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지 못한…
처음 만난 관악산 본문
서울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있는 관악산. 예전보다 더 가까이 살게 된 지금도 관악산에는 이제껏 올라보지 않았었다. '경기5악' 중 하나라고도 하고 '웅장한 산세'가 찬사를 받으며 '금강산'에 비견하는 이까지 있었지만 나는 그에 동의하지 않았다. 한국의 여느 산과 마찬가지로 곳곳에 바위가 자리잡고 있지만 북한산이나 도봉산 등 서울 북부의 명산들과 달리 바위의 품새가 좀스럽고 어수선하게 느껴졌다. 더구나 여러 형제 산들이 오손도손 모여있는 서울 북부의 산들과 달리 관악산은 '한남정맥'으로 이어진다는 표현과 달리 실제로는 서울 남부에 홀로 서있는 형국이다. 외롭고 거칠어 보이는 산. 그게 나에게 있어 관악산이었다.

그랬던 관악산을 오늘(2021년 9월 3일) 처음 올랐다. 사당역에서 출발해 관악능선을 이용해 연주대 정상에 이르렀다. 내려올 땐 과천향교를 목적지로 방향을 잡았다. 총 7.7㎞를 3시간 40분 동안 걸었다.
사당역에서 출발한 코스는 짧은 시간 내에 능선으로 오를 수 있어 산행 내내 서울 시내의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멀리서 볼 땐 좀스럽고 어수선하던 바위와 아릉들도 직접 오르고 내리니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고 느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관악산에 대한 내 편견은 어느정도 깨졌다.



2시간여를 걸어 정상에 올랐다. 관악을 다시 보려 했던 나는 그 정점에서 다시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사실은 이미 알고 있던 것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했는지도 모른다. KBS 송신탑과 기상청 레이더시설이 정상을 온전히 다 차지하고 앉아있어, 사람들을 압박한다. 관악산을 뭐라 할 건 아니다. 인구 1000만명의 도시에 붙어있는 산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시설물일 수도 있다. 그래도 이제야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될 것 같은 관악산이기에 더 안타까움이 크다.


정상에서 과천향교 방향으로 잠시 내려오면 연주대를 볼 수 있는 조망포인트가 나온다. 연주대를 보며 아쉬운 마음을 접고 내려오는 길은 계단으로만 이뤄져 있어 그리 어렵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