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지 못한…
수성동 계곡 본문
인왕산자락 아래 수성동 계곡이 올 여름 복원을 마치고 일반에 공개됐죠. 전에는 아파트가 자리하고 있던 자리입니다. 서울시는 '원형'에 가깝게 복원됐다고 하는 데 제가 '원형'을 본적 없으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갑니다. 어쨌든 겸재가 남긴 '장동팔경첩' 중 '수성동' 부분과 비교해 보면 많이 닮은 듯 합니다.
겸재 정선의 '장동팔경첩' 중 수성동' 부분. [그림=서울시]
7월 11일 복원돼 시민에게 공개된 수성동 계곡. [사진=自由魂]
북악스카이웨이를 따라 걷다가 눈에 잘 안띄게 난 오솔길로 내려가니 만날 수 있는 풍경이었습니다.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죠. 공개된지 얼마 안돼선지 아직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저 바위 아래로는 바로 연립주택 단지가 이어집니다. 그곳에 사는 분들이 무척 부러워지더군요.
바위 사이를 흐르는 물길, 호위하듯 둘러싼 소나무숲, 우뚝 솟은 바위산. 선비보다는 장군의 기개가 느껴지는 풍경입니다. 이곳에 흐르는 물이 청계천의 원류라고 합니다.
깊게 패인 바위 사이로 흐르는 물. [사진=自由魂]
수성동 계곡의 물은 곧잘 폭포를 이루며 아래로 흘러내린다. [사진=自由魂]
때론 수풀 사이로 수줍게 드러낸 폭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진=自由魂]
인왕산은 그 규모와 달리 많은 물을 흘러보냅니다. 산을 자주 오르는 분은 의외로 물이 귀하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올 여름 비가 잦았다지만 몇년 전 비슷한 시기에 찾은 인왕산 계곡이 비슷한 정도로 물을 품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꼭 올해만 이런 것 같진 않습니다.
바위 틈새로 길을 찾아 흐르는 작은 물줄기. [사진=自由魂]
물길 따라 존재감을 드러내는 짙은 생명의 힘, 이끼. [사진=自由魂]
결코 크지 않은 산이죠. 하지만 많은 것을 품고 있는 산입니다. 두 시간이면 정상까지 오르고 내리는 데 충분합니다. 하지만 인왕산의 풍성함을 느끼기에 두 시간은 너무 짧죠. 여유롭게 걸으며 만끽하기에 좋은 길입니다. 흔한 꽃이지만 나팔꽃과 코스모스의 자태도 달라 보입니다.
인왕산 성곽길 옆의 나팔꽃. [사진=自由魂]
부암동에서 오르면 성곽 옆 나팔꽃이 먼저 반긴다. [사진=自由魂]
인왕산에 오르면 경복궁이 이 자락에 자리잡은 이유를 쉽게 납득할 수 있습니다. 넓어진 서울 전체를 바라볼 순 없지만, 조선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바라본 도성 한양의 모습 전체를 조망할 순 있지요. 마침 추석을 맞아 더 맑게 개인 하늘은 서울의 화려함을 그대로 담아냅니다.
인왕산에 오르면 청와대와 서울 북동부 일대 전체를 볼 수 있다. [사진=自由魂]
하루 남은 연휴, 인왕산에서 짧은 산책과 함께 마무리 하면 그 아쉬움을 덜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