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지 못한…

전주 여행 사진 2 - 맛집 본문

기록/기억

전주 여행 사진 2 - 맛집

때때로 2011. 10. 5. 00:05

오늘은 어제의 전동성당 사진에 이어 전주 맛집 사진들을 올립니다. 불량한 찍사가 먹는데 정신이 팔려 음식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했습니다. 역시 '맛집 블로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느낀 여행이었습니다. 부족하지만 제가 먹은 흔적을 남깁니다.


ⓒ自由魂

듀게 한 회원의 추천으로 찾아간 백반집입니다. 정면의 가게가 아니라 왼쪽 뒷편 "옛날옴팡집"이라는 간판을 단 곳이죠. 전북대 후문(학군단 방향) 덕진공원에 있습니다. 덕진교 바로 옆이죠. 안타깝게도 제가 찾아갔을 때는 이미 영업을 끝내셨더군요. 보통은 점심만 판다고 합니다. 다음에는 꼭 가볼 것을 다짐하며 발길을 돌렸습니다.


ⓒ自由魂

다음으로 찾은 곳은 이연잔치국수입니다. 정신없이 먹다보니 빈 그릇만 깨끗이 남았군요. 제가 잔치국수를 비롯한 면 요리를 좋아해서 요리좀 한다는 면 요리집을 몇군데 알지만 이 만한 곳은 단연코 없습니다. 맑으면서도 깊은 멸치육수부터 탱탱하니 살아있는 면발까지. 무엇 하나 모자른 게 없습니다. 완주군청 근처에 있는 이곳 '이연잔치국수'는 전주를 여행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 꼭 들려야 할 곳입니다.


ⓒ自由魂

파리바게트나 뚜레쥬르와 같은 프랜차이즈 제과점에 밀려 옛 영화를 많이 잃었지만 여전히 노고수의 매운 맛을 지니고 있는 풍년제과입니다. 지난해 1월에 갔을 때는 없었던 '초코파이'가 인기 메뉴더군요. 기성 초코파이와 같이 끈덕지지 않습니다. 처음 입에 댔을 때는 약간 딱딱한데 어느순간 곱게 바스라지면서 입안에서 녹는 맛이 일품입니다. 특히 우유와 잘 어울립니다.


ⓒ自由魂

이번에는 떡볶이입니다.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앞에 위치한 '옴씨롱감씨롱'의 떡볶이와 튀김을 먹었습니다. 떡볶이는 고구마를 많이 넣어서인지 달달합니다. 설탕의 단맛과는 다릅니다. 무겁지 않다고 할까요. 떡도 퍼지지 않고 쫄깃해서 좋습니다. 튀김은 일본식 튀김처럼 바삭하지 않은, 옛날 학교 앞 포장마차에서 먹던 튀김 그대로입니다. 눅눅하고 약간은 질긴 튀김옷이 옛생각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속을 오징어로 채운 고추튀김이 제일 좋더군요.


ⓒ自由魂

전주에서 막걸리를 빼놓을 수는 없죠. 저 상만 보고 "별 것 아니네"라고 하시면 안됩니다. 파전은 기본이요 꼬막, 게장비빔밥, 매운탕 등 끊임없이 안주가 나옵니다. 막걸리만 시키면요. 불량한 찍사는 막걸리와 안주를 먹느라고 이것 밖에 못 담았네요. 맑게 띄운 막걸리가 정말 맛있었어요. 달달하니 좋아요. 서울에서도 맑은 막걸리를 파는 곳이 많았으면 좋겠네요. 이번에 간 막걸리집은 서신동에 있는 곳인데 여기는 지난해 갔던 삼천동의 막걸리집보다 안주 종류는 조금 적습니다. 하지만 안주의 양이 많아요. 배부른 안주가 주를 이룹니다. 저녁식사 대신으로 좋은 곳입니다.


ⓒ自由魂

막걸리를 마신 다음날에는 역시 해장으로 콩나물국밥이 최고입니다. 삼백집은 못가봤지만 왱이집보다 훨씬 맛이 좋다고 생각하는 현대옥입니다(물론 왱이집만 해도 서울의 웬만한 콩나물국밥집 수준을 한참 뛰어넘는 맛이죠). 안타깝게도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더군요. 전주 지역에 10곳의 분점이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번에도 남문시장에 있는 본점을 찾았습니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지만 남문시장 본점은 여전히 오후 2시까지만 영업을 합니다. 자리도 12명 정도 들어가면 꽉차는 게 그대로입니다. 맛은 약간 세진 것 같기도 합니다. 30분 넘게 기다려서 한 그릇 뚝딱 비웠습니다.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죠. 여기 가실 때는 꼭 '김'을 준비해가세요. 국밥에 바삭한 김을 올려 먹는 맛이 일품입니다.


ⓒ自由魂

날이 많이 추워졌지만 팥빙수를 먹기 위해 '외할머니솜씨'를 찾았습니다. 양사재에서 향교를 가는 길에 있는 새로 생긴 집입니다. 팥을 직접 쑤었는지 보통의 팥빙수 팥과 다른 맛입니다. 곱게 빻은 흑임자 가루를 뿌려줘 고소합니다. 고명으로 올려져 있는 떡은 부드럽고 쫄깃한게 보통의 팥빙수 떡과 비교를 거부합니다. 그 외에 다른 재료는 들어가지 않은 듯 합니다. 기본으로 들어간 팥과 우유, 떡 만으로도 깔끔하고 달달한 맛을 선사합니다.


ⓒ自由魂

전주는 중국음식도 맛있더군요. 왱이집과 가까운 '계수나무'의 전복해물짬뽕과 짜장면입니다. 조미료를 적게 쓰는지 서울에서 먹던 짜장면, 짬뽕과 달리 뒷맛이 깨끗합니다. 짜장면은 서울보다 덜 달고, 짬뽕은 덜 맵습니다. 짬뽕에 들어간 홍합과 조개류도 적당히 익어서 서울의 홍함짬뽕처럼 질기지 않습니다. 맵지 않으면서도 시원하고요. 양이 많은 편입니다.




ⓒ自由魂

한옥마을에 들렀으니 전통 차도 한 잔 해야죠. 날도 춥고 해서 우전과 같은 것보다는 쌍화탕과 대추차를 마셨습니다. 원래 가려던 곳은 '오목대 가는 길'이라는 곳이었는데 여기는 보통의 커피숍으로 바뀌었더군요. 그래서 찾은 곳이 '다호'입니다. 옛 한옥에서 개조하지 않고 손님을 방으로 모시더군요. 금성 라디오, 1979년에 나온 '선데이서울' 등 오래된 물건들이 손님을 반겨줍니다. 주인 아저씨는 옆방에서 쌍화탕에 들어가는 밤과 은행 호두를 계속 까고 있습니다.


ⓒ自由魂

전주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비빔밥이 장식했습니다. 가족회관에 들렀는데 예전보다는 반찬 수가 줄은 듯 합니다. 하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비빔밥의 깊은 맛은 여전했습니다. 반찬도 정갈하니 입맛을 돋우어주더군요. 무거운 놋쇠 그릇은 밥을 비비기에 제격이었습니다.


ⓒ自由魂

식사는 아니지만 막걸리와 김치전을 더 먹고 왔습니다. 향교 근처에서 김치를 파는 곳인데 축제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홍보하기 위해서인지 막걸리 두 잔에 작은 김치전을 5000원에 팔더군요. 떠나기 아쉬운 마음에 막걸리 한 잔 했습니다. 역시나 불량 찍사는 이미 한 점 떼어먹은 후 사진을 찍었습니다.


전주의 맛있는 음식들 때문에 더없이 즐거웠던 2박3일이었습니다. 한달은 머물면서 곳곳에 숨어있는 맛집을 찾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서울에 올라오니 왜이리 밥을 먹기 싫던지. 예전보다 많아진 관광객 덕인지 값이 좀 오른 듯 하지만 맛은 대체로 예전 그대로인 듯합니다. 이번 여행에선 기회가 닷지 않아 동포만두(개인적으로 베테랑분식의 만두보다 맛있다고 생각합니다)를 맛보지 못 게 무척 아쉽습니다. 풍년제과의 숨어있는 최종병기인 '초코브라우니'도 다 팔려서 못먹었군요. 이래저래 정리해보니 더 아쉬움이 남는군요. 비빔밥으로 유명하지만 비빔밥 못지않게 맛있는 음식으로 가득한 전주가 있다는 게 식도락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행복한 일입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