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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 40주년] 68운동|잉그리트 길혀-홀타이

때때로 2008. 8. 26. 12:01

<2008년 3월 25일 작성> 모든 사회운동엔 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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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미국 버클리 대학에서
자유언론 운동의 대표적 지도자인 마리오 사비오가 연설하고 있다.


1968은 흔히 '혁명'이라 불립니다. 이매뉴얼 월러스틴의 "이제껏 세계혁명은 단 둘뿐이었다. 하나는 1948년에, 그리고 또 하나는 1968년에 일어났다. 둘 다 역사적인 실패로 끝났다. 둘 다 세계를 바꾸어놓았다"는 말은 매우 유명하죠.

그런데 정말 이 세계적 사건은 '혁명'이라고 불릴만한 '자격'이 있을까요? 오늘 소개할 이 책은 그 의문에 답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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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운동  잉그리트 길혀-홀타이 지음│정대성 옮김│들녘


'혁명'을 단 몇 일 혹은 몇 개월 사이에 일어나는 '반란'과 '봉기'와 동일시 할 순 없습니다. 그것은 최소 몇 년에서 최대 몇 백년을 거치는 인간의 사회적 삶의 근본적 변화 과정이죠. 그렇기에 1848년 혁명은 사회의 자본주의적 혁명의 마지막 과정으로 고려할 수 있는 것과 달리 1968을 '혁명'으로 보기는 힘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1968은 (4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미국 SDS의 지도자였던 톰 헤이든의 "나는 반역한다, 고로 우리는 존재한다"는 말에서 드러나듯 '개인적 해방 전략'으로서 사회 변혁 운동의 성격이 강해 혁명엔 미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의 역사적 의의를 '운동'이었다고 해서 깎아내리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68운동을 역사적으로 평가하는데는 꽤나 많은 어려움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1980년대 운동을 평가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그 첫 번째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 '운동'이 '패배'했었다는 데서 비롯합니다.

1968을 다룬 모든 책과 글들에서 빼놓을 수 없고 단연코 중심의 위치를 차지하는 프랑스에서의 운동은 그 치열했던 거리에서 투쟁의 나날들에도 불구하고 6월 선거에서 드골의 손을 들어줬죠. 가장 치열한 투쟁을 벌였던 독일, 이탈리아, 일본에서는 '적군파'를 비롯한 소규모 좌익 그룹들의 '테러주의'로 인해 대중 운동의 침체를 겪어야만 했고요.

"테러주의와 신좌파 사이에 가로놓인 이데올로기적인 거리가 68운동 활동가들의 자기 비판 속에서조차 여러 번 좁혀지는 동시에, 신좌파의 '비판의 무기'에서 테러주의의 '무기를 든 비판'으로의 이행이 인식론적 지향의 변화에서 나왔다는 점이 묵살되면서 … 게릴라전과 개별적 테러 행동으로의 행보는 68운동의 도덕적 토대를 파괴했고 … 운동 추종자들의 입장을 양분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 책의 장점은 이 역사적 사건을 '혁명'으로 격상시키던 한 때의 해프닝으로 격하시키던 간에 우선 '사회 운동'으로 위치시켜 분석하고자 하는 태도에서 비롯합니다.

1968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베트남전, 체게바라, 프랑스 파리, 프라하, 히피 … 그러나 가장 큰 특징으로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학생'이라는 것일 겁니다. 전 68 운동을 '학생 운동'으로만 치부하는 것에 반대하는 편이지만 그 시작이 무엇보다도 학생 들의 운동이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SDS. 두 개의, 두 곳의 SDS가 있었죠. 미국의 Students for Democratic Society와 독일의 Sozialistischer Deutscher Studentenbund입니다. 톰 헤이든과 루디 두취케의 이름으로 유명한 조직이죠. 이 책은 무엇보다도 이 두 조직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합니다.

흔히 1968을 다룬 얘기들에선 그 이전까지 조용했던 세계가 갑작스런 폭풍을 만난 듯이 표현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아무론 조짐이 없을 순 없죠. 두 SDS는 1968 전부터 미국의 민권운동과 인종차별 반대 운동, 비상사태법 반대 운동을 통해 조직화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소수였지만 그 운동의 목소리는 1968의 폭팔적 운동의 목소리로 성장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죠.

이 책은 무엇보다도 '사회운동론'적 관점에서 운동의 성장과 발전 그리고 쇠퇴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한 서술이 약간은 무미건조하기도 합니다. 특히 반복해서 "~ㄴ다"로 끝나는 문장은 순조로운 독서를 더 방해하곤 합니다. 그렇지만 운동에 대한 '회고록적' 평가가 아니라 역사적 평가를 시도하는 이 책은 (물론 그 평가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한계를 지적하지만) 다른 어떤 책들보다도 과거의 현재적 의미를 이끌어낸다고 보여집니다.

모든 운동은 그 자체만으로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는 없다고 봅니다. 최장집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운동의 제도화' 과정이 필요한 것이지요. 물론 저는 그에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습니다. 문제는 운동의 제도화, 공식 정치 내에서의 영향력 확보 과정과 함께 그 운동의 초기 문제의식의 유지와 발전 문제일 것입니다. 그것은 한편 조직화ㆍ제도화 과정과 함께 새로운 운동으로의 전환으로의 과정도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많은 모순을 지닐 수 밖에 없고 우리는 아직 완전한 해답을 갖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운동의 활동가들이 허약하게 조직될 경우 지속적인 동원은 어렵다. 따라서 사회운동은 계속해서 해산과 붕괴를 위협받을 수 있다. 조직은 운동을 단단히 결속하기 위한 수단이다. 새로운 활동가를 얻으려는 잡지의 창간은 운동의 결속을 위한 또다른 수단이다. 하지만 사회운동의 결속은 동원된 집단들로 구성된 네트워크 내부의 의사소통을 긴밀하게 하는 하부문화의 형성이나, 운동을 대표하고 개인 역량으로 운동을 통일시키는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를 통해서도 뒷받침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모든 수단의 효과는 양면적이다. 운동을 분열시키거나 동원을 파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신좌파 지식인들이 스스로 신좌파 운동이라고 이해한 68운동의 붕괴 과정은 사회운동의 이 딜레마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착취와 억압, 사회로부터 소외받는 대중들의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한 그에 저항하는 어떠한 '운동'은 아마도 계속될 것입니다. 그 운동이 보여주는 파급력의 규모에 상관 없이 '운동의 종말'에 대한 지배적 이데올로그들의 레토릭에도 불구하고 운동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하나의 운동이 끝없이 계속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고 봅니다. 아마도 '운동'으로서는 거의 최대의 규모와 영향력을 보여줬던 '68운동'이 그랬듯이 말입니다.

지금도 사회의 다양한 부문에서 새로운 희망과 삶에 대한 염원으로 행동에 나서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를 비롯한 그들에게 있어서 앞으로 우리의 행동은 어떠해야 할지, 아직 우리는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작은 단초를 보여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두 가지는 이 책이 그러한 사회적 운동들이 어떠한 조건에서 비롯하는 지에 대해선 관심을 쏟지 않았다라는 것과 '68운동'이 파키스탄, 포르투칼, 그리스, 스페인, 브라질, 영국, 일본 등 그야말로 '세계적'인 규모에서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독일, 프랑스를 비롯한 서유럽 정도에만 서술을 할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아쉬움은 다른 여러 책들을 통해 보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원래 이 글은 1968 40주년을 맞아 제가 읽고 인상이 깊었던 세 권의 책을 소개하려 시작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예전 책을 뒤적이다보니 여전히 보지 못한 책이 많고 알지 못한 것들이 많다는 생각에 몇 권의 책을 그간 더 구입해 읽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한 이 책은 원래 계획엔 없었던 책입니다. 어쩌다보니 지난 번에 소개한 책(세계를 뒤흔든 1968)과 비슷한 결론(물론 차이는 크지만)의 책이네요.

다음엔 전혀 다른 정치적 입장에서 1968을 평가하는 책을 소개할 것입니다. 지금의 변경된 계획으로는 두 권 정도의 책이 남은 듯 한데 어찌될지 확언하기는 어렵네요. 그럼 오늘의 이 글은 마칠까 합니다.

"The Old Mole of history seems to be splendidly undermining the Sorbonne.
(telegram from Marx, 13 May 1968)
역사라는 늙은 두더지가 소르본느 밑을 멋들어지게 파고 있는 것 같아.
(맑스로부터의 전보, 1968년 5월 13일ㆍ1968 5월 파리의 낙서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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