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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기억

제주도 여행 2, 백록담은 쉽게 볼 수 없다

때때로 2012. 8. 3. 11:36

제주도 여행 이튿날엔 한라산을 올랐습니다. 여러 길이 있지만 백록담에 오를 수 있는 길은 두 곳입니다. 첫째는 성판악에서 오르는 길이고 둘째는 관음사 야영장에서 출발하는 것이죠.

성판악에서 시작한 길은 백록담까지 9.6㎞입니다. 해발 800m 지점에서 시작하는 길이지만 산이 높다보니 꽤 깁니다.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링크)에는 4시간30분이 걸린다고 적어놓았습니다. 백록담에 오르는 길은 관음사 야영장에서 출발하는 게 더 짧습니다. 8.7㎞죠. 하지만 등반 시간은 더 걸립니다. 5시간정도. 성판악 길보다 경사가 급해 오르기 더 힘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산에 익숙하고 건강한 사람이라면 더 짧은 시간에 백록담에 오를 수 있겠죠. 하지만 관절과 근육을 위해선 속도를 약간 줄이고 천천히 걸어올라가는 게 좋을 겁니다.

성판악 길은 대부분 숲속의 길이라 기암괴석의 풍경을 만나긴 어렵습니다.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하지도 않죠. 길고 긴 숲길을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살피면 의외로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해발 1500m 지점을 넘어서면 풍경이 변합니다. 나무와 풀들의 키가 낮아져 천정처럼 하늘을 가리던 울창한 숲이 끝납니다. 하지만 거의 항상 껴있는 구름 때문에 푸른 하늘을 보기란 어렵습니다. 간간히 나타나기 시작한 하얀 고사목들과 키낮은 나무들은 잘 꾸며진 정원의 모습 같습니다.

 

 

 

조금 더 오르면 이제 나무도 드물어집니다. 풀들만이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고 구름 사이로 커다란 현무암 덩어리들이 위세를 뽐내죠.

 

 

 

이제 정상이 얼마 안남았지만 백록담에 가까울 수록 길은 더 급해집니다. 그래도 요새는 나무로 만든 계단이 있어 덜 힘듭니다. 어떤 분들은 가벼운 단화를 신고 여기까지 오르기도 하더군요.

한라산으로 출발하기 전. 제주시내에서는 분명히 맑은 날씨였는데 한라산에 오르면 그렇지 않습니다. 중간에 잠시 비도 오고, 안개와 구름이 거의 언제나 껴있습니다. 맑은 파란 하늘 아래 백록담을 보는 것은 정말 운이 좋아야 가능한 일입니다. 얼마 안 되는 거리에 화구의 연못, 백록담이 있지만 짙은 구름 때문에 연못물을 보기조차 어렵습니다.

 

 

잠시 걷힌 구름 사이로 연못이 보입니다. 이곳은 두 번째로 찾은 곳입니다. 물론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6살 때 올랐던 것이라 어디에 떳떳이 말하진 못하죠. 그래도 참 신기합니다. 제가 6살, 동생이 돌이 갓 지났을 때였는데 어떻게 이곳까지 올랐는지.

 

 

지금은 나무로 만든 바닥과 울타리가 있습니다. 물론 몇몇 분들은 그것을 무시하고 울타리 안에 들어가 사진도 찍고 술(?)도 마시고 그러더군요. 혹시라도 잠시 구름이 걷히면 바다까지 보일까 싶어 기다려봤습니다. 계속 몰려드는 구름에 결국 포기하고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갈 때와 달리 관음사 야영장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같은 길을 또 내려가자니 지겹다는 생각에 다른 길을 선택한 것 뿐이죠. 이 길을 가지 않았다면 한라산은 높기만 하고 그저그런 밋밋한 산이라고 생각했겠죠. 한라산에 오를 계획이 있는 분은 꼭 관음사 길을 포함시키세요. 경사가 급해 힘들긴 하지만 절경은 고단한 몸의 피로를 싹 씻겨줍니다.

 

 

 

여전히 짙은 구름에 바위와 절벽이 자태를  숨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을 내려갔을 때 잠시 구름이 걷히더군요. 왕관릉에서 바라본 탐라계곡 맞은편 장주목 오름능선의 모습은 설악의 울산바위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사진은 여기까지입니다. 가지고 간 카메라의 배터리가 다 떨어져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었죠. 이 왕관릉 아래로 이어진 길도 절경의 연속입니다. 계곡과 바위, 숲의 절경은 여느 산에 못지않은 것 같습니다.

3시간여를 내려오니 관음사 야영장입니다. 야영객을 위한 평상과 공용 수도시설, 화장실이 있어 지친 몸을 잠시 쉬게 하기에 딱 좋죠. 교통은 안 좋습니다. 택시는 많이 서 있으나 제주도 시내까지 1만5000원을 부릅니다. 대신 제주대 입구의 버스정거장까지 5000원만 받습니다.

한라산에 오른지 벌써 며칠이 됐는데도 제 녹슨 무릎관절과 다리의 근육들은 여전히 삐걱대며 비명을 내지릅니다. 너무 무리하게 빨리 올라서인 듯 싶습니다. 앞에서도 잠시 말했지만 좀 더 여유를 갖고 천천히 오르고 내리는 게 좋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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