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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 '제국주의' 요약 ① 본문

레닌과 친구들

레닌 '제국주의' 요약 ①

때때로 2026. 3. 30. 13:56

2026년은 전쟁으로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군대는 새해 벽두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습격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납치했다. 2월 말에는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침공했다. 이란과의 협상 중이었음에도 미군은 이스라엘군과 함께 테헤란을 공습했다. 유엔 헌장은 휴짓조각이 돼버렸다. 트럼프가 그린란드에 대한 야욕을 드러냈을 때 전전긍긍하던 유럽은 무도한 미군의 침공에 침묵으로 대응하고 있다. 오직 스페인만 예외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에서도 이란에서도 '석유'와 지배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유럽의 정치인들이 미국의 전쟁에 대한 비판을 조심하는 것과 달리 세계의 여러 언론은 '노골적인 제국주의'라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물론 한국의 언론은 아니다. 한국 언론의 강자에 대한 굴종적 태도는 국내든 국외든 강자의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이들의 두눈엔 트럼프의 주먹 외엔 비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미국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제국주의 국가'가 된 것일까. 트럼프 이전에는 제국주의가 아니었던 걸까. 제국주의를 몇몇 정책들의 묶음으로만 파악할 때 우리는 '트럼프의 변덕' 앞에서 현재의 전쟁에 대한 분석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로널드 레이건… 민주당 대통령이든 공화당 대통령이든 미국은 전쟁을 멈추지 않았다. 미국은 전쟁을 통해 지역에 대한 장악을 넘어 경제적 자원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ㆍ유지해 왔다. 미국 정부 색깔과 무관하게, 또는 EU냐 러시아냐를 넘어 자본주의 세계체제를 설명하기 위한 제국주의 이론이 필요하다. 우리에겐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의 훌륭한 전례가 있다. 레닌이 쓴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 대중적 개설'의 요약을 시작한 이유다.

황정규가 우리말로 옮기고 두번째테제 출판사에서 2017년 펴낸 책을 바탕으로 요약한다.

+++ 1917년 서문 +++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은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 대중적 개설'을 2016년 봄 취리히에서 썼다. 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며 유럽 각국의 노동자들이 적대 진영으로 나뉘어 총을 겨누고 있던 상황에서 레닌은 사회주의 혁명의 가능성을 바라봤다.

"제국주의 시기는 사회주의혁명의 전야이다."
-6쪽

그러나 당시 레닌은 차르 제정의 엄혹한 검열을 고려해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저주받을 이솝우화의 언어"로, 즉 "노예의 말투로 말했다". 독자들에게 이 소책자의 서술 방식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라고 한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핀란드, 폴란드, 우크라이나 등에 대한 러시아 제국의 지배를 직접 언급하는 대신 일본의 조선 강점에 대해 말한 것을 예로 든다.

하지만 이 책은 정치적, 외교적 문제보다 경제문제에 일차적 관심을 가진다.

"나는 이 소책자가 독자로 하여금 근본적인 경제문제, 제국주의의 경제적 본질이라는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 믿는다. 이것을 학습하지 않고서는 현대의 전쟁과 현대의 정치를 이해하고 평가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7쪽

+++ 1920년 프랑스어판ㆍ독일어판 서문 +++

레닌은 1916년 차르 제정의 검열하에서 쓴 이 소책자에 추가해야 할 부분을 1920년 서문에서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눈에 띄는 것은 그가 서구의 공산주의자들에게 하는 조언, 사회주의자가 배워야 할 논증과 서술 방법에 대한 조언이다. 그는 무엇보다 "반박할 수 없는 부르주아 통계"와 "모든 나라의 부르주아 학자들이 시인하는 내용에 의거"해서 이 소책자를 썼음을 지적한다. 정치와 외교에서의 개별적 사례에 의존해선 안된다고 말한다. 이는 "모든 교전국들의 지배계급들이 취하는 계급적 입장을 분석"하기 위한 것이다.

"전쟁의 진정한 사회적 성격, 아니 차라리 진정한 계급적 성격이 무엇인지에 대한 증거는 당연히 전쟁의 외교사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교전국들의 지배계급들이 취하는 객관적 입장을 분석하는 것을 통해 발견된다. 이런 객관적 입장을 묘사하기 위해서는, 사례들이나 개별 자료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교전국들과 전 세계의 경제생활에 근거한 모든 자료를 가져와야만 한다."
-9쪽

철도 건설이 세계 곳곳에 문명을 전파한다는 명분과 달리 "세계 인구의 압도적 다수를 식민지를 통해 억압하고 금융적으로 교살하는 세계체제"의 핵심인 이유는 경제생활의 근간, 즉 자본주의적 산업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철도는 자본주의 기초산업인 석탄, 철강의 총합이다. 철도는 세계무역과 부르주아 민주주의 문명 발전을 모두 총합한 가장 두드러진 지표이다."
-9~10쪽

그리고 이 철도를 따라 "한 줌의 선진국들"은 "전 세계를 자신의 전리품 배분을 둘러싼 자신의 전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1912년 스위스 바젤에 모인 사회주의자들은 이미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약탈전으로서 전쟁의 성격을 지적하면서 이 파괴를 중단시키기 위해서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승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었다. 제2인터내셔널의 주역들이 이러한 바젤 선언을 채택한 것은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으로부터 2년 전의 일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막상 전쟁이 발발하자 스스로의 선언을 배신했다.

레닌은 '카우츠키주의'라고 부른 이러한 경향과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카우츠키 일파처럼 제국주의 모순들 및 이로부터 등장하는 불가피한 혁명적 위기의 심대함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는 평화주의와 '민주주의' 일반이 여전히 전 세계에 걸쳐 광범위하게 퍼져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13쪽

카우츠키주의와의 투쟁을 통해 "부르주아지에 의해 기만당하고 있는 소소유자들과 많든 적든 소부르주아적 생활 조건을 누리는 수백만 노동 인민을 부르주아지로부터 되찾아 와야" 한다.

제2인터내셔널의 배신자들과의 싸움은 내전으로 격화하고 있다. 레닌은 제국주의 전쟁과 마찬가지로 이를 '경제생활의 근간'으로부터 분석해내고자 한다. 핵심은 제국주의적 자본주의의 막대한 '초과이윤'이 "노동운동 지도자들과 노동귀족 상층을 매수"하는 데 쓰인다는 것이다.

"이 부르주아화한 노동자층, 즉 노동귀족은 생활 방식으로 보나 소득 규모로보나 전반적 사고방식으로 보나 완전히 속물이고, 제2인터내셔널의 주된 지주이며, 현재에는 부르주아지의 주된 사회적 지주이다. 그들은 노동자계급 운동 내에 존재하는 부르주아지의 실질적 대리인이자, 자본가계급의 노동 부관이며, 개량주의와 국수주의의 진정한 전달 수단이다. 프롤레타리아트와 부르주아지 사이의 내전에서 그들이 부르주아지 편에 서고 '코뮌파'에 맞서 '베르사유파' 편에 서는 것은 필연적이고, 그 수도 적지 않다."
-14~15쪽

레닌이 '경제적 근원'을 살펴보는 것은 제국주의 전쟁은 물론 노동계급 내부의 분열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1917년 러시아에서 보여주듯 "제국주의는 프롤레타리아트 사회혁명의 전야"다. 미국이 노골적인 약탈 전쟁을 이어가는 현재, 그 내부에선 사회계급 간 내전의 씨앗이 꿈틀 대고 있다. 2026년 레닌의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 대중적 개설'을 다시 펼친 이유는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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