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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7일,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3일째

때때로 2010. 11. 17. 12:49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5일 새벽부터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울산 1공장에서 시작된 파업은 2, 3공장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울산 뿐 아니라 아산과 전주 공장에서도 파업이 시작됐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점거농성 중인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사진=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지난 7월 대법원은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했습니다. 이후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사측에 정규직화를 위한 특별교섭을 요청해왔습니다. 사측의 특별교섭 거부와 최근 사내하청기업 중 하나인 동성기업의 폐업을 계기로 월요일 새벽 기습적인 파업이 시작된 것입니다. 동성기업은 현대차의 수많은 사내하청기업 중 하나입니다. 동성기업 소속 노동자의 대부분은 2년 이상 근무자로 대법 판결에 의하면 현대차가 '정규직' 노동자로 고용해야 하는 것이죠. 이 업체가 폐업하면서 새로운 업체가 들어섰죠. 새 업체는 기존 동성기업 소속 노동자의 '고용승계' 조건으로 노동조합 탈퇴와 새 근로계약 체결을 내걸었습니다. 전형적인 '하청업체 바꾸기' 수법인 것이죠.

비정규직지회(노조)는 쟁의발생을 결의하고 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노동위원회는 "현대차 원청업체와 비정규직 노조는 서로 직접 고용관계로 단정할 수 없어 노조법상 노동쟁의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며 노조의 쟁의조정 신청을 거부했습니다. 눈만 뜨면 '법치'를 외치는 정부의 노동위원회가 대법원의 판결은 무시하는 배짱을 부리고 있는 겁니다. 하긴 검찰이 나서서 가짜 '수색영장'으로 국회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나라이니 더 말할 것도 없겠죠.

다행스럽게 파업이 확산되면서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들의 지지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점거농성에 들어가 먹을거리는 물론  식수도 부족했는데 정규직 노동자들이 빵과 식수 등을 지원했다는 소식입니다. 아직 평조합원들까지 참여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지만 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정규직 노조) 대의원들 중 일부가 적극적으로 비정규직 파업 지원활동에 나섰다는 얘기가 들려옵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사내 노동자 조직 들도 지지 집회를 열고 노조(정규직 노조)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주공장에서는 정규직도 점거농상에 동참했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정당한 권리가 무시되기 일쑤인 한국 사회지만 의외로 파업은 자주 일어납니다. 신문과 방송에 보도되지 않을 뿐이죠. 그 모든 파업들이 당사자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중대한 문제이지만 한국사회 전체로 봤을 때 큰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이유로 안타깝게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얻지 못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번 파업 소식은 종전의 많은 파업과 다른 예감을 줍니다. '현대차'라는 한국 내 가장 큰 제조업 공장에서 벌어졌다는 게 첫 이유일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제게 더 중요한 것은 이번 파업이 '비정규직' 스스로 시작했고 그 파업이 울산을 넘어 아산, 전주로 확산될  뿐 아니라 정규직 내에서도 반향을 얻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번 파업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사측의 치밀한 준비입니다. 15일부터 시작된 점거 파업은 그야말로 계획되지 않은 파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측은 그 전부터 라인 정지와 공장점거를 대비해 다른 라인을 뚫는 등 다양한 준비를 해왔다는 것입니다. 일부 보도에 의하면 경찰과의 사전 협의도 있었다고  합니다. 즉 정부와 회사측에서도 이번 투쟁의 중요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죠.


지금도 틈틈이 관련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소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정규직노조는 확대운영회의를 열어 이 투쟁에 대한 방침을 정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부디 정규직 노조가 '연민'이 아닌 '연대'의 손을 잡길 바랍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 민중언론 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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