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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8일 10만 명의 조직ㆍ미조직 노동자, 시민, 학생이 서울광장에 모였다. "박근혜 정권 퇴진" 구호는 매우 자연스러웠다. 거친 겨울바람에 휘날리던 노동조합 깃발들은 미조직 노동자, 시민,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시위를 마친 대열은 삼성본관 앞과 동화면세점 앞 두 곳에서 거리 시위를 이어갔다. [사진 自由魂]

파업 복귀 절차, 경찰 수사와 징계 등이 남아있지만 철도파업이 오늘, 30일 사실상 끝났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민주당 박기춘 의원,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은 국토위 내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 설치와 철도파업 철회를 합의했다. 합의사항 전문은 아래와 같다(연합뉴스).

여야는 철도 산업발전 등 현안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합의한다.

1. 여야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산하에 철도산업발전 등 현안을 다룰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를 설치한다. 소위원회 구성은 여야 동수로 하며 소위원장은 새누리당이 맡는다.
2. 동 소위원회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여·야 국토교통부, 철도공사, 철도노조,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정책자문협의체를 구성한다.
3. 철도노조는 국회에서 철도발전소위원회를 구성하는 즉시 파업을 철회하고 현업에 복귀한다.

2013년 12월 30일
새누리당 국토위원 김무성 민주당 국토위원 박기춘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 김명환

이 합의사항은 애초 요구안에 비할 것도 없고 26일 실무교섭 요구안보다도 후퇴한 것이다. ▲수서발KTX 운영법인 설립 결정 철회 ▲수서발KTX 면허 발급 중단 ▲국회 국토위 산하 철도발전 소위 구성 중 첫 번째 요구안은 26일 실무교섭에서 이미 철회됐고 이번 합의에서는 두 번째 요구안도 철회돼 결국 세 번째 요구안만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런데 이는 수서발KTX의 분할이 결국 민영화 수순이라며 반대하던 철도노조 입장과 비교하면 완전한 후퇴에 가깝다.

게다가 박근혜정부는 대놓고 국회를 무시해 왔다. WTO 정부조달협정은 국회에 보고조차 않고 개정했다. 27일 국회 중재도 무시했었다. 이번 국회 내 여야와 철도노조의 합의가 지켜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더구나 노무현 정권 시절에도 2003년 4ㆍ20 노정합의는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무시됐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권 시절을 잇는 투쟁 동안 이러한 후퇴가 조금씩 쌓여 지금에 이르렀다는 걸 고려하면 민영화 반대 투쟁을 다시 시작할 때 우리가 출발할 곳은 지금보다 더 불리한 장소가 될 것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조합원들이 파업에 단호하게 참여했던 것과 달리 강경한 정부 앞에 끊임없이 머뭇거리고 주저했던 민주노총 지도부가 결국 여기까지 후퇴한 것이다. 특히 28일 총파업 집회로 절정에 다다랐던 투쟁과 연대의 열기를 고려하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조합원들의 단호한 투쟁, 학생과 시민, 미조직 노동자의 확산되는 연대가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 지배집단 내 균열을 일으키고 있었기에 아쉬움은 더한다.

균열의 조짐을 보인 박근혜정부ㆍ새누리당

27일 금요일 밤, 국토부의 수서발KTX 운송 면허 발급을 즈음한 한 풍경을 살펴보자. 이날 JTBC 뉴스9은 마침 환노위 새누리당 간사 김성태 의원과 전화 인터뷰 중이었다. 전날 밤부터 새벽까지의 노사간 실무협상은 결렬로 끝났다(노조는 한사코 '결렬'은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날 낮 국회 환노위의 중재도 실패로 돌아간 상황에 정부는 수서발KTX 운송 면허 발급을 예고해놓은 상황이었다. 바로 그 인터뷰가 진행되던 상황에서 수서발KTX 면허 발급 속보가 떴다. 당황한 새누리당 의원은 망연자실 했다. 이 장면은 박근혜정부가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있는지, 즉 청와대가 지배집단 내에서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강권력 만으로 통치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조금 길지만 이 장면의 대화를 자세히 살펴보자
(JTBC 홈페이지에 있는 기사는 그 기묘한 대화의 순간을 적절히 담아내지 못해 직접 옮겼다).

손석희: 저희가 아직 확인은 못했는 데요. 아까 말씀하실 때 11시에 수서발KTX 자회사 설립을 위한 면허가 발급될 것이다 하는 것은 다른 언론에서 확인하신 겁니까? 아니면 다른 경로를 통해 들으셨습니까?
김성태: 새누리당 환노위 책임자로서 앞으로도 오늘 비록 환노위에서 철도 노사 중재가 불발에 끝났지만은 노사간의 중재의 노력은 계속돼야 된다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국토교통부의 면허 발급, 야밤에 한다는 것은 중단되어졌으면 하는 그런 바람입니다.
손석희: 지금 저희가 뉴스속보 자막을 내고 있는데요. 수서발KTX 운송 면허 발급. 발급이 된겁니까 지금?
김성태: 아 …, 이건 정말 저희도 지금 확인이 안되는 건데.
손석희: 잠깐만요, 제가 저희 뉴스부조정실에 확인해보겠습니다. 발급이 돼서 이 속보를 넣은 겁니까? 네 발급이 됐다고 하네요.
김성태: 아 ….
손석희: 애초에 아까 말씀하신 대로 저는 오늘 밤 중이라고 말씀드렸고, 김성태 의원께서는 11시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지금 시간은 9시14분 지나고 있고요. 이 시간에 이미 수서발KTX 운송 면허는 발급이 된 것으로 확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뭐 더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국회로서는 그런 상황인 것 같고, 이건 뭐 노정간에 강하게 부딛칠 것 같은 그런 상황입니다. 또 12시까지 업무 복귀라고 했기 때문에 그 이후에 벌어지는 상황도 노조로서는 우려스러운 상황이 될 수도 있겠고 ….
김성태: 정말 극단적인 파국만은 좀 막아보자는 그런 일념으로 민주당이든 새누리당이든 이제 정치적 입장을 완전 배제하고 국회가 중재하자는 입장인데 이제 여지가 없어지는 거죠.
- JTBC 뉴스9 12월 27일

새누리당 국회의원 김성태의 당혹스러움이 느껴지는가? 오늘은 또 '원조 친박'이라고 불리우는 유승민이 "수서발 자회사 설립은 정책부터 잘못됐다"고 밝혔다는 뉴스가 나왔다. 철도노조의 단호한 투쟁, 국민적 지지의 확산이 지배집단 내에서 균열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유승민은 "타이밍이 지났다고 본다. 이미 (정부와 노조가) 서로 각을 세우고 있는 마당에 지금 이야기를 하면 총부리를 거꾸로 겨누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덧붙여 지금의 상황에서 지배집단 내 분열이 가진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을, 즉 현재의 위기가 분열을 강제하는 상황까지는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경향신문). 그러나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우리가 후퇴하거나 분열하지 않았다면.

의미심장한 조짐은 또 있었다. 오늘 한겨레는 1면에 '박근혜 정부 10개월, 중도층 이탈 두드러져'라는 기사를 실었다.

"12월 셋째 주 마지막 조사에서는 '잘못한다' 49%, '잘한다' 33%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강경 대응이 이뤄진 때다."
- 한겨레 12월 30일 1면

박근혜정부의 강경 대응은 지배집단이 강하다는 증거도 아니었다. 강경책은 오히려 중도층까지 정부로부터 이반시키고 있었다. 이 경향이 계속되면 지배집단 내 균열이 가시화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이런 기회를 스스로 버렸다. 민주노총 지도자들은 우리 운동이 "박근혜 정권 퇴진"을 가장 자연스럽게 표현하게 됐을 때, "대선 불복이냐?"는 새누리당과 정부의 되치기에 물러나기 여념 없었던 민주당에 우리 운명을 맡겨버린 것이다. 그 결과가 오늘의 합의다.

박근혜정부보다 우리의 약점이 더 컸다

끝끝내 정부가 "민영화는 아니다"고 내심과 다른 말을 해야 했던 것, 정부조달협정 개정에서 보이듯 대놓고 정부에게 무시당하던 국회가 나서야만 했던 것에서 우리는 그나마 위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안녕들하십니까'라고 서로의 안위를 물었던 대학생들이 손쉽게 도서관 의자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다. 오프라인에서의 활동을 계획하고 스스로 조직하기 시작한 네티즌들이 다시 온라인 잉여질에만 몰두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투쟁은 여러모로 우리 운동의 약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합의사항에서 알 수 있듯이 민주당은 민영화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 저들은 지금의 '파국'을 중단시키는 데만 관심있을 뿐, 민영화가 가져올 파국에 진지하게 관심을 쏟지 않는다. 민영화를 시작한 김대중-노무현 정부라는 원죄가 있기 때문 만은 아니다. 상층 부르주아지 일부와 중간계급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공공부문의 '비효율성'을 문제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정권에서의 공사화와 상ㆍ하 분리, 이후 KTX 여승무원 외주화 등 철도산업 전반을 지배하게 된 사기업의 이윤원리에 민주당은 반대하지 않는다.

노동계급 내 최상의 투사들이 민주노총을 건설했고, 그들 중 다수가 정치적 좌파였음에도 국가에 대한 정면 도전은 이들의 투쟁 수첩에 적혀있지 않았다
(특정 정파 출신임을 문제삼는 게 아니다). 파업 초기부터 정부는 타협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체포영장만으로 민주노총을 침탈했고 새누리당까지 포함된 국회의 중재안도 무시했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은 연대투쟁을 건설하지 않았다. 지지와 연대는 오직 우연에만 맡겨졌다.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자 그 대자보에 묻어가려고만 했다. 22일 경찰의 민주노총 침탈 후 "저들의 합법은 우리의 불법"이라며 '불법투쟁'도 감수하겠다던 강경한 연설과 달리 28일 총파업 집회에서 민주노총은 공개적인 거리 투쟁을 조직하지 않았다. 아마 사전에 조율된 것이겠지만 산하 조직들의 개별 행동이 거리 투쟁을 이끌었다. 공식 무대에서 "거리로 나가자, 청와대로 가자"는 호소는 없었다.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우왕좌왕 했다. 특히 다수의 미조직 노동자, 시민들은 어떤 공개적 지침도 없이 개별적 판단으로 움직여야만 했다. 단 한 번의 거리 시위가 우리에게 승리를 가져다주진 않지만 위력적인 거리 시위는 이후의 투쟁을 위한 훌륭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경찰이 관광버스까지 동원해 전국의 경찰을 서울광장에 집중시켜 거리 시위를 막으려고 한 이유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이 기회를 사실상 대중의 자발성에만 맡겨뒀다.

지난 몇 년 간의 흐름과 다르지 않게 투쟁의 결정적 국면은 법적 공방으로, 사법부에 맡겨졌다. 수서발KTX 설립을 결정한 이사회의 적법성, 민주노총 침탈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 국토부 면허 발급 무효 소송 …. 법률과 사법부가 우리 편이 아님은 업무방해와 손배가압류와 같은 것들에서 이미 지겹도록 봐온 것이다. 최근 통상임금 소송에서도 사법부는 자신들의 계급적 성격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럼에도 노동조합 지도부는 법적 공방에만 매달리고 있다. 사법부의 판단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나온다면 다행이겠지만 그 반대인 경우 투쟁대열의 자신감은 급속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의 이러한 우유부단함이 노동조합 탓만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정치적 대안을 건설할 세력의 부재가 컸다. 통합진보당ㆍ진보정의당ㆍ노동당은 이번 국회 합의에서 완전히 무시됐다. 통진당과 정의당은 국회의원이 있는 원내 정당임에도 말이다. 노동당은 박근혜정권 퇴진 투쟁을 공언했지만 현실적 힘은 지니지 못했다. 최소한 민주노총 내 의미있는 움직임을 이끌어낼 능력도 없었다. 소규모 좌파 그룹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회에서 무언가를 할 협소한 의미의 정치세력이 아니다. 거리와 의회의 정치를 잇고, 사무실과 공장의 연대를 만들어낼 정치세력이 필요하다.

이미 이번 기차는 떠나버렸다. 많은 것을 남겨두고 말이다. 다음 기차가 연착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 모두의 예상보다는 빨리 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 거리 시위에 관해
민주노총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거리 시위를 호소하지 않은 것은 아마 법률적 책임 문제 때문일 것이다. 불법으로 규정돼 이후 이어질 법정공방은 노동조합 지도부로서 매우 불편하고 귀찮은 것일 수 있다. 그래서 꽤 오래전부터 실상 민주노총이 주도할 때조차 공식적으로 지도부는 법을 넘어선 거리 시위를 호소하지 않었다. 이러한 편의주의적 태도는 지도부가 받게될 법적 제재 이상으로 우리 대열을 혼란에 빠뜨리기 일쑤다. 28일에도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미조직 노동자, 학생, 시민들은 이미 노동조합 대열의 상당수가 빠져나가 휑해진 광장에서 우왕좌왕 했다. 트위터에선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 앞으로 모여달라는 이야기가 퍼져 민주노총 대변인이 긴급하게 정정 소식을 알려야만 했다. 이 모든 게 조직을 지키기 위한 것이란 이유로 정당화된다. 그러나 1987년 대투쟁 이후 역사에서 노동조합ㆍ좌파 조직은 투쟁 속에서 성장했지 안정적인 일상 사업 속에서 성장한 게 아니다. 조직을 지키고 성장시키기 위해서라도 지도부는 가장 앞장서 투쟁을 지휘해야 한다.


※ 아래는 이번 합의에 관한 한 철도노조 조합원의 글. 페이스북 권영숙 선생 페이지에서 퍼왔다.
"이대로 접을 수는 없다, 과연 투쟁의 전망은 없는가? 더 싸우면서 전면파업을 결정하자!"

합의안 얘기는 길게 하지 않겠습니다. 수서발 KTX 주식회사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말도 없는 합의안입니다. 합의안의 수준이 높고 낮음을 떠나 실체가 없는 뜬구름입니다. 새누리당이 위원장을 맡을 철도발전소위원회가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예전에는 탄압의 주역들이었고 지금은 투쟁에 들러리 서다가 떡고물이라도 챙겨볼까 하는 민주당에게 무엇을 바랄 수 있습니까? 징계 문제는 합의소식이 발표되자 정부와 공사는 파업이 끝나도 법과 원칙대로 징계하겠다고 했습니다.

지도부는 투쟁의 전망이 없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복귀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추가 복귀자가 계속 생겨날 것 같다는 보고도 받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중추 대오가 살아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운전분야 복귀율은 5%가 넘지 않습니다. 지금 지도부는 밀리는 흐름을 최대한 저지하고 다시 힘을 모을 생각은 전혀 안하고 아주 조급하게 아무런 알맹이 없는 합의(?)를 하고 복귀 결정을 내리고 있습니다.

과연 투쟁의 전망이 없습니까? 정부와 공사의 총공격 앞에 일부 대오가 복귀하고 대열이 흐트러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복귀율이 40%가 넘었습니까? 과반이 넘었습니까? 아닙니다. 지금 이대로 밀리면 상상할 수 없는 징계와 보복이 뒤따를 것입니다. 정부의 공격을 맞받아치면서 강력한 퇴각의 저지선을 치지 못하고 여야 정당들에 의해 이끌려 합의를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힘이 부족해 밀릴 수도 있고 부족한 합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철도노동자 전체가 최선을 다해보고, 할 만큼을 다해보고, 검토할 것은 다 검토하고, 미래를 준비하면서 질서정연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민주노총 1월 9일 총파업이 있습니다. 그 총파업에 기대자는 것이 아닙니다. 사력을 다해 총파업을 추동해내고 그것으로도 정부가 물러서지 않으면 전면파업이라는 승부수를 던지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최대한 밀어보고 전체적인 상황을 판단하면서 더 전진인지, 퇴각인지 결정하면 됩니다. 필공조합원들이 전면파업에 나섰을 때 받을 수 있는 처벌, 징계, 부담이 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필공조합원들은 나설 수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결의하는 조합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대오의 일부만이라도 결합하면 지금보다 몇십 배 더한 타격을 가할 수 있습니다. 노동자와 시민들의 연대는 줄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 오전 합의 발표 이전에 전면을 결의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동료 수백 명, 아니 수천 명이 해고를 당할 상황입니다. 필공조합원들은 분노하고 있고 안타까움에 부들부들 떨고 있습니다. 전체 철도노동자의 자존심을 짓밟고 우롱하고 철도노동자 죽이기 민영화를 밀어붙이는 정부의 막가파식 태도를 그 누가 참을 수 있겠습니까? 필공 조합원들을 다 아끼는 마음은 똑같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동료애는 당장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아니라 대의를 위해 싸우면서 함께 미래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더 투쟁할 수 있습니다. 조합원들이 결정합시다. 지부별 총회를 열고 판단합시다. 전면파업하면 전체가 싸울 수 있다는 결의를 하는 지부들도 있습니다. 조합원들이 지도부의 고민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지도부 결정이 항상 옳을 수는 없으며 올바르지 않은 결정은 조합원들이 바꾸어야 합니다.

지도부 마음대로 파업철회를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파업은 서로 대결의 수준이 가장 높습니다. 저들은 철도노동자들 앞에서가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 앞에서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기로 맘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밀어붙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도 수많은 노동자 민중의 연대에 힘입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런 싸움일수록 당장의 어려움만이 아니라 미래를 생각해야 하고 철도노동자만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진심과 열의를 받아안아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조합원 동지들, 얘기합시다. 지금의 상황과 투쟁의 전망을. 조합원들의 판단과 결정없이 내려지는 일방적인 복귀명령을 무조건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토론과 총회, 전체 조합원들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 힘들다고 여기서 이대로 끝낸다면, 정치인들의 말만 믿고 접는다면 민영화와 수서발 ktx설립은 굳어집니다. 지금 합의는 아예 합의를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합니다. 국회발전소위원회는 우리의 의지가 담길 수 없으며 오히려 우리의 족쇄가 될 뿐이기 때문입니다.

최선을 다하고 그래도 힘이 부족하다면 깨끗이 졌다 인정합시다. 그리고 미래를 기약합시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조직해가고 그래도 물러서지 않는다면 전면파업이라는 승부수로 단 며칠이라도 우리의 힘을 총동원해야 합니다. 그런 기세와 결연함만이 우리의 조직력을 보존할 수 있으며, 투쟁한만큼의 성과도 쟁취해 낼 수 있습니다.

뒤로 물러서면 수십 년이 후퇴하는 절체절명의 파업. 아직 우리는 더 싸울 힘이 남아 있고 더 싸워야 합니다. 조합원 동지들의 생각과 의견을 말합시다. 흔들림없이 싸워왔던 우리 조합원들은 충분히 그럴 권리가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Posted by 때때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한 장면. 영화에서 핵무기는 '억제수단'으로서 머물지 못하고 결국 사용된다.


북한 핵무장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한국의 핵무장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총대를 멘 것은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이다. 그는 조선일보 4월 15일자 31면에 실린 특별기고에서 "동서 냉전의 교훈은 핵무기는 핵무기로만 억제된다는 것"이었다며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조선일보 4월 15일 31면ㆍ링크).

정몽준은 "국민의 3분의 2가 전술 핵이나 자체 핵무장에 찬성"하고 있다는 것으로 자신의 주장이 혼자 만의 돌출발언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그의 말마따나 한국 국민들의 핵무장 열망은 꽤 오래됐고 그 깊이와 폭도 넓다. 1993년 출간된 김진명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핵무기에 대한 한국의 열망을 공개적으로 표출한 대표적 소설이다. 이 책은 1년 만에 600만 부가 넘게 팔리면서 이러한 열망이 소수의 것이 아님을 보여줬다.

2000년 초반 원자력연구소의 우라늄 농축 실험은 국제사회의 우려 속에 2004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까지 이어졌다. 한국 정부는 핵무장과의 연관성을 부정했지만 다른 나라들의 입장은 아니었다. 영국 비비시방송은 "레이저를 활용해 무기급 우라늄을 추출해내는 기술은 민간용으로 활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 "한국이 밝힌 농축 우라늄 양은 0.2g으로 극미량이지만, 순도는 80% 가까이에 이른다"며 "이렇게 고농축된 우라늄은 핵무기 제조용을 빼고는 달리 활용할 방도를 찾기 어렵다"고 한국 정부의 해명을 비판했다
(한겨레 2004년 9월ㆍ링크).

당시 우라늄 농축 실험이 핵무장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경험은 핵무장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2011년 "한국도 마음만 먹으면 6개월 이내에 기폭장치와 투발수단을 갖춘 핵무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2000년 우라늄 농축 실험에 사용된 레이저 기술은 "세계가 괄목할 정도의 경지에 이르렀고 유사시에 단기간에 핵무장을 할 수 있는 재정적ㆍ기술적 역량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과학자가 '핵무장'을 운운하는 이유야 알 수 없지만 그의 전공과 소속을 고려할 때 완전한 허언은 아닐 것이다
(국민일보 2013년 2월 15일 3면ㆍ링크).

그렇다면 왜 정몽준이 핵무장 총대를 멘 것일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어서는 아닐 것이다. 그는 가만히만 있어도 언론에 보도되는 7선의 여당 중진 의원이자 세계 1위의 조선 기업인 현대중공업 최대 주주 아닌가. 김의겸 한겨레 논설위원은 그 이유를 "정몽준이 군수업자라는 사실"에서 찾는다. 현대중공업이 "우리나라 방위산업을 떠받치는 기둥"이라는 것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전에도 뛰어든 것을 근거로 든다. 한편 "요즘 한반도의 긴장을 격화시키면서 아파치 헬기 1조8000억원어치를 팔아먹고, 12조원 이상의 차세대전투기를 들이대는 미국 군사산업체의 판매전략이 그의 사업가적 상상력을 자극"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내놓는다. 김의겸 논설위원의 주장은 군산복합체의 수장이 기업의 이윤을 위해 '핵무장'이라는 불놀이를 벌이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겨레 4월 26일 31면ㆍ링크).

정몽준의 제안이 '무기상'의 장삿속에 불과하다는 김의겸 논설위원의 분석은 지나치게 안이해 보인다. 그의 정치에 동의하거나 지지를 보내진 않지만 그는 대권에 도전해온 여당의 7선 의원이다. 그가 국회의원 자리를 어떻게 유지했느냐와 별개로 정치경력만 봐도 그를 단지 개별 자본의 이해에만 매여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자본가들이 모든 행동이 이윤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사회는 오직 추상 속에서만 가능하다]. 정몽준의 아버지 정주영의 소떼 방북 퍼포먼스를 오직 장삿속 만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정주영이 가장 아꼈다고 알려졌고 그래서 현대그룹을 물려받은 [사실 알짜인 현대자동차는 정몽구가, 현대중공업은 정몽준이 챙겨 속빈 강정에 불과했지만] 정몽헌과 그의 아내 현정은도 '돈 안되는' 금강산 관광사업에 '명분' 때문에 매달리고 있지 않는가.

아니나 다를까 정몽준은 바로 한겨레에 반론을 보내왔다. 민족과 국가에 대한 애국심을 늘어놓는 부분은 역겹지만 "미국 같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나라에서는 군수산업이 그야말로 산업으로서의 위상을 가질 수도 있다"는 그의 주장은 옳다
(한겨레 5월 7일 29면ㆍ링크). 세계 자본가 계급 내 그의 위치로 볼 때 정몽준이 AK-47소총, RPG-7과 같은 소형 무기만 팔아먹는 데 만족할 '로드 오브 워'의 유리 오로프와 같은 소매상을 꿈꾸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전 세계를 상대로 무기를 팔아먹는 미국 수준의 군산복합체는 아직 어불성설이다. 한국 기업의 기술력이 지금과 같은 수준에 이르기 전에는 정부의 지원과 협력의 일환으로 군수산업이 기업의 기술발전에 도움이 됐겠지만 현재의 한국 대기업들은 정부 지원 없이도 충분한 기술력을 갖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군산복합체'가 원인이 아니라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군산복합체가 성장한 데는 세계질서에서 제국주의 수장국이라는 배경이 중요하다. 미국에게 요구되는 군사적 역할 때문에 무기의 개발과 생산이 집중되고 발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자신을 낳아준 정부를 압박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측면에서 '군산복합체'에 대한 비판이 유의미하긴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잠시 이야기를 돌아가자. 1980년대 이후 '핵무장'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확산되지만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이어져 오는 보수 우파들은 공개적인 핵무장 주장에 대해 조심스러웠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보수적 지배계급은 세계질서에서 한국의 지위를 소심하게만 파악하고 있다. 그것은 그들이 미국의 힘에 의해서 '대한민국'을 만들고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태도는 '전시작전권'에 대한 태도에서 잘 드러난다. 전작권의 환수는 미국으로부터의 군사적 홀로서기라는 보수우파에게 두려운 미래의 현실화인 것이다. 노무현 정권시절의 대양해군 전략이 이명박 정권에서 폐기됐던 것도 마찬가지다. 보수우파에겐 오직 북한 만이 상대 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와 달리 개혁적 우파들은 한국의 성장에 고무됐고 자신감도 있었다.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시절 군 현대화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군 전략이 바뀐 것은 이 때문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권시절인 2005년 마련된 '국방개혁2020' 계획에 따라 재래식 무기지만 첨단무기들이 도입된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 간 무기수입은 세계 3위에 달한다
(2011년 12월 8일 8면ㆍ링크). 그리고 그 무기는 북한 만을 상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세계를 향한 것으로 보였다. 물론 이 과정은 이명박 정권시절 들어 중단된다. 국방개혁2020 계획은 재검토되고 2009년과 2010년 무기수입은 그 전의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정몽준은 7선의 중진의원이지만 한국의 전통적인 보수 지배세력에 속하진 않았다
[그는 상당 기간 무소속이었다]. 세계적 기업을 운영하는 자본가로서 언제나 미국에 주눅들어 있고 북한에만 방방 뛰던 보수우파와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지닌 한국이 군사와 외교에서도 그 만한 역할을 하기를 바랄 수 있다. 노무현 정권은 그러한 열망에 충실히 따랐었다. 이는 미국의 바람이기도 하다. 중앙선데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방미 기간 오바마의 관심사는 "시리아ㆍ이란 등 중동 문제에 대한 한국의 협조"라고 보도했다(중앙선데이 5월 5일 3면ㆍ링크). 이미 한국 정부는 아프가니스탄ㆍ이라크 등지에서 미국과 협력해왔다.

재래식 무기에 이어 핵무장까지 욕심내게 된 데는 미국의 힘이 예전만 못해보인다는 것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몽준은 조선일보 특별기고에서 "
[재래식 무기를 사용한 미국의] 무력 시위는 북한이 핵무기를 쓰는 것을 진정시킬지는 몰라도 북한의 핵무기를 폐기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게다가 미국이라는 '우방'이 보수우파의 바람 만큼 영원히 한국의 바람막이가 돼줄지도 의심스럽다. "아무리 긴밀한 동맹이라 해도 국가 이익이 100%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과 정치적으로 가장 가깝다는 이스라엘이 핵무장을 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라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조선일보 4월 15일 31면ㆍ링크). 이는 구체적으로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에 대한 불안이기도 하다. 그는 특별기고에 이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계를 이혼할 수도 있는 결혼한 남녀에 비유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과 함께 "현 상태를 인정하고 북한이 핵무기를 더 만들지만 말라고 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미국에게는 "현재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숫자는 큰 위협이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조선일보 4월 22일 29면ㆍ링크).

정리해보자. 정몽준의 핵무장 발언은 일개 정치인의 돌출발언은 아니다. 단순히 '무기상'으로서의 이득을 바라는 것일 수도 없다. 이는 경제성장에서 비롯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제국주의 세계질서에서 상층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새로운 지배계급의 열망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물밑에서 흐르던 핵무장 욕심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기점으로 고개를 내민 것이다.

한국 사회 좌파가 제국주의를 다시 검토해야 하는 지점은 이 부분으로 보인다. 이미 2000년대 초반 파병반대 운동 때부터 제기되기 시작했지만 더 이상 제국주의 피해자인 약소국가로만 한국을 바라볼 수는 없다. 한국군의 해외파병도 미국의 강제에 의한 것이라고만 볼 수도 없다. 한국군 해외파병은 베트남전 이후 한동안 중단됐다가 1991년 1차 걸프전을 계기로 다시 시작돼 2000년대는 보다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펼쳐졌다. 2012년 11월 현재는 15개 나라에 1440명이 파병돼 있다
(문화일보 2012년 11월 2일 3면ㆍ링크). 핵무장을 포함해 한국 군사력이 미국으로부터 홀로서는 것은 앞으로도 부침이 많을 것이다. 주변에 강대국들이 가까이 있다는 것도 장애물 중 하나다. 그러나 정몽준과 과거 노무현 정권으로부터 확인할 수 있듯이 새로운 지배계급은 이전 지배계급보다 확연히 대외 지향적인 제국주의 노선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을 '평화'라는 말로 포장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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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이 한창인 서울 전농ㆍ답십리 뉴타운 16구역. [사진=自由魂]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윤진숙 후보자를 해양수산부 장관에 임명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도 비판적이었지만 박근혜의 불통은 여전했다. 12일, 16일 두 차례 청와대 만찬에 참여하며 박근혜와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던 민주당은 뒤늦게 분통이다. 한겨레에 의하면 한 재선 의원은 "청와대의 소통 이벤트에 병풍만 쳐준 꼴"이라고 말했다(한겨레 4월 18일자 6면ㆍ링크).

그러나 윤진숙 임명 문제뿐일까. 보스턴 테러, 추경예산 편성 등의 뉴스에 밀려 관심을 받진 못했지만 정부의 4ㆍ1 부동산 대책에 대한 16일 여ㆍ야ㆍ정 합의는 민주당이 실제로는 청와대의 병풍에 불과하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박근혜보다 더한 민주당

16일 합의한 핵심 내용은 △양도세 면제 기준(1세대1주택자 보유 기존 주택 및 신규ㆍ미분양 주택 대상)을 6억원 이하 또는 85㎡ 이하로 확대(기존은 9억원 이하의 85㎡ 이하 주택) △취득세가 면제되는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기준을 부부합산 소득 7000만원, 6억원 이하 주택으로 완화(기존 부부합산 소득 6000만원 이하, 6억원 이하의 85㎡ 이하 주택)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방향 수정 없이 더 강화하고 적용 범위를 더 확대한 것이다.

이를테면 원안에선 양도세 면제 대상이 아니던 서울 반포래미안퍼스티지 33평형(84.93㎡)도 부동산 대책의 수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아파트의 경우 원안에서 면적 기준은 만족했지만 가격 기준(매매가격 13억원대)을 초과해 양도세를 면제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합의해준 것에 따르면 면적 기준만 만족해도 되기 때문에 양도세 면제 대상이 된 것이다. 수도권의 중대형 아파트도 이번 합의로 혜택을 받게 됐다. 조선일보는 경기도 고양ㆍ용인ㆍ김포시 등지의 6억원 이하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를 그 대상으로 꼽았다. 전체적으로는 양도세 면제 대상이 애초 정부안 기준 585만2856가구에서 이번 합의로 100만 가구 이상 늘어난 686만5540가구가 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조선일보 4월 17일자 8면ㆍ링크).

결국 "투기 수요를 다시 창출하는 데 초점이 맞춰"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프레시안ㆍ링크)진 박근혜 정부의 4ㆍ1 부동산 대책을 더욱 강화한 게 민주당이 한 일이다. 여기에 '합의'라는 방식으로 그 정당성까지 더해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4ㆍ1 대책, 서민 주거 안정?

박근혜는 이번 대책을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이란 이름으로 내놨다. 그러나 4ㆍ1 대책은 '서민 주거 안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박근혜가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공급은 줄인다. 대출은 늘려주겠다. 주택을 사고팔아 값을 올려라. 이를 위해 가장 앞세운 것이 취득세ㆍ양도소득세 면제다. 돈이 없는 사람에게는 대출을 늘려주겠다고 한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의 경우 부부합산 소득이 7000만원 이하인 경우 대출이자를 낮춰주고 총부채상환비율(DTI)도 적용하지 않겠단다(경향신문 4월 18일자 20면ㆍ링크). 앞으로 5년 간은 집값이 올라도 그에 대한 세금은 물리지 않을 테니 걱정말고 사라는 말이다. 심지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 카드도 만지작 거리고 있다.

● 민주당이 합의해준 박근혜 정부의 4ㆍ1 부동산 대책
- 양도소득세 5년 간 면제: 85㎡ 이하 또는 6억원 이하의 1세대1주택자(일시적 2주택자)가 보유한 기존 주택 및 신규ㆍ미분양 주택 대상,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도 검토 중
-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취득세 면제: 부부합산 연 소득 7000만원 이하, 면적 상관 없이 6억원 이하 모든 주택(분양권ㆍ오피스텔 제외)을 올해 안에 구입 시
- 대출금리 인하, 총부채상환비율(DTI) 예외: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중 부부합산 연 소득 7000만원 이하, 담보가치인정비율(LTV) 완화도 추진 중
- 공급물량 축소: 연 7만 가구에서 연 2만 가구로 축소, 그린벨트 내 새 보금자리지구 지정 중단

대출 받아 집을 사고 집값 상승분으로 대출을 갚을 수 있었던 이전의 주택시장 구조를 존속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런 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왜냐면 누군가는 늘어난 집값을 치뤄야 하기 때문이다. 임대 소득을 얻기 위해 여력이 있는 부자들이 더 많은 집을 더 쉽게 구입할 수 있게 하더라도, 그들도 늘어난 집값 만큼 전셋값 또는 월세를 늘리려 할 것이다. 자가 거주를 위한 내 집 마련도 힘들다. 한국의 집값은 소득에 비해 너무 높아 노동자와 서민들은 늘어난 집값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 하우스푸어의 등장은 이러한 사정의 결과다. 예전처럼 오를 것으로 기대해 무리한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가 집값이 정체되거나 하락하는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임금소득 등이 늘어난 대출을 갚을 만큼 증가한 것도 아니다. numbeo.com에 실린 서울의 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 비율(PIR: Price to Income Ratio)은 2013년 4월 현재 12.74다. 이는 뉴욕(8.43), 도쿄(8.87)보다 높은 수치다
(링크). 2008년 12월부터 조사를 시작한 국민은행의 PIR도 비슷하다. 서울의 경우 2008년 12월 11.9에서 2012년 12월 9.5로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값이다(2인 이상 가구 소득 5분위 중 중위가구, 주택가격 5분위 중 중위주택 기준).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현재 주택시장 침체의 근본 원인은 유효 수요자의 소득이 높은 주택 가격을 따라가지 못하는 데 있다"며 정부의 이번 대책이 별 효용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프레시안ㆍ링크).

이러한 사정으로 내 집 마련에 전력을 다했고 어느정도 꿈을 이룰 수 있었던 베이비붐 세대(1955~1964년에 태어난 사람들)와 달리 그 자녀 세대는 주택구입은 꿈도 못꾸고 월세든 전세든 셋집 마련에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대출금을 갚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집주인들이 늘어난 만큼 전세물량이 줄어들면서 전셋값은 집값의 60~70%까지 폭등하고 있다. 1995년 10%대에 불과했던 월세 비율은 2010년 20%를 돌파했다. 높은 월세는 서민과 노동자들의 생활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든다. 적은 돈이라도 매달 고정된 지출이 있다는 것은 부담된다. 여기에 집주인들은 은행금리 두 배 이상(연 7~9%)의 월세수익을 (대출을 갚기 위해 또는 은퇴 후 소득을 유지하기 위해)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일보 4월 15일자 18면ㆍ링크). 비싼 월세를 감당할 수 있거나 운 좋게 전셋집을 구했다고 해서 주거가 안정되는 것 또한 아니다. 하우스푸어의 파산은 그대로 세입자의 파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세입자에 대한 보호장치가 약하기 때문에 보증금을 떼먹히기 일쑤다.

대출 늘려줄테니 집 사라

상황이 이럴진데 박근혜 정부는 대출을 늘려서라도 집을 사라고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은 장단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합의해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결국 건설기업들 살리기 대책으로 보인다. 양도세 면제 대상에는 신규ㆍ미분양 주택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공공분양주택 공급도 2만 가구로 줄인다니 미분양에 고통받고 있는 아파트 건설사에 이보다 더 좋은 소식은 없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개발사업에 대한 개발부담금도 한시 감면해준다고 한다. 15년 이상 된 아파트의 수직증축도 허용해줬다. 이번 대책이 성공할 지는 모르겠지만 박근혜와 민주당 모두 '서민 살리기'보다 '기업 살리기'에 더 앞장서고 있다.

노동자ㆍ서민에게 시급히 필요한 것은 세입자 보호의 강화다. 장기적으로는 소득의 증가를 통해 무리한 대출 없는 내 집 마련을 가능케 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공주택 비율을 늘려 싸고 좋은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핵심은 주택'시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거'에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라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미디어스 김민하 기자가 잘 지적했듯이 민주당에게 "현실에서 부동산은 그저 buy-sell-buy로 이어지는 투기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민주통합당이 슬로건을 무엇이라고 내세우든 이제 정부 부동산 대책에 대한 합의로 인해 이 체제의 공범자가 됐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미디어스ㆍ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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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0 15:32

18대 대선, 보수파의 승리일까 쟁점2012.12.20 15:32


19일 대선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 [사진 한겨레]


어제(19일) 18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75.8%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승패의 향방은 안개속에 숨은 듯 했다. 투표율이 17대보다 무려 12.8% 급증한 것이다. 유권자 수가 늘었다는 걸 고려하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1. 17대 대선과의 비교 … 보수가 결집했는가

6시 투표가 마무리되고 출구조사가 발표되면서부터 야권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지기 시작했다. 여론조사와 출구조사를 통해 '박빙'으로 예상되면서 밤 11시가 지나야 향배가 갈릴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졌지만 결과는 의외로 싱겁게 드러났다. 대략 20%의 개표가 이뤄진 저녁 8시30분쯤부터는 벌어진 표차가 줄어들지 않았고 10시가 넘어서면서부터 방송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당선확실'하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안철수가 양보하고, 심상정ㆍ이정희와 같은 '진보 진영' 후보까지 사퇴해 표를 몰아준 상황에서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김소연ㆍ김순자 후보의 표는 별 영향 없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겨레는 이렇게 적고 있다.

"'똘똘 뭉친 보수의 위기의식과 박근혜 후보의 인물 경쟁력'.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의 맞대결 구도로 18대 대선에서 승리한 요인은 이렇게 요약된다." - 한겨레ㆍ링크

한겨레는 보수의 결집을 박근혜 승리의 제1 요인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막상 드러난 표를 보면 그리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2007년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얻은 표는 1149만2389표다. 같은 보수 진영이라고 할 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얻은 표는 355만9963표다. 이 둘을 합치면 1505만2352표로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가 얻은 1577만3128표보다 겨우 72만776표 적다. 여러 야권 후보들이 사퇴라는 방식으로 문재인 후보에게 힘을 몰아준 것을 진보의 '결집'이라고 말한다면 박근혜 후보 또한 16대의 이인제, 17대의 이회창과 같은 표를 갈라먹을 보수 후보가 없었다는 점에서 보수의 '결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박근혜를 후보로 선출하면서부터 예전과 달리 이러저러한 잡음을 일찌감치 제거했다. 문재인과 안철수의 단일화보다 훨씬 일찍부터 말이다. 즉 보수가 진보의 결집에 '위기의식'을 느껴 결집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한겨레의 분석이 옳다고 하려면 이명박 정권의 낮은 인기에 위기의식을 느낀 보수가 일찌감치 결집해있었다고 주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궤변일 수밖에 없다. 경향신문은 이렇게 말한다.

"정부ㆍ여당의 승리가 아닌 '박근혜의 승리'라고 평가될 만했다. 정권교체 여론은 60% 가까이 됐지만, 대선 결과는 반대였다." - 경향신문ㆍ링크

애시당초 보수 진영이 이명박 정권의 위기에 동질감을 느꼈다면 '정권교체 여론'이 60% 가까이 됐다는 건 틀린 사실이 된다. 여론조사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매우 높은 비율로 정권교체 여론이 존재했다는 것은 거의 틀림 없을 것이다. 그래서 조선일보는 이렇게 쓰고 있다.

"지난 5년간 이명박 대통령과 갈등을 밎으면서 '여권내 야당'으로 자리매김했던 점도 작용했다. 특히 이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 반대는 그 입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박 당선인의 대선 출발점이자 박 당선인이 신뢰의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 조선일보ㆍ링크

결국 이번 대선의 결과가 대한민국 유권자 정치의식의 '보수화'를 나타내거나 보수 진영의 '결집'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투표수가 698만8605표였음에도 박근혜가 이명박보다 더 가져간 것은 겨우 72만776표다. 즉 한나라당-새누리당은 지난 5년간 잃은 것도 없지만 얻은 것도 없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물론 당시 이명박ㆍ이회창에게 투표한 1500여 만 명이 이번에도 박근혜에게 투표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에 반해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1469만2632표를 얻었다. 이는 지난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정동영ㆍ권영길ㆍ문국현이 얻은 826만2300표보다 643만332표 더 많은 것이다. 이 수치는 이번에 늘어난 투표수 698만8605표에 육박하는 수치로 늘어난 투표수의 대부분을 문재인 후보가 얻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물론 이도 마찬가지로 지난 대선과 이번 대선에서의 투표성향 변화에 대한 추적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그저 가정일 뿐이다).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가 얻었던 1201만4277표 48.91%의 득표와 견주어도 0.89% 덜 얻었을 뿐 이다.

결론적으로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정권교체의 열망'을 받아안아 자신들의 지지를 지켰다. 문재인과 민주당은 진보정당의 표까지 합쳐 자신들이 얻을 수 있는 최선의 지지를 얻었다고 보인다.

2. 민주당이 얻지 못한 민심은 어디에 있을까

여기서 더 필요했던 건 새누리당과 박근혜 지지층을 분열시키고 그들을 야권의 표로 획득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안철수 지지자와 진보정당 지지자들을 획득할 순 있었지만 새누리당 지지자에 뿌리내리진 못했다. 왜그랬을까. 이를 위해서는 우선 박근혜의 지지자가 어떤 사람들인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추측일 뿐 정확한 연령별ㆍ계층별 투표 성향에 대한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조심스럽지만 '시사오늘'에서 12월 13일 '박근혜 지지율의 재발견 … 목소리 작은 사람들'(링크)이라는 기사에서 제시한 수치가 유용할 것 같다. 이 자료는 동아일보와 리서치앤리서치가 11일 조사한 것이다.

● 직업별 지지율
-농림 임업 어민: 朴 55.2-文 37.1%
-자영업: 朴 50.2-文 37.1%
-화이트칼라: 朴 32.7-文 53.5%
-블루칼라: 朴 43.1-文 48.1%
-가정주부: 朴 55.6-文 32.3%
-학생: 朴 27.9%-文 57.7%
-무직: 朴 60.4-文 19.3%

● 월(月) 소득별 지지율
-200만 원 이하: 朴 56.1-文 27.6%
-201만~300만 원: 朴 40.1%-文 47.6%
-301만~400만 원: 朴 43.5-文 47.3%
-401~500만 원: 朴 39.4-文 50.6%
-501만 원 이상: 朴 40.8-文 46.4%

● 학력별 지지율
-중졸 이하: 朴 63.9-文 23.5%
-고졸 이하: 朴 52.8-文 33.1%
-대재(大在) 이상: 朴 37.4-文 49.6%

노동자 계급 다수는 문재인을 지지하고 있음을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의 지지율 성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월 소득별 지지율'과 비교하면 '계급투표'의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 노동계급 다수가 문재인을 지지함에도 월 소득 200만원 이하에서는 박근혜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은 야권이 정규직 대기업 노동자에게는 지지를 받고 있지만 비정규직 중소기업 노동자에게는 지지를 받고있지 못하다는 뜻이다.

이는 통계청이 올해 3월 발표한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3월 정규직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11만3000원, 비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143만2000원이다. 같은 조사에 따르면 전년 대비 늘어난 비정규직 임금근로자의 대부분을 60대 이상 고령층이 차지하기도 했다. 60대 8만3000명, 50대 4만1000명, 40대 2만2000명이 늘었다. 즉 부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50대 이상의 박근혜 지지와 박정희 향수는 현재의 경제정책 실패로 인한 불만에서 기인할 것이라는 것이다.(경향신문ㆍ링크)

여성에 대해서도 비슷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8월 조사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자료에 따르면 여성 임금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149만7000원이다. 이는 남성 임금근로자 월평균 임금 255만9000원보다 100만원 이상 적은 것이다. 게다가 절반 이상은 59.4%가 사회보험 혜택이 없는 비정규직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다.(뉴시스ㆍ링크)

즉 민주당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 여성 노동자와 같은 더 소외되고 억압받는이들에게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슬로건으로서는 철회했지만 거의 일관되게 '대한민국 남자' 컨셉트의 선거운동을 펼쳤다. 첫 선거광고에서는 일하고 있는 아내 옆에서 자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남편의 실업, 자식의 불안한 일자리에 50대 여성은 가장 하층의 노동으로 밀려나고 있다. 편의점ㆍ패스트푸드점 알바, 식당 서빙, 건물 청소ㆍ관리, 파출 등. 이들에게 '박정희 향수'가 있다면 그것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은 현실의 고통 때문이다. 정치적 억압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70~80년대 실질소득의 증가를 경험했다. 삶의 질도 크게 변화했다. 단칸방에서 시작한 신혼 살림은 그것이 대출로 이루어진 것일지라도 번듯한 아파트 살림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1997년 이후의 삶은 그들을 열악한 노동시장으로 내몰았다. 남편과 자식들을 도와 (또는 그들을 대신해) 소득을 얻는 데 몸을 던지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욱 남편은 가부장적 권위를 내세워 이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그런데 박근혜를 독재자의 딸로 비난하며 자신을 민주진보 세력이라고 내세우는 후보와 그 정당은 바로 그 권위주의적 남편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을 첫 광고로 내보낸 것이다. 50대 주부들에게는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패악을 민주당이 이어받고 그 성과를 박근혜가 이어받았다고 보여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들 50대 주부들이 이 광고 때문 만은 아니겠지만 가정주부의 절반 이상이 박근혜를 지지하고 문재인을 지지하는 것은 3분의 1이 안됐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물론 이는 하층 노동에 종사하는 50대 주부의 다수가 박근혜를 지지한다는 '가정'하에서 성립할 얘기다. 이 것을 길게 쓴 것은 선거 후 '못 배웠고' '시어머니 노릇 하려는' 50대 가정주부에 대한 비하와 비난이 비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3. 민주당으로부터 독립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브루주아 민주주의 선거는 일반적으로 회고투표적 성격이 강하다. 즉 현재의 정권에 대한 심판의 의미로 표를 던지는 게 많다는 것이다. 이를 고려한다면 박근혜의 이명박 정권과의 선긋기, 즉 야당 전략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이다. 앞에서 인용한 부분에 나오 듯 조선일보 또한 박근혜의 '여권 내 야당' 전략이 주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선거운동 막바지 그 본색을 드러내긴 했지만 '경제민주화'라는 쟁점을 선점한 것도 분명히 새누리당이었다. 박근혜 캠프의 권영세 종합상황실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 당선인이 경제민주화와 복지 이슈를 작년 말부터 먼저 제기함으로써 민주당의 공세를 무력화한 측면이 크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는 민주당이 이명박 정권의 반대편에서 현실적 대안으로 자신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뜻일 게다.

종종 좌파들은 민주당의 '반성'을 요구했다. 이는 그들이 김대중ㆍ노무현 10년간 만든 현재의 사회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밝혀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운동 기간 한명숙이 강정에서 도망치 듯 떠냐야 했듯이 대다수의 이명박 정권 정책이 김대중ㆍ노무현 정권으로부터 비롯됐다는 점에서 그들은 그럴 수 없었다.

이는 민주당이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 여성의 지지를 획득하지 못하는 데 결정적이었을 수 있다. 교수나 지식인, 문화계 종사자와 같은 중간계급에게 한나라당-새누리당 정권은 매우 끔찍한 것이었겠지만, 다수의 저임금 노동자에게 이명박과 노무현 정권의 차이가 분명치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임금격차나 고용형태의 변화에 대한 간단한 자료로부터도 유추할 수 있다. 물론 정책 실행의 강도라는 측면에서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가 보여준 것은 박근혜를 지지한 다수에게 그 차이는 크게 보이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안철수가 민주당의 오른편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 사이의 위치를 점했음에도 상당히 파괴력 있는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민주당과 각을 세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문재인 지지를 호소하는 위치에서도 결코 민주당과 한몸이 되려 하지 않았다. 그는 어제(19일) 투표를 마치자 마자 미국으로 떠났다. 투표의 결과가 승리가 되든, 패배가 되든 그것을 민주당과 함께하지 않겠다는 뜻일 게다.

그렇다면 진보세력의 과제는 민주당으로부터 독립적이고 통일된 좌파적 대안을 건설하는 것일 게다. 사실 이러한 사실은 이번 선거 이전부터 여러 곳에서 그 신호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민주/독재 구도, 반MB 전략에 휘말린(또는 직접 주도한) 진보세력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대중적 반감'을 이유로 속속 민주당에 몸을 의탁하고 만다. 진보세력의 이러한 태도는 민주당을 왼쪽으로 견인할 힘조차 상실케 했다.

좌파의 지리멸렬과 분열, 무능력에 대한 질타는 이러한 평가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다시 필요한 것은 독립적이고 통일된 좌파적 대안의 건설이다. 당장 내년이나 내 후년 세계를 휩쓸 경제위기의 파고에서 노동자 투쟁의 건설을 위해서도 이는 매우 시급한 일이다.

이를 위해선 뼈아프지만 살을 도려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통진당과 진정당 또는 다른 진보세력이 민주당으로부터 독립된 대안의 건설에 동의하지 않거나 미적된다면 과감히 그들과의 연대를 배제해야 할 것이다. 시작은 이 대안에 동의하는 사람과 세력으로부터다.

Posted by 때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