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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할 때 읽으면 좋을 책 '눈먼 자들의 경제'

때때로 2011. 12. 6. 16:13

눈먼 자들의 경제 : 시대의 지성 13인이 탐욕의 시대를 고발한다


경제위기가 시작된지 2년이 넘었지만 그 여파는 아직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경제위기 관련 책도 꾸준히 나오는 편이죠. 오늘 소개하는 '눈먼 자들의 경제'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면에서 월가의 인간 군상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재미가 있습니다. 부제목으로 '시대의 지성 13인이 탐욕의 시대를 고발한다'고 되어 있고,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두 편의 글을 실었지만 이 책은 2008년 경제위기에 대한 경제'학'적인 분석을 담고 있진 않습니다. 그보다는 월가 사람들의 탐욕스러운 행동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죠.

2008년 금융위기의 절정을 장식했던 버나드 메이도프의 사기 행각에 관한 글이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는 점은 이 책이 '시스템'보다는 '사람'에 관심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스티글리츠를 제외한) 이 책의 저자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위기의 주역이었던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가라는 대중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버나드 메이도프에 관한 4부는 그의 사기행각이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설명보다는 메이도프 자신, 그의 두 아들, 그리고 그의 아내는 어떤 사람인가를 추적하는데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메이도프 뿐 아니라 너무나 어이없는 사기 행각들 때문에, "이것이 금융의 최첨단을 달리는 월가에서 정말 일어난 일인가?"라는 의문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3부 '혼란에 빠진 세상'에서 추적하는 앨런 스탠포드와 마크 드레이어의 행각은 싸구려 사기꾼과 다를바 없어 보입니다. 그러한 사기꾼들이 활개칠 수 있었던 월가라는 곳은 어떤 곳일까요. 기업의 부패가 꼭 이번 금융위기에서만 문제된 것은 아닙니다. 가까운 사례로 엔론의 분식회계가 있었죠.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과거에도 기업과 시장의 부패는 여럿 있었고 최근에는 저축은행 사태가 이러한 부정부패의 대표 사례죠.

※은행이 아닌 곳을 정부가 나서서 '저축은행'이라는 이름, 즉 대중이 '은행'으로 착각할 수 있는 이름을 붙여줬다는 점에서 결국 이러한 부패는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700여 쪽의 두꺼운 이 책을 '심심할 때 읽으면 좋을 책'이라고 추천하는 것은 이 책이 골치 아픈 '시스템'보다는 흥미로운 '사람'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입니다. 이 것은 이 책의 대표적인 단점이자 장점입니다. 굳이 각 잡고 앉아서 밑줄 쳐가면서 읽을 필요는 없는 책이죠. 그렇지만 간혹 보여지는 저널리즘 특유의 날카로운 통찰이 담긴 구절은 인용해 써먹기 좋은 자료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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