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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분홍 리본의 시절 (1)
자유롭지 못한…
권여선의 단편 모음집 '분홍 리본의 시절'을 읽었습니다. 뭐라 표현하기 힘든 먹먹함과 쓸쓸함에 다 읽은 뒤에도 쉽게 책을 놓지 못하고 책장을 뒤적이고 있습니다. 우선은 기억에 남던 문장 몇몇 만 남겨봅니다. 분홍 리본의 시절 권여선 소설집|창비 '가을이 오면' 여름 한낮의 시장 거리는 처연하도록 아름다웠다. 그녀가 길바닥에 쓰러져 너울거리는 공기 너머로 본 것은 뜨거움과 조잡함이 우윳빛으로 뒤엉긴, 이를테면 순댓국 같은 풍경이었다. 발목이 녹아내리는 듯한 고통 속에서도 그녀의 오감은 극도로 민감해졌다. 타는 햇볕과 눅눅한 습기, 지글거리는 화인(火印)이 가려운 부위에 선명히 찍히는 듯한 고통과 희열, 매운 고추 향과 찌르르한 매미 소리, 집요한 열정과 짜증스러운 절망, 정지한 바람과 짙은 녹음, 자장을..
책
2008. 7. 16.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