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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8일 10만 명의 조직ㆍ미조직 노동자, 시민, 학생이 서울광장에 모였다. "박근혜 정권 퇴진" 구호는 매우 자연스러웠다. 거친 겨울바람에 휘날리던 노동조합 깃발들은 미조직 노동자, 시민,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시위를 마친 대열은 삼성본관 앞과 동화면세점 앞 두 곳에서 거리 시위를 이어갔다. [사진 自由魂]

파업 복귀 절차, 경찰 수사와 징계 등이 남아있지만 철도파업이 오늘, 30일 사실상 끝났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민주당 박기춘 의원,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은 국토위 내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 설치와 철도파업 철회를 합의했다. 합의사항 전문은 아래와 같다(연합뉴스).

여야는 철도 산업발전 등 현안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합의한다.

1. 여야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산하에 철도산업발전 등 현안을 다룰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를 설치한다. 소위원회 구성은 여야 동수로 하며 소위원장은 새누리당이 맡는다.
2. 동 소위원회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여·야 국토교통부, 철도공사, 철도노조,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정책자문협의체를 구성한다.
3. 철도노조는 국회에서 철도발전소위원회를 구성하는 즉시 파업을 철회하고 현업에 복귀한다.

2013년 12월 30일
새누리당 국토위원 김무성 민주당 국토위원 박기춘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 김명환

이 합의사항은 애초 요구안에 비할 것도 없고 26일 실무교섭 요구안보다도 후퇴한 것이다. ▲수서발KTX 운영법인 설립 결정 철회 ▲수서발KTX 면허 발급 중단 ▲국회 국토위 산하 철도발전 소위 구성 중 첫 번째 요구안은 26일 실무교섭에서 이미 철회됐고 이번 합의에서는 두 번째 요구안도 철회돼 결국 세 번째 요구안만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런데 이는 수서발KTX의 분할이 결국 민영화 수순이라며 반대하던 철도노조 입장과 비교하면 완전한 후퇴에 가깝다.

게다가 박근혜정부는 대놓고 국회를 무시해 왔다. WTO 정부조달협정은 국회에 보고조차 않고 개정했다. 27일 국회 중재도 무시했었다. 이번 국회 내 여야와 철도노조의 합의가 지켜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더구나 노무현 정권 시절에도 2003년 4ㆍ20 노정합의는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무시됐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권 시절을 잇는 투쟁 동안 이러한 후퇴가 조금씩 쌓여 지금에 이르렀다는 걸 고려하면 민영화 반대 투쟁을 다시 시작할 때 우리가 출발할 곳은 지금보다 더 불리한 장소가 될 것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조합원들이 파업에 단호하게 참여했던 것과 달리 강경한 정부 앞에 끊임없이 머뭇거리고 주저했던 민주노총 지도부가 결국 여기까지 후퇴한 것이다. 특히 28일 총파업 집회로 절정에 다다랐던 투쟁과 연대의 열기를 고려하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조합원들의 단호한 투쟁, 학생과 시민, 미조직 노동자의 확산되는 연대가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 지배집단 내 균열을 일으키고 있었기에 아쉬움은 더한다.

균열의 조짐을 보인 박근혜정부ㆍ새누리당

27일 금요일 밤, 국토부의 수서발KTX 운송 면허 발급을 즈음한 한 풍경을 살펴보자. 이날 JTBC 뉴스9은 마침 환노위 새누리당 간사 김성태 의원과 전화 인터뷰 중이었다. 전날 밤부터 새벽까지의 노사간 실무협상은 결렬로 끝났다(노조는 한사코 '결렬'은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날 낮 국회 환노위의 중재도 실패로 돌아간 상황에 정부는 수서발KTX 운송 면허 발급을 예고해놓은 상황이었다. 바로 그 인터뷰가 진행되던 상황에서 수서발KTX 면허 발급 속보가 떴다. 당황한 새누리당 의원은 망연자실 했다. 이 장면은 박근혜정부가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있는지, 즉 청와대가 지배집단 내에서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강권력 만으로 통치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조금 길지만 이 장면의 대화를 자세히 살펴보자
(JTBC 홈페이지에 있는 기사는 그 기묘한 대화의 순간을 적절히 담아내지 못해 직접 옮겼다).

손석희: 저희가 아직 확인은 못했는 데요. 아까 말씀하실 때 11시에 수서발KTX 자회사 설립을 위한 면허가 발급될 것이다 하는 것은 다른 언론에서 확인하신 겁니까? 아니면 다른 경로를 통해 들으셨습니까?
김성태: 새누리당 환노위 책임자로서 앞으로도 오늘 비록 환노위에서 철도 노사 중재가 불발에 끝났지만은 노사간의 중재의 노력은 계속돼야 된다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국토교통부의 면허 발급, 야밤에 한다는 것은 중단되어졌으면 하는 그런 바람입니다.
손석희: 지금 저희가 뉴스속보 자막을 내고 있는데요. 수서발KTX 운송 면허 발급. 발급이 된겁니까 지금?
김성태: 아 …, 이건 정말 저희도 지금 확인이 안되는 건데.
손석희: 잠깐만요, 제가 저희 뉴스부조정실에 확인해보겠습니다. 발급이 돼서 이 속보를 넣은 겁니까? 네 발급이 됐다고 하네요.
김성태: 아 ….
손석희: 애초에 아까 말씀하신 대로 저는 오늘 밤 중이라고 말씀드렸고, 김성태 의원께서는 11시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지금 시간은 9시14분 지나고 있고요. 이 시간에 이미 수서발KTX 운송 면허는 발급이 된 것으로 확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뭐 더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국회로서는 그런 상황인 것 같고, 이건 뭐 노정간에 강하게 부딛칠 것 같은 그런 상황입니다. 또 12시까지 업무 복귀라고 했기 때문에 그 이후에 벌어지는 상황도 노조로서는 우려스러운 상황이 될 수도 있겠고 ….
김성태: 정말 극단적인 파국만은 좀 막아보자는 그런 일념으로 민주당이든 새누리당이든 이제 정치적 입장을 완전 배제하고 국회가 중재하자는 입장인데 이제 여지가 없어지는 거죠.
- JTBC 뉴스9 12월 27일

새누리당 국회의원 김성태의 당혹스러움이 느껴지는가? 오늘은 또 '원조 친박'이라고 불리우는 유승민이 "수서발 자회사 설립은 정책부터 잘못됐다"고 밝혔다는 뉴스가 나왔다. 철도노조의 단호한 투쟁, 국민적 지지의 확산이 지배집단 내에서 균열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유승민은 "타이밍이 지났다고 본다. 이미 (정부와 노조가) 서로 각을 세우고 있는 마당에 지금 이야기를 하면 총부리를 거꾸로 겨누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덧붙여 지금의 상황에서 지배집단 내 분열이 가진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을, 즉 현재의 위기가 분열을 강제하는 상황까지는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경향신문). 그러나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우리가 후퇴하거나 분열하지 않았다면.

의미심장한 조짐은 또 있었다. 오늘 한겨레는 1면에 '박근혜 정부 10개월, 중도층 이탈 두드러져'라는 기사를 실었다.

"12월 셋째 주 마지막 조사에서는 '잘못한다' 49%, '잘한다' 33%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강경 대응이 이뤄진 때다."
- 한겨레 12월 30일 1면

박근혜정부의 강경 대응은 지배집단이 강하다는 증거도 아니었다. 강경책은 오히려 중도층까지 정부로부터 이반시키고 있었다. 이 경향이 계속되면 지배집단 내 균열이 가시화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이런 기회를 스스로 버렸다. 민주노총 지도자들은 우리 운동이 "박근혜 정권 퇴진"을 가장 자연스럽게 표현하게 됐을 때, "대선 불복이냐?"는 새누리당과 정부의 되치기에 물러나기 여념 없었던 민주당에 우리 운명을 맡겨버린 것이다. 그 결과가 오늘의 합의다.

박근혜정부보다 우리의 약점이 더 컸다

끝끝내 정부가 "민영화는 아니다"고 내심과 다른 말을 해야 했던 것, 정부조달협정 개정에서 보이듯 대놓고 정부에게 무시당하던 국회가 나서야만 했던 것에서 우리는 그나마 위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안녕들하십니까'라고 서로의 안위를 물었던 대학생들이 손쉽게 도서관 의자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다. 오프라인에서의 활동을 계획하고 스스로 조직하기 시작한 네티즌들이 다시 온라인 잉여질에만 몰두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투쟁은 여러모로 우리 운동의 약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합의사항에서 알 수 있듯이 민주당은 민영화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 저들은 지금의 '파국'을 중단시키는 데만 관심있을 뿐, 민영화가 가져올 파국에 진지하게 관심을 쏟지 않는다. 민영화를 시작한 김대중-노무현 정부라는 원죄가 있기 때문 만은 아니다. 상층 부르주아지 일부와 중간계급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공공부문의 '비효율성'을 문제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정권에서의 공사화와 상ㆍ하 분리, 이후 KTX 여승무원 외주화 등 철도산업 전반을 지배하게 된 사기업의 이윤원리에 민주당은 반대하지 않는다.

노동계급 내 최상의 투사들이 민주노총을 건설했고, 그들 중 다수가 정치적 좌파였음에도 국가에 대한 정면 도전은 이들의 투쟁 수첩에 적혀있지 않았다
(특정 정파 출신임을 문제삼는 게 아니다). 파업 초기부터 정부는 타협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체포영장만으로 민주노총을 침탈했고 새누리당까지 포함된 국회의 중재안도 무시했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은 연대투쟁을 건설하지 않았다. 지지와 연대는 오직 우연에만 맡겨졌다.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자 그 대자보에 묻어가려고만 했다. 22일 경찰의 민주노총 침탈 후 "저들의 합법은 우리의 불법"이라며 '불법투쟁'도 감수하겠다던 강경한 연설과 달리 28일 총파업 집회에서 민주노총은 공개적인 거리 투쟁을 조직하지 않았다. 아마 사전에 조율된 것이겠지만 산하 조직들의 개별 행동이 거리 투쟁을 이끌었다. 공식 무대에서 "거리로 나가자, 청와대로 가자"는 호소는 없었다.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우왕좌왕 했다. 특히 다수의 미조직 노동자, 시민들은 어떤 공개적 지침도 없이 개별적 판단으로 움직여야만 했다. 단 한 번의 거리 시위가 우리에게 승리를 가져다주진 않지만 위력적인 거리 시위는 이후의 투쟁을 위한 훌륭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경찰이 관광버스까지 동원해 전국의 경찰을 서울광장에 집중시켜 거리 시위를 막으려고 한 이유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이 기회를 사실상 대중의 자발성에만 맡겨뒀다.

지난 몇 년 간의 흐름과 다르지 않게 투쟁의 결정적 국면은 법적 공방으로, 사법부에 맡겨졌다. 수서발KTX 설립을 결정한 이사회의 적법성, 민주노총 침탈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 국토부 면허 발급 무효 소송 …. 법률과 사법부가 우리 편이 아님은 업무방해와 손배가압류와 같은 것들에서 이미 지겹도록 봐온 것이다. 최근 통상임금 소송에서도 사법부는 자신들의 계급적 성격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럼에도 노동조합 지도부는 법적 공방에만 매달리고 있다. 사법부의 판단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나온다면 다행이겠지만 그 반대인 경우 투쟁대열의 자신감은 급속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의 이러한 우유부단함이 노동조합 탓만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정치적 대안을 건설할 세력의 부재가 컸다. 통합진보당ㆍ진보정의당ㆍ노동당은 이번 국회 합의에서 완전히 무시됐다. 통진당과 정의당은 국회의원이 있는 원내 정당임에도 말이다. 노동당은 박근혜정권 퇴진 투쟁을 공언했지만 현실적 힘은 지니지 못했다. 최소한 민주노총 내 의미있는 움직임을 이끌어낼 능력도 없었다. 소규모 좌파 그룹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회에서 무언가를 할 협소한 의미의 정치세력이 아니다. 거리와 의회의 정치를 잇고, 사무실과 공장의 연대를 만들어낼 정치세력이 필요하다.

이미 이번 기차는 떠나버렸다. 많은 것을 남겨두고 말이다. 다음 기차가 연착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 모두의 예상보다는 빨리 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 거리 시위에 관해
민주노총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거리 시위를 호소하지 않은 것은 아마 법률적 책임 문제 때문일 것이다. 불법으로 규정돼 이후 이어질 법정공방은 노동조합 지도부로서 매우 불편하고 귀찮은 것일 수 있다. 그래서 꽤 오래전부터 실상 민주노총이 주도할 때조차 공식적으로 지도부는 법을 넘어선 거리 시위를 호소하지 않었다. 이러한 편의주의적 태도는 지도부가 받게될 법적 제재 이상으로 우리 대열을 혼란에 빠뜨리기 일쑤다. 28일에도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미조직 노동자, 학생, 시민들은 이미 노동조합 대열의 상당수가 빠져나가 휑해진 광장에서 우왕좌왕 했다. 트위터에선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 앞으로 모여달라는 이야기가 퍼져 민주노총 대변인이 긴급하게 정정 소식을 알려야만 했다. 이 모든 게 조직을 지키기 위한 것이란 이유로 정당화된다. 그러나 1987년 대투쟁 이후 역사에서 노동조합ㆍ좌파 조직은 투쟁 속에서 성장했지 안정적인 일상 사업 속에서 성장한 게 아니다. 조직을 지키고 성장시키기 위해서라도 지도부는 가장 앞장서 투쟁을 지휘해야 한다.


※ 아래는 이번 합의에 관한 한 철도노조 조합원의 글. 페이스북 권영숙 선생 페이지에서 퍼왔다.
"이대로 접을 수는 없다, 과연 투쟁의 전망은 없는가? 더 싸우면서 전면파업을 결정하자!"

합의안 얘기는 길게 하지 않겠습니다. 수서발 KTX 주식회사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말도 없는 합의안입니다. 합의안의 수준이 높고 낮음을 떠나 실체가 없는 뜬구름입니다. 새누리당이 위원장을 맡을 철도발전소위원회가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예전에는 탄압의 주역들이었고 지금은 투쟁에 들러리 서다가 떡고물이라도 챙겨볼까 하는 민주당에게 무엇을 바랄 수 있습니까? 징계 문제는 합의소식이 발표되자 정부와 공사는 파업이 끝나도 법과 원칙대로 징계하겠다고 했습니다.

지도부는 투쟁의 전망이 없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복귀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추가 복귀자가 계속 생겨날 것 같다는 보고도 받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중추 대오가 살아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운전분야 복귀율은 5%가 넘지 않습니다. 지금 지도부는 밀리는 흐름을 최대한 저지하고 다시 힘을 모을 생각은 전혀 안하고 아주 조급하게 아무런 알맹이 없는 합의(?)를 하고 복귀 결정을 내리고 있습니다.

과연 투쟁의 전망이 없습니까? 정부와 공사의 총공격 앞에 일부 대오가 복귀하고 대열이 흐트러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복귀율이 40%가 넘었습니까? 과반이 넘었습니까? 아닙니다. 지금 이대로 밀리면 상상할 수 없는 징계와 보복이 뒤따를 것입니다. 정부의 공격을 맞받아치면서 강력한 퇴각의 저지선을 치지 못하고 여야 정당들에 의해 이끌려 합의를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힘이 부족해 밀릴 수도 있고 부족한 합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철도노동자 전체가 최선을 다해보고, 할 만큼을 다해보고, 검토할 것은 다 검토하고, 미래를 준비하면서 질서정연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민주노총 1월 9일 총파업이 있습니다. 그 총파업에 기대자는 것이 아닙니다. 사력을 다해 총파업을 추동해내고 그것으로도 정부가 물러서지 않으면 전면파업이라는 승부수를 던지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최대한 밀어보고 전체적인 상황을 판단하면서 더 전진인지, 퇴각인지 결정하면 됩니다. 필공조합원들이 전면파업에 나섰을 때 받을 수 있는 처벌, 징계, 부담이 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필공조합원들은 나설 수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결의하는 조합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대오의 일부만이라도 결합하면 지금보다 몇십 배 더한 타격을 가할 수 있습니다. 노동자와 시민들의 연대는 줄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 오전 합의 발표 이전에 전면을 결의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동료 수백 명, 아니 수천 명이 해고를 당할 상황입니다. 필공조합원들은 분노하고 있고 안타까움에 부들부들 떨고 있습니다. 전체 철도노동자의 자존심을 짓밟고 우롱하고 철도노동자 죽이기 민영화를 밀어붙이는 정부의 막가파식 태도를 그 누가 참을 수 있겠습니까? 필공 조합원들을 다 아끼는 마음은 똑같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동료애는 당장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아니라 대의를 위해 싸우면서 함께 미래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더 투쟁할 수 있습니다. 조합원들이 결정합시다. 지부별 총회를 열고 판단합시다. 전면파업하면 전체가 싸울 수 있다는 결의를 하는 지부들도 있습니다. 조합원들이 지도부의 고민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지도부 결정이 항상 옳을 수는 없으며 올바르지 않은 결정은 조합원들이 바꾸어야 합니다.

지도부 마음대로 파업철회를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파업은 서로 대결의 수준이 가장 높습니다. 저들은 철도노동자들 앞에서가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 앞에서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기로 맘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밀어붙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도 수많은 노동자 민중의 연대에 힘입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런 싸움일수록 당장의 어려움만이 아니라 미래를 생각해야 하고 철도노동자만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진심과 열의를 받아안아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조합원 동지들, 얘기합시다. 지금의 상황과 투쟁의 전망을. 조합원들의 판단과 결정없이 내려지는 일방적인 복귀명령을 무조건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토론과 총회, 전체 조합원들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 힘들다고 여기서 이대로 끝낸다면, 정치인들의 말만 믿고 접는다면 민영화와 수서발 ktx설립은 굳어집니다. 지금 합의는 아예 합의를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합니다. 국회발전소위원회는 우리의 의지가 담길 수 없으며 오히려 우리의 족쇄가 될 뿐이기 때문입니다.

최선을 다하고 그래도 힘이 부족하다면 깨끗이 졌다 인정합시다. 그리고 미래를 기약합시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조직해가고 그래도 물러서지 않는다면 전면파업이라는 승부수로 단 며칠이라도 우리의 힘을 총동원해야 합니다. 그런 기세와 결연함만이 우리의 조직력을 보존할 수 있으며, 투쟁한만큼의 성과도 쟁취해 낼 수 있습니다.

뒤로 물러서면 수십 년이 후퇴하는 절체절명의 파업. 아직 우리는 더 싸울 힘이 남아 있고 더 싸워야 합니다. 조합원 동지들의 생각과 의견을 말합시다. 흔들림없이 싸워왔던 우리 조합원들은 충분히 그럴 권리가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Posted by 때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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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0. 26. 20:07

투표는 정치 참여를 위한 하나의 권리일 뿐 쟁점2011. 10. 26. 20:07

투표권에 대한 작은 논란을 목격했습니다. 이건 약간의 오해에서 비롯한 것이긴 합니다. 진보신당 지지자들에게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참 고역스러운 일입니다. 차라리 '사표' 논란이 나았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후보도 내지 못하고 아무 것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진보신당 지지자가 이번 선거에서 '선택'은 그 자체가 고통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작은 논란에서 우려가 되는 것은 투표를 독려하는 이들이 진보신당 지지자들의 '고통'을 몰라줘서가 아닙니다. '투표'를 '권리'로서가 아니라 '의무'로서 도덕률로 제시하려 하기 때문이니다. 이와 관련해 제가 자주 가는 게시판에 틈틈이 쓴 글을 여기에 옮깁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투표율의 저하는 민주적 정치체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투표로 상징되는 정치적 참여가 위축될 수록 사회의 공적 문제에 대한 개인들의 영향력은 감소할 수밖에 없죠.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미국 흑인사회입니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흑인들은 투표를 하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만 했습니다. 안철수의 편지가 화제죠. 하지만 그는 사례를 잘못 들었습니다. 흑인 투표권 확보를 위한 60년대 프리 라이더(한국의 희망버스) 운동이 더욱 적절한 사례입니다.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 민주주의 정치에서 투표율 저하의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고민하며 대안을 제시해온 이는 최장집 교수일 겁니다. 그러나 그는 단 한번도 이 투표율의 문제를 개인의 윤리적 문제로 제기한적 없습니다. 오히려 그는 사회적 균열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하는 협애한 선거 대안의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강조합니다. 즉, 이념적ㆍ실천적 차이가 미미한 보수 중심의 정당 체제가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죠. 이러한 정당 체제는 기본적으로 노동에 대한 배제를 그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투표권의 문제를 윤리적으로 접근하는 게 늘기 시작했습니다. 투표는 자신의 정치적 존엄을 지키고 사회의 공적 사안에서 개인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권리지 의무가 아닙니다. 게다가 투표권은 정치적 참여의 일종입니다. 참여는 개인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활동을 뜻합니다. 능동적 활동이 아닌 의무로서, 수동화된 활동의 투표권은 그 본래의 의미가 많이 퇴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투표권 자체는 '민주주의'를 지켜주지 않습니다. 독재를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이들이 여전히 25.7%의 지지를 받고 있는게 우리 사회의 현실입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것, 김규항으로부터 비롯하고 진보신당의 지지자 다수가 투표를 포기하는 상황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더구나 자신들이 원하는 진정한 선거 대안을 만들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을 벌이다 실패를 한 진보신당 지지자들에게 현재의 투표는 그 자체가 고통일 수밖에 없습니다. 즉, 자신의 한 표를 사소히 여기기 때문이 아니라 가장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그들은 박원순에게 흔쾌히 한 표를 던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 박원순에게 표를 던지고 왔습니다. 위에서 잠깐 적었 듯이 투표는 정치 참여의 여러 방편 중 하나일 뿐 그것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동의하진 않겠지만 곽노현 사건이 보여주는 것은 선거와 투표가 우리의 궁극적 대안일 수 없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오늘 프레시안에 좋은 글이 있더군요.

이 운동[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은 태동하기까지 3년이 지연됐습니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2001년 정부가 은행 계좌를 동결시키기 전부터 있었던 경제적 불만과 디폴트 위기에 즉각적으로 반응했습니다. 반면 미국 경제는 3년 전에 붕괴됐고, 당시에도 몇몇 분노한 이들이 있었지만 실제 반응은 미뤄졌거나 다른 방식으로 유인되었습니다. 당시 분노는 사실 우리를 위해 상황을 시정할 수 있는 대선 후보에 집중하는 강력한 풀뿌리 운동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름다운 운동이었고, 희망에 가득 찬 운동이었습니다. 그 운동은 자신들의 후보를 백악관으로 보냈습니다. 그러고 나서 대통령은 자신이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떠나버렸습니다. 운동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그 운동은 기업과 싸워 기후변화 정책을 만들어낼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운동은 한 명의 선출 공직자가 1000만 명의 시민, 또는 시민 사회 자체와 동등하다는 듯이 스스로 해체되어 버렸습니다. 그 운동은 나이와 인종을 초월했었습니다. 저는 이 운동이 정치가와 선거에 대한 환멸을 느낀 다음 망가져 버린 제도의 힘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해내기 위해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희망을 점령하는 것에 대한 편지', 레베카 솔니트, 프레시안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운동을 방문한 지젝은 지금껏 기다려오던 이들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오노 요코는 존 레논의 노래를 빌어 운동에 참여한 우리 모두가 영웅이라고 주장했죠. 소수의 공직자ㆍ정치인을 우리의 대표자로 뽑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언제나 더 큰 변화는 거리에서, 공장에서, 집에서 시작되고 끝났습니다.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운동이 시작되기 전, 부자들을 위한 공화당의 패악질과 그에 무능력한 민주당에 대한 분노가 확산되기 전 오바마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선거와 투표라는 민주주의의 '정상적' 절차는 오직 그 체계가 만들어진 이후 위기에 처하기 직전까지만 기능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정상적 상황에서조차 99% 인민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한 명의 뛰어난 정치인이 아니라 99%의 행동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전, 이 한표의 권한을 너무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적당히, 그때 그때마다 가장 덜 나쁘거나, 그나마 가장 괜찮은 후보에게 던지면 된다고 봅니다. 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의 후보가 있었다면 당연히 그에게 표를 던지겠죠. 그런데 지금 상황이 그건 또 아니지 않습니까? 3년 전 오바마의 선거 열풍을 바라본 미국 좌파의 심정이 얼추 이럴 듯 싶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다시 기회를 맞고 있습니다.

지금 '투표 안할 자유'를 비웃는 이들은 자신의 비웃음이 민주주의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고민해봐야 할 겁니다. 많은 이들이 흔히 놓치고 있는 것은 민주주의가 무엇보다 개인의 자발성에 기초해야 한다는 겁니다. 자발성을 유도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옹호했던 이들은 시민 개개인이 공적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게끔 교육을 강조했습니다. 민주주의의 옹호자는 계몽주의자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도덕률로서 투표를 강조하는 것, 특히 '닥치고' 투표하라는 것은 이에 전적으로 반하는 것입니다. 자신들은 이를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이는 개인의 수동성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민주주의를 좀먹는 짓꺼리입니다.

생각난김에... '닥치고 정치'라니. 말이 됩니까?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는 무엇보다 말과 글의, 설득의 힘에 대한 믿음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말들이, 더 많은 글들이 우리의 공적 생활에 대해 다뤄야 합니다. 그럼에도 '닥치고 정치'라니? 애시당초 김어준을 싫어하기에 이 책을 읽을 생각은 없습니다. 게다가 저런 제목 센스를 용인하는 김어준에게서 민주주의에 대해 배울 것은 없다고 확신합니다.

Posted by 때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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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9. 7. 14:42

진보정당은 복지정당이 아니다 쟁점2011. 9. 7. 14:42

1. 네이버 사전에 의하면 진보란 "정도나 수준이 나아지거나 높아짐"이나 "역사 발전의 합법칙성에 따라 사회의 변화나 발전을 추구함"을 뜻합니다. 진보정치를 말할 때 '무엇'의 정도나 수준이 나아지는 것을 뜻하는지, '역사 발전의 합법칙성'이란 무엇인지를 뜻하는지 직관적으로 알아채긴 어렵습니다.

결국 '진보정치'는 단어 자체의 의미에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정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진보정치란 대개 더 '평등'하고 더 '민주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지향은 몇몇 정책에 의해 명확하게 표현됩니다. 무상급식으로 대표되는 '복지정책'들이 그 대표입니다.

2. 그렇다면 '복지정책'을 앞세운 정당들은 진보정당일까요? 그게 또 간단치 않습니다. 전 국민 의료보험ㆍ국민보험ㆍ고용보험 등의 기초적 복지정책의 많은 것은 보수 정당과 정치인들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박근혜도 '아버지의 뜻'을 잇는다며 복지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나요? 세계사를 살펴봐도 이러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현대사회 복지정책의 기초를 놓은 것은 독일의 재상 비스마르크죠. 그는 사회주의자들을 강력하게 탄압하는 반대편에서 복지정책의 확대를 통해 노동자 계급의 불만을 완화시키고자 애썼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전두환이 복지국가ㆍ정의사회를 앞세웠던 것은 자신에게 부족한 정치적 정당성을 대신하고자 한 것이죠.

3. 2008년 시작돼 지금까지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경제위기로 케인즈주의적  복지국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진보정당이 주장했던 무상급식 정책이 자유주의 우파 정치인에게까지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바로 몇년 전까지만 해도 '몽상적'이라며 비판했던 바로 그들이 무상급식을 자신의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해외에선 버핏과 같은 이들이 자신과 같은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으라며 나서고 있습니다.

여전히 바뀐 세상을 깨닫지 못하는 소수 보수 정치인들만 외롭게 고립된 듯 싶습니다. 승자독식의 경쟁 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이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처(새처) 전 영국 총리의 "대안은 없다"는 말은 이미 잊혀진지 오래입니다.

4. 이러다보니 난감해진 것은 진보정당입니다. 모두가 복지를 외치고 있습니다. 홀로 복지를 주장하던 시절은 지나가고 모두가 복지주의자로 나선 지금, 그들은 누구보다 기뻐해야 할 듯 싶지만 그렇진 않습니다. 똑같은 주장을 한다면 차라리 힘있는 정당에게 표를 주는게 정책의 현실성을 높이는 길입니다. 진보정당의 지지율은 답보합니다.

그래서 나오는 얘기가 정책이 비슷한 정당들끼리 힘을 합치자는 겁니다. 진보 정치인은 어차피 복지 정책을 얘기할 것이라면 자신들이 훨씬 경쟁력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들에게 힘 있는 정당이라는 든든한 배경만 주어지면 자신의 이상을 맘껏 펼칠 수 있을 듯 보입니다.

5. 신자유주의적으로 조직된 경제의 세계적 실패 영향으로 케인즈주의 복지 국가가 재조명을 받고 있지만 막상 우리에게 필요한 곳에는 관심이 부족합니다. 다른 무엇보다 현재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케인즈주의적 자본주의의 실패로부터 비롯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1960년대의 자본주의가 현재의 자본주의보다 다 낫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것이 실패했다는 것, 그리고 그 실패의 원인은 여전히 주목받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 문제가 있습니다.

노동자 계급의 조직된 힘이 정치적으로 중요한 것은 소수에 의해 운영되는 자본주의가 이러저러한 모습으로 변형될지언정 근본적으로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복지정책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변화에서 노동자 계급의 집단적 이익을 지켜내거나 게임의 규칙 자체를 바꾸는 것을 위해 노동자 계급은 정치적으로 스스로를 조직해야만 합니다. 민주노총이 건설되면서 '노동자 계급의 정치 세력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던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6. 정당은 공동의 정치적 목적에 의해 조직된 단체입니다. 정당의 정강ㆍ정책과 함께 물질적 기반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 민주당이 복지정책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고개를 저었던 게 그들입니다. 권력을 잡기 위해 광범위한 대중의 지지를 받아야 하고, 그 대중의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 계급의 표를 얻기 위해 일시적으로 진보적인 복지정책을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보여줬던 것은 그들이 무엇보다 자본가들 일 분파의 정당이라는 겁니다. 당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의 '출신', 정치자금의 '원천' 등 모든 곳에서 그들은 자본가의 영향을 받습니다.

정동영은 민주당 정치인 중 가장 적극적으로 지난 노무현 정부의 실패에서 교훈을 배워나가는 듯 합니다. 민주당 정치인으로서 낯선, 그리고 때론 적대적인 분위기로 가득한 노동자 집회에 꾸준히 참여하며 연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의 한계는 자신의 지역구인 전주에서 버스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말하는 정동영의 '한계'는 그 '개인'의 한계가 아닙니다. 그는 그 누구보다 진심으로 노동자 투쟁에 연대하고 있죠. 꽤나 유력한 정치인(대통령 후보까지 지냈던)인 그조차도 자신의 지역구에서 같은 당 지역 정치인들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가 속한 당의 지역 정치인(지자체장 등)은 정동영보다는 지역 자본가들의 편을 듭니다.

7. 진보정당의 통합이 길을 잃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들 '진보정당'이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돌이켜볼 시기입니다. 엇그제 이소선 여사가 돌아가셨습니다. 한 시대가 저문다는 느낌입니다. 전태일 열사는 '대학생 친구'를 원했습니다. 어려운 법률 용어를 이해하기 위해 그는 무엇보다 배움을 원했습니다. 자신의 모자름을 알기에 자신과 같은 이들을 모아 '바보회'라는 모임을 만들었죠. 지난 40년간 노동자 운동의 성장은 노동자들 스스로 '대학생 친구'가 되는 길이었습니다. '친구'가 아니라 동지를 만들어간 길이었죠. 그런데 우리는 진보정당 활동을 하면서 다시 '대학생 친구'의 역할로 돌아가는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역사를 거꾸로 걷는 길이죠. 노동자를 위해, 노동자에 의한, 노동자의 정당이 진보정당의 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Posted by 때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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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4. 30. 22:53

책과 음반, 지름은…… 2010. 4. 30. 22:53

운명이다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제인 제이콥스 지음|유강은 옮김|그린비
어쩌다보니 유강은씨가 번역한 책은 다 사는 듯....

노무현이 꿈꾼 나라 : 대한민국 지식인들|노무현의 질문에 답하다|이정우 외 38명 지음|동녘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작 '진보의 미래'에 대한 지식인 39명의 답변입니다. 이 39명은 강수돌ㆍ강철규ㆍ고세훈ㆍ고철환ㆍ김기원ㆍ김병준ㆍ김수현ㆍ김용익ㆍ김은경ㆍ김창호ㆍ김학노ㆍ김호기ㆍ문정인ㆍ박기영ㆍ박동천ㆍ박주현ㆍ성경륭ㆍ안병진ㆍ윤진호ㆍ이동걸ㆍ이민원ㆍ이병천ㆍ이정우ㆍ이종석ㆍ이행봉ㆍ이혜경ㆍ임원혁ㆍ장하준ㆍ장하진ㆍ정해구ㆍ조기숙ㆍ조희연ㆍ최병선ㆍ하준경ㆍ한홍구ㆍ홍기빈ㆍ홍종학ㆍ황민영ㆍ황성현입니다.

운명이다 : 노무현 자서전|노무현재단 엮음|유시민 정리|돌베개
유시민씨가 관여한 책을 다시 사리라곤 꿈에도 몰랐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운명인걸.

한국 진보 정당 운동사 : 진보당에서 민주노동당 분당까지|조현연|후마니타스
관찰자가 아니라, 참여자로서, 지금도 진보신당 정책위 의장으로 진보정당 운동에 매진하고 있는 조현연 교수의 책입니다. 아직도 1쇄더군요. 참 안팔려요.

민주주의의 모델들|데이비드 헬드 지음|박찬표 옮김|후마니타스
후마니타스에서 낸 책도 웬만해선 다 사는 듯 ㄱ-;

김윤아 3집 : 315360
지금 듣고 있는데 제게는 여전히 좋네요. 김윤아와 관련된 것도 거의 사는 듯.

Posted by 때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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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 2010.05.07 13: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갑니다.
    그런데 순간 '책과 음반 지름은... 운명이다.' 이렇게 보여서 좀 웃었어요.