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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를 점령하라 운동이 미국 주의회협의체(ALEC: the American Legislative Exchange Council)와 기업들의 반노동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입법활동을 중단시키기 위한 2월 29일 비폭력 직접행동의 날 동참을 호소했습니다. 이 행동 계획은 포틀랜드를 점령하라 운동의 대중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고 합니다.


F29: 기업 활동을 중단시키자
Occupy Portland & Portland Action Lab, 2012년 1월 6일

포틀랜드를 점령하라 운동은 기업의 활동을 중단시켜 우리의 목소리를 되찾고 이윤과 탐욕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강박을 변화시키기 위한 비폭력 직접 행동의 날을 제안합니다. 우리의 미래를 스스로 만들 수 없게끔 하는 사회를 거부합니다. 민주적이이고 협력적이고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세계를 만들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되찾을 것입니다.

우리는 점령 운동과 모든 사람들이 행동의 날에 참여햏 자유와 정의를 추구하기를 요청합니다.

우리 사회를 그 밖의 모든 것을 훼손한채 파괴적인 소비ㆍ이윤ㆍ탐욕을의 추구로 몰고 가, 사회를 형성하고 만들어갈 우리의 민주적 능력 훔친 1%가 있습니다.

우리는 국회의원을 매수하고 인민이 아닌 기업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입법을 추진한 대표적인 사례인 주의회협의체(ALEC: the American Legislative Exchange Council)에 소속된 회사를 목표로 할 것을 호소합니다. 기업들은 이것(ALEC)을 이용해 위스콘신에서 반노동자적인 법을 만들었고 애리조나에서는 인종차별적인 SB 1070법(불법체류자로 의심되는 히스패닉을 경찰이 의로 검문해 즉각 추방할 수 있게 한 애리조나주의 이민법) 등 가 밖에 많은 악법들을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ALEC를 이용해 이와 같은 친기업적인 법률을 나라 전체로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이날의 행동은 민주주의 재창조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이날 행동은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삶을 지속시키기 위해 조직된 사회를 만드는 첫 움직임이 될 것입니다.

2월 29일, 우리는 1%로부터 우리의 미래를 되찾을 것입니다. 우리는 기업의 활동을 중단시키고 우리의 민주주의를 다시 만들 것입니다.

우리와 함께해주십시오! 행동에 나섭시다! 우리의 미래를 되찾읍시다! 기업 활동을 중단시킵시다!

※ 2월 29일의 행동 계획은 2012년 1월 1일 일요일, 포틀랜드의 대중총회(General Assembly)에서 만장일치의 합의로 통과됐습니다.

Posted by 때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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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된 지 닷새가 지났네요. 지난해 마지막 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강력한 이란 제재 방안이 포함된 국방수권법(NDAA: the 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에 서명했습니다. 미 국방수권법의 발효는 이란의 핵 개발을 둘러싸고 중동지역의 긴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 법은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어떤 경제 주체도 미국의 금융기관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에서 미국의 위상을 고려할 때 사실상 이란산 원유 금수조치인 것이죠. 한국 정부는 이란산 원유 수급에 차질을 빗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이 법이 국제법 위에 올라섰다며 공식적인 반대 의견을 밝혔습니다('中외교부, 美 국방수권법에 반대 표명' 연합뉴스ㆍ링크).

이 법이 이란과의 적대적 갈등만을 더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방수권법은 '법 절차 없이 테러 용의자로 의심되는 미국 시민'에 대해 공판 없이 무기한 구금(indefinite detenition without trial)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법은 9ㆍ11 테러 이후 부시 전 대통령에 의해 주도적으로 만들어진 애국법(Patriot Act)를 떠올리게 합니다. 애국법이 대외적으로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 테러리스트와의 전쟁을 위한 법이자, 대내적으로는 시민의 민주적 권리를 제한하는 법이었듯이 말입니다
('부시 향해 질주하는 오바마, 인권의 적은 누구인가?' 참세상ㆍ링크).

미국-이란의 갈등과 별개로 국방수권법은 미국 내에서 지난 한해 크게 성장한 점령하라 운동을 공격하는 데 사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나오미 울프는 '알자지라'에 기고한 칼럼에서 "전 세계에서 시위에 대한 대처는 유사하게 나타났다"며 "국가와 기업들은 민주주의의 허울을 유지하면서 반대의 의견을 짓누르는 최선의 방법을 배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울프는 그들이 배운 '방법'의 대표로 미국의 국방수권법을 들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영국에서 경찰이 SNS 계정과 스마트폰 감시 권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 영국 군대가 런던에 대규모 SAS 주둔지를 건설하는 것, 이스라엘 정부가 취재활동 제한ㆍ좌파 단체에 대한 기부 금지를 포함하는 법안을 밀어붙인 것을 들고 있습니다
('2012년, 'SNS 시민들'과 초국적 자본 대충돌' 프레시안ㆍ링크).

하지만 울프는 "전 세계 시위에 대한 이러한 조직화된 대응은 …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정부와 기업들이 점점 더 교묘한 방법을 찾겠지만 지방 정부의 토지 강제수용에 맞서 벌어졌던 중국 우칸촌 주민 시위의 승리에서 보여지 듯이 가장 강력한 억압기구를 갖춘 정부도 단결한 인민에게 승리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울프는 SNS와 신기술이 효과적인 저항을 위한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이하 OWS)도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는 글에서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동영상 생중계(live video streaming)가 운동의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SNS는 더 선명하고, 잘 조직된 시위을 가능케 했다. 또 진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즉각적으로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 '2012년, 'SNS 시민들'과 초국적자본 대충돌', 나오미 울프, 프레시안

"주류 언론이 우리의 이야기를 다루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동영상 생중계를 이용해 우리의 목소리를 확산시키는 법을 튀니지, 이집트, 이란에서의 지도자 없는 저항 운동으로부터 배웠습니다. 우리는 정보를 만들고 공유하는 데 있어 중앙집권화, 기업의 투자를 받는 주류 언론으로부터 더더욱 무관한 급진적으로 민주화된 세계적 운동의 한 부분입니다. 정보의 신속한 교환은 우리가 신속하게 공동의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고, 세계 곳곳에서의 보고와 제안을 토론할 수 있게 하며, 효과적인 직접행동의 동원, 경찰 폭력의 기록을 가능케 했습니다. 우리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외칠 때 이것은 더이상 말뿐인 위협이 아니게 됐습니다."
- '2011: 반란의 해', OWS

정부와 기업의 강해지는 탄압에도 2012년이 지난해 못지 않은 반란의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건 단지 SNS와 인터넷 기술의 발전 때문만은 아닙니다. 튀니지의 청년 부아지지가 가난과 실업의 고통에 항거하며 스스로의 몸에 불을 붙였듯이, 위스콘신의 노동자와 시민들이 주 정부의 노동권 공격에 맞서 주 청사를 점거했듯이, 스페인의 청년과 노동자들이 실업과 빈곤에 맞서 광장을 점거했듯이 2011년의 투쟁은 2008년 이후 헤어나오지 못하고 반복되고 있는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99%의 절박한 목소리이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적인 정부의 재정위기는 2008년 금융위기로부터 기업들을 살려내기 위해 돈을 쏟아부은 결과입니다. 그러함에도 기업들은 바로 자신들에게 수혈된 그 돈 때문에 정부가 위기에 처했음은 깨끗이 잊은 체 노동자의 고통만을 강요하는 긴축과 노동권 축소를 목소리 높여 요구하고 있습니다.

위기를 벗어날 전망은 아직 뚜렷하지 않습니다. 그리스 정부는 3일 "1300억 유로 규모의 2차 구제금융이 집행되지 않으면 유로화를 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공식 언급했습니다. 이와 함께 "유로존에 머물기 위해서는 추가 긴축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는 언급도 잊지 않았죠. 헝가리에서는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저항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새해 두번째 날부터 수도 부다페스트에는 10만 명의 시민이 모여 집권 피데스당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올해부터 마트ㆍ음식점ㆍ술집이 일요일과 공휴일을 포함해 하루 24시간 영업할 수 있게끔 규제를 풀었습니다. 이에 상인연합회와 상인노동조합은 "영업시간 규제를 풀면 상당수 영세상인들은 문을 닫고 일자리를 잃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죠
('그리스, 유로존 탈퇴 첫 공식 언급 … 유로존 붕괴설 재점화' 프레시안ㆍ링크).

한국에서도 지난 한 해 예전과 다른 움직임이 눈에 띄었죠. 홍익대 청소ㆍ경비노동자 투쟁서부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 투쟁까지, 예전과 달리 '시민'들의 공감과 연대가 확대됐습니다. 세계적인 저항이 한국으로 번질까 겁났던 것일까요. 한나라당은 지난해 말 '한국판 버핏세'를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이 법은 '무늬만 버핏세'라고 비난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세율구조 또한 기형적으로 만들어 통과되자 마자 재개편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편된다 한들 제대로 된 '부자증세'가 이뤄질지는 의문입니다.

정부와 여당은 버핏세와 반대로 부자를 위한 정책에는 팔걷고 나서고 있습니다. 12월 7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주택시장 정상화 및 서민주거안정 지원방안'은 그 이름과는 달리 서민의 '주거안정'을 해치고 부자들의 주택 투기를 권장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담고 있습니다
('경제위기에 대한 지배자들의 대응, 계급전쟁' 24601 자유롭게ㆍ링크).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시장 대책에도 불구하고 침체한 시장이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시장의 침체는 저축은행의 위기, 부패ㆍ비리 스캔들로 연결되고 있습니다('저축은행 사태, 저축은행 만으로 끝날까 24601 자유롭게ㆍ링크). 지난해 내내 금융 당구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저축은행 사태는 여전히 진정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영업정지 된 16개의 저축은행에 이어 다음 달 추가적인 영업정지 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저축은행 5곳, 내달 건전성 평가 앞두고 긴장' 경향신문ㆍ링크). 정부의 바람대로 저축은행 만으로 이 불을 끌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여전한 상황에서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경제위기와 긴축을 둘러싼 세계적 차원의 갈등에서 한국도 그리 예외로 보이지 않는 것은 이러한 이유들 때문입니다. 물론 두 번의 큰 선거를 앞두고 있고, 반MB 정서("이 모든게 이명박 때문이다")가 압도적인데다가, 경제 상황이 여타 위기에 처한 나라들보다는 그럭저럭 낫기 때문에 한국에서 위기와 갈등이 동일한 형태로 터져나오진 않을 것입니다. 지난해 말 돌아가신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 블로그에 직접 올린 마지막 글에서 호소했듯이 총선과 대선, 두 번의 선거가 한국에서 위기와 갈등의 형태를 조형하는 틀이 될 것입니다
('2012년을 점령하라' 김근태ㆍ링크).

그렇지만 저는 2012년의 전투가 두 번의 선거에서 끝날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2002년의 환호가 절망의 비명으로 바뀌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듯, 미국의 오바마가 부시의 애국법과 다르지 않은 국방수권법을 만들었듯이 두 선거를 통해 만들어질 정부가 현재의 위기와 갈등의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미국의 작가 레베카 솔니트가 부아지지에게 쓴 편지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운동은 태동하기까지 3년이 지연됐습니다. … 미국 경제는 3년 전에 붕괴됐고, 당시에도 몇몇 분노한 이들이 있었지만 실제 반응은 미뤄졌거나 다른 방식으로 유인되었습니다. 당시 분노는 사실 우리를 위해 상황을 시정할 수 있는 대선 후보에 집중하는 강력한 풀뿌리 운동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름다운 운동이었고, 희망에 가득 찬 운동이었습니다. 그 운동은 자신들의 후보[오바마]를 백악관으로 보냈습니다. 그러고 나서 대통령은 자신이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떠나버렸습니다. 운동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 저는 이 운동이 정치가와 선거에 대한 환멸을 느낀 다음 망가져 버린 제도의 힘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해내기 위해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한 청년의 분신이 전 세계 99%를 일깨웠다', 레베카 솔니트, 프레시안

OWS는 "부자와 가난한 이 사이의 커지는 불평등, 극소수 엘리트만을 위한 정부 정책, 근본적인 경제적 불평등"을 '점령하라' 운동의 배경이라고 설명합니다. OWS는 추위와 경찰의 폭력에 그 위세가 많이 줄어들었음에도 결코 위축되지 않고 2012년을 또다른 반란의 해로 만들기 위한 행동을 시작했습니다. 3일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는 "진보/보수, 민주/공화의 이분법이 99%와 1%의 대결이라는 미국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실제 사회적 갈등을 은폐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상기시키기 위해 대통령 후보자들의 사무실을 점거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2011: 반란의 해' OWSㆍ링크).

이러한 불평등의 심화는 한국이라고 다를바 없습니다. 앞으로 전개될 노동자의 권리와 생존을 둘러싼 투쟁을 대비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2011년의 '점령하라'는 한진중공업 크레인 85호와 희망버스였듯이 올해의 '점령하라'는 쌍용자동차 희망텐트에서 시작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는 새해를 해고통보를 받는 것으로 시작한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그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12월 31일 밤, 60대 비정규직 해고 날벼락' 프레시안ㆍ링크).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업급여만 높이는 것은 시혜적 정책이다. 보수는 이것만 강조할 것이다. 하지만 쟁의 관련 정책을 바꾸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없애며 연대할 수 있게 만들면, 노동의 교섭력이 높아져서 제도를 바꿀 힘이 된다. 이런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진보다"라고 말합니다('최고의 복지는 일자리 넘어선 근로빈곤의 해결' 한겨레ㆍ링크). 약자에게 시혜를 배푸는게 아니라 그들과 연대하고 단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진보라는 걸 진보를 자처하는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는 단결과 연대가 더 큰 희망으로 자라는 한해가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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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5일 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금융기업의 탐욕과 부패에 맞서 세계 1500여개 도시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함께 점령(Occupy Together)"했다. 한국에서도 서울 여의도ㆍ서울역ㆍ덕수궁 앞에서 행동이 이어졌다. 이날 Occupy Seoul에는 외국인들의 참여도 눈에 띄었다. [사진=自由魂]


토요일(15일)은 타흐리르 광장에서부터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까지 1%에 맞선 99%의 행동이 세계를 흔든 하루였습니다. 1500개 이상의 도시에서 노동자ㆍ학생ㆍ농민이 거리로 쏟아져나왔습니다. 대체적으로 평화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격렬한 시위가 일어났죠.

서울에서도 Occupy Seoul 시위가 열렸습니다. 낮부터 거센 비가 이어져 걱정했지만 집회를 시작한 6시 이후는 대체로 비가 안와 큰 무리 없이 국제 행동의 날 행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의 행동은 서울 대한문 앞에서 진행됐습니다. 300여 명의 사람들이 참여한 가운데 여느 집회와 다르지 않게 열렸죠. 세계적인 저항이라 그런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참여도 눈에 띄었습니다.

토요일의 시위는 한국에서도 동참했다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미국ㆍ유럽의 운동과 한국은 역시 다르더군요. 조선일보가 이미 그 약점을 눈치 채고 '시위꾼들 만의 집회'로 조롱하듯이 한국에서의 활동가들은 이 시위를 계기로 대중적인 활동을 만들려는 의지도 고민도 부족해보였습니다. 참가자의 숫자가 운동의 성패를 결정한다고 보진 않습니다.소수일지라도 집회의 참가자들을 이후 더 큰 운동을 이끌어낼 적극적인 소수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사불란한 피켓라인, 방송차량과 연단, 거기에 미리 준비된 공연 등 토요일 서울의 시위는 참가자를 수동적인 소수로 만드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한 모습이었습니다. 세계적 운동이 계속되고 있기에 한국에서의 운동도 성장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좌파들이 이런식으로 준비해서는 한국에서 유의미한 운동으로 성장하기는 어렵다고 보입니다.


10월 15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를 가득 메운 시위대. [사진=OccupyWallst.org]


런던의 시위대. [사진=OccupyWallst.org]


이탈리아 로마. [영상=OccupyWallst.org]


스페인 마드리드. [영상=OccupyWallst.org]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운동이 하나의 전환점을 돈 지금, 그 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몇 가지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1.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운동은 단순히 경제위기 때문에 시작된 운동이 아닙니다. 지금의 위기는 2008년 위기와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3년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 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금융자본과 대기업에 맞선 행동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2008년 위기의 즉각적인 대응은 '티파티'라는 우익 운동이었습니다. 위기에 직면하자 정부가 나서서 기업 살리기에 나섰습니다. 메인스트리트로 불리는 노동자, 중산층이 자신의 모기지와 의료보험을 잃고 거리로 내쫓길 때 정부는 기업들 살리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기업은 성과급 잔치를 벌였고요. 스티글리츠가 '기업복지'라고 부르고 지젝이 '기업 사회주의'라고 부른 것에 대한 반발이 극우파의 성장으로 나타난 것이죠.

그렇게 3년이 지났지만 나아진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잠시 위기를 극복한 듯 싶었지만 국가로 전이된 기업의 부실은 재정적자 위기로 다시 등장했습니다. (특히 남유럽과 남미에서) 정부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감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감축은 일자리의 축소, 임금ㆍ연금 삭감, 교육의 부실화, 의료보험 등 일반적 복지의 축소를 통해 이뤄집니다. 이러한 정책은 빈민층보다 중산층에게 더 큰 타격을 입힙니다(일반적으로 복지제도의 최대 수혜층은 빈민층보다 그 위의 중산층입니다). 그리스에서는 이에 대한 저항이 거의 모든 계층에서 동시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칠레에서는 교육, 스페인에서는 청년실업이 최대 이슈가 되고 있죠. 미국에서는 이 모든 위기에도 불구하고 자신들만의 성과급 파티를 이어가고 있는 월스트리트에 대한 반감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경제위기 자체보다는 경제위기를 이 체제의 엘리트들이 처리하는 방식, 즉 1%의 부자들과 금융기업들에 대한 혜택을 더욱 강화하는 방식에 대한 반감이 99%의 사람들의 생활수준 위축과 결합되면서 분노가 터진 것으로 보입니다.

2. 경제위기와 정치위기라는 외부적 위기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었던 소수의 행동이 15일의 거대한 행동을 이끌어냈습니다. 일반적인 언론에서의 보도와 달리 미국의 시위도 (그들 표현대로 하자면) '전문 시위꾼'들이 조직하고 만들어낸 시위입니다. 그들은 스페인의 광장 점거 시위와 이집트 혁명을 경험한 소수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 체제에 의문을 던지며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해왔던 이들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이 시위를 준비하면서 일반적인, 시위와 집회 등 운동 경험이 없는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원칙을 세우고 했습니다.

먼저 살펴볼 것은 'General Assembly'입니다. 물론 커다란 규모의 저항에는 항상 이와 같은 것들이 만들어집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죠. 문제는 이 총회를 통해 참가자들의 '적극성'을 어떻게 끌어내느냐입니다. 첫째로 그들은 연단을 없앴습니다. 높은 연단은 운동에 처음 참가한 이들이 발언 신청하는 것을 어렵게 합니다. 연단을 없애 누구라도 쉽게 발언할 수 있게 했습니다(물론 그럼에도 보다 적극적인 소수가 발언을 하겠지만). 둘째로 마이크와 앰프를 없앴습니다. 그들은 'Mic Check(소리통)'라는 방법으로 참여자들의 육성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게끔 했습니다. 이는 발언을 듣는 청중도 발언을 전달하는데 참가시킴으로써 수동성을 최소화시키는 효과를 냅니다. 일체감을 더욱 높이는 것이죠. 이러한 방법은 또한 참여 단위를 보다 적은 수로 쪼개 개인적으로 참여한 사람들끼리도 둘러서서 서로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현지에서의 집시법 때문에 그렇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후 이어진 경찰과의 충돌을 두려워하지 않는 행동에서 보이 듯 그것은 '합법'이라는 틀을 유지하기보다는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시위전술의 일종으로 해석하는게 맞는 듯 싶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2008년에 한국의 촛불시위 초기에 보인 모습과 거의 비슷합니다. 이를 통해 운동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죠. 물론 이러한 것들을 한다고 해서 꼭 이 운동이 성공할 것이라는 건 아닙니다. 정형화 되고 일상화 된 노동조합 행사와 같은 집회는 개인의 적극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기존 좌파 조직의 개입과 준비가 불필요하다는 건 아닙니다. 운동에 처음 참여하는 개인들을 보다 적극적인 집단의 중추로 만들기 위한, 그래서 운동을 더욱 확산시키는 불꽃의 하나로 만들기 위한 사려깊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General Assembly와 함께 눈에 띄는 것은 (거의 언제나 외국의 시위에서 볼 수 있지만) 개인이 만들어온 팻말입니다. 미리 준비해오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폐박스와 매직 등 팻말을 만들 재료를 준비해뒀죠. 이 역시 2008년 촛불시위 초창기에 한국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있었죠. 듀게에서도 7번국도님이 말을 쓸 부분을 비워놓은 팻말을 준비해와 듀게 참가자들이 직접 자신들만의 구호를 적을 수 있게끔 하기도 했었습니다. 기존 좌파조직의 일사불란한 피켓라인은 사진발이 잘 받긴 해도 개인적인 참가자들이 운동의 대열에 함께하는 것을 어렵게 합니다. 이와 함께 자신이 왜 99%인지를 직접 적어 인증샷을 올리는 페이지를 운영한 것도 유용한, 우리가 배울 만한 방법입니다.


15일의 한국 시위가 실망스럽긴 하지만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1500개 도시에서 함께 일어났던 이들의 경험을 올바르게 배울 수 있다면 한국에서는 보다 거대한 운동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한미FTA라는 시급한 쟁점, 비정규직ㆍ청년실업의 문제, 과중한 등록금 등 교육문제 등 일반적으로 제기도는 쟁점과 함께 저축은행 사태와 중소 음식업자들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둘러싼 저항을 주목해야 합니다.

저축은행은 부자들이 세금을 피하고 쉽게 이자소득을 얻기 위한 통로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난한 많은 이들이 지나치게 낮은 은행 저축이자 때문에 위험을 무릎쓰고(사실 대부분의 가난한 이들은 이 '위험'을 알지 못하죠. '은행'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실상은 은행이 아니죠) 고이율의 저축은행에 자신의 재산을 맡겼죠. 금융규제 완화로 등장한 유사 은행의 사기에 가까운 영업 문제입니다. 이를 통해서 부자들은 이익을 보고 가난한 이들은 생활수단을 잃고 있습니다.

음식업자들의 항의는 더욱 주목할 문제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썩고 있던 중소자영업자의 위기가 이를 기폭제로 폭발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죠.
중소 자영업자들의 불만은 은행ㆍ카드 등 금융기업의 탐욕(높은 예ㆍ대금리 차와 수수료가 대표적이죠)에 직접 연결된 문제입니다. 게다가 이들 중소 음식업자들은 대부분 안정된 일자리에서 배제된, 언제 하층민으로 전락할지 모르는 (이미 전락해있는 상황일 수도 있는) 하층민을 대표합니다. 한국에서 '하층민'인 중소자영업자는 정규직 노동자의 '안전판' 역할을 합니다. 나이에 따라서 재취업의 기회가 제한돼 있고 퇴직 후 실업수당 등의 복지제도가 미비한 한국에서 중소 자영업은 일자리를 갖고 있는 노동자에게 '안전판' 역할을 하는 것이죠. 이들 중소 자영업자들이 몰락은 노동자 계급의 몰락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불만, 그에 반해 지배 엘리트들이 통치능력의 한계를 드러내는 상황에서 좌파들은 그들의 역량 이상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좌파들은 기존의 노동조합 사업과 같은 방식의 일상적 행동에서 벗어나 보다 급진적인 방식을 시도할 때입니다.


"사람들 이익보다 더중요해요"라는 한글 문구가 인상적이다. 아마도 구글 번역기를 사용한 듯하다. [포스터=Alexa Lindh]


General Strike 홈페이지에는 세계 여러 나라 말로 만들어진 'General Strike(총 파업)' 포스터가 올려져 있다. 한국어로 '총 파업'이라고 적힌 포스터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대통령이 '쥐'로 비유되고 있는 상황에서 총파업 포스터의 주인공이 고양이인 것이 인상적이다.


Occupy Together의 포스터 모음 페이지
Adbusters의 포스터 모음 페이지
General Strike 홈페이지의 포스터 모음

Posted by 때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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