한겨레 보도에 의하면 인구 10만명 당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2001년 14.4명에서 2009년 31명으로 급격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고통스러운 현실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셋값과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평범한 노동자의 삶을 무섭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구제역 사태는 가뜩이나 위기에 몰려있던 (축산)농민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죠. 우리는 이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벼랑 끝 삶' 쌍용차 해고자 또…, 경향신문(링크)
쌍용차 또 자살… "생활고 우울증 심해", 경향신문(링크)
자살률 '무서운 상승곡선', 한겨레(링크)
"5000원짜리 한 장으로 점심도 못 먹는 세상", 프레시안(링크)


세계화된 경제와 2008년의  금융위기로 고통받던 또다른 인민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야만적 왕정과 군부독재라는 이중의 고통을 겪어야만 했죠. 이들 중동 인민이 저항에 나선지 두 달. 리비아에서는 결정적인 전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하지 않습니다. 카다피는 자신의 통제 하에 있는 공군을 이용해 저항세력이 차지한 도시에 대한 반격을 시도했습니다. 물론 다행이 카다피의 시도는 격퇴되었다고 합니다. 카다피와 저항세력은 불안정한 균형 상태에 놓여있는 듯 합니다.

과거의 모든 정치적 격변에서 관찰할 수 있듯 이러한 균형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누가 먼저 이러한 상황을 탈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느냐가 문제겠죠. 제가 보기에 관건은 저항세력에게 있습니다. 우선 저항세력은 내부적으로 매우 불균등한 요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카다피 정권 하에서 리비아의 구체제를 옹호하는 역할을 했던, 저항의 초기까지만 하더라도 카다피 편에 섰던 자들이 저항세력의 대표자들 중 하나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압델 자릴 전 법무부 장관이 그 대표일 것입니다. 이미 여러 곳에서 자릴 전 장관과 현 저항세력과의 불협화음이 들려옵니다. 자릴은 해방된 뱅가지시에서 자신이 과도정부를 구성했다고 발표했었지만 국민위원회의 대변인은 이를 부정했죠. 구체제의 일부를 청산하지 않은 해방이라는게 얼마나 불안정한지는 우리나라의 역사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역사와 또 하나의 측면에서 연결되는 것이 있습니다. 외세의 군사적 개입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학살'에 대한 소식에 분노하며 카다피에 대한 군사적 징치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군사적 개입이 리비아 혁명의 올바른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혁명의 초창기, 저항세력이 아직 승기를 잡지 못해 곳곳에서 카다피의 잔혹한 공격위협에 처했을 때는 왜 군사적 개입에 대한 얘기가 없었을까를 우린 물어야 합니다. 오히려 리비아의 대다수 지역이 저항세력의 손에 넘어가고, 이를 위해 인민 스스로 무장한 시점에서 미국과 유럽은 리비아에 대한 개입을 천명하고 실제적인 행동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미군은 28일 공식적으로 해군 함정과 공군기를 리비아 인근으로 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소식에 의하면 미군 특수부대원들이 벵가지시 등의 지역에 이미 투입(US Special Forces Arrive In Libya, 링크)됐다고 합니다.

미, 해·공군 전력 리비아 근접 배치, 경향신문(링크)
서방, 리비아 군사 개입 목적은 구질서 회복, 문이얼, 레디앙(링크)


문이얼은 리비아가 중요한 석유 생산국이라는 점, 특히 지난 몇년 간 다국적 석유회사들의 리비아 진출이 확대됐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여기에 카다피의 강경 대응으로 인해 저항세력 스스로 무장하기 시작했다는 것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카다피가 서방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중요한 석유시설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가고, 무장한 리비아 민중들이 이러한 시설을 통제하기 시작한 것은 서방에겐 엄청난 압박일 수 밖에 없다. 카다피가 무너진 이후가 더 걱정이라는 서방의 우려는 사실 이런 시설들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순순히 따르지 않는 세력에게 돌아갈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 생략 …) '인디펜던트'지 2월 27일자에 따르면, 영국 [석유] 업계는 겉으로는 독재정권을 용인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카다피의 몰락으로 2000년대 들어 지속되는 양국간 교역 확대기조의 역행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방, 리비아 군사 개입 목적은 구질서 회복', 문이얼, 레디앙

미국을 위시한 유럽의 개입 움직임을 보며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국제사회는 리비아 국민들의 안녕보다 현지 석유 가치에 대해 더 우려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죠. 독재와 학살의 소식에 가만히 손놓고 있기는 어렵습니다. 나치의 유태인 학살은 제국주의 국가의 전쟁에 반대했던 수 많은 사회주의자들까지도 자진해서 군대에 가게끔 만들었었죠(하워드 진이 바로 그랬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국가', 그것이 현 세계체제의 유지에 핵심적 이해관계를 지닌 미국의 '군사적' 개입이 '인도주의적' 목적으로만 제한될 수 있다거나, 최소한의 '인도주의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은 환상일 뿐입니다. 발칸반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수단 등에 대한 미국(과 유엔)의 군사적 개입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만 만들었습니다. 더 많은 희생을 가져왔을 뿐이죠. 더 안좋은 것은 해당 지역 내의 자발적인 민주화 의지, 능력, 평화를 향한 노력을 파괴해 왔다는 것이죠.

리비아는 이슬람 정체성이 강한 북아프리카 국가라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식민주의의 경험이 아직도 생생한 나라죠. 카다피가 여러 정치위기에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반제국주의적 수사 때문이었습니다. 미군의 개입은 반제국주의적 수사를 사용하는 구체제의 생존을 더욱 용이하게 할 것입니다(아프가니스탄에서 탈리반 세력이 다시 회복되고 있듯이).

아직 특정한 인물ㆍ세력을 지칭하진 않지만 미국 언론이 리비아에서 신뢰할 만한 인물로 꼽는 압델 자릴 전 법무부 장관은 구체제의 일부입니다. 미국의 개입은 잘해봤자 자릴 같은 자로 얼굴만 바꾼채 구체제를 유지하는 결과로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안타깝고, 조바심이 나더라도 우린 리비아 인민의, 무장한 저항세력의 힘을 믿어야 합니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아랍혁명은 북아프리카 지역에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막의 모래바람에 가려 잘 보이진 않지만 아라비아 반도에서도 민주화에 대한 열망은 분출하고 있습니다. 3월 1일 예멘에서는 32년간 장기 집권해온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습니다. 이 시위에는 전국적으로 수십만명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리비아와 비슷한 시기에 저항이 시작됐지만 이후 지배자들의 유화책으로 다른 길을 걷는 듯 보였던 바레인에서도 저항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도 오는 11일 대규모 시위를 호소하는 외침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홍해 건넌 민주화 불씨, 아라비아 반도서 '활활', 경향신문(링크)


주류 언론에서는 아랍혁명이 중국과 북한으로 확산될 것인가에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저도 당연히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중국과 북한에게만 해당되는 일일까 싶습니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소리 없이 죽어가는 우리의 동료ㆍ이웃을 돌아보게 됩니다. 날로 개방적으로 변해가는 경제환경에서 '경쟁력'을 못갖춘 이들은 패배자로 조용히 생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사람 뿐입니까. 구제역으로 이미 300만 마리가 넘는 돼지와 소가 생매장됐습니다. 당장 어떠한 행동이 아니더라도 대안에 대한 고민이 더욱 절실해지는 시점입니다.

p.s 읽어볼 만한 글 : 중동 봉기에 관한 다섯 가지 미신 Juan Cole|연구공간L 옮김

Posted by 때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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