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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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류, 사랑에 관한 달콤한 거짓말들

때때로 2008. 6. 21. 12:15

전 달콤한 사랑을 꿈 꿔요. 아마도 많은 이들도 그렇지 않을까 하네요.

굳이 TV 드라마에 나오는 알콩달콩한 사랑 얘기들이 아니어도 우리 주변에서 행복해 보이는 여러 연인들과 부부들을 만나곤 하죠. 물론 연인, 부부의 관계는 매우 은밀한, 개인적인 관계이니까, 제가 그 내밀한 속 사정까지 알긴 힘들죠. 하지만 항상 부럽긴 해요.

몇 년 전부터 솔로당 선언이라고 꽤나 유행했었죠. 지금도 많은 분들이 솔로당의 탈퇴를 꿈꾸며 불철주야 노력을 하고있죠. 솔로당의 탈퇴와 커플제국 시민권의 획득, 과연 실현 가능한 희망일까요?

무라카미 류는 그 희망은 단연코 누구에게나 가능한 희망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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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달콤한 거짓말들  무라카미 류|웅진닷컴


솔직히 이 책은 그리 추천할 만한 책은 아니라고 봐요. 연애는 자본주의적 현상이다는 서문을 보고 혹해서 구입하긴 했지만 이 책에서 늘어놓는 류의 이야기들은 사람을 참 불편하게 해요.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코인로커 베이비스'에서도 그랬듯 류는 일본의 경제ㆍ사회 시스템에 대한 경멸과 분노를 숨기지 않죠. 하지만 그는 이 책에서 시스템 속에서 무기력한 개인들에 대해 더 큰 분노를 보여주고 있어요.

그는 새로운 계급 사회가 오고 있다고 말해요. 그것은 연애를 할 수 있는 사람과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나뉘는 계급 사회죠. 여기서 그는 그리 틀리지 않은, 어쩌면 상당히 올바른 얘기를 해요

"연애를 위해선 자립, 특히 경제적 자립이 필요하다."
"가정에, 가족에, 어머니에 의존적인 남자에게 연애는 불가능한  꿈이다."

그는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의 꿈, 번듯한 직장에 취직해서 안정적인 삶을 꾸리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듯 해요. 무엇인가에 도전하고 꿈 꾸고 하는 것들만이 가치있는 것이다라고요. 그래서 그는 자신의 매우 '글로벌'한 취향과 삶을 과시적으로 제시하곤 해요. 물론 그 스스로는 이게 어떤 과시는 아니라고 변명하지만요. 문제는 그가 사회에 대한 불신을 표하곤 하지만 그에게 문제되는 것은 오히려 개인적 선택과 노력 뿐이라는 것이죠.

자유주의적 주장의 극단인 것이죠. 경쟁은 어쩔 수 없다. 누군가는 성공하고 대다수는 도태된다. 도태하지 않으려면 개인이 노력할 수 밖에 없다. 당신은 성공할 것인가 실패할 것인가?

전 이런 주장이 너무 불편해요. 제 루저적 감성 때문인 지도 모르죠. 이 책을 산 지는 꽤나 오래됐어요. 하지만 이제서야 다 읽었죠. 아마도 이런 불편함 때문에 이 책을 멀리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책을 왜 읽었냐고요? 새로운 희망, 달콤한 연애를 꿈 꾸며, 한 시대의 대표적 작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어찌 생각하는 지 궁금해졌거든요. 그것이 옳던 그르던.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은 꽤나 멋진 말로 끝나죠.

"무엇을 하고, 무엇을 듣고, 무엇을 먹을 것인가가 문제가 아니고 종말을 누구와 함께 맞이할 것인가가 제일 큰 문제다."

※ 아마도 이 책은 절판됐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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