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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5 22:22

11월 14일 민중 총궐기 기록/기억2015.11.15 22:22

2015년 11월 14일. 오전 중 그치리라던 비는 하루종일 흩뿌렸다. 그래도 비옷을 챙겨입은 사람들은 서울시청 앞으로 모여들었다. 짧은 집회를 끝낸 이들은 청와대로 향하고자 했다. 그러나 태평로의 청와대 방향은 이미 이중 삼중의 경찰 차벽과 차단선으로 막혀있었다. 종각으로, 신문로로, 대열은 흩어져 청와대로 향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 노동자대회를 마친 노동자들이 경찰청 방향으로 우회해 신문로로 향하고 있다. [사진 自由魂]

그러나 길은 없었다. 사람들은 목소리로, 스프레이 글씨로, 스티커로 소리를 냈지만 그 소리가 차벽을 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길을 막은 노동자들이 박근혜 퇴진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를 요구하는 스티커를 경찰 차벽에 부치고 있다. 몇몇은 스프레이 도료를 이용해 비에 젖은 도로에 '박근혜 퇴진' '국정화 반대'라는 글씨를 썼다. [사진 自由魂]

대답은 물대포와 무장한 경찰력의 공격으로 되돌아왔다. 많은 이들이 비보다는 물대포의 최루액에 젖었다. 매케한 냄새는 종로 거리까지 장악했다. 동행한 이가 고통스러워 해 잠시 피해봤지만 종각 넘어 종로 2가에서도 매케한 냄새는 은은하게 퍼져 있었다.


내가 목격한 바에 따르면 경찰은 태평로 방향 3대, 종각 방향 3대, 신문로 방향 2대의 물대포 차를 동원해 노동자ㆍ농민 대열을 공격했다. 70대의 한 농민은 경찰이 머리를 겨눠 쏜 물대포에 맞아 의식불명 상태에 놓였다. [사진 自由魂]

그런 한 편 텅 빈 거리는, 모든 경찰이 청와대를 보호하기 위해 동원된 그 시간 텅 빈 종로 거리는 차 없는 거리 행사라도 열린 듯 시민들로 채워졌다. 경찰도 차도 없는 거리에 무슨 사정인지 알지 못한 시민들은 거리에서 자유를 누렸다.


경찰이 청와대를 방어하기 위해 모두 동원된 시간 시민들은 텅 빈 종로 거리에서 자유를 만끽했다. 경찰력이 미치지 않은 곳 자유로운 즐거움만 가득했다. [사진 自由魂]

Posted by 때때로


18세의 흑인 청년 마이크 브라운은 두 손을 들어 저항할 의사가 없었음을 밝혔음에도 경찰에게 두 발의 총격을 받고 목숨을 잃었다. 브라운의 죽음에 항의하는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 주민이 'Hands up don't shoot #JusticeForMikeBrown'이란 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8월 10일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 18세의 청소년 마이크 브라운이 경찰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두 발의 총격을 받아 숨진 브라운은 경찰에 저항의 뜻이 없음을 표시하며 두 손을 들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흑인' 청소년이었다. 2012년 2월 자경단에 의해 살해당한 트레이본 마틴에 이어 미국에서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또 하나의 비극적 사건을 만들어낸 것이다.

퍼거슨시는 인구 2만1000명의 소도시로 그 중 3분의 2가 흑인이다. 지난해 이 도시의 경찰은 36명의 백인과 483명의 흑인을 체포했다. 인구 비례를 따져도 흑인이 압도적으로 많이 체포됐다. 검문검색의 92%와 차량 정지명령의 86%가 흑인이었다.

저항할 의사가 없음을 표시한 브라운을 경찰이 총격으로 살해한 데 시민들은 'Hands up don't shoot #JusticeForMikeBrown'이란 팻말을 들고 항의에 나섰다.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연방정부는 FBI가 직접 사건의 수사에 나서게 했다. 그러나 이것이 흑인들의 분노에 유화책을 펼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퍼거슨시는 군대 수준으로 무장한 경찰을 시위 진압에 투입했다. 장갑차와 총기로 무장했고 최루탄은 물론 고무총탄과 음향대포(LRAD)까지 사용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와 허핑턴 포스트의 기자 두 명이 취재 중 체포됐고 알자이지라 기자는 최루탄 공격을 받았다.

세계 곳곳에서 경찰국가를 자임하며 무력을 자랑하고 있는 미국은 국내에서도 국민을 향해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빌리 홀리데이가 노래한 '이상한 열매(Strange Fruit)'가 열리던 풍경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경찰 총격에 의한 흑인 청소년 사망 사건을 FBI가 직접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FBI의 조사가 브라운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줄 수 있을까? 군대 수준으로 무장한 경찰이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있다.




Strange Fruit song by Billie Holiday

Southern trees bear a strange fruit
Blood on the leaves and blood at the root
Black bodies swinging in the Southern breeze
Strange fruit hanging from the poplar trees

Pastoral scene of the gallant South
The bulging eyes and the twisted mouth
Scent of magnolias, sweet and fresh
Then the sudden smell of burning flesh

Here is a fruit for the crows to pluck
For the rian to gather, for the wind to suck
For the sun to rot, for the trees to drop
Here is a strange and bitter crop

Posted by 때때로


구호를 외치고 있는 시위대. 들고 있는 팻말에 적혀있는 구호는 파업을 지원하는 '교사 분대'라는 뜻. [사진=Felipe Dana/AP]

브라질 교사 파업이 계속되면서 경찰과의 폭력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언론은 폭력 시위의 중심에 '블랙 블록'이 있다고 주장한다. 경향신문 29일자 11면에 실린 '두 얼굴의 '블랙 블록''기사도 마찬가지다. 제목에서는 '두 얼굴'이라 칭했지만 기사는 "평화로운 행진이 (블랙 블록에게) 납치됐다"며 교원노조 조합원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 블랙 블록은 "무엇에 대해 항의하는지 정확하게 모르"며 상점과 현금인출기를 공격하는 등 폭력적 행위에만 천착해 "시위의 본질을 퇴색"시킨다는 것이다.

[경향신문] 두 얼굴의 '블랙 블록'

그러나 시위를 폭력적으로 만드는 게 블랙 블록의 청년들 때문일까.

가디언과 브라질 지역 언론에 실린 증언에 의하면 블랙 블록은 경찰의 폭력으로부터 시위대를 지키기 위해 폭력을 사용했다. 어나니머스 가면을 쓴(따라서 블랙 블록은 아닌) 26세의 학생 아리아네 산토스는 "블랙 블록은 경찰이 투입됐을 때 항상 시위대를 방어했다. 그들은 다양한 상황에서 교사들을 보호했다"고 말한다. 많은 교사들은 블랙 블록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부터 시위대를 보호했으며 충돌이 일어났을 때 블랙 블록은 부상자들을 응급처치하는 걸 최우선으로 삼았다고 증언한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사람들은 (검은 옷을 입은) 소년들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리로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이러한 동맹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의도치 않게 형성된 것이라고 가디언은 말한다.

[The Guardian] Violence at Rio de Janeiro protest

또다른 기사에서 블랙 블록의 한 명은 "우리가 그저 공격만 하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경찰의 과잉진압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고 우리의 저항할 권리를 보호하려는 것이다"고 분명히 밝혔다.

[The Guardian] Thousands join teachers' protest in Rio de Janeiro

게다가 우리는 이미 지난 6월의 브라질 반란에서 경찰이 먼저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공격한 것을 목격한 바 있다. 당시 브라질 경찰은 기자들을 노골적으로 공격해 세계를 경악하게 했었다. 경찰은 10월의 파업과 시위를 대응하는 과정에서도 총기를 사용해 과잉진압하고 있다(링크). 27일에는 경찰의 총격을 받은 19세 소년 더글라스 로드리게스가 결국 목숨을 잃었다(링크). 경찰이 시위대와의 물리적 충돌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파업을 이끌고 있는 교원노조(SEPE)는 사복 경찰이 시위대에 잠입해 폭력을 선동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이 주장은 InSerbia라는 세르비아의 영자 인터넷 언론에 실린 것으로 다른 근거는 찾지 못했다ㆍ링크). 어찌보면 당연한 의심일 터이다.

브라질에서의 시위가 격렬히 충돌하는 것은 분명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그림의 전부는 아니다. 평화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더 많은 사람들과 행진이 있었지만 언론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인 블랙 블록의 폭력에만 관심을 쏟는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흔히 겪은 일이다. 19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있었던 5시간의 평화적인 시위도 마찬가지였다. The Crisis Republic에서 스케치한 이날의 시위는 언론이 평화적으로 진행된 시위보다는 아주 잠깐의 긴장과 충돌에만 관심을 쏟는 과정을 자세히 보여준다
(링크).

언론이 시위의 폭력에만 관심을 쏟으며 이를 아나키스트와 공산주의자로 의심되는 '블랙 블록'의 탓으로 몰아가는 것은 운동의 급진화를 경계하기 위해서다. 연대를 위해 시위를 참여한 이들은 더 많은 사회적 불만을 투쟁에 결합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론과 정부의 블랙 블록에 대한 비난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물론 시위대 일부가 우리의 요구와 상관 없는 폭력 행위를 벌일지라도 말이다. 운동 자체의 힘으로, 토론과 논쟁을 통해 운동이 성공할 수 있는 최선의 전술을 합의해야 한다.

상황이 워낙 급히 돌아가고 있어 지금은 어찌 변했는지 모르나, 브라질 교사 노동자들의 초기 대응은 훌륭했다. 물리적 충돌과 블랙 블록에 대한 언론과 정부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교사 알라이네 데 루카는 다시 또 시위에 참여하겠다고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교사가 아닌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지지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사회적 동원은 예전엔 볼수 없었던 것"이라며 "(교육제도) 개선은 희망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교원노조(SEPE)는 거리에서 경찰과 블랙 블록의 폭력적 충돌이 있은 후 열린 한 회합에서 "교사들의 저항을 조직하는 것은 노동조합이지만 블랙 블록이 (연대를 위해) 참여하는 것은 항상 환영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O DIA] Teachers Union Officially Declares Unconditional Support for Black Bloc(영문 번역 기사)

화염병으로 상점을 공격하고 현금인출기를 깨뜨린다고 사회가 진보적으로 변화할리는 없다. 그러나 정부와 경찰은 우리 운동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언제든 과감히 폭력을 사용할 것이고 우리 운동을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폭력은 불가피하다. 급진파의 배제는 운동의 요구와 행동 범위를 제한할 뿐이다. 저항을 평화롭게 만드는 것은 급진파의 배제가 아니라 운동을 더 크고 강력하게 성장시키는 것으로만 가능하다.

Posted by 때때로


6월 28일 그리스 정부에 의해 18개월 넘게 불법적으로 구금돼 있는 아나키스트 활동가 코스타스 사카스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 코스타스 사카스는 6월 4일부터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 Teacher Dude 플리커 페이지]

2010년 12월 테러 조직 가입 혐의로 체포된 코스타스 사카스(Κώστας Σακκάς, Kostas Sakkas)는 여전히 사전심리 과정에 놓여 있다. 그는 그리스 헌법이 정한 최대 구금 기간인 18개월 넘게 구속돼 있다. 6월 4일부터 단식 투쟁 중인 그는 의사에 의하면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그리스 시간으로 7월 10일 오전.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양심수 코스타스 사카스의 석방을 요구하는 평화적인 시위가 무장한 경찰의 공격을 받았다. 소수의 시위대는 그 어떤 무장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의 공격은 가차 없었고 그 장면을 촬영 중이던 카메라도 공격받았다
[▶유튜브 동영상].

우리는 예전보다 더 자주 경찰이 곤봉과 최루탄 등을 사용해 시위대를 잔인하게 폭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민주주의가 태어난 그리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치ㆍ사회적 권리를 위한 네트워크'의 회원인 지아나 쿠루토비크는 "현재 경찰의 행동이 지난 10여년 동안 그 이전보다 더 잔인해졌다"고 말한다.

"경찰은 완전무장을 갖추고 특수부대는 군대의 장비로 무장했다. 이 무장에는 불법적인 것도 있다. … 유럽 다른 나라의 그 어떤 수도에서도, 심지어 이스탄불(이곳은 수도가 아니다)에서도 이처럼 노골적인 경찰은 보지 못했다. 내 생각에 그리스와 터키의 독재 시절에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안타깝게도 경찰의 폭력은 그리스와 터키에서만 문제가 아니다. 최근 브라질 시위도 경찰의 잔인한 행동, 특히 기자들에 대한 폭력이 도화선이 됐다. 2012년 10월 스페인을 뜨겁게 달궜던 시위도 기폭제는 경찰 폭력이었다. 해리 라디스는 그리스 정부가 통치의 주요 수단으로 폭력에 의지하게 된 것은 한마디로 "더 이상 '당근'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현 정부가 "오래 전부터 '당근과 채찍'으로 알려진 방법을 이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2008년 이래 계속되고 있는 경제위기가 이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7월 8일 유로존 재무장관 회담에서는 그리스에 68억 유로의 추가 구제금융 지원을 결정했지만 그 조건은 공무원 4000명을 해고 하고 2만5000명을 재배치 하는 것이다. 임금도 25% 삭감해야 한다. 참세상에 의하면 정리해고 규모는 1만5000명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경향신문 7월 10일자 10면, 참세상 7월 11일]. 인민은 '빵'을 찾고 있지만 줄 수 있는 것이 없는 정부는 주먹으로 대응할 뿐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무시는 경제위기 시대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리스 연정을 주도하고 있는 신민당의 안토니스 사마라스는 정부를 함께 구성하고 있는 다른 정당들과 사전 논의도 거치지 않고 6월 국영 방송국의 폐쇄를 결정했다. 유럽연합의 여러 나라들은 그리스의 여러 총선에서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급속히 성장하자 노골적으로 정치적 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급진좌파연합이 정부를 구성하면 지원은 없을 것이라며 말이다.

이집트에서는 아예 군부가 나섰다.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을 임기를 채우지 않고 끌어내린 것을 문제삼고자 하는 게 아니다. 군부는 국민의 뜻에 따라 행동하겠다고 나섰지만 그들이 내놓은 것은 무르시의 파라오법과 그리 다르지 않은 것이었다. 게다가 만수르 과도 정부 대통령은 1992년 무바라크가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임명한 자다. 총리로 지명된 하젬 엘베블라위는 BBC 보도에 의하면 "자유시장을 지지하는 이집트 경제 전문가"다. 이집트 인민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던 자유시장 경제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참세상 7월 10일].

경찰의 폭력은 민주주의 위기의 한 측면일 뿐이다. 정치인 대부분이 소수 경제 엘리트의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하다. 그리스 정부는 트로이카(유럽연합ㆍ유럽중앙은행ㆍ국제통화기금)의 대변인이다. 이집트 군부와 과도 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자유시장 경제와 구 무바라크 세력의 후계자다. 심지어 브라질에선 전투적 노동계급 운동으로 탄생한 노동자당(PT)의 호세프 대통령과 정치인들도 소수 지배계급의 이익에 배신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정치인이 세계 어디서나 가장 인기 없는 이유다. 그리스의 법률가 지아나 쿠루토비키는 심화되는 경찰 폭력이 대표하는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권위주의적 변형은 그것이 역사적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그 한계는 바로 소수 경제 엘리트와 이에 기반한 정치인들의 기득권이다.

Landscapes of emergency from Ross Domoney on Vimeo.

Posted by 때때로

서울시청 앞 광장은 경찰광장이 돼버렸습니다.
오늘(5월 30일)도 대한문 앞에선 추모의 행렬이 이어졌고 애도의 촛불은 어김없이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검은 군홧발의 폭력 또한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촛불은 검은 바람 앞에 꺼질 수 없습니다.





저들의 방패 앞에 더 밝은 빛으로 타오를 것입니다.


Posted by 때때로

한겨레 기사 보러 가기

한겨레 12월 15일자 5면에 재밌는 사진이 실렸다. 한겨레에 실린 사진설명을 읽어보자.

한국청년센터 등 시민ㆍ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종로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청년실업 해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경찰이 미리 계단을 선점해 막았으나, 이들은 경찰들 사이로 들어가 행사를 진행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시민ㆍ사회단체의 기자회견과 집회, 시위를 경찰이 방해해온 것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지난 봄과 여름의 촛불 시위 이후 지금도 주말이면 종각, 청계천 입구, 시청광장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곳을 선점한체 멍하니 앉아있는 젊은 경찰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찰이 집회ㆍ시위ㆍ기자회견 장소를 선점하는 경우 시민ㆍ사회단체 회원들과의 충돌은 불가피한 것이곤 했다. 보통은 가벼운 충돌 후 원래의 장소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날 기자회견은 경찰이  한 사람 간격으로 서 있는 그 계단에서 경찰들 사이에 서서 이뤄진 듯 하다.

무장한 경찰로 기자회견 단체를 위협하려 했을 것이나 오히려 이 사진은 젊은 경찰들이 기자회견에 함께 한듯 보이게  한다. 이런 경우가 적지는 않았지만 이날 기자회견의 내용이 '청년실업 해소'였다는 점에서, 이들 젊은 경찰들의 다수가 가까운 시일에 취업전쟁에 뛰어들어야만 하는 처지라는 점에서 이 사진은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듯 하다.

지난 촛불시위에서 가수 손병휘가 부른 '삶에 감사해'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젊은 경찰이여/ 그댄 나의 형제/ 우리의 아들/ 함께 노래해요" 프랑스 혁명 이후 바리케이트는 상퀼로트, 프롤레타리아트 등 피억압자들이 지배자들로부터 자신들의 코뮨, 평의회, 운동을 지키기 위해 등장했다. 나폴레옹 이후 파리의 거리는 이미 바리케이트 전투를 하기에 불리하게 개조됐지만 운동이 그 파고를 높여갈 때면 어김없이 다시 등장했다. 전투에서의 효율성을 떠나 바리케이트는 사회적 장벽을 상징하며 개개인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도구다. 군인이 바리케이트를 넘는 것, 자신들의 상관에게 맞서 바리케이트를 세우는 것은 혁명의 큰 전환점이다.

특히 한국사회처럼 역사적 정통성이 약한 지배자들일 수록, 게다가 자신들의 안녕을 다수의 적대적 계급 출신 사병들에게 맡길 수 밖에 없는 그들에게 사병들의 반란은 불가능한 악몽만은 아니다. 우리 역사에서 그런 경우가 단 한 번도 없었음에도 말이다. 12월 8일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이상희 국방부장관이 "해마다 입대하는 20만명의 장병 중에는 대한민국 60년을 사대주의 세력이 득세한 역사로,군을 기득권의 지배도구로써 반민족·반인권적 집단으로 인식할 뿐 아니라 국가관,대적(對敵)관,역사관이 편향된 인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말한 건 이런 저들의 두려움을 잘 보여준다. 지난 6월 10일의 명박산성은 수십만 명의 시위대의 청와대와 정부종합청사를 공격에 대비하는 것과 함께 3만여 명의 전ㆍ의경이 압도적인 숫자의 시위대 앞에서 정부/시위대의 양자택일의 상황에 말려드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물론 전ㆍ의경은 국가권력의 강제 앞에서 가장 취약하다. 그들이 바리케이트를 넘어오는 것은 실제로 혁명의 가장 마지막까지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한겨레 사진이 보여주는 시위대와 경찰의 뒤섞임은 바리케이트를 넘는게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지도 모른다.

Posted by 때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