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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변화는 어디에서 일어나는 것일까? 우선 화폐 그 자체로는 가치변화가 일어날 수 없다. 구매수단과 지불수단으로서 화폐는 상품의 가격을 실현할 뿐이다. 화폐를 유통에서 빼내어 쌓아놓는 것(퇴장)이 가치변화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도 자명하다.

자본으로서 화폐의 유통을 다시 살펴보자. 구매한 상품을 다시 판매하는 과정(C-M)에서도 가치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는 상품을 현물형태로부터 화폐형태로 재전환시키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치변화는 구매(M-C)한 상품에 의해서만 일어날 수 있다. 이 상품의 가치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구매 또한 오직 그 가치대로 지불되는 등가물끼리의 교한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 가치변화는 오직 그 상품의 현실적인 사용가치(使用價値)로부터, 다시 말해 그 상품의 소비(消費)로부터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한 상품의 소비로부터 그 가치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우리의 화폐소유자는 유통분야의 내부, 즉 시장에서 그것의 사용가치가 가치의 원천으로 되는 독특한 속성을 가진 상품[즉, 그것의 현실적 소비 그 자체가 노동의 대상화, 따라서 가치의 창조로 되는 그러한 상품]을 발견해야만 한다. 사실상 화폐소유자는 시장에서 이와 같은 특수한 상품을 발견하는데, 그것은 노동능력, 즉 노동력(勞動力: labour-power)이다."(218~219쪽)

화폐소유자가 노동력을 시장에서 상품으로 구매할 수 있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노동력의 소유자는 그것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서 자신의 노동력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어야 한다. 노예와 농노는 노예주와 봉건영주의 의지로부터 자유롭게 자신의 노동력을 시장에 내놓을 수 없다. 또한 노동력 소유자는 자신의 노동력을 오직 한정된 시간 동안만 판매해야 한다. 자신의 전 생애를 모두 판매하게 된다면 그는 더 이상 자유롭지 못한 노예 혹은 농노와 같은 상태에 처하게 될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노예적 강제 노동을 오직 일탈로서만 받아들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개별 자본가의 이해와 달리 보통 발전된 자본주의 국가의 정부는 노예적 강제 노동을 강력히 단속하려 한다).

노동력이 상품이 되기 위해서 필수적인 두 번째 조건은 노동력의 소유자가 그 자신을 시장에 상품으로 내놓는 방법 이외에 자신의 생활수단과 상품을 생산할 수단(생산수단)을 지니고 있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생활 유지 혹은 시장에 내놓을 상품의 생산을 위한 수단을 지닌 노동자는 그 자신의 노동력을 시장에 내놓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화폐가 자본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화폐소유자는 상품시장에서 자유로운(free) 노동자를 발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이중의 의미를 가진다. 즉, 노동자는 자유인(自由人: free individual)으로서 자기의 노동력을 자신의 상품으로 처분할 수 있다는 의미와, 다른 한편으로는 그는 노동력 이외에는 상품으로 판매할 다른 어떤 것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으며, 자기의 노동력의 실현에 필요한 일체의 물건(物件)을 가지고 있지 않다(free of)는 의미다."(221쪽)

자유로운 노동자가 시장에서 화폐소유자를 만나게 되는 사연은 뒤의 제8편 '이른바 시초축적'에서 다룰 것이다. 다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러한 관계는 자연사적 관계도 아니며 또한 역사상의 모든 시대에 공통된 사회적 관계도 아니다"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히 과거의 역사적 발전의 결과이며, 수많은 경제적 변혁의 산물이며, 과거의 수많은 사회적 생산구성체의 몰락의 산물이다"(221쪽).

분명히 어느 정도 발전한 사회적 분업을 기초로 한 상품의 생산과 유통은 다양한 경제적 사회구성체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자본은 오직 생산수단과 생활수단의 소유자가 시장에서 [자기 노동력의 판매자로서의] 자유로운 노동자(勞動者)를 발견하는 경우에만 발생한다"(222쪽). 따라서 이 조건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지배적인 새로운 세계사를 형성한다.

우리의 관심을 다시 노동력이라는 상품에 돌려보자. 이 상품도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가치를 지니고 그 가치는 "[다른 모든 상품의 가치와 마찬가지로] 이 특수한 상품의 생산과 재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에 의해 규정된다"(223쪽). 노동력은 노동자와 분리될 수 없는 것이므로 이 상품의 재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이라는 것은 결국 노동자가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생활수단의 가치로 계산된다.

노동자가 정상적인 건강상태를 유지해 다음날 다시 노동과정에 투입될 수 있기 위해 필요한 생활수단의 총량은 육체의 물리적인 한계에 의해서만 규정되진 않는다.

"그의 자연적 욕구는 한 나라의 기후나 기타 자연적 특성에 따라 다르다. 다른 한편, 이른바 필수적인 욕구의 범위나 그 충족 방식은 그 자체가 하나의 역사적 산물이며, 따라서 대체로 한 나라의 문화수준에 따라 결정되는데, 특히 자유로운 노동자 계급이 어떤 조건 하에서 또 어떤 관습과 기대를 가지고 형성되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므로 다른 상품들의 경우와는 달리 노동력의 가치규정에는 역사적 및 도덕적 【정신적】 요소(historical and moral element)가 포함된다. 그러나 일정한 시대의 일정한 나라에는 노동자들의 필요생활수단의 평균적 범위는 주어져 있다."(224쪽)

필요한 생활수단의 총량에는 또한 다음 세대의 노동자를 재생산하기 위한 생활수단들도 포함된다. 즉 출산과 육아를 위한 생활수단이 포함됨으로써 화폐소유자는 시장에서 노동력 판매자를 세대를 넘어 영원히 만날 수 있게 된다. 한편 작업의 숙련을 위한 교육 비용도 노동력 생산을 위해 지출되는 가치에 포함된다.

실제로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최저생계비(빈곤선)를 결정하는 데는 육체적 지속을 위한 상품들의 가격과 함께 출산과 육아ㆍ교육, 문명의 발전 정도가 반영된다. 한국의 경우 과거에 포함돼 있지 않던 통신비가 최근에는 필수적 항목으로 포함된다. 나라에 따라서는 적당한 문화생활(영화, 공연, 스포츠)을 위한 비용을 포함하기도 한다.

역사적 도덕적 조건과 함께 상품가치 변동은 노동력의 가치를 변화시킨다. 임금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갈등에서 물가가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한편 미국 노동자의 임금 1970년대 중반 이후 오르지 않았음에도 더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중국산의 싸구려 상품 덕이다. 대형 마트의 저가 상품은 저임금을 유지하기 위해 핵심적 역할을 한다.

노동력 상품은 구매와 동시에 사용가치가 실현되지 않는다. 노동력의 사용가치, 즉 노동은 일정한 시간에 걸쳐서 실현된다. 보통은 노동계약 후 일정한 기간 노동력을 발휘한 다음에 후불로 임금을 지불받는다.

우리는 지금까지 노동력이라는 독특한 상품의 구매와 판매에 대해 살펴봤다. 노동력 사용가치의 실현은 상품의 생산과정이며 잉여가치의 생산과정이다. 노동력의 소비는 다른 모든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유통의 밖에서 이뤄진다. 이제 우리는 마르크스를 따라 바로 그 현장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화폐소유자 및 노동력소유자와 함께 [모든 것이 표면에서 일어나고 또 누구의 눈에나 쉽게 띄는] 이 소란스러운 유통분야를 벗어나 이 두 사람을 따라 '관계자외 출입금지'라고 입구에 쓰인 은밀한 생산의 장소로 들어가 보도록 하자. 이곳에서 우리는 자본이 어떻게 생산하고 있는가 뿐 아니라 어떻게 자본 그 자체가 생산되고 있는가도 알게 될 것이다. 이윤창조의 비밀도 드디어 폭로되고 말 것이다."(230쪽)

우리가 이 비밀을 파헤치기 전, 있는 그대로 보이는 상품교환과 유통분야의 모습은 천부인권이 지켜지는 참다운 낙원처럼 비춰진다. 노동력의 구매자도 판매자도 자신의 의지에 의해 자유롭게 행동한다. 그들은 동등한 상품소유자로서 평등하게 등가물끼리 교환한다. 이 상품소유자들은 자신이 소유한 것에 대해서만 처분권을 지닌다. 따라서 각자 자신의 이익에만 관심을 지닌 이 모든 행동은 벤담의 공리주의가 설파하듯이 신의 섭리처럼 서로간의 이익, 사회 전체의 이익이 되는 일이 된다. 오직 상품의 유통과 교환의 영역에만 관심을 지닌 주류 경제학이 세상의 모든 것이 예정된 조화를 이뤄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으로 가득한 (따라서 위기와 파괴에 관심이 없거나 그것을 정상에서의 일탈로만 치부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다음 장부터 우리는 마르크스를 따라 생산영역에 따라 들어감으로써 가치와 잉여가치 생산의 비밀을 살펴볼 것이다. 우리가 가는 길에는 화폐소유자와 노동자가 앞서 가고 있다.

"이전의 화폐소유자는 자본가로서 앞장서 걸어가고, 노동력의 소유자는 그의 노동자로서 그 뒤를 따라간다. 전자는 거만하게 미소를 띠고 사업에 착수할 열의에 차 바삐 걸어가고, 후자는 자기 자신의 가죽을 시장에서 팔아버렸으므로 이제는 무두질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겁에 질려 주춤주춤 걸어가고 있다."(231쪽)

Posted by 때때로

"화폐소유자는 자본가로서 앞장서 걸어가고, 노동력의 소유자는 그의 노동자로서 그 뒤를 따라간다. 전자는 거만하게 미소를 띠고 사업에 착수할 열의에 차 바삐 걸어가고, 후자는 자기 자신의 가죽을 시장에서 팔아버렸으므로 이제는 무두질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겁에 질려 주춤주춤 걸어가고 있다."(자본론 1권, 김수행 옮김, 231쪽)

사람의 가죽으로 만든 옛 물건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신문에 가끔 실리곤 합니다(링크). 기사의 출처와 물건의 진위가 의심스럽긴 하죠. 의료기술의 발달로 신체의 일부(간ㆍ신장ㆍ혈액ㆍ안구 등)를 타인에게 기증하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우리의 윤리의식과 법에서는 허용되지 않지만 '거래'도 일부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그런데 왜 마르크스는 18세기 이전의 잔혹한 풍습을 연상시키는 비유("가죽을 시장에서 팔아버렸으므로 이제는 무두질만을 기다리는 사람")를 사용한 것일까요?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자는 노예와 다릅니다. 노예는 그의 모든 것이 주인에게 속합니다. 노동자는 자신의 신체와 정신 능력 일부를 자본가에게 판매할 뿐입니다. 따라서 시장에서 만난 노동력 판매자(노동자)와 노동력 구매자(자본가)는 법적으로 평등한 관계죠. 물론 현실에서는 근로계약서조차 제대로 안 만드는 경우가 많고, 만들어진 근로계약을 안 지키는 경우는 부지기수이긴 합니다.

"노동력의 소유자와 화폐소유자는 시장에서 만나 서로 대등한 상품 소유자로 관계를 맺는데, 그들의 차이점은 한 쪽은 판매자이고 다른 쪽은 구매자라는 점 뿐이고, 양쪽 모두 법률상으로는 평등한 사람들이다."(같은 책 219쪽)

그럼에도 마르크스는 사업에 대한 기대에 가득차 거만하게 앞서 걸어가는 자본가의 모습과 주춤대며 마지못해 끌려가는 노동자의 모습을 그립니다. 물론 이 자체는 먹고살기 위해 매일 아침 출근해야만 하는 노동자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법률적으로 공평하게 계약한 관계에서 구매한 노동력 상품의 소비는 다른 모든 상품의 구매자와 마찬가지로 자본가의 정당한 권리입니다. 노동력의 소비는 곧 자본이 지휘하는 노동과정입니다.

"노동자가 노동하는 시간은 자본가가 자신이 구매한 노동력을 소비하는 시간이다. 만약 노동자가 자본가의 처분에 맡긴 시간을 자기 자신을 위해 사용한다면 그는 자본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 된다."(같은 책 307쪽)

따라서 노동을 지휘하는 자본은 더 많은 일을 시키고자 하는 (그래서 더 많은 잉여노동을 짜내고자 하는) 강제적 힘으로 발전합니다. 효율적 업무를 위한 합리적 동선ㆍ과정을 만들어내는 것,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 연장노동은 기본입니다. 자본가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잉여노동을 뽑아내기 위해 출근 시간 전과 후에 조회ㆍ회의ㆍ교육을 강제합니다. 주말에도 다종 다양한 회사 행사에 동원하기 일쑤죠.

문제는 노동자가 판매한 노동력 상품이 노동자 그 자신과 분리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결국 자본가는 노동력 상품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에 대한 강제를 자신의 정당한 권리로 주장합니다. 법률적으로 공평한 근로계약을 맺고 그 계약이 잘 지켜진다고 해도 사정이 그리 달라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임금 노예'라는 비유가 적절해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죠.

"자본은 노동[즉, 활동중에 있는 노동력 또는 노동자 그 자체]을 지휘하는 데까지 발전했다. …… 더 나아가, 자본은 [노동자계급으로 하여금 노동자 자신의 좁은 범위의 욕망이 요구하는 것보다 더 많은 노동을 수행하게끔 하는] 강제적 관계로까지 발전했다. 그리고 [타인으로 하여금 일을 하도록 만들고, 잉여노동을 짜내며, 노동력을 착취하는] 자본은 그 정력과 탐욕과 능률 면에서 [직접적인 강제노동에 입각한] 종전의 모든 생산제도를 능가한다."(같은 책 416~417쪽)

결국 노동자는 장화를 만들기 위해 무두질 당하는 가죽처럼 생산과정에서 자본가의 처분만을 기다립니다. 그것은 그가 판매한 상품이 동물의 가죽처럼 자신의 인격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서구사회에서 인권의 발명은 더이상 사람 가죽으로 만든 책과 같은 잔혹한 물건과 풍습을 용납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노예 노동이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죠. 하지만 노동력은 노동자 자신과 떨어질 수 없기에 공개적인 노예제는 은폐된 노예제로 변신하고, 사람의 가죽은 사람과 함께 무두질 당하게 됩니다.

Posted by 때때로

제1절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가치의 실체, 가치의 크기)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지배하는 사회(간단히 자본주의 사회)의 부(富)는 “상품의 방대한 집적(集積)”(43쪽)으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개개의 상품은 이러한 자본주의 사회 부의 기본형태다. 따라서 마르크스는 상품의 분석으로부터 연구를 시작한다.

상품은 우선 사용가치다. 상품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유용한 성질을 지니고 있어야만 한다. 유용성은 상품의 물리적 속성에 의해 주어지고 상품 자체와 떨어질 수 없다. 상품의 자연적 속성은 유용성에 영향을 미치기에 상품을 사용가치로 만드는 한에서만 관심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교환관계에서 상품은 그것이 어떠한 것이든 사용가치이기만 하다면 교환될 수 있다. 그것이 지닌 유용한 속성이 어떠한 종류의 것인지는 중요치 않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은 그 유용한 속성을 욕망하는 이에게 교환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상품은 다양한 다른 상품들과 다양한 교환비율로 교환된다. 여기서 상품이 교환되는 양적 관계 또는 비율이 교환가치다. 상품이 다양한 상품들과 다양한 비율들로 교환될 수 있다는 것은 “첫째 특정한 상품의 서로 다른 교환가치들은 동일한 그 무엇을 표현하고 있으며, 둘째 교환가치는 교환가치와는 구별되는 그 어떤 내용의 표현양식 또는 ‘현상형태(現像形態: form of appearan ce)’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45쪽).

상품은 사용가치라는 측면에서 그것의 소재, 물리적 특성, 유용성 등 질적으로 구별된다. 하지만 교환가치는 양적 차이만 지닐 뿐이다. 그렇기에 사용가치는 교환가치가 표현하는 상품들의 동일한 그 무엇(속성)일 수 없다. 이 사용가치를 제외할 때 상품에 남는 유일한 속성은 노동생산물이라는 것이다.

“ 사용가치로서의 상품은 무엇보다도 질적으로 구별되지만, 교환가치로서의 상품은 오직 양적 차이를 가질 뿐이고, 따라서 거기에는 사용가치가 조금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만약 상품의 사용가치를 무시한다면, 거기에는 오직 하나의 속성, 즉 그것이 노동생산물(勞動生産物)이라는 속성만 남는다.”(47쪽)

이제 상품의 노동생산물이라는 속성을 살펴보자. 우리가 상품의 사용가치를 무시한다면 그것은 특별한 목적과 방법에 따른 특정한 노동의 생산물이 아니게 된다. 스마트폰과 연필을 만드는 노동은 상이한 노동이지만 노동생산물이라는 공통의 속성에서 더 이상 그 특정한 노동의 종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즉 그 둘은 오직 인간노동의 산물이라는 점 때문에 교환될 수 있는 것이다.

“이들 노동은 더 이상 서로 구별되지 않고 모두 동일한 종류의 노동, 즉 추상적 인간노동(abs tract human labour)으로 환원된다. 이제 노동생산물들은 유령 같은 형상[즉, 동질적인 인간노동이 응고되어 있는 형상]을 띠게 된다. 다시 말해, 노동생산물들은 인간노동력이 그 지출형태와는 관계없이 지출되어 응고된 것에 불과하다.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그들의 생산에 인간의 노동력이 지출되었다는 것, 인간노동이 그들 속에 체현되어 있다는 것이다. 모든 노동생산물은 그들에게 공통적인 이러한 사회적 실체의 결정체(結晶體: crystal)로서 가치(價値), 상품가치이다.”(47쪽)

우리는 짧지만 복잡한 마르크스의 길을 따라 상품의 가치를 만나게 됐다. (상품)가치는 ‘추상적 인간노동’이 “그 지출형태와는 관계없이 지출되어 응고된 것”이다.

“가치의 실체를 이루는 노동은 동등한 인간노동이며, 동일한 인간노동력의 지출이다. 상품세계의 가치로 자기를 표현하는 사회의 총노동력(總勞動力)은 …… 거대한 하나의 동질의 인간노동력으로 간주된다. 각 단위의 노동력은 …… 한 상품의 생산에 평균적으로 필요한 (즉,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만 걸리는 한 서로 다름이 없는 동일한 인간노동력이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socially necessary labour-time)이란 주어진 사회의 정상적인 생산조건과 그 사회에서 지배적인 평균적 노동숙련도와 노동강도 하에서 어떤 사용가치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노동시간이다.”(48쪽)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계속시간으로 측정된다. 동일한 노동량이 들어 있는 상품들, 즉 같은 시간에 생산할 수 있는 상품들은 같은 가치량을 가진다. “가치로서는 모든 상품은 일정한 크기의 응고된 노동시간(勞動時間)에 불과하다”(49쪽). 따라서 노동생산성의 변화는 상품의 가치 크기를 변화시킨다.

다음 절로 넘어가기 전 상품이 사용가치이자 가치임을 정리해보자. 어떤 물건이 사용가치라는 것이 곧 상품임을 뜻하진 않는다. 공기와 물·자연의 많은 것들은 사용가치이지만, 즉 인간에게 유용한 속성을 지닌 물건이지만 상품은 아니다. 사용가치로서 상품은 생산자 자신의 소비를 위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왕을 위한 진상품은 타인을 위한 사용가치이지만 상품은 아니다.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환되어야 한다.


제2절 상품에 투하되어 있는 노동의 이중성

상품의 이중성(사용가치와 가치)에 따라 노동의 이중성이 나타난다. 하나의 상품은 특정한 욕망을 충족시키는 사용가치다. 상품을 사용가치로 만드는 노동은 질적으로 구분되는 노동으로서 유용노동이라 부른다. 아마포를 만드는 노동(직포)과 저고리를 만드는 노동(재봉)은 다른 것이다. 상품이 교환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즉 서로 다른 생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져야 한다. 서로 구분 되는 사용가치들의 총체는 사회적 분업을 반영한다.

“다양한 사용가치들[또는 상품체들]의 총체는 다양한 유용노동들[유(類)·속(屬)·종(種)·변종(變種)으로 분류된다]의 총체, 즉 사회적 분업을 반영한다. 이 사회적 분업은 상품생산의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반대로 상품생산이 사회적 분업의 필요조건은 아니다.“(52~53쪽)

요약하면 이렇다.

“각 상품의 사용가치에는 유용노동[즉, 일정한 종류의 합목적적인 생산활동]이 들어 있다. 여러 가지 사용가치는, 만약 거기에 질적으로 다른 유용노동이 들어 있지 않다면, 상품으로 서로 대면할 수 없다. 생산물이 일반적으로 상품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사회[즉, 상품생산자 사회]에서는, [개별 생산자들이 상호 독립적으로 사적으로 수행하는] 여러 가지 형태의 유용노동 사이의 질적 차이는 하나의 복잡한 체계[즉, 사회적 분업(Social division of labour)]로 발전한다.”(53쪽)

이러한 유용노동으로서의 노동은 인간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자연에서 그대로 주어지지 않는 것들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특수한 목적을 지닌 생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져야 한다. 이는 인간사회의 역사적 변화와 무관한 인간의 생존 조건이다. 또한 사용가치는 유용노동과 자연소재의 결합이다. 사용가치의 원천이 노동만은 아닌 것이다.

상품의 가치에서는 사태가 달라진다. 아마포와 저고리는 모두 교환될 수 있는 동질한 가치일 뿐이다. 가치로서 두 상품을 생산하는 노동은 동일한 인간노동력의 지출일 뿐이다. 물론 ‘단순한 평균 노동’은 나라와 문화의 발전에 따라 달라진다. 한 사회에서도 더 복잡한 노동과 더 간단한 노동이 있다. 그러나 “더 복잡한 노동은 강화된 또는 몇 배로 된 단순노동(intensified or rather multiplied simple labour)으로 간주될 뿐이며, 따라서 적은 양의 복잡노동(複雜勞動)은 더 많은 양의 단순노동(單純勞動)과 동등하게 간주된다”(56쪽).

아마포와 저고리는 서로 다른 크기의 가치를 지닌다. 이는 각각의 상품을 만드는 데 서로 다른 크기의 추상적 인간노동이 지출됐기 때문이다. 저고리가 아마포의 두 배의 가치를 지니는 것은 저고리 생산을 위해 아마포 생산의 두 배의 노동력 지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품에 투하되어 있는 노동은 사용가치와의 관련에서는 질적으로만 고려되고, 가치와의 관련에서는 [노동이 벌써 순전한 인간 노동으로 환원되어 있으므로] 양적으로만 고려된다. 전자의 경우에는 노동이 ‘어떻게’ 수행되며, 또 ‘무엇을’ 생산하는가가 문제로 되며, 후자의 경우에는 노동력이 ‘얼마나’ 지출되는가, 즉 노동의 계속시간이 문제로 된다. 상품 가치의 크기는 그 상품에 들어 있는 노동량만을 표시하기 때문에, 상품들은 어떤 일정한 비율을 취하면 그 가치가 동일하게 된다.”(57쪽)

2절의 마지막에서 마르크스는 상품의 생산성과 관련해 중요한 고찰을 한다. 생산성이란 “특수한 생산활동이 주어진 시간에 주어진 목표를 얼마나 잘 달성하는가를 가리키는 것이다”(58쪽). 그러므로 생산성은 언제나 ‘유용노동’의 생산성을 뜻한다. 생산성이 향상될 때 우리는 주어진 시간에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더 많은 물적 부(사용가치)를 이룬다. 그러나 가치량 자체는 줄어들 수 있다. 왜냐면 상품의 가치량은 추상적 인간노동 지출의 계속시간에 의해 정해지기 때문이다. 자세히 설명하면 이렇다. 생산성 향상은 더 많은 상품의 생산으로 이어진다. 즉 주어진 시간에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할 수 있다. 반면에 기존에 필요한 양 만큼 상품을 생산하는 데 더 적은 노동만 필요하게 된다.

“ 노동의 성과[따라서 노동에 의해 생산되는 상품량]를 증대시키는 생산성의 상승이, 이 증대된 상품 총량의 생산이 필요한 노동시간 총계를 단축시킨다면, 상품 총량의 가치량을 감소시키게 된다. 반대의 경우에는 반대로 된다.”(58쪽)

마지막으로 이번 절을 한 번 더 정리하고 넘어가자.

“ 모든 노동은 생리학적 의미에서 인간노동력의 지출이며, 이 동등한 또는 추상적 인간노동이라는 속성에서 상품의 가치(價値)를 형성한다. 다른 한편으로, 모든 노동은 특수한 합목적적 형태로 인간노동력을 지출하는 것이며, 이러한 구체적 유용노동이라는 속성에서 사용가치(使用價値)를 생산한다.”(58쪽)


제3절 가치형태 또는 교환가치

“ 상품은 철·아마포·밀 등과 같은 사용가치 또는 상품체의 형태로 세상에 나타난다. 이것이 상품의 평범한 현물형태(現物形態)이다. 그러나 그것들이 상품인 것은 그것들의 이중적인 성격, 즉 사용의 대상임과 동시에 가치의 담지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것들은 오직 이중적 형태[현물형태와 가치형태]를 가지는 경우에만 상품으로 나타난다. 다시 말해 상품이라는 형태를 가지게 된다.”(59쪽)

그러나 상품의 현물형태와 달리 가치로서의 객관적 실재는 눈으로, 혹은 촉감으로, 또는 맛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상품은 인간노동이라는 동일한 사회적 실체의 표현일 경우에만 가치로서의 객관적 성격을 가지게 된다는 것, 따라서 가치로서의 상품의 객관적 성격은 순수히 사회적인 것”이다. 따라서 “가치는 오직 상품과 상품 사이의 사회적 관계에서만 나타날 수 있다”(60쪽). 우리는 이번 절에서 마르크스가 가치형태, 즉 화폐형태의 기원을 밝히는 과정을 따라갈 것이다.

A. 단순한, 개별적인 또는 우연적인 가치형태

아마포 20m=저고리 1개

우리는 마르크스와 함께 화폐형태의 기원을 위 등식으로부터 추적할 것이다.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위 등식을 사려 깊게 다뤄야 한다. 수학적 훈련을 받은 사람이라면 등호(=)가 등식의 양변이 ‘같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정의’이기도 하다. 양변의 위치가 바뀜으로서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1. 가치표현의 두 극: 상대적 가치형태와 등가형태
아마포 20m는 저고리 1개와 같다. 아마포 20m의 가치는 저고리 1개로 표현된다. 아마포 20m는 자신의 가치를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상품에 의한 상대적 가치로 표현한다. 즉 아마포 20m는 상대적 가치형태다. 반대편의 저고리 1개는 아마포 20m의 등가물이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아마포 20m의 가치를 아마포 20m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이것은 동어반복일 뿐이다).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이폰을 다른 사람의 (앱이라든지 각종 부가 장착물의 차이, 사용기간 등을 무시했을 때) 동일한 아이폰과 교환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왼쪽 변의 아마포 20m가 상대적 가치형태라고 함은, 그 자신의 가치를 다른 상품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오른쪽 변의 저고리 1개는 아마포 20m의 가치를 표현하는 재료로서 왼쪽 변 아마포의 등가물(등가형태)이다.

물론 우리는 위 등식의 좌우를 바꿀 수 있다. 그럴 때 아마포와 저고리의 역할은 서로 바뀐다. 하지만 등식의 좌우를 바꾸기 전, 상품은 동시에 상대적 가치형태와 등가물일 수 없다. 두 사람이 대화를 할 때 두 사람이 모두 말할 수 있지만, 말하는 사람은 ‘화자’ 듣는 사람은 ‘청자’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이 대화의 규칙은 둘이 동시에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2. 상대적 가치형태
(a) 상대적 가치형태의 내용
우선 양적 측면으로부터 떠나 가치관계를 살펴보자. 아마포 20m가 얼마만한 양의 저고리로 표현되든 이러한 비율의 존재 자체는 가치량으로서 아마포와 저고리가 동일한 성질이라는 것을 전제한다. “아마포=저고리라는 것이 이 등식의 기초”(63쪽)다. 앞에서 살폈듯이 양변은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 저고리는 가치의 존재형태로 간주된다. 아마포는 저고리라는 자신으로부터 독립적인 가치 표현을 얻게 된다.

상대적 가치형태(아마포)가 등가형태(등가물: 저고리)로 자신의 가치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상품의 가치를 형성한 노동(직포)이 등가형태에 놓여있는 상품을 만든 노동(재봉)으로 환원됨을 알려준다. 즉 추상적 인간노동이 실재함을 보여준다.

“ 상이한 상품들 사이의 등가의 표현이 상이한 상품들에 들어 있는 각종 노동을 그것들에 공통된 것[즉, 인간노동 일반]으로 실제로 환원하고 있기 때문에 가치형성 노동의 독자적인 성격이 드러나게 된다.”(64쪽)

그러나 노동 그 자체가 가치는 아니다. 아마포의 가치를 표현하는 저고리 그 자체는 순수히 사용가치다. 이 사용가치가 아마포의 가치를 표현할 수 있기 위해서는 가치관계에 들어가야만 한다.

“이와 같이 가치관계를 매개로 상품 B의 현물형태는 상품 A의 가치형태로 된다. 다시 말해, 상품 B의 물체는 상품 A의 가치의 거울로 된다. 상품 A는 [가치체이자 인간노동의 체현물인] 상품 B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사용가치 B를 자기 자신의 가치의 표현재료로 삼는다. 상품 A의 가치는 이와 같이 상품 B의 사용가치로 표현되어 상대적 가치형태를 얻게 된다.”(67쪽)

(b)상대적 가치형태의 양적 규정성
가치형태는 또한 인간노동의 응고물로서 상품의 동일한 성격뿐 아니라 양적 관계도 표현한다. 우리는 ‘아마포=저고리’라는 등식에서 다시 ‘아마포 20m=저고리 1개’라는 등식으로 돌아와야 한다. 이 등식은 아마포 20m 생산에는 저고리 1개 생산에 걸리는 것과 같은 노동시간이 필요함을 뜻한다. 여기서 양변에 위치한 상품의 생산성 변동이 가치량의 상대적 표현에 미치는 영향을 살핀다.

아마포의 가치가 변하면서 저고리 가치는 불변일 때=이러저러한 원인으로 아마포 생산에 두 배의 시간이 걸리게 되면 아마포의 가치는 두 배가 된다. 즉 ‘아마포 20m=저고리 2개’개 된다. 아마포의 생산성이 절반으로 되면 반대로 ‘아마포 20m=저고리 1/2개’가 된다.

아마포의 가치가 불변이면서 저고리 가치가 변할 때=저고리의 생산성이 증가하면, 즉 저고리 1개를 만드는 시간이 이전보다 줄 때, 저고리 1개에 체화되는 노동시간도 줄어든다. 따라서 저고리의 가치가 줄어들 때 아마포 20m를 저고리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저고리가 필요하게 된다.

우리는 마찬가지 방법으로 양변의 상품 생산성 변동에 따라 가치량의 상대적 표현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 이로부터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치량의 현실적 변동은 가치량의 상대적 표현[즉, 상대적 가치의 크기]에 명확하고 완전하게 반영되지는 않는다. 한 상품의 상대적 가치는 자기의 가치가 불변이라도 변동할 수 있으며, 또한 자기의 가치가 변동하더라도 여전히 불변일 수도 있다. 끝으로, 그 상품의 가치량과 이 가치량의 상대적 표현이 동시에 변동하더라도 그 변동이 반드시 일치하지도 않는다.”(70쪽)

3. 등가형태
상품 B(저고리)가 상품 A(아마포)의 등가물로 있을 때 등가형태의 상품 B는 다른 상품과 직접 교환될 수 있다. 상품 A의 가치량이 정해져 있을 때 상품 B의 가치량에 따라 상품 A와 교환될 수 있는 상품 B의 양이 결정된다. 즉 다시 ‘아마포 20m=저고리 1개’의 관계를 확인한다. 여기서 우리는 상품 B(저고리)의 사용가치가 상품 A(아마포) 가치의 현상형태로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다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상품 B의 현물형태가 (상품 A의) 가치형태가 될 수 있는 것은 오직 상품 A와 가치관계를 맺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떤 상품도 자기 자신에 대해 등가(물)로 관계를 맺을 수 없으며, 따라서 자기 자신의 현물형태를 자기 자신의 가치의 표현으로 삼을 수는 없기 때문에, 상품은 반드시 다른 상품을 등가(물)로 삼아 그것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 즉, 다른 상품의 현물형태를 자기 자신의 가치형태로 삼아야 한다.”(72쪽)

어떤 상품이 다른 상품의 현물형태를 자신의 상대적 가치로 표현한다는 것은 그것의 배후에 사회적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등가형태는 그 자체로 가치형태이기에 사회적 관계는 숨겨진다.

또한 등가형태는 구체적 유용노동이 어떻게 추상적 인간노동으로 전화하는지 보여준다. 상품 B(저고리)를 만드는 노동은 언제나 구체적인 유용노동이다. 그러나 등가물로서 상품 B는 상품 A(아마포)의 상대적 가치를 표현한다. 상품 A에게 중요한 것은 상품 B가 가치를 표현하는 (추상적 일반)노동의 응고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상품 A에게 상품 B의 구체적 유용노동은 추상적 인간노동의 실현형태다.

“등가형태의 제2의 특징은 이와 같이 구체적 노동이 그 대립물인 추상적 인간노동의 현상형태로 된다는 것이다. 이 구체적 노동[즉, 재봉]이 무차별적인 인간노동의 표현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이 노동은 다른 노동[즉, 아마포에 들어 있는 노동]과 동일하다는 성질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이 노동은 다른 모든 상품생산 노동처럼 사적 노동이지만 또한 직접적으로 사회적인 형태의 노동인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노동은 [다른 상품들과 직접 교환될 수 있는] 생산물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사적 노동이 그 대립물의 형태[즉, 직접적으로 사회적인 형태의 노동]로 된다는 것이 등가형태의 제3의 특징이다.”(75쪽)

마지막으로 마르크스는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등가형태의 중요한 마지막 두 특징을 말한다. 우선 등가형태, 즉 상품이 교환될 수 있음은 그것이 동일한 무엇인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로부터 자신의 시대적 한계로 인해 그 동등성이 무엇인지 밝히지 못했지만 이제 우리는 말할 수 있다. 그 동등성은 바로 인간노동이다. “인간의 동등성(同等性)이라는 개념이 대중의 선입관으로 확립되었을 때”(77쪽) 우리는 비로소 무차별적 인간노동이 가치관계의 배후에 있음을 밝힐 수 있다.

4. 단순한 가치형태의 총체
마르크스는 이제까지의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한다.

“상품은 사용가치[즉, 유용한 물체]임과 동시에 가치(價値)인 것이다. 상품은, 자기의 가치가 자기의 현물형태와는 구별되는 하나의 독특한 표현형태[즉, 교환가치]를 가지게 될 때, 그 이중성을 드러낸다. 상품은 고립적으로 고찰할 때에는 교환가치라는 형태를 취하는 일이 없고, 그와 종류가 다른 한 상품에 대한 가치관계 또는 교환관계에서만 이 형태를 취한다.”(77쪽)

가치관계의 등식을 상세히 고찰하면 상품의 내적 모순(이중성)이 외적으로 표현됨을 발견할 수 있다. 상대적 가치형태인 왼쪽 변의 상품 A(아마포)의 현물형태는 오직 사용가치로만, 오른 쪽 변의 등가물 상품 B(저고리)는 가치형태로만 나타난다. 즉 하나의 상품은 사용가치로, 다른 하나의 상품은 교환가치로 대립하게 된다.

단순한 가치형태가 화폐형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몇 단계를 더 거쳐야 한다. 우리는 이제 마르크스와 함께 이제까지의 단순한 가치형태가 전개되는 모습을 살필 것이다.

B. 전체적 또는 전개된 가치형태



1. 전개된 상대적 가치형태
하나의 상품 가치는 무수히 많은 다른 상품으로 표현된다. 이제야 말로 우리는 무차별적인 인간노동에 대해 말할 수 있다. 그것이 어떤 노동이 되었든 인간노동의 응고물로서 상품은 다른 상품의 가치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개된 가치형태에서 두 상품의 우연적 관계는 소멸한다. 이로써 교환에서 가치가 만들어지는 않는다는 것도 분명해진다.

“상품의 교환이 상품의 가치량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상품의 가치량이 상품의 교환비율(交換比率)을 규제한다는 것이 명백해진다.”(81쪽)

2. 특수한 등가형태
저고리·차·밀·금·철은 원단의 상대적 가치를 표현하는 각각의 특수한 등가형태다. 이것이 특수한 이유는 각각 개별적으로만 왼쪽 변의 상품 A(아마포)의 가치를 표현하기 때문이다. 이들 각각의 특수한 등가형태들은 아직까지 서로의 가치를 표현하지 못한다.

3. 전체적 또는 전개된 가치형태의 결합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는 등가물의 목록이 무한히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오른쪽 변의 등가형태들은 오직 왼쪽 변의 상품과만 관계를 맺는다. 특수한 등가형태에 들어 있는 구체적 유용노동 또한 특수한 종류의 인간노동일 뿐이다. “인간노동은 통일적인 현상형태를 가지지 못한다”(82쪽).

이제 전개된 가치형태의 좌우를 바꿔보자. 이제 아마포 20m가 각각의 다른 상품들의 관계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게 됨을 알 수 있다. 저고리 1개를 가진 사람은 우선 아마포 20m와 바꾼 후, 이 아마포를 다시 차 10g을 가진 사람과 교환할 수 있게 됐다.

C. 일반적 가치형태



1. 가치형태의 변화된 성격
우리는 일반적 가치형태에서 여러 상품들이 단 하나의 상품으로 단순하게 가치를 표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여러 상품은 동일한 상품으로 가치를 통일적으로 표현한다. 즉 우리는 일반적 가치형태를 갖게 됐다. 상품세계의 시민들은 이제 자신을 표현해줄 대표자를 찾게 된 것이다.

“일반적 가치형태는 오로지 상품세계 전체의 공동사업으로 생길 수 있을 뿐이다. 하나의 상품이 자기의 가치를 일반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다른 모든 상품이 자기들의 가치를 동일한 등가(물)로 표현하기 때문이며, 그리고 새로 등장하는 상품종류도 반드시 그렇게 하기 때문이다. 가치로서의 상품들의 객관적 실재는 순전히 이 물건들의 ‘사회적 존재’에 의거하는 것이므로, 이 객관적 실재는 상품들의 전면적인 사회적 관계에 의해서만 표현될 수 있으며, 따라서 상품들의 가치형태는 반드시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형태이어야 한다는 것이 명백해진다.”(85쪽)

이제 이 세 번째 가치형태에서 모든 상품들은 질적으로 동등한 것으로 나타나고, 양적으로는 비교할 수 있는 가치량으로 나타난다. 이제 아마포는 상품세계에서 ‘일반적 등가물’이 된다. 아마포의 현물형태는 모든 상품들의 가치를 표현하고, 따라서 모든 상품과 직접 교환될 수 있다.

“아마포의 현물형태는 온갖 인간노동의 눈에 보이는 화신(visible incarnation), 즉 온갖 인간노동의 사회적 번데기 상태로 간주된다. 직포[아마포를 생산하는 사적 노동]는 이리하여 일반적인 사회적 형태[즉, 다른 모든 종류의 노동과 동등하다는 형태]를 획득한다. …… 직포를 무차별적인 인간노동의 일반적 현상형태로 만든다.”(86쪽)

2. 상대적 가치형태의 발전과 등가형태의 발전 사이의 관계
우리는 지금까지 단순한 상대적 가치형태의 발전이 일반적 등가물의 형태를 취하는 과정을 추적했다. 이 발전에 따라 처음의 단순한 가치형태는 등가형태와 대립 또한 발전한다. 제1형태에서 상대적 가치형태와 등가형태는 대립하지만 서로 위치를 바꿀 수 있다. 제2형태에서는 양변을 바꿀 수 없다. 양변을 바꾼 형태가 제3형태이다. 이 때 단 하나의 상품(아마포)이 일반적 등가물이 될 수 있는 것은 “다른 모든 상품들이 이러한 형태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며, 그리고 그때에만 그렇다”(88쪽). 한편 이 상품은 상품세계로부터, 상대적 가치형태로부터 제외된다. 이 상품(아마포)이 상대적 가치형태에 참여할 때 그것의 가치형태를 표현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대립시켜야 하거나, 제2형태(전개된 상대적 가치형태)를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3. 일반적 가치형태로부터 화폐형태로의 이행

“어떤 한 상품이 (제3형태에서) 일반적 등가형태로 되는 것은, 그 상품이 다른 모든 상품에 의해 그들의 등가(물)로 선출되어 배제되기 때문이며, 또 그렇게 될 때에 한해서다. 이러한 배제가 최종적으로 하나의 특수한 상품 종류에 한정되는 그 순간부터, 비로소 상품세계의 통일적인 상대적 가치형태는 객관적인 고정성과 일반적인 사회적 타당성을 획득한다.”(89쪽)

이 특수한 상품 종류가 화폐상품이 된다. 금이 이러한 특권적 지위를 역사적으로 획득했다.

D. 화폐형태



이 제4형태는 제3형태에서 아마포의 위치를 금이 차지했을 뿐이다.

“진보한 것은, 직접적인 일반적 교환가능성의 형태[즉, 일반적 등가형태]가 이제는 사회적 관습에 의해 최종적으로 상품 금이라는 특수한 현물형태와 일체화되었다는 점뿐이다.”(90쪽)


제4절 상품의 물신적 성격과 그 비밀

상품이 사용가치이기만 할 때는 모든 것이 명백하다. 그러나 그것이 상품으로 나타날 때 신비로운 장막이 우리의 눈앞에 나타난다. 상품의 신비한 성격은 상품형태 자체로부터 비롯한다.

“왜냐하면, 각종 인간노동이 동등하다는 것은 노동생산물이 가치로서 동등한 객관성을 가진다는 구체적 형태를 취하며, 인간노동력의 지출을 그 계속시간에 의해 측정하는 것은 노동생산물의 가치량(價値量)이라는 형태를 취하며, 끝으로 생산자들 사이의 관계[그 속에서 그들의 노동의 사회적 성격이 증명된다]는 노동생산물 사이의 사회적 관계라는 형태를 취하기 때문이다.”(91쪽)

즉 상품형태에서 모든 인간의 노동이 동등하다는 것은 상품이 서로 교환될 수 있다는 것으로부터 설명된다. 우리가 얼마나 일을 했고, 앞으로 얼마나 더 일을 해야 할지도 마찬가지로 상품의 가치로서만 측정되고 계획된다. 끝으로 생산자들 사이의 직접적 관계는 사라지고 상품들 사이의 관계만 남는다. 내가 오늘 먹은 이 쌀을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중요치 않다.

“비슷한 예를 찾아보기 위해 우리는 몽롱한 종교세계로 들어가 보지 않으면 안 된다. 거기에서는 인간 두뇌의 산물들이 스스로의 생명을 가진 자립적인 인물로 등장해 그들 자신의 사이 그리고 인간과의 사이에서 일정한 관계를 맺고 있다. 마찬가지로 상품세계에서는 인간 손의 산물들이 그와 같이 등장한다. 이것을 나는 물신숭배(物神崇拜: fetishism)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노동생산물이 상품으로 생산되자마자 거기에 부착되며, 따라서 상품생산과 분리될 수 없다.”(94쪽)

개인적인 유용노동이 사회적 성격을 획득하는 것은 오직 상품의 교환을 통해서 만이다. 노동의 동등성은 상이한 생산물이 서로 가치로서 교환될 수 있다는 것에 의해 비롯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제 노동생산물의 교환 비율은 그 자체에 고유한 어떠한 성질(예를 들면 무게와 같은 것)에서 비롯한 것처럼 느껴진다. 노동생산물의 가치로서의 성격은 그것의 끊임없는 변동에서 분명해진다. “노동시간에 의한 가치량(價値量)의 결정은 상품의 상대적 가치의 현상적인 배후에 숨어 있는 하나의 비밀이다”(96~97쪽).

이러한 상품세계의 물신적 성격으로 인해 상품의 역사적 성격은 사상되고 일부 경제학자는 상품의 교환가치를 그 자연적 소재로부터 이끌어내는 혼동에 빠지곤 한다.

Posted by 때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