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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투표에서 '오히(ΟΧΙㆍ반대)'가 승리한 7월 6일 새벽 의회 앞 신타그마 광장에서 쳥년들이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Christopher Furlong/Getty Images]

시리자 내 레프트 플랫폼에 참여하고 있는 혁명적 사회주의자들(the Red Network)은 그리스 국민투표 전 발표한 성명에서 치프라스의 국민투표 제안이 "시리자는 긴축을 옹호하는 정당으로 쉽사리 바뀔 수 없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 투표를 통해 "두 개의 다른 세계가 충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쪽 편은 각서의 잔혹함으로부터 이득을 얻는 이들, 국내의 지배자들과 그들의 국제적 수호자와 협력자들의 세계"이고 다른 한 쪽은 "사회에서 거대한 다수를 이루고 있는 이들에게 기대지 않고선 어떤 이득도 얻을 수 없는 이들의 세계"가 충돌한다는 것이다
[레드 네트워크 '협박에 반대표로 맞서자'ㆍ링크].

이들의 주장대로 전 세계의 노동계급과 좌파가 이번 투표를 지켜봤다. 그리스 노동인민은 유럽과 세계 자본주의 지배자들의 협박에 맞서 용기있게 반대표를 던져 위대한 승리를 거뒀다.

시리자 소속의 좌파 의원인 코스타스 라파비차스는 국민투표 후 은행과 자본가들의 우익 언론의 국유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그의 바람은 시리자에 의해 이뤄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리자 내 좌파의 예견은 부분적으로만 맞았다. 7월 5일 국민투표에서 두 세계가 충돌한 것은 사실이지만 7월 5일 이후 시리자 정부는 '거대한 다수'의 편에 서지 않으려 한다.

이는 마이클 로버츠의 표현에 따르면 '불가능한 삼각형'을 유지하려는 시리자의 모순 때문이다. 이들은 ①긴축정책을 중단시키고 ②유로존에 남아 ③권력을 유지하고자 했다
[마이클 로버츠 '시리자, 트로이카, 역설들'ㆍ링크]. 그러나 앙겔라 메르켈과 트로이카는 ①과 ②가 양립 불가능하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시리자는 ①과 ②를 내걸고 정부를 차지했다. 치프라스는 국민투표를 통해 ③을 재확인하고 이를 근거로 유럽의 지배자들에게 ①과 ②를 포괄하는 새로운 구제금융 협상을 제안하고자 했던 것이다.

실제로 치프라스는 국민투표 전과 이후 계속해서 유로존 잔류를 강조해 왔다. 그는 5일 투표를 마친 후 "우리는 단지 유럽연합에 속하는 것 만을 원하는 게 아니라 평등하게 존재하기를 원한다는 점을 널리 알리게 될 것"이라고 이를 다시 강조했다
[경향신문 7월 6일자 3면]. 경향신문 기자가 만난 시리자 소속 의원도 다르지 않았다. 카바디아 아테나 의원은 "우리 목표는 유럽에서 떠나는 것이 아니다. 유럽에 계속 남아 있는 채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긴축을 완화해 보려는 것일 뿐"이라고 자신들의 목표를 설명했다[경향신문 7월 6일자 8면]. 심지어 시리자 정부에서 강경파로 알려졌고, 투표 후 사임함으로서 다시 관심을 받았던 바루파키스 또한 사임을 밝히는 글에서 그 자신도 "총리가 [국제 채권단과]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그 목표임을 분명히 했다[한겨레신문 7월 7일자 7면]. 새 재무장관 유클리드 차칼로토스도 영국 '텔레그래프'의 평가에 의하면 그 전임자 바루파키스와 다르지 않다. "바루파키스의 거침없는 스타일 때문에 그리스 시리자 정부와 유로존 국가들 간 간극이 부각된 측면이 있지만 본질적으로 내용에서는 차칼로토스도 바루파키스와 차이가 없다."

그러나 그리스 인민의 압도적인 견해도, 시리자 정부의 우호적인 제안도 트로이카를 움직이는 채찍과 당근이 되진 못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6일 엘리제궁에서 정상회담을 연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의 프로그램을 논의하기 위한 요건이 현재 충족돼지 않았다"며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이번주 안으로 그리스를 번영과 성장으로 이끌 엄밀한 중장기 계획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신문 7월 8일자 6면]. 7일 유로존 정상회의와 유로그룹에서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그렉시트를 포함한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오늘까지 데드라인이란 말을 피해 왔다. 그러나 오늘 크고 분명하게 말하는 데 이번 주에 끝난다"며 "그때까지 해법을 찾지 못하면 그리스는 국가 부도 상태가 되고 은행들은 지급불능에 빠질 것"이라고 협박했다[중앙일보 7월 9일자 8면]. 발디스 돔브로스키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7일 "[그리스 정부와의] 신뢰가 구축되지 않고 믿을 만한 개혁안이 없다면 그렉시트를 배제할 수 없다"고 이전과 다르지 않게 주장했다[중앙일보 7월 8일자 8면].

결국 시리자는 그리려 했던 삼각형의 세 변 중 첫째인 긴축정책 중단을 포기했다. 시리자 정부가 9일 밤 10시께 제출한 13쪽가량의 협상안은 그야말로 항복 문서였다. 은퇴연령을 67세로 올리고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추가 연금은 당장 삭감하기로 했다. 부가가치세율도 현행 13%에서 23%로 올리기로 했다. 이와 달리 기업들에게 걷는 법인세 인상폭은 IMF가 요구한 대로 낮췄다. 이 협상안은 향후 2년간 정부의 재정지출을 130억 유로(약 15조1000억원) 줄일 계획을 담았다. 이는 애초 트로이카가 요구한 것(79억 유로)보다 더 큰 재정지출 축소 계획이다. 중앙일보는 이를 '채권단보다 센 개혁안'이라고 요약했다
[중앙일보 7월 11일자 6면]. 사실 이 협상안은 지난달 말 3차 구제금융을 요청하며 내놓았던 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리스 정부는 이미 GDP 대비 정부 재정적자 규모를 2011년 -10.2%에서 2014년 -3.5%로 급격히 줄였다. 지난해 GDP 대비 정부 재정적자는 스페인 -5.8%, 프랑스 -4.0%로 그리스보다 더 크다. 정부 지출 규모는 2011년 212억2100만 유로에서 2014년 63억5600만 유로로 줄었다[유럽연합 통계청]. 공공부문 전체 고용은 2009년 90만7351명에서 2014년 65만1717명으로 25% 넘게 감축했다. 시리자 정부는 이런 양보를 통해 채무에 대한 일부 탕감을 얻으려고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이 항복문서에도 불구하고 메르켈은 "'고전적(classic)' 의미의 채무 탕감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답했다. 즉 트로이카는 만기를 연장해줄 지라도 원금을 한 푼도 빼지 않고 돌려받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IMF가 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인정했 듯이 채무 탕감 없이 그리스가 부채를 모두 갚을 가능성은 전무하다. 이는 "그리스 자본주의 경제가 충분한 속도로 성장하기엔 너무 약하고 너무 비효율적이며 너무 비생산적이기 때문이다"
[마이클 로버츠 '반대! 다음은 무엇인가'ㆍ링크]. 특히 신자유주의적 방식의 긴축정책은 그리스 경제의 회복은 물론이고 부채를 완전히 다 갚는 것도 더 어렵게 할 것이라는 게 지난 5년간 너무나 분명하게 드러났다. 따라서 그리스로부터 한 푼도 손해보려하지 않으려 하는 트로이카의 유로존 안에서는 긴축을 중단시킬 수 없다. 그리고 그리스 인민은 자본가들의 언론과 국제 지배자들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오히(ΟΧΙㆍ반대)'에 표를 던져 이를 지지했다. 경향신문 기자가 3일 아테네에서 만난 29세 청년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몇 년째 취직을 할 수가 없다"며 "그리스는 이미 다른 나라들에 팔렸고, 젊은이들한테 앞날에 대한 보장은 없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더라도 상관없다. 왜냐면 지금보다 더 나쁠 수는 없기 때문"에 '오히'에 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자 안과 밖의 좌파는 이 청년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그렉시트를 두려워하지 말고 긴축정책을 거부해야 한다. 그리고 그리스의 새로운 가능성은 유로존 지배자들과의 협상이 아니라 ERT에서처럼 작업장을 점령한 노동자들, 거리로 나선 청년들 사이에서 건설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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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7 15:06

부메랑이 된 긴축정책 쟁점/12 OccupyWorld2012.11.07 15:06

6일부터 48시간 파업에 들어간 그리스 노동자들. [중앙일보/연합뉴스/AP]

그리스, 운명의 날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오늘(7일), 또 하나의 중요한 표결이 지구 반대편에서 진행됩니다.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긴축안에 대한 표결이 바로 그것입니다. 유럽연합ㆍ유럽중앙은행(ECB)ㆍ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이하 트로이카)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추가 긴축안의 핵심은 정부 지출을 135억 유로(약 18조9000억원) 삭감하는 것입니다. 이는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의 4.5%에 달하는 규모죠. 트로이카는 이 긴축안이 통과되어야만 지급이 중단됐던 315억 유로(약 44조1000억원)의 구제금융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긴축이 통과될 경우 연금은 5~25% 삭감될 것입니다. 정년도 65세에서 67세로 연장됩니다. 공공부문 노동자의 월급과 해고자에 대한 보상금도 삭감됩니다. 아동지원비 지금 대상도 연 1800유로(약 2500만원) 미만 소득 가정으로 축소될 계획입니다.

안도니스 사마라스 총리는 "긴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이달 15일 이후 조국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노동자와 청년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6일부터 48시간 총파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사ㆍ간호사ㆍ공무원 등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이 줄을 잇고 있고 항공 관제사의 파업으로 항공기 운항도 일부 마비됐습니다.

노동자들의 저항으로 연립정부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연정에 참여한 세 개 정당 중 16개 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좌파당은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했습니다. 민주좌파당을 빼도 연정의 의석수는 과반인 151석을 넘는 158석이긴 합니다. 하지만 또다른 연정 참여 정당인 사회당 의원도 긴축 반대를 선언 했습니다. 이로 인해 긴축안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원내 제2 당으로 부상한 시리자(Syriza)는 4일 긴축 반대 입장을 다시 확인하며 총선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앙일보] 구제금융 vs 국가부도 … 그리스 운명의 날(링크)
●[참세상] 그리스 긴축 표결 앞두고 48시간 총파업(링크)


지난 3월 유로존의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를 비롯한 유로존 지도자들은 스페인 위기설에 대해 "그리스와는 다르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재정위기는 계속되고 있고 그에 따른 긴축정책 등 모든 면에서 그리스를 닮아가고 있다. 물론 스페인 만은 아니다. 남부 유럽 전체가 그렇다. 왼쪽의 9월 말 스페인 시위 당시 부상당한 시민의 모습과 오른쪽의 4월 그리스에서 경찰 폭력에 의해 다친 시민의 모습이 놀라울 정도로 똑같다.

프랑스, 되돌아온 긴축

프랑스에서도 긴축은 최대의 정치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IMF는 프랑스도 "스페인ㆍ이탈리아와 같은 정도의 노동ㆍ서비스 시장 개혁을 추진하지 않으면 경제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5일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경고했습니다.

국가경쟁력위원회 위원장인 루이 갈루아는 소득세 삭감과 노동 유연성 강화를 핵심 내용으로 담은 산업경쟁력 강화방안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했습니다.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회장을 지낸 갈루아 위원장은 "쇠락하는 기업 경쟁력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충격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해 그의 보고서가 '기업 살리기'에 방점이 찍혀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갈루아 보고서는 5월 당선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취해왔던 정책을 거스르고 있습니다. 올랑드는 취임 직후인 6월 최저임금 2% 인상, 연 100만 유로(약 14억원) 이상 고소득자 최고세율을 75%로 인상한 바 있습니다. 부가가치세 인상도 중단시켰었죠.

친기업적인 갈루아 보고서가 정부에 의해 채택되는 것은 아마 예정된 일이었을 것입니다 올랑드 대통령은 재정적자를 GDP의 4.5%에서 3%로 줄이기 위해 올해보다 300억 유로(약 42조원) 축소된 규모의 긴축 예산을 이미 의회에 제출했습니다. 그는 9월 9일 "이는 신념에 의한 행동"이라는 점을 밝혀 울며 겨자 먹기식 결정이 아님을 분명히 했죠.

부자와 기업들에 대한 감세와 재정지출 감축은 정부의 노동자ㆍ서민에 대한 지원이 축소되고 반대로 세금 부담은 늘어날 것임을 뜻합니다. 200억 유로(약 28조원) 규모의 감세로 인한 세수 부족은 부가가치세의 인상으로 메울 예정입니다. 중앙일보는 정부가 받아들인 갈루아 보고서가 전임 우파 대통령인 니콜라 사르코지의 개혁안을 상당 부분 포함하고 있다며 "올랑드 '사르코지 스타일'로 경제 살리기"라며 조롱하고 있죠.

●[조선일보] IMF "스페인처럼 안되려면 佛도 노동개혁하라"(링크)
●[중앙일보] 올랑드 '사르코지 스타일'로 경제 살리기(링크)
●[이코노미인사이트] 올랑드의 긴축, 그 잔혹한 배반의 결말은?(링크)


11월 14일 유럽 총파업 포스터. 'huelga' 'grève' 'strike' 등 '파업'을 뜻하는 각 나라의 단어로 유럽 지도를 그렸다. [European Strike 페이스북]

부메랑, 유럽 총파업

긴축에 반대한 행동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남부 유럽의 네 개 나라, 스페인ㆍ포르투갈ㆍ이탈리아ㆍ그리스의 좌파와 노동조합이 주축이 돼 11월 14일 유럽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죠.

9월 말 스페인에서 의회를 둘러싸려던 6000명 규모의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의 시위가 있었죠. 이 시위는 경찰의 잔혹한 탄압으로 스페인 시민의 공분을 샀고 곧이어 이에 대한 항의는 스페인 전역은 물론 유럽 전체로 확산 됐습니다. 그리스와 스페인에서, 또 이탈리아에서 다르지 않았던 경찰의 폭력은 단지 결과였을 뿐입니다. 인민의 뜻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긴축안을 강행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경찰 폭력 외에 정부가 기댈 곳이 없지요.

14일 총파업을 준비하는 이들은 이 총파업을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의 다함께가 속해 있는 국제사회주의 경향(IST)은 5일 발표한 성명에서 "14일 파업이 그 자체로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며 이번 파업이 "부문별 파업, 점거, 봉쇄와 전투적 시위와 같은 앞으로의 투쟁을 위한 도약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총파업이 유럽을 당장 어떤 다른 세계로 변화시키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슬란드에서 그랬듯이 점점 더 다른 세계, 다른 삶에 대한 대중의 열망과 상상력이 커져가고 있음은 틀림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경제민주화'가 대통령 선거의 중요한 쟁점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주요한 세 후보 모두 경제민주화를 내세우고 있죠. 우리는 이들의 공약에 부자와 기업에 대한 증세, 복지의 확대, 경제정책에 대한 민주적 참여가 포함돼 있는지 살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자신의 행동이 중요합니다.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의 행보는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비록 우리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우리가 행동하지 않으면 어느새 기업과 부자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기 마련입니다. 한국에서도 좌파가 지금까지의 지리멸렬을 이겨내고 다시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참세상] 11월 14일 유럽 공동 총파업 분위기 활활(링크)
●[레프트21] 유럽 공동총파업은 투쟁의 도약대가 돼야 한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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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들어선지 3개월. 실망하기에 이른 시간일 수도 있지만 프랑스 인민도 긴축정책에 대한 저항에 나서고 있다. 9월 30일 프랑스 좌파전선의 긴축정책 항의 시위. [페이스북]

9월 25일 스페인 시민 6000명이 의회봉쇄를 시도했을 때 사태가 이토록 커지리라고는 예상 못했었습니다. 긴축에 반대하는 시위대에 맞서 경찰은 상상 이상의 폭력을 휘둘렀고 많은 이들이 다쳤습니다. 반응은 즉각적이었습니다. 평온하던 스페인에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하나의 시위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이미 지난해부터 분노한 사람들(인디그나도스 los indignados)의 항의가 나라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여름에는 광부들이 영웅적인 투쟁으로 시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마드리드에 입성했었죠.


벼랑 끝에 선 마드리드: S25→S29
9월 25일부터 29일까지 스페인에서의 저항과 경찰 폭력을 담은 다큐멘터리. [globaluprising.org]

29일까지 이어진 항의 시위는 스페인을 넘어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의 나라에까지 확산됐습니다. 이토록 손쉽게 저항이 유럽 전역을 흔들며 세계화 할 수 있었던 것은 유럽의 인민이 겪고 있는 문제가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긴축'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각 나라의 정부들은 자국의 은행을 구제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죠. 이는 결국 정부재정의 부실로 이어졌습니다. '복지' 때문에 정부재정이 위기에 처했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죠. 정부부채 규모가 2007년을 전후해서 급등했다는 게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합니다.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는 heesang님은 지난해 블로그에 적은 짧은 글에서 이를 지적했었죠.

"지금 (내 생각에는) 극복되고 있는 이 위기는 채권자들의 위기이다. 이 위기를 넘어서면 시민들의 위기가 시작된다. 미국 정치인들은 재정지출은 줄이되 세금은 늘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탈리아는 연대세라는 이름으로 일종의 부유세를 신설했는데, 그런 점에서 유럽의 사정은 더 나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감세와 민영화와 정부지출 축소는 여전히 신자유주의의 전위이고, 긴축의 부담은 고스란히 노동자 계급의 몫일 것이다. 자본이 낳은 위기를 국가가 떠안았으며, 다시 이제 자본은 이를 본격적으로 일반 시민들에게 떠넘기려한다. 그런 점에서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그리스 시민의 투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긴축의 시대와 채권자의 승리ㆍ링크)

민간 부문의 부실을 떠안은 정부는 대규모 긴축으로 손실을 만회하려 하고 있죠. 유럽에서 EU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는 구제금융 무기로 각 나라에 긴축정책을 강요하고 있죠. 그리스에서 저 세 개의 기구가 트로이카로 불리며 분노의 촛점이 되는 이유입니다. 불안하게도 이러한 구도는 외국에 대한 증오를 불러일으키며 민족주의와 인종주의를 부추기고 있기도 합니다. 아직은 다행스럽게도 좌파 운동의 강력한 성장이 이를 저지하고 있습니다.

선거에서의 노골적인 개입도 주저하지 않았던 트로이카의 협박에도 그리스 인민은 투쟁을 이어나갔습니다. 정부를 구성하지 못해 몇 차례 반복된 총선에서도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지지는 꾸준히 성장했습니다. 지난달 말 스페인에서 긴축에 맞선 투쟁이 분출했을 때 그리스에서도 어김없이 저항이 폭발했습니다.

그리스 인민은 9월 26일 다시 총파업 공세에 나섰습니다. 전력 노동자들은 투쟁을 더 강력하게 확대할 것을 요구하며 48시간 파업 반복을 선언했습니다. 재무부 노동자는 이틀 더 파업을 벌였죠
(다시 총파업 공세에 나선 노동자들ㆍ레프트21). 10월 4일 조선소 노동자는 국방부로 쳐들어갔고 농부 수백 명은 트렉터로 공항 봉쇄를 시도했습니다. 이들 모두의 요구는 긴축정책의 중단이었습니다(스페인 수십만 긴축 반대ㆍ참세상).

지난달 말 투쟁을 앞장섰던 스페인의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6일에도 시위를 벌였습니다. 분노한 인민의 항의에도 스페인 정부는 9월 27일 390억 유로 규모의 긴축을 결정하는 등 노동자 계급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정책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스페인 노동조합 연맹들은 11월 14일 파업을 준비하고 있죠
(스페인 수십만 긴축 반대ㆍ참세상).

유럽 뿐 아니라 남미와 북미에서 저항은 확산되고 있습니다. 캐나다 퀘벡 학생들은 등록금 인상에 맞선 투쟁에서 승리를 거뒀습니다. 승리 이후에도 무상교육을 위한 투쟁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칠레에서도 무상교육을 위한 학생들의 투쟁이 1년 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시 점화된 칠레 학생시위 "교육은 권리다"ㆍ참세상). 올 초 경찰의 폭력적 진압에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미국의 오큐파이 운동도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습니다. InterOccpy.net을 만들어 세계적 운동을 연결하고 협력하며 조직하는 것(Connect, Collaborate, Organize)을 모토로 다양한 연대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들 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가들이 10월 13일 전 세계 공동 냄비시위, 매월 22일 공동행동 등을 제안하고 준비하고 있죠(OccupyWallst.org, interoccupy.net).

더해가는 경제 위기, 정확히는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지배자들의 태도가 더 노골적으로 되면서 이에 맞선 저항도 더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한국은 경제와 정치적 상황 모두에서 다른 나라들과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현실 때문에 우리도 결국 저들과 다르지 않은 문제를 겪으리라는 것은 너무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한겨레에 따르면 내년 정부 예산안에서 복지 지출 비중이 2005년 이후 처음으로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복지시대 역주행ㆍ한겨레). 워낙에 부족한 복지이기에 실상 그리 큰 영향이 없어 보이죠.

기업들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란게 문제입니다. 아직은 불분명하지만 부문별로 희망퇴직과 정리해고의 칼바람 조짐도 있습니다. 가장 불안한 곳은 건설업계죠. 정말 거의 마지막 한올까지 끊어버린 듯한 부동산 규제에도 주택시장은 요지부동입니다. 문제는 상업시설과 사무실입니다. 과잉공급으로 서울시내 중심가의 최신 건물에도 빈 사무실을 곧잘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용산 재개발은 난항을 겪고 있으니 예외로 치더라도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와 종로1가 등 대규모 개발지들이 기대 만큼의 수익을 만들어낼 지는 의문입니다.

위기가 어떻게 진행될 지 예측하는 것은 부질없을 겁니다. 2008년 촛불시위와 같은 갑작스러운 저항이 터져나올 수도 있죠. 지난해 희망버스의 놀라운 성공처럼 말입니다. 이에 대비할 때 만이 좌파는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시대를 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참고한 기사와 글
[참세상] 스페인 56개 도시 수십만 긴축 반대
[참세상] 다시 점화된 칠레 학생시위 "교육은 권리다"
[레프트21] 다시 총파업 공세에 나선 그리스 노동자들
[한겨레] 복지시대 역주행 … 내년 예산안 복지비중 첫 감소
[SocialandMaterial.net] 긴축의 시대와 채권자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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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7 13:25

경제위기, 재정적자, 기업복지 쟁점2011.08.17 13:25

8월 초 전 세계적 증시의 격동이 안정세로 되돌아서는 듯 싶습니다. 그와 함께 런던의 소요사태도 진정되고 있죠. 그렇지만 재정적자의 급등에서 비롯한 현재 위기의 원인은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유용한 정보를 소개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Social and Material' 블로그(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긴축의 시대와 채권자의 승리 by H(링크)


GDP 대비 정부부채비율(%)

2007~2008의 금융위기 당시 채권자들의 보호를 위해 정부는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수하는 구제금융을 실시했습니다. 이 구제금융은 1997년 한국의 경제위기 당시에 보여줬듯이 채권자의 보호를 핵심 임무로 삼고 있죠. 그런데 지금 채권자들은 정부의 빚이 너무 많다며 공격하고 있는 것입니다.

구제금융은 채권자들은 보호하는 대신, 정부의 주주 그러니까 일반시민들의 희생을 요구한다. 재정건정성 확보라는 허울좋은 이름 하에 정부지출, 복지의 축소와 공공자산의 매각이 강요된다. 영국의 새정부에서 시작되고, 미국의 부채한도증액 협상을 통해 완결되었으며, 이제 남부유럽 국가에 강요되고 있는 긴축재정 기조는 그래서 이자낳는 자본에 대한 국가의 굴욕적인 굴복이다.

한국의 주요 언론들은 유럽의 재정적자를 지적하며 '과도한 복지'가 나라를 위기로 빠뜨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위 글에서 잘 지적하 듯이 현재의 재정적자는 거의 전적으로 2007~2008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업과 채권자들을 구제하면서 발생한 것입니다.

더구나 GDP 대비 정부부채비율이 100%에 가까운 (그래서 최근 신용등급 강등의 수모를 겪어야 했던) 미국을 보면 이 주장이 얼마나 거짓에 기반한 것인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를 일종의 '복지병'으로 부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스티글리츠는 이것을 '기업복지'라고 부르죠. 대다수 시민의 희생을 기반으로 한 기업복지의 확대는 지금도 현재진형형입니다. 미국 정부의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죠.

미국 공화당의 생떼가 짜증났는지 워런 버핏도 한 마디 했네요.

워렌 버핏과 증세 by H(링크)

워런 버핏은 하위층과 중산층 시민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고통스러운 하루를 보내야만 하는 상황에서 자신과 친구들은 이전보다 훨씬 적은 세금을 내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에 의하면 자신은 과세 대상 소득의 17.4%를 세금으로 내지만 자신의 직원들은 소득의 33~41%를 세금으로 냅니다.

미국 재정적화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무려 '디폴트'의 위협 앞에서도) 공화당은 증세 없는 재정지출 감축이라는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킵니다. 공화당이 (민주당 또한) 군비 감축에 앞장설 가능성은 없으니 정부 긴축의 고통은 고스란히 하위층과 시민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버핏은 공화당의 핵심적 주장, 부자들에 대한 세금 인상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것을 비판합니다. '투자자'로서 경험을 담아 돈을 벌 기회가 있을 때는 높은 세율이 문제가 안된다고 말합니다. 마찬가지로 높은 세율이 일자리를 축소시킬 것이라는 공화당의 주장도 반박하죠.

나는 60년 동안 투자자들과 일해왔는데, 기대수익에 대한 세율 때문에 합리적인 투자를 회피한 사람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 심지어 자본이득에 대한 세율이 39.9%에 달했던 1976년과 77년에도 그랬다.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투자하는데, 내야할 세금 때문에 겁을 먹지는 않는다. 그리고 높은 세율이 일자리 창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1980년과 2000년 사이에 일자리는 4천만개 순증했다. 그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잘 알 것이다. 세율은 낮아졌고, 일자리 창출의 크기는 훨씬 더 작아졌다.

자본주의 체제를 옹호하려는 분은 버핏의 주장을 귀담아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층민에  대한 최소한의 관용과 지원조차 사라질 때 어떤 일이 발생할지 우리는 런던에서, 2005년 파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 상황은 그보다 더 나쁠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지금 세계를 휩쓰는 반란은 런던 소요와 다른 대안을 우리에게 암시합니다. 아랍에서 시작된 조직된 반란의 물결이 (역사적으로 이슬람 문명과 유럽 문명의 교차지인) 그리스와 스페인을 넘어 중부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해는 국유화 하는 이 체제에 반기를 들고 있죠. 좌파들은 버핏 이상의 열정과 확신을 가지고 대안을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Posted by 때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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