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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여행 사진 3 - 멋길

때때로 2011. 10. 5. 00:50

일 하기 싫어서 쓰는 전주 여행 사진 세 번째입니다. 이번에는 전주의 골목길 풍경입니다. 전주는 딱히 다른 곳에 비해 '볼 것'이 많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당장 떠올려봐도 경기전ㆍ풍남문ㆍ오목대ㆍ전동성당ㆍ한옥마을 정도죠. 한나절이면 모두 둘러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자연의 풍광이 수려한 것도 아닙니다. 큰 물도, 큰 산도 없는 곳이라 그리 눈에 띄는 자연경관은 없습니다.

전주의 멋은 한옥마을과 함께 구시가지 쪽의 오래된 골목길 풍경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골목길 풍경이라는게 설명하기 애매한데, 멀리서 보면 별것 아닌 것도 가까이 보면 기가막히게 아름다운 것들입니다. 어디에서든 그러한 아름다움을 찾아볼 수 있지만 특히 전주에선 찾아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전동성당 사진을 제외하고 2박3일 전주 여행 마지막 사진들을 올립니다.


ⓒ自由魂

전주의 한옥마을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서울에도 한옥마을이 있지만 전주의 풍경은 보다 전통적이라는 느낌입니다. 좁은 골목길 사이 처마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보면 조선의 사람들이 보던 하늘이 이랬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自由魂

풍남문의 위세가 당당합니다. 서울의 숭례문과 같은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진 않지만 '호남제일성' 전주성의 남문으로서 우뚝 서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풍남문의 반대편으로 남문시장이 있습니다.


ⓒ自由魂

남문시장에서는 맛집을 돌아보는 재미가 큽니다. 여기에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간판과 하늘공원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모든 간판이 그리 돼있진 않은데, 몇몇 상점들의 간판을 보면 무척 재치있고 아름답게 만들어졌습니다. 화장실을 알려주는 안내판도 그렇고요. 사진의 하늘공원은 남문시장의 옥상에 마련된 곳입니다. 너무 멀리서 찍어서 간판이 잘 안보이죠. 저 곳을 돌아 들어가면 작지만 아담한 쉼터가 있습니다. 지친 발걸음을 잠시 쉬었다 가면 좋을 곳이죠.


ⓒ自由魂

풍남제과 뒷편 왱이집이 있는 골목에도 예쁜 건물과 장식이 많습니다. 위 사진의 건물은 절인데 그 독특한 뽐새가 보통의 절과는 다른 느낌을 전합니다.


ⓒ自由魂

美술館(미술관)이라는 술집입니다. 라이브 공연을 하는(시간이 없어서 실제로 하는 것은 못봤네요.) 작은 바인데 홍대 앞의 여느 술집 못지않게 세련됐죠. 이 골목에는 미술 학원이 많고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단체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정갈한 간판을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빈 공터의 건물 벽에는 그림을 그려넣고, 골목 위 전깃줄에도 장식물을 부착해놓았죠.


ⓒ自由魂

보기 흉한 피사체도 이렇게 훌륭한 예술품이 될 수 있습니다. 오목대로 향하는 골목에 있는 작업실에 전시된 그림입니다.



ⓒ自由魂

오목대에서 향교를 향하는 길에 작고 예쁜 공예품을 파는 가게가 몇 곳 들어섰더군요. 가게 앞의 장식물도 심심치 않은 재미를 줍니다.


ⓒ自由魂

우리 전통 한옥의 처마는 아니지만 오래된 왜식 기와의 처마 너머로 보이는 장미넝쿨도 아름다운 자태를 뽐냅니다. 지난해 1월에 왔을 때 한옥마을은 경기전과 오목대 사이로만 조성돼 있었는데, 올해 가보니 오목대와 전주 향교 사이에도 꽤 많은 한옥이 복원되거나 신축됐더군요. 아마도 내년에는 더 아름다운 한옥들을 만날 수 있을 듯 합니다.


ⓒ自由魂

양사재에서 오목대로 오르는 길에 있는 당산나무의 자태입니다. 겨울의 앙상한 나뭇가지에서도 범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던 나무입니다. 푸른 나뭇잎에도 그 기운이 고스란히 담겨 있더군요.


ⓒ自由魂

한옥마을에 있는 1000년 된 은행나무의 가지입니다. 마지막 푸르름을 간직한게 시린 가을 하늘과 어울려 더 아련해 보입니다.





ⓒ自由魂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꽃들인데도 전주에선 달라보입니다. 그건 모두 제가 전주에 반했기 때문이겠죠.


이렇게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이번에도 역시 전주의 아름다움을 다 담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여행이었던 듯 싶습니다. 매번 들를 때마다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재미가 가득한 전주입니다. 지나치게 관광지화 되는게 아쉽기도 하지만 보다 많은 이들이 전주의 아름다움에 공감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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