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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 사토시의 '해귀선' … 잃어버린 인어의 삶 본문

콘 사토시의 '해귀선' … 잃어버린 인어의 삶

때때로 2012. 6. 23. 21:49

2010년 췌장암으로 이른 죽음을 맞은 콘 사토시의 '해귀선'이 미우에서 나왔습니다. 1990년 '영매거진'에 연재된 장편입니다. 해귀선은 일본에 전래되는 인어에 관한 전설을 다루고 있습니다. 낙후된 한 어촌에서 개발의 파고를 맞아 빚어지는 갈등을 인어 전설과 연결해 다룹니다. 마을에서 전통적으로 신관을 맡아온 집안 3대의 이야기죠.

※ 아래는 '해귀선'의 내용과 결론이 상당한 정도 포함돼 있습니다.


해귀선|콘 사토시 지음|김동욱 옮김|미우

개발에 대한 욕망과 전래되는 전통, 자연의 가치와의 갈등은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주제입니다. 그가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줬던 꿈과 현실의 기묘한 중첩과 뒤틀림이라는 주제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해일에서 절정을 맞는 사건의 긴박감을 연출하는 방식은 그가 바로 콘 사토시임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만화가 흥미로운 것은 인어라는 소재를 다루는 방식에서 다카하시 루미코의 '인어의 숲' '인어의 상처' 연작과 비교할 때입니다.

루미코의 인어 연작에서 인어는 인간 욕망의 순수한 결정체입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식욕으로 연결됩니다. 그녀의 만화에서 인어는 무엇보다도 '고기'로 등장하죠. 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인어지만 그 고기를 먹고 변형된 인간과 혹은 인어의 유사체들은 무엇보다도 걸어다니는 고기의 모습처럼 그려집니다.

하지만 콘 사토시의 해귀선에 나오는 인어는 인간이 그 욕망으로 인해 잃어버린 자연의 원형에 가깝습니다. 그것은 도시로 떠나 잃어버린 고향의 모습과 같은 것이기도 하고, 사고로 잃은 어머니의 모습이기도 하죠. 바로 어머니. 해귀선의 인어는 무엇보다도 어머니 자연 그 자체입니다. 신관의 일을 가업으로 이어온 테츠의 집안에서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 바로 인어의 알을 돌보아 제 때 인어에게 돌려보내는 것이라는 데서 이러한 상징성은 극대화 됩니다.

두 작품 모두에서 인어는 재앙을 불러옵니다. 다카하시 루미코의 인어 연작에서의 재앙은 자연적이라기보다는 인공적입니다. 그것은 끊임없이 서로를 죽임으로써 자신의 욕망을 채워온 인류의 역사를 입증하는 관찰자이기도 합니다. 그에 반해 어머니 자연으로 인어를 그리는 해귀선에서 재앙은 자연재해와 같은 것입니다. 그것은 인간이 자연 환경을 해치면서 스스로 초래한 재앙인 것이죠.

아마 그래서일 겁니다. 다카하시 루미코의 인어 연작이 깊이를 알기 어려운 서늘함을 남기는 데 반해 콘 사토시의 해귀선이 아련한 향수를 남기는 것은 말입니다.

일본에서 인어의 전설이 어떤 형식으로 전래되고 있는지 모릅니다. 아마 더 자세한 비교와 감상은 일본의 전설을 살펴본 후에 가능하겠죠. 인어 전설을 모른다고 해서 해귀선의 감상이 어렵진 않습니다. 기왕이면 다카하시 루미코의 인어의 숲, 인어의 상처 연작과 함께 보면 더 재밌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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