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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겨레]


오늘자 한겨레 신문에 실린 칼럼에서 조한혜정 교수는 '동네 나눔 부엌'을 상상해보자고 한다(한겨레 4월 24일자 30면ㆍ링크). 그는 이 나눔 부엌이 "지속가능한 삶의 시대를 열" 징검다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협동조합과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이런 주장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시사인 293호에도 성북구의 '마을 만들기 사업'에 관한 글이 실렸다.

그런데 오전 6~7시에 출근해 오후 8~9시는 돼야 집에 오는 대다수 노동자들에게 동네 나눔 부엌이 가능하기나 한 걸까. OECD에 의하면 2010년 기준 한국의 연간노동시간은 2193시간으로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부지런하다는 독일은 1408시간, 일본은 1733시간 일한다
(OECD Factbook 2012ㆍ링크). 주말이나 휴일에라도 시간이 나면 다행이다. 주말이나 휴일 특근은 제외하더라도 휴일 자체가 적다. 선진국들에 비해 5~13일 덜 쉰다. 2009년 기준으로 평균 휴일 수는 연차휴가 19일을 합해 25일이라고 한다(경향신문 4월 23일자 3면ㆍ링크).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직장에 매여 있기에 개인 또는 가족을 위한 시간은 최소화 되기 일쑤다. 마을 공동체를 위한 시간은 더 말해 뭐할까. 마을과 협동조합의 아름다운 공동체를 꿈꾸지만 현실은 발목을 잡는다.

그래서일까. 조한혜정 교수는 "여유가 생긴 주부"와 "프리랜서"를 '동네 나눔 부엌'의 제일 첫 구성원으로 꼽는다. 시사인의 기사에서도 주부들의 참여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전업주부라고 낮시간에 회사에 매여 있어야 하는 직장인보다 시간이 더 날리도 없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전업주부 연봉찾기 서비스 조사 결과에 의하면 서울 및 6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30대 전업주부의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하루 9시간40분에 달한다고 한다
(링크). 취업 노동자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과 그리 다를바 없다(2009년 기준 연간노동시간 2232시간을 휴일ㆍ휴가 129일을 제외한 236일로 나누면 9시간27분정도 된다. 단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시간 조사는 개인이 직접 입력한 시간을 평균한 것으로 엄밀한 조사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집안일을 도울 '아줌마'를 쓸 여유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마을일에 신경쓸 여유가 있을리 없다. 프리랜서는 그 이름 만큼 자유로운가? 가당찮은 말이다. 직장에 다니는 노동자보다 더 가혹한 조건으로 자신 스스로를 몰아넣어야만 생존 가능한 게 대다수 프리랜서의 현실이다.

마을ㆍ공동체ㆍ협동조합 모두 좋다. 그런데 그 시작은 무엇보다 노동시간의 절대적인 단축이 되어야 한다. 정치 참여를 늘려 민주주의에 활력을 불넣기 위해서도 노동시간 단축은 필수다. 술자리 욕지거리들을 정치 참여라고 보지 않는다면 말이다. 노동조합 활동에 조합원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도 노동시간의 단축은 전제 조건이다. 곧 있으면 노동절이다. 1886년 하루 8시간 노동 쟁취를 위해 총파업을 벌인 미국 노동자의 투쟁을 기념하는 날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자본주의 역사 내내 가장 큰 갈등의 축이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다른 말들의 잔치보다 '노동시간 단축' 이 하나에 힘을 모을 방법은 없을까. 손학규의 '저녁이 있는 삶'은 매우 훌륭한 슬로건이다.

※ 마을 공동체의 형성에 좌파나 진보 지식인만 관심을 가지는 건 아니다. 건설사들은 몇년 전부터 주민 공동 편의시설인 '커뮤니티 센터'를 아파트 홍보에 적극 사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피트니스센터와 같은 것들이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주민 회의실이나 독서실ㆍ카페 등 아파트 공동체를 위한 시설로 확대되고 있다. 홍보업체들은 "상류층, 그들 만의 커뮤니티"를 홍보 키워드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Posted by 때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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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okcom 2013.04.24 16: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 건설사 이야기가 솔깃하네요! 요즘 소위 '게이티드' 아파트촌에는 인트라넷 구축도 잘 되어 있어서 한밤중에 해열제가 필요해 글 올리면 여기저기서 응답이 오고 애들 문제로 정보공유도 많이 하고.. 그렇게나 훈훈하고 좋대요. 직접 살아 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는 문화라 듣고 깜짝 놀랐어요.

    • 때때로 2013.04.24 17: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누군가 잠입취재 해봤으면 좋겠어요. 저야 홍보 관련해서 저런 키워드들을 사용하는 것만 본 것이니 제대로 알기는 어렵죠. 꼭 이상화된 공동체는 아닐지라도 아파트 부녀회의 강한 결집력은 많이들 인정하는 것이죠. 이번 시사인 기사에서도 민주당 지역 정치인들이 아파트 소유자의 이해관계에 더 밀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로 들었더군요. 이게 입증된 사실인지는 아직 좀 의심스럽습니다. 관련한 연구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2. G.D. 2013.04.24 17: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 그래도 열받을까 싶어 조한의 칼럼은 안 읽었습니다만... 뭐 대충 감이 오네요.
    노동시간 최장인 건 입 싹 씻고 모른 체하고 대체휴일제 하면 32조 날아간다고 발광하는 자본가들이야 뭐 말 다 했죠. 그런데 저런 식의 칼럼 쓰는 교수들도 자본가들 못지않게 짜증 납니다. 육아와 가사 등 노동력 재생산에 꼭 필요한 일을 하지만 무급이다 보니 주부의 노동력 따위 아무 떄나 차출해 공짜로 쓸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죠. 후배들 얘기 들으면 엄마들이 아직도 초등학교에 청소니 뭐니 하며 숱하게 불려 다닌대요. 예나 지금이나 거의 변한 게 없어요.
    그런 사회 분위기도 문제지만, 저런 칼럼에서 얘기하는 '여유가 생긴 주부'라는 것도 웃기는 소리죠. 여유가 있긴 개뿔...

    • 때때로 2013.04.24 17: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직접 읽으면 더 열받죠. 글을 시작하면서부터 예로 든다는 것이 '대기업 임원'과 '고액 연봉을 받는 조카사위'니까요. 그러니까 "정말 돈이 없어 문제인가? 살펴보면 지금 우리 주변에는 돈이 너무 많아 탈이고 남아도는 집과 공간도 적지 않다"(조한혜정)고 말할 수 있는 것이겠죠. 월 200만원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절반이 넘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인지 알면서도 무시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것과 관련해 임금(소득) 문제도 얘기해볼까 하다가 그냥 노동시간에만 집중해 정리했는데 보면 볼 수록 열받는 게 자꾸 나오는 칼럼입니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위기가 유럽의 재정위기로 이어지는 신호탄을 올린 것은 그리스다. 치솟는 실업률과 계속되는 임금 삭감과 해고에 그리스 인민의 고통은 더해만 가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급진좌파연합(SYRIZA)를 제치고 집권에 성공한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당(PASOK)ㆍ신민당(ND)ㆍ민주좌파당(DIMAR) 연정은 이전 정부와 다르지 않은 정책을 계속하고 있다. 이 정책은 그리스의 부자와 기업을 구하기 위한 지원금을 유럽연합으로부터 얻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노동자 등 가난한 인민을 위한 국가의 지원을 축소하고 있다. 집권 연정은 이전 정부보다 더 반노동적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권한과 파업권을 크게 축소하는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참세상] 그리스 총리, 파업권 제한… 연정 내부 반발 확산, 붕괴 임박ㆍ링크).

다양한 부문의 노동자들이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투쟁은 작업의 중단 만이 아니다. 이미 기업가들이 버리고 간 공장은 노동자의 의지와 상관 없이 활동이 중단돼 있다. 이러한 자본가들에 의한 사보타쥬는 그리 낯선 것 만은 아니다. 기업가들은 자신에게 이윤을 안겨주지 못할 때 공장을 닫는다. 때론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공장을 폐쇄하곤 한다. 노동자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 겠다고 생각할 때 그렇게 한다. 1970년 칠레에서 아옌데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벌어진 일이 그것이다(
'기억하라, 우리가 이곳에 있음을'… 무력으로 짓밟힌 사회주의 향한 평화적 길ㆍ링크).

노동자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든, 이윤이 남지 않아서 때문이든 그리스의 많은 공장과 기업은 그 활동을 멈췄다. 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의 실업과 빈곤의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스 테살로니키에 있는 비오-미 공장도 그러한 곳 중 하나다. 사장은 공장과 노동자를 버리고 떠났다. 노동자들은 2011년 5월 이후 임금을 받지 못했다. 2013년 2월 12일 이 비오-미 노동자들이 공장을 스스로의 힘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1970~1973년 자본가들의 사보타쥬에 맞서 칠레 노동자들 스스로 공장을 움직이고 유통을 연결하려 한 것처럼 말이다.

여느 투쟁처럼 이 노동자 자주관리 생산의 성패도 이 새로운 생산모델이 다른 공장과 사업장으로 얼마나 많이 확산되고 일반화되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당장에 공장을 돌리고 노동자와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종잣돈도 필요하다. 비오-미 노동자들의 제안은 정부와 노동조합 관료로부터 냉대를 받았지만 지역과 세계의 운동가들은 이 제안에 적극적인 지지로 대답하고 있다. 데이비드 하비, 나오미 클라인, 존 할러웨이, 조르지오 아감벤 등 저명한 지식인들이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비오-미 노동자들의 호소문은 viome.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래는 roarmag.org에 올라온 비오-미 공장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 오역과 의역이 많은 글이니 참고하실 분은 꼭 원문과 대조해 읽기 바랍니다.




그리스 공장이 노동자 통제하에 생산을 시작하다
roarmg.org 2013년 2월 11일ㆍ링크

실업자와 사장이 없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싸우는 와중에 경제위기에 고통받고 있는 그리스 비오-미(the Vio.Me. Viomichaniki Metalleutiki) 공장이 노동자의 민주적 통제하에 생산을 시작했다.

빵 반죽을 하는 우리는 여전히 배고프고,
We are the ones who knead and yet we have no bread,
석탄을 캐는 우리는 여전히 춥다.
we are the ones who dig for coal and yet we are cold.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We art the ones who have nothing,
우리는 세계를 가질 것이다.
and we are coming to take the world.
- 타소스 리바디티스(Tassos Livaditis, 그리스 시인, 1922~1988)


비오-미의 노동자들, 위기의 심장에서 착취와 빈곤의 심장을 정조준하다

실업률이 30%대로 오르면서 노동자들의 수입은 '0'에 다다르고 있다. 과장된 말과 약속들, 더 많은 세금은 진절머리가 난다. 월급은 2011년 5월 이후로 나오지 않았고 현재도 그들에게 일은 주어지지 않는다. 고용주들에게 버림받은 공장에서 비오-미 노동자들은 그들의 대중집회(General Assembly)의 결정을 통해 끝없는 실업상태의 희생자로 남는 대신 그들의 손으로 공장을 점거하고 운영하기 위한 투쟁의 의지를 밝혔다.

2011년 10월부터 정식 제안을 통해 모든 노동자들의 참여로 통제되는 노동자 협동조합의 설립을 요청해 왔다.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이들이 따라할 수 있도록 법적 인정을 요구했다. 동시에 그들은 공장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사회의 부를 생산해온 노동자의 자격으로 그들에게 정당한 권리가 있는- 돈을 요구했다.

작성된 계획은 정부와 노동조합 관료의 무관심에 직면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세계적 사회운동에 의해 열광적으로 받아들여졌고 지난 6개월 간 사회 전체에 비오-미의 주장을 확산시키기 위해 투쟁해온 테살로니키 연대를 위한 열린 제안(the Open Initiative of Solidarity in Thessaloniki)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이후 많은 다른 도시들에서 비슷한 제안이 이어졌다.


이제 노동자들이 비오-미를 장악할 시간이다!

노동자들은 파산한 국가의 가능성 없는 지원 약속(그리스 노동부가 약속했던 1000유로 긴급지원조차 재정부의 승인을 얻지 못했다)의 실현을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 문을 닫거나 파산하거나 노동자를 정리해고 한 다른 공장들 뿐 아니라 옛 사장이나 새 소유주에 기대지 않고 노동자들에 의해 다시 문을 연 비오-미를 주목할 때다.

투쟁은 비오-미 노동자들이 승리하기까지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투쟁은 문 닫은 모든 공장과 업체들로 확산되고 일반화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자주관리 공장의 연결망을 통해서 만이 비오-미의 시도는 번창할 수 있고 착취ㆍ불평등ㆍ계급 없는 생산과 경제의 다른 체제를 향한 길을 밝혀줄 것이기 때문이다.

공장이 연이어 문을 닫으면서 그리스에서 실업자의 수는 200만 명에 다다르고 있고 전 정부의 정책을 지속하고 있는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당(PASOK)ㆍ신민당(ND)ㆍ민주좌파당(DIMAR) 집권 연정에 의해 인구의 어마어마한 규모가 빈곤과 고통에 처하게 됐다. 노동자들에 의해 통제되는 공장 운영 요구는 우리가 매일 경험하고 있는 재앙에 대한 유일하고 합리적인 대응이자 실업에 대한 유일한 대답이다.


비오-미의 투쟁은 우리 모두의 투쟁이다

우리는 노동자, 실업자, 위기로부터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에게 호소한다. 비오-미 노동자들과 연대할 것과 노동자들이 사장 없이 할 수 있다는 신념을 실천하는 그들의 노력에 지지해줄 것을. 우리는 테살로니키에서 3일간 절정에 달할 투쟁과 연대의 행진에 참여해줄 것을 호소한다. 또한 우리는 노동자가 작업장 안에서 사장 없이 직접 민주적 과정을 통해 그들 스스로 조직하고 싸울 것을 주장한다.

우리의 삶을 파괴하는 이들을 몰아내기 위한 정치총파업에 모두를 초대한다.

우리가 바라는 더이상 지배자가 없는 경제ㆍ사회를 조직하기 위해 공장을 넘어 모든 생산에 노동자 통제가 수립되기는 것을 목표로!

이제 비오-미의 시간이다. 일하러 가자!
모든 곳에 노동자 자주관리를 도입하자!
지배자 없는 사회 건설을 시작하자!



비오-미 노동자 투쟁 연대와 지원을 위한 열린 제안
Open Initiative of Solidarity and Support to the struggle of the workers of Vi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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