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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절] 뉴라이트 曰 "우리 솔직해지자"

때때로 2008. 8. 19. 15:10

8월 15일은 일본이 미국에 항복함으로써 한반도가 일제의 식민 통치로부터 해방된 날이죠. 네 '광복절'입니다. 당시 이승만 정부는 바로 이 36년간의 식민지로부터의 해방일을 기리기 위해서 48년 8월 15일을 정부 수립일로 정합니다. 8월  15일은 '광복절'이기도 하지만 정부가 수립된 '건국일'이기도 한거죠.

문제는 역시 2MB와 뉴라이트 집단의 '건국절' 생쑈. 어찌 생각하면 한국의 우파로서 지난 60여년간 지닐 수 밖에 없었던 딜레마를 일거에 해결한 거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지배 세력에게 가장 큰 약점은 아마도 역사적 정통성이 없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조선 혹은 대한제국을 잇지 않은 대한민국에게 있어서 역사적 전통성의 가장 중요한 근거는 '항일 독립운동'이죠. 이승만이 독립운동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임시정부 초기에 '탄핵'을 당했고 이후로는 운동으로부터 멀어져 있었죠. 해방 이후 미국의 지원으로 중요한 세력으로 부각되긴 하지만 '대통령'의 자리에 오를만큼 민중으로부터의 지지를 받는 위치에 있진 못했습니다. 또한 미국으로서도 2차대전 종전 후 급격히 냉전으로 돌입하던 시기에 한반도 이남지역에서 좌파의 정치적 위상은 부담스러웠겠죠. 심지어 우파였던 김구조차도요.

이승만으로선 자신의 부족한 정치적 자원을 미국의 지원, 일제 식민지 통치에 협조했던 집단에 대한 사면을 통해 보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서 이승만 정권 지배 이데올로기의 두 축 '반공'과 '반일'이 나옵니다. 이 두 카드는 서로 결합된 상태로 이용됩니다. 식민지 시기 항일운동의 중요한 세력이었던 '좌파'를 제거하기 위해 '반공'이란 카드를 듭니다. 하지만 독립운동 역사에서 '좌파'를 제거하면 20년대 중반 이후로는 남는게 별로 없죠. 아직 진실은 묘연한 상태지만 한 육군 장교의 김구 암살은 그에게 '임시정부'라는 정통성을 그나마 남겨줍니다. '반공'이라는 패에도 불구하고 당시 민중에게 독립운동 세력으로서 좌파의 위상은 여전히 만만찮은 것이었죠. 그래서 그는 역대 그 어떤 정권보다도 국민의 '반일감정'을 자극하는 정책에 힘을 쏟습니다. 여기엔 당시 이승만 정권 하에서 다수의 세력을 점하고 있던 옛 친일파의 존재도 중요한 이유로 작용합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전두환은 말할 것도 없죠.

바로 여기에 한국 우파의 피할 수 없는 딜레마가 존재합니다.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을 항일 독립운동으로부터 이끌어 올 때 약점이 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과거, 그에 반해 부각될 수 밖에 없는 좌파의 존재는 참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죠. 더군다나 '반공'이라는 카드가 더이상 유효한 패가 아니게 된 상황에서 그들에게 이 딜레마는 더 끔찍해질 수 밖에 없었겠죠. 또한 한국의 경제 성장이 (단지 외교적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한미일 삼각동맹에 기초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지나친 국민의 '반일감정'과 '반일' 정책도 점차 어려워만 갔습니다.

뉴라이트 집단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민족주의 사관'에 문제제기를 해왔습니다. 한편 이것은 최근 좌파의 '탈민족주의'의 성장으로 어느정도 자신들의 친일적 본질을 감추는데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웃긴 건 그들이 '탈민족주의'를 외치면서 '국가주의'를 강화한다는 것이죠. 사실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는 그리 다른 것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즉 그들이 '민족주의 사관'을 벗고 '국가주의 사관'을 강화한다는 것은 항일 독립운동의 정통성을 이어받으려 하는 '민족주의 사관'을 버리고 '새로운 우파적 민족주의'를 만들겠다는 의지인 것입니다. 과거 우파와 비슷한 행태를 보임에도 그들을 '뉴라이트'라고 부르는게 옳다면 아마도 이런 이유에서일 겁니다.

핵심은 간단한 거죠. 어차피 한국의 지배세력은 명시적 지배자들의 교체에도 불구하고 1910년 한일합방 이후 언제나 친일파였습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넘어가자는 겁니다. 애초에 20년대 중반 이후 끝까지 항일 독립운동을 고집했던 우파세력은 김구의 죽음 이후에 맥이 끊겼다고 봐야 하는 상황에서 지금의 우파는 그저 친일파 자신 혹은 그 후예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그동안의 답답했던 가면을 벗고 자신들의 정체를 '커밍아웃'한 것이죠.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의 대답은 '민족주의 사관'의 복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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