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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6일 솔로몬ㆍ미래ㆍ한주ㆍ한국 4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됐습니다. 솔로몬저축은행은 업계 1위의 자리였기에 충격이 더 큽니다. 4개 저축은행에 예금을 맡긴 사람은 36만8000여 명에 달합니다. 금액은 7조4400억원에 이른다고 하죠. 조금이라도 나은 이자를 찾아 쌈짓돈을 맡겼을 서민들에겐 무척 충격적인 사건일 것입니다.

이 사건을 울지도 웃지도 못하게 만드는 것은 미래저축은행의 회장 김찬경의 해외 도피 시도 때문입니다. 서울대 법대생 사칭, 160억원을 연체한 신용불량자 …. 과거가 한꺼플씩 벝겨지면서 이러한 사기꾼이 '저축은행'의 회장까지 될 수 있었던 과정에 궁금증이 더해집니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오늘 주요 언론에 보도된 저축은행 관련기사를 엮어봅니다.


'은행'으로 신분세탁에 성공한 상호신용금고

중앙일보에 의하면 김찬경이 저축은행을 인수한 것은 1999년입니다. 당시는 아직 '상호신용금고'라고 불리던 때죠. 신용금고는 1972년 계와 고리대금업을 양성화하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뿌리는 사채인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소유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했죠.

번성하던 신용금고도 1997년 외환위기를 빗겨갈 순 없었습니다. 1998년 한해만 100여 개의 신용금고가 퇴출됐습니다. 공적자금을 아끼기 위해 금융당국은 인수자만 나타나면 그 자격을 검증할 겨를도 없이 넘기기에 급급했죠. 당시 금융시장 구조조정을 담당했던 사람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돈만 싸 들고 오면 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할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습니다. "공적자금을 아끼기 위해서라도 인수자가 나타나면 자격을 묻지 않고 부실 금고를 넘겨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김찬경이 미래저축은행의 전신인 대기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한 것도 이때입니다. 정부는 1999년 이후 신용금고 확대 정책을 이어갑니다. 2001년에는 예금자 보호 한도를 5000만원으로 늘려줍니다. 2002년에는 이름을 '상호저축은행'으로 바꿔주고 2006년엔 아예 '저축은행'으로 부르게 했죠. 법인 대출한도를 확대하고 인수합병도 적극 권장해 저축은행의 덩치 키우기를 도와줍니다.

그러나 규제는 저축은행의 성장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대주주에 대한 적격성 심사는 2010년에야 도입됩니다. 김찬경이 저축은행의 회장일 수 있었던 것은 이 심사가 시행되기 전인 2006년부터 이미 신용불량자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소급' 적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한겨레에 의하면 대주주가 경영을 장악하는 구조는 여전하다고 합니다. 자산규모 1조원 이상의 경우 최대주주 지분율이 62.2%, 1조원 이하의 경우에는 70.4%에 다다른다고 합니다.

●[한겨레] 신용불량자도 대주주 … 지분 70% 쥐고 전횡
●[중앙일보] 6년째 신용불량자, 어떻게 저축은행 회장님 됐나


"부동산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이번에 영업정지된 4개 저축은행을 비롯해 지난해 퇴출된 저축은행들 모두 여지 없이 그 소유주들이 불법 행위가 드러나 더 충격을 주고 있죠. 이와 관련해 언론들은 한결 같이 금융당국의 규제ㆍ관리 부실과 저축은행의 잘못된 소유구조를 짚고 있습니다. 앞에 링크한 한겨레와 중앙일보의 기사가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더욱 궁금해지는 것은 그들의 성공 비결입니다. 프레시안은 "저축은행이 지금처럼 몸집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PF 사업 때문"이라고 단언합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부동산 경기의 확장은 중소 건설사와 시행사까지 대규모 사업에 뛰어들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들 중소 건설ㆍ시행사는 "낮은 신용도 때문에 시중은행 등 제1금융권과 거래하기 어렵고, 자본시장에서 PF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도 불가능하기에 대출 이자율은 높지만 비교적 문턱이 낮은 저축은행에 손을 벌리" 게 된다는 것이죠.

정부에서도 부동산시장 부양을 위해 저축은행의 대출 확대를 도와줍니다.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 부동산시장의 끊임없는 확대는 이들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투자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보이게 했죠. 저축은행들도 PF 대출에 앞다퉈 나서게 됩니다. 지난해 저축은행 퇴출과 관련해 열린 청문회에서 관련 당사자들이 "부동산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입 맞춰 말한 이유입니다. 조선일보 송희영은 이에 대해 "역대 금융감독원장들 중 누구도 책임지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죠.

그러나 하락하기 시작한 부동산시장과 함께 PF 대출은 대출은 준 쪽도, 대출을 받은 쪽에게도 부메랑으로 돌아왔습니다. PF 사업은 시중 은행보다 높은 대출이자 때문에 빠르게 사업을 마무리 지을 수록 이익이 남는 구조입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파이시티 사업의 이자율은 연 17%였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자를 무는 것보다 적당한 뇌물로 빠르게 인ㆍ허가를 받는게 훨씬 수지에 맞는 일입니다. 정부 관료들과 사업자ㆍ저축은행의 결탁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하죠. 게다가 부실한 저축은행 관리 체계에 안개에 가려진 특수목적회사(SPC)들은 뇌물과 부정을 위한 비자금 조성을 쉽게 해줍니다. 부패와 사기, 부정한 결탁, 저축은행의 부실화가 하나의 수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게 됩니다.

●[프레시안] 문 닫은 저축은행, '그들'은 웃는다


소나기는 지나갔는가?

이번 영업정지 조치로 20여 곳의 저축은행이 퇴출됐습니다(아직 절차가 남아있긴 합니다). 업계 1위의 회사까지 영업정지 됐으니 이제 큰 위험은 다 해결한 것일까요?

그러나 불행히도 그렇게 보이진 않습니다. 문제는 자산관리공사(캠코)가 갖고 있는 저축은행의 부실 PF채권이 6조원 규모나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 국내 부동산시장도 타격을 받아 침체하게 됩니다. 대규모 PF 사업들도 좌초하게 되고 이 곳에 투자했던 저축은행들도 위기에 처합니다. 캠코는 484개 사업장 7조3863억원어치의 부실 PF대출을 저축은행으로부터 장부가격의 70%에 인수합니다.

저축은행은 숨통을 틔게 됐죠. 그러나 이것은 한시적인 조치일 뿐입니다. 캠코가 5년동안 이 부실 채권을 팔아보고, 안 팔리면 저축은행이 다시 되사야 하는 조건이었습니다. 조선일보 보도에 의하면 이 중 팔린 것은 1조5677억원으로 전체 부실 PF채권 규모의 21%에 불과합니다. 즉 여전히 부실 PF채권이 6조원가량 남아있고, 이것들이 내년까지 팔리지 않으면 저축은행들이 다시 인수해야 한다는 것이죠.

현재의 부동산시장 상황에서 내년까지 6조원의 부실 PF채권이 해결될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3월 기준 전체 부동산 PF 부실채권 비율은 9.09%입니다. 이는 지난해 3월(18.09%)보다는 줄었지만 지난해 말(8.14%)보다는 높은 수치죠.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에 그토록 애쓰는 데 이 것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게다가 부동산 만이 문제는 아닙니다. 한겨레에 의하면 PF 사업의 부실화로 새로운 자금운용처를 찾지 못한 저축은행들이 가계대출을 크게 늘리고 있답니다. 지난해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24.7%로 일반은행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가계대출 부실채권 비율이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이러한 상황은 더욱 우려스럽습니다.

●[조선일보] 그래도 남은 PF 시한폭탄 6조
●[한겨레] 퇴로 막히고 출구 비좁고 … 남은 저축은행도 '불안'
●[서울신문] 가계대출 부실비율 5년만에 최고치


"저축은행 사태가 저축은행 울타리 안에서 끝나기만을 …"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사기 행각은 어이 없는 웃음을 자아냅니다. 한국사회의 허술함에 혀를 차게도 하죠. 그러나 이것을 꼭 한국 만의 후진국적 현상으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의 하이라이트는 버나드 메이도프의 폰지사기(돌려막기의 방법으로 새로운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사기)가 장식했었죠. 메이도프의 사기극은 월스트리트 첨단 사기기법의 일례일 뿐입니다. 우리나라 저축은행 사태에서도 월스트리트 사기극의 주범들은 그대로 등장합니다. 부동산과 가계대출의 확대, 금융 당국의 안이함 또는 결탁, 신용평가기관의 신용 남발(경향신문ㆍ링크), 금융기관의 부정ㆍ부패 ….

지난해 5월 조선일보 송희영이 "저축은행 사태가 저축은행 울타리 안에서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적은 것은 이 때문이죠. 1년이 지나 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은 일단락을 지은 듯도 싶습니다. 그러나 그 뿌리는 여전히 건재한 듯 보입니다.

노동자ㆍ서민의 고통도 그대로입니다. 예금을 맡긴 쪽도, 대출을 받은 쪽도 모두 고통받고 있습니다. 한푼이라도 더 벌어보려고, 당장의 생활비ㆍ학자금 마련을 위해 돈을 벌어보려고 그들은 저축은행을 찾았습니다. '저축은행'을 키워드로 검색을 하니 학자금 대출에 대한 학생들의 문의가 수없이 나오더군요. 솔로몬저축은행의 가장 큰 지점이 신촌에 있었다는 얘길 듣고 깜짝 놀라면서도 그럴만 하다고 고개를 끄덕인 것은 그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다행스럽게도 (이명박에게는 정말 운이 좋게도)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에서 재빨리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금융부문의 위기가 정부부문으로 전가돼 유럽에서 다시 꿈틀대고 있듯이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2008년 미국과 거의 비슷한 문제를 여전히 떠안고 있습니다. 저축은행 사태를 그저 몇몇 모리배들의 사기행각 만으로 바라봐선 안 될 이유입니다.

●[조선일보] 저축은행에서 나온 폭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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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된 지 닷새가 지났네요. 지난해 마지막 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강력한 이란 제재 방안이 포함된 국방수권법(NDAA: the 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에 서명했습니다. 미 국방수권법의 발효는 이란의 핵 개발을 둘러싸고 중동지역의 긴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 법은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어떤 경제 주체도 미국의 금융기관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에서 미국의 위상을 고려할 때 사실상 이란산 원유 금수조치인 것이죠. 한국 정부는 이란산 원유 수급에 차질을 빗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이 법이 국제법 위에 올라섰다며 공식적인 반대 의견을 밝혔습니다('中외교부, 美 국방수권법에 반대 표명' 연합뉴스ㆍ링크).

이 법이 이란과의 적대적 갈등만을 더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방수권법은 '법 절차 없이 테러 용의자로 의심되는 미국 시민'에 대해 공판 없이 무기한 구금(indefinite detenition without trial)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법은 9ㆍ11 테러 이후 부시 전 대통령에 의해 주도적으로 만들어진 애국법(Patriot Act)를 떠올리게 합니다. 애국법이 대외적으로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 테러리스트와의 전쟁을 위한 법이자, 대내적으로는 시민의 민주적 권리를 제한하는 법이었듯이 말입니다
('부시 향해 질주하는 오바마, 인권의 적은 누구인가?' 참세상ㆍ링크).

미국-이란의 갈등과 별개로 국방수권법은 미국 내에서 지난 한해 크게 성장한 점령하라 운동을 공격하는 데 사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나오미 울프는 '알자지라'에 기고한 칼럼에서 "전 세계에서 시위에 대한 대처는 유사하게 나타났다"며 "국가와 기업들은 민주주의의 허울을 유지하면서 반대의 의견을 짓누르는 최선의 방법을 배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울프는 그들이 배운 '방법'의 대표로 미국의 국방수권법을 들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영국에서 경찰이 SNS 계정과 스마트폰 감시 권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 영국 군대가 런던에 대규모 SAS 주둔지를 건설하는 것, 이스라엘 정부가 취재활동 제한ㆍ좌파 단체에 대한 기부 금지를 포함하는 법안을 밀어붙인 것을 들고 있습니다
('2012년, 'SNS 시민들'과 초국적 자본 대충돌' 프레시안ㆍ링크).

하지만 울프는 "전 세계 시위에 대한 이러한 조직화된 대응은 …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정부와 기업들이 점점 더 교묘한 방법을 찾겠지만 지방 정부의 토지 강제수용에 맞서 벌어졌던 중국 우칸촌 주민 시위의 승리에서 보여지 듯이 가장 강력한 억압기구를 갖춘 정부도 단결한 인민에게 승리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울프는 SNS와 신기술이 효과적인 저항을 위한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이하 OWS)도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는 글에서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동영상 생중계(live video streaming)가 운동의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SNS는 더 선명하고, 잘 조직된 시위을 가능케 했다. 또 진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즉각적으로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 '2012년, 'SNS 시민들'과 초국적자본 대충돌', 나오미 울프, 프레시안

"주류 언론이 우리의 이야기를 다루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동영상 생중계를 이용해 우리의 목소리를 확산시키는 법을 튀니지, 이집트, 이란에서의 지도자 없는 저항 운동으로부터 배웠습니다. 우리는 정보를 만들고 공유하는 데 있어 중앙집권화, 기업의 투자를 받는 주류 언론으로부터 더더욱 무관한 급진적으로 민주화된 세계적 운동의 한 부분입니다. 정보의 신속한 교환은 우리가 신속하게 공동의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고, 세계 곳곳에서의 보고와 제안을 토론할 수 있게 하며, 효과적인 직접행동의 동원, 경찰 폭력의 기록을 가능케 했습니다. 우리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외칠 때 이것은 더이상 말뿐인 위협이 아니게 됐습니다."
- '2011: 반란의 해', OWS

정부와 기업의 강해지는 탄압에도 2012년이 지난해 못지 않은 반란의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건 단지 SNS와 인터넷 기술의 발전 때문만은 아닙니다. 튀니지의 청년 부아지지가 가난과 실업의 고통에 항거하며 스스로의 몸에 불을 붙였듯이, 위스콘신의 노동자와 시민들이 주 정부의 노동권 공격에 맞서 주 청사를 점거했듯이, 스페인의 청년과 노동자들이 실업과 빈곤에 맞서 광장을 점거했듯이 2011년의 투쟁은 2008년 이후 헤어나오지 못하고 반복되고 있는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99%의 절박한 목소리이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적인 정부의 재정위기는 2008년 금융위기로부터 기업들을 살려내기 위해 돈을 쏟아부은 결과입니다. 그러함에도 기업들은 바로 자신들에게 수혈된 그 돈 때문에 정부가 위기에 처했음은 깨끗이 잊은 체 노동자의 고통만을 강요하는 긴축과 노동권 축소를 목소리 높여 요구하고 있습니다.

위기를 벗어날 전망은 아직 뚜렷하지 않습니다. 그리스 정부는 3일 "1300억 유로 규모의 2차 구제금융이 집행되지 않으면 유로화를 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공식 언급했습니다. 이와 함께 "유로존에 머물기 위해서는 추가 긴축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는 언급도 잊지 않았죠. 헝가리에서는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저항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새해 두번째 날부터 수도 부다페스트에는 10만 명의 시민이 모여 집권 피데스당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올해부터 마트ㆍ음식점ㆍ술집이 일요일과 공휴일을 포함해 하루 24시간 영업할 수 있게끔 규제를 풀었습니다. 이에 상인연합회와 상인노동조합은 "영업시간 규제를 풀면 상당수 영세상인들은 문을 닫고 일자리를 잃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죠
('그리스, 유로존 탈퇴 첫 공식 언급 … 유로존 붕괴설 재점화' 프레시안ㆍ링크).

한국에서도 지난 한 해 예전과 다른 움직임이 눈에 띄었죠. 홍익대 청소ㆍ경비노동자 투쟁서부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 투쟁까지, 예전과 달리 '시민'들의 공감과 연대가 확대됐습니다. 세계적인 저항이 한국으로 번질까 겁났던 것일까요. 한나라당은 지난해 말 '한국판 버핏세'를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이 법은 '무늬만 버핏세'라고 비난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세율구조 또한 기형적으로 만들어 통과되자 마자 재개편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편된다 한들 제대로 된 '부자증세'가 이뤄질지는 의문입니다.

정부와 여당은 버핏세와 반대로 부자를 위한 정책에는 팔걷고 나서고 있습니다. 12월 7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주택시장 정상화 및 서민주거안정 지원방안'은 그 이름과는 달리 서민의 '주거안정'을 해치고 부자들의 주택 투기를 권장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담고 있습니다
('경제위기에 대한 지배자들의 대응, 계급전쟁' 24601 자유롭게ㆍ링크).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시장 대책에도 불구하고 침체한 시장이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시장의 침체는 저축은행의 위기, 부패ㆍ비리 스캔들로 연결되고 있습니다('저축은행 사태, 저축은행 만으로 끝날까 24601 자유롭게ㆍ링크). 지난해 내내 금융 당구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저축은행 사태는 여전히 진정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영업정지 된 16개의 저축은행에 이어 다음 달 추가적인 영업정지 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저축은행 5곳, 내달 건전성 평가 앞두고 긴장' 경향신문ㆍ링크). 정부의 바람대로 저축은행 만으로 이 불을 끌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여전한 상황에서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경제위기와 긴축을 둘러싼 세계적 차원의 갈등에서 한국도 그리 예외로 보이지 않는 것은 이러한 이유들 때문입니다. 물론 두 번의 큰 선거를 앞두고 있고, 반MB 정서("이 모든게 이명박 때문이다")가 압도적인데다가, 경제 상황이 여타 위기에 처한 나라들보다는 그럭저럭 낫기 때문에 한국에서 위기와 갈등이 동일한 형태로 터져나오진 않을 것입니다. 지난해 말 돌아가신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 블로그에 직접 올린 마지막 글에서 호소했듯이 총선과 대선, 두 번의 선거가 한국에서 위기와 갈등의 형태를 조형하는 틀이 될 것입니다
('2012년을 점령하라' 김근태ㆍ링크).

그렇지만 저는 2012년의 전투가 두 번의 선거에서 끝날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2002년의 환호가 절망의 비명으로 바뀌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듯, 미국의 오바마가 부시의 애국법과 다르지 않은 국방수권법을 만들었듯이 두 선거를 통해 만들어질 정부가 현재의 위기와 갈등의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미국의 작가 레베카 솔니트가 부아지지에게 쓴 편지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운동은 태동하기까지 3년이 지연됐습니다. … 미국 경제는 3년 전에 붕괴됐고, 당시에도 몇몇 분노한 이들이 있었지만 실제 반응은 미뤄졌거나 다른 방식으로 유인되었습니다. 당시 분노는 사실 우리를 위해 상황을 시정할 수 있는 대선 후보에 집중하는 강력한 풀뿌리 운동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름다운 운동이었고, 희망에 가득 찬 운동이었습니다. 그 운동은 자신들의 후보[오바마]를 백악관으로 보냈습니다. 그러고 나서 대통령은 자신이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떠나버렸습니다. 운동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 저는 이 운동이 정치가와 선거에 대한 환멸을 느낀 다음 망가져 버린 제도의 힘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해내기 위해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한 청년의 분신이 전 세계 99%를 일깨웠다', 레베카 솔니트, 프레시안

OWS는 "부자와 가난한 이 사이의 커지는 불평등, 극소수 엘리트만을 위한 정부 정책, 근본적인 경제적 불평등"을 '점령하라' 운동의 배경이라고 설명합니다. OWS는 추위와 경찰의 폭력에 그 위세가 많이 줄어들었음에도 결코 위축되지 않고 2012년을 또다른 반란의 해로 만들기 위한 행동을 시작했습니다. 3일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는 "진보/보수, 민주/공화의 이분법이 99%와 1%의 대결이라는 미국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실제 사회적 갈등을 은폐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상기시키기 위해 대통령 후보자들의 사무실을 점거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2011: 반란의 해' OWSㆍ링크).

이러한 불평등의 심화는 한국이라고 다를바 없습니다. 앞으로 전개될 노동자의 권리와 생존을 둘러싼 투쟁을 대비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2011년의 '점령하라'는 한진중공업 크레인 85호와 희망버스였듯이 올해의 '점령하라'는 쌍용자동차 희망텐트에서 시작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는 새해를 해고통보를 받는 것으로 시작한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그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12월 31일 밤, 60대 비정규직 해고 날벼락' 프레시안ㆍ링크).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업급여만 높이는 것은 시혜적 정책이다. 보수는 이것만 강조할 것이다. 하지만 쟁의 관련 정책을 바꾸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없애며 연대할 수 있게 만들면, 노동의 교섭력이 높아져서 제도를 바꿀 힘이 된다. 이런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진보다"라고 말합니다('최고의 복지는 일자리 넘어선 근로빈곤의 해결' 한겨레ㆍ링크). 약자에게 시혜를 배푸는게 아니라 그들과 연대하고 단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진보라는 걸 진보를 자처하는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는 단결과 연대가 더 큰 희망으로 자라는 한해가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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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저축은행 문제는 여러모로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를 닮았습니다. 그것이 부동산 경기 위축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점, 정부ㆍ정치권의 부동산 부양책의 후유증이라는 점, 관련 저축은행과 기업ㆍ대주주의 '모럴 해저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점, '첨단' 금융기법의 발달로 부실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조선일보 송희영 논설주간은 최근 두 칼럼에서 연이어 이 점을 지적합니다.

[4월 21일]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도 역대 금융감독원장들 중 누구도 책임지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모두가 혀를 교묘하게 굴리며 빠져나갔다. 신용금고에 '은행'이라는 고상한 간판을 달아주었던 사람들이나 저축은행도 은행이니 부동산에 펑펑 대출해주라고 물길을 터줬던 사람들이나 그때는 "저축은행은 믿을 만한 곳"이라는 메시지를 전했었다. 이제 와서는 입을 맞춘 듯 "부동산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예상 밖의 사태'란 방패 뒤에 몸을 숨긴다.
- 금융감독원장들의 '미끈한 혀', 송희영, 조선일보 2011년 4월 23일 26면(링크)

저축은행이 무더기 도산한 출발점은 부동산 경기 침체다. 부동산 불황(不況)이 길어져 거대 개발 사업에 대출해준 저축은행들이 큰돈을 물리고 말았다. … (중략) …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이 죄인이라고 해서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권력자와 정치인을 믿고 따라갔다고 말한다. 노무현 정권은 기업도시·혁신도시로 바람을 잡았고, 이명박 정권 들어서는 뉴타운·보금자리 주택·4대강 개발로 부동산을 띄웠다. 시장·군수들은 너도나도 재개발 공약을 내놨다. … (중략) … 저축은행 사태가 찜찜한 이유는 더 있다. 그 안에 숨겨진 '폭발물'을 다 잡아낼 수 없다. 이번에 여러 군데서 이중장부가 나왔다. 특수목적회사(SPC)를 120개나 몰래 경영하면서 예금자 돈을 빼돌린 사례도 적발됐다. … (중략) … 감독 당국의 감시카메라를 피해 음지(陰地)에서 큰돈을 굴리는 경쟁이 국내 금융권에서 성행하고 있다. 서울 증권시장은 파생금융상품 거래에서 2년 연속 세계 최고 기록을 세웠다. 파생상품의 본가(本家)라는 시카고·뉴욕 시장까지 누르고 작년에 37억여건 거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한국 금융이 부쩍 성장했다고 뿌듯해 할 만한 징표는 결코 되지 못한다.
- 저축은행에서 나온 폭발물, 송희영, 조선일보 2011년 5월 7일 30면(링크)

저축은행 부실 문제는 부산저축은행의 부당 인출 사건으로 커다란 분노를 사고 있습니다. 이는 당장 금융감독 기능의 개혁 문제를 제기하는 듯 합니다. 금융감독 기구 쇄신을 위한 '금융감독 혁신 태스크포스(TF)'가 9일 출범했습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은 신경전을 벌이고 있죠. 하지만 금융감독 기구를 개혁(그것이 규제의 '강화'든, '효율'화이든)하면 이 모든 사태가 깔끔히 정리될까요?

조선일보의 송희영은 그렇게 보이지 않나봅니다. 그는 "말끔히 청소가 끝날 쯤이면 또 다른 탐욕과 무능, 천재성이 선량한 국민을 속이기 시작할 것이다. 어느 나라나 속이는 쪽과 속는 쪽은 정해져 있다"고 말합니다. 금융 시스템에 종사하는 '천재'들의 혁신은 그야말로 눈이 휘둥그레 돌아갈 정도의 속도로 각종 '첨단' 금융기법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그들 스스로 자신이 하는 일 전체를 '이해하고' 하는지 의심갈 정도입니다. 이러한 금융의 '혁신'을 사건의 발생 후 추적해가야 하는 '금융감독 기구'가 따라갈 수 있을까요?

스티글리츠는 2008년 위기 이후 금융감독의 강화를 핵심적 과제로 지적하면서 경제 전체에서 금융 부문의 비대한 성장을 함께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즉 현재의 금융 시스템을 그대로 둔체 감독기능만 강화한다고 2008년 위기를 불러온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 것이죠. 송희영과 스티글리츠가 달라지는 건 이 부분일 것입니다. 송희영은 두 칼럼에서 저축은행으로 대표되는 한국 금융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그것을 경제 전체에서 금융이 차지하는 위치에 대한 문제제기로 잇지는 않고 있습니다.

금융 시스템 내에서의 부정ㆍ부패, 도덕적 해이 만이 현재 저축은행 사태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축은행 부실이 부동산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 때문에 다른 경제 부문으로 부실이 확산될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 저축은행 사태에서 부분적으로 드러난 '지뢰'들은 그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한국의 파생금융상품 거래가 세계 최고 기록을 세웠다는 송희영의 지적이 서늘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그는 "경제 흐름에 나쁜 신호등 여러개가 동시에 깜박거린다""저축은행 사태가 저축은행 울타리 안에서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다"라고 글을 마무리합니다. 그 바람에는 저도 기꺼이 함께합니다. 언제나 위기는 노동자와 하층민들에게 더 큰 어려움과 고통을 부과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현재의 정부가, 현재 한국사회의 지배적 분파가 이 위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아마도 더 어려운 시기가 올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일까요. 송희영은 그의 두 칼럼에서 연이어 정치권ㆍ금융권ㆍ정부관료 모두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죄가 있기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그러한 결말이 저들이 원하는 최선이겠죠. 하지만 지금의 비판이 그 자신과 현 정부ㆍ정치권의 면죄부가 돼서는 안될 것입니다.

Posted by 때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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